라라윈 생각거리 : 촛불집회 매주 가보니 느낌 촛불집회 장점 & 단점
매주 잠깐이라도 촛불집회에 가는 것이 저의 토요일 일과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저는 토요일에 데이트 하는 것도 싫은 사람인데, 11주 동안 이렇게 열심히 출석하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자꾸 가다보니 장점 단점이랄까요, 배운점과 힘든점 들이 있었습니다.
촛불집회 나가서 좋은 점 & 배운점
1. 희망이 생긴다.
구석 구석 썩어 문드러진 나라에서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생각을 하며 이민을 알아보고 있었는데, 촛불집회에서 보게 되는 성숙하고 수준높은 시민들의 모습을 보니... 지도층은 썩었을지 몰라도 사람들은 희망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촛불집회 갈때마다 국뽕 한 사발, 자부심 두어 사발은 들이키고 들어옵니다. 촛불집회를 나가며 이민가겠다는 소리가 쏙 들어갔습니다.
2. 역사와 정치 공부를 하게 되었다.
"요즘 애들은 시험에 안 나오면 안 한다면서요?" 라며 욕했는데, 이제 보니 그게 저 였더라고요. 현대사는 시험 출제 범위가 아니었고, 국영수도 아닌 국사, 정치 경제 부분이 입시에 큰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등한시 해서 잘 몰랐습니다. 이번 일 덕분에 현대사를 지켜본 분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으며 많이 배웠습니다.
예전에는 얘기를 해주려고 하셨어도, 꼰대같이 자기 학교 다닐때, 자기 젊을 적 이야기한다며 인상 썼는데.... (부끄럽습니다) 공부할 마음으로 들으니 무척 재미났습니다.
3. 정치에 대한 생각이 쪼금 생겼다.
'같은 편.'
제 수준은 이 정도였습니다. 같은 사람 찍으면 같은 편, 아니면 다른 편.
관심을 가지고 언론의 행태나 정당들의 행태를 보노라니 모두 자신의 이익을 대변합니다. 같은 편 인 것 같은 언론이나, 자기 이익에 반하면 갑자기 딴 편 같이 홱 돌아서서 총질을 해대기도 하고, 저마다 이익이 있는 쪽을 향해 가열차게 움직입니다. 내 편과 네 편은 없고, 각자 자기 이익에 맞으면 함께 하는 것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자신에게 유리한 대로 보고 유리한 것을 바라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본성일텐데, 이제서야 실감이 나네요.
4. 정보력의 편차가 아주 크다.
"하루만 뉴스를 안 봐도 따라갈 수가 없어. 새로운 이름이 계속 나오고, 시시각각 상황이 변해."
라는 회영이의 말처럼, 정말로 이번 사건은 관련 정보가 상당히 많습니다. 무심한 사람, 보이면 보는 사람, 찾아보는 사람, 적극적으로 찾아보는 사람에 따라 정보력 편차가 상당히 컸습니다.
5. 할 수 있다.
'내가 이런다고 뭐가 달라져?'
라는 생각이 들 때 무력감을 느낍니다. 그러나 광장에서 저 마다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을 보면서 반성했습니다. 제가 그런 말을 할만큼 뭘 한 적이 없더라고요.
닭, 쥐 (쥐가 너무 고퀄이라 징그러웠어요)을 질질 끌고 처형하던 아저씨 입니다. 광장에 끌고 나와 조리돌림을 해야 된다는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해학적으로 실행을 하고 계십니다. 한 번에 대단한 성과를 기대하지 말고, 우선은 해보자는 것도 배웠습니다.
6. 해학, 재치
촛불집회에서 해학이 느껴지는 퍼포먼스와 깃발, 여러 가지들을 보며 저런 재치와 감각을 쬐금 배우고 있습니다.
7. 유명인 직찍 재미
촛불집회에 나오는 유명인들이 많다보니, 실제로 보면 반갑습니다. JTBC 뉴스룸 계속 봤더니 JTBC 이선화 기자 직찍에 신났어요. 사람들도 방해될까봐 카메라 뒤에서 지켜볼 뿐, 이선화 기자 뒤로 지나다니는 것은 조심했습니다.
촛불집회 가노라니 힘든점
확실히 피곤하기는 합니다. 저는 주말을 전부 푹 쉬는 것이 좋습니다. 새로 나온 미드와 애니를 보고 낮잠을 자는 것이 제일 행복합니다. 집이 가깝기는 해도 날이 추운데 나왔다 들어가면 피곤합니다.
2. 또 다른 분열
촛불집회에 열심히 가는 사람, 가 본 사람, 간 적이 없는 사람으로 나뉘는 느낌이 있습니다. 11주차나 되다보니 11번이나
했는데도 한 번도 안 가봤느냐, 몇 번 가봤는데 뭐 계속 갈 필요는 없지 않느냐, 또는 한 번도 간 적은 없지만 의미 없다고 하는
등의 저마다의 의견이 나뉩니다. 한 가지로 대동단결 한다면 그것도 이상한 일이겠죠. 그러나 우리는 아직 의견의 다양성이 존중되기 보다는 자신과 다른 것을 살짝 깔아뭉개는 경향이 더 큰 느낌입니다.
참가한 입장에서는, 할 일이 없어서 간 것도 아닌데, '그럴 여유가 있고 시간이 나니까 간거라고? 하는 말에 괜히 기분이 상하고요. 반대로 참가 못한 입장에서는 '가보면 달라' 라는 말이 '넌 안 나와봐서 모르잖아' 라는 무시로 들릴 수도 있을 듯 합니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고, 너도 맞고 나도 맞고, 서로 존중해주고.. 이런 상황이 되기까지는 갈 길이 좀 남은 것 같습니다.
3. 정체성의 혼란
촛불집회에 계속 참석하면 '좌파' 또는 '정치에 관심이 엄청 많은 사람' 등으로 분류가 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면 그런 정체성에 쉽게 납득을 할 것 같은데, 저는 이전에 단 한 번도 집회에 참석한 적이 없고, 좌파도 진보도 아닙니다. 오히려 촛불집회에 계속 나가며 깨달은 것은 저는 진보보다 보수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이 또한 아직 잘 몰라서 이렇게 느끼는 것일 수도 있고요.
4. 인지용량 소모
다양성, 불확실성, 여러 가지 가능성이 싫은 이유는 인지 용량을 엄청나게 소모하기 때문입니다.
무엇인가 한 가지로 산뜻하게 정리되면 더 이상 머리를 쓸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갈래 갈래 옵션이 너무 많으면 일일이 생각하는 피로한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요즘은 인지용량이 너무 많이 요구되니 피곤합니다.
관심가져야 될 일도 너무 많고, "이것도 잊지 말아주세요" "이것도 문제에요"하는 것들이 많아지면 급격히 피로해집니다. 우선 한 가지 부터 좀 해. 피곤해! 라고 빼액 거리고 싶은 심정이에요.
제가 잘 모르고, 생각을 많이 해 본 것도 아니라서, 이렇게 적으면서도 정리가 잘 안 됩니다.
자꾸 정리를 하노라면, 언젠가는 정리가 되겠죠....... 언젠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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