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불편신고 전화번호
지하철에서 운좋게 앉았는데 요상한 음악과 함께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라는 소리가 서서히 가까워졌습니다. 소리가 가까워져오길래 흘깃 살펴보니, 모든 사람에게 도와달라는 것은 아니고, 조금 만만해 보이는 사람들을 골라서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라며 구걸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도를 아십니까나 저런 사람들의 타겟이 잘 되는 터라 불안한 마음으로 못 본 채 하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제 옆 사람들은 건너뛰고 저한테 오더니, 연필로 제 손을 탁탁 치면서 도와달라고 합니다. 제 손을 탁탁 때리는 것에 놀라
"하지 마세요"
라고 단호하게 말했으나, 한 번 더 손을 때리려고 하길래 손을 펼쳐 막으며 "하지 마세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걸인은 대뜸 욕을 했습니다.
"X년이 싸가지없이.."
라면서 저를 노려보길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똑같이 노려봐 드렸습니다. 지하철 구걸도 불법이고 민폐인데, 가만히 있는 사람 손을 때리고, 하지말라니까 싸가지가 없다네요. 요즘 전무후무한 일들을 벌이고도 "제가 뭘 잘못 했는데요?" 라는 희대의 몰염치부터 시작해서 곳곳에 이상한 사람이 많은가 봅니다.
예전에는 이런 상황에 몹시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지하철에서 이상한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블로그에 하소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지하철 불편신고 방법을 알기에, 씩 웃으며 핸드폰을 꺼냈습니다.
소심한 귀차니스트도 쉽게 할 수 있는 지하철 불편신고 문자
지홍이가 알려준 꿀팁인데, 지하철에서 불편한 점이 있으면 문자 한 통만 보내면 바로 해결해 준다고 합니다. 더운데 에어컨이 안 나올 때 "ㅇㅇㅇㅇ번 차량의 몇 호 칸인데 너무 더워요." 라고 보내면 바로 에어컨을 켜주신다고 합니다. 친구들 여럿이 같이 보냈더니 더 빨리 켜주셨다고 합니다. 기관사님께서는 승객들이 더운지 추운지 정확히 아실 수는 없을테니, 나름 좋은 방법인 것 같았습니다.
덥거나 추울때, 공기가 너무 안 좋을때, 지하철 잡상인이 고래고래 소리 지르거나, 적반하장 거지가 욕을 하거나, 아무튼 뭔가 이상하거나 불편해서 스트레스 받을 때 조용히 문자 한 통만 보내면 된다고 합니다.
전화를 하게 되면 제가 신고했다는 것이 바로 티가 나기 때문에, 저처럼 소심하고 귀찮아하는 사람은 전화 신고는 어렵습니다. 예전에 지하철에서 성추행범을 만났을 때도 전화로 신고하면 그 사람이 알게 되어 더 해코지를 할까 봐 겁이 나서 신고를 하지 못하고 가슴을 졸이기도 했습니다. 전화신고와 달리 문자신고는 소심한 사람도 쉽게 할 수 있어서, 참 꿀팁이라며 기억해 두었는데, 이번 기회에 써 먹어 보았습니다.
지하철 상황실에서 지금 어떤 역을 지났는지 알터이니 '마천방향 마장역을 지난 열차 9-2호차' 라고 보냈는데, 이렇게 말해서는 차를 알기가 힘든가 봅니다. 열차번호를 알려달라고 다시 문자가 왔습니다. 열차 번호는 지하철 출입구 문과 옆 칸으로 옮겨가는 문 위에 붙어 있었습니다.
다음부터는 열차번호를 적어서 문자를 보냈더니, 답장이 오고, 잠시 뒤에 지하철 안전요원 조끼 입은 2~3명이 나타나 잡상인이나 걸인, 이상한 사람을 데리고 사라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1,2,3,4호선과 5,6,7,8 호선 관리가 달라서인지 답장도 조금 다릅니다. 1,2,3,4호선 쪽은 신고를 하면 제보에 감사드립니다 라고 답장이 오고, 출동하여 확인했으나 발견 못 했다는 결과까지 보내주었습니다. 5,6,7,8 호선 쪽은 해당열차 확인하여 조치하겠다는 답장만 옵니다.
지하철 불편신고 문자 번호는 1577은 똑같고 1234 호선은 1577-1234, 5678호선은 1577-5678 입니다.
지하철에서 불편한 점이 있으면 신고문자를 보내는 사람이 많은지, 어느 날은 어떤 분이 강아지를 케이지에 넣지 않고 타서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몇 정거장 지나서 지하철 보안관이 나타나 강아지를 이렇게 데리고 타시면 안 된다며 조용히 데리고 내리는 경우도 있고, 잡상인이 나타나기 전에 지하철 보안관이 먼저 출동하는 것을 보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지하철에서 잡상인, 강매하며 구걸하는 사람, 그리스도를 믿으라며 소리 지르는 사람 등을 만나면 스트레스가 상당했습니다. 특히 이어폰을 깜빡한 날은 몹시 괴로웠습니다. 하지만 이제 지하철의 이상한 사람 스트레스를 더 이상 참을 필요 없이 조용히 핸드폰 꺼내서 문자 한 통만 보내면 됩니다. 사람들이 죄다 핸드폰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에 누가 신고하는지도 모릅니다
신고하는 것이 밀정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기는 하나, 저 한 명이 신고하면 나머지 차량의 승객은 편안해 질 수 있다고 생각을 바꾸면 상당히 정의로운 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앞서 제 손을 탁탁 때리면서 연필사라고 강매하고는 하지 말라니까 싸가지없다고 욕한 아저씨 같은 경우는 응징해주는 느낌이 들어 속 시원하기도 합니다.
그냥 당하고 내리면 '오늘 일진 더럽네. 지하철에서 이상한 사람이....' 라면서 투덜대게 되는데, 신고 문자를 보내면 그 사람이 잡혔든 잡히지 않았든 간에 저도 뭔가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억울한 심정이 들지는 않아 정신건강에 아주 좋습니다.
지하철에서 잡상인, 구걸, 전도, 성추행 기타 등등 불편한 일이 있으면 더 이상 참으며 스트레스 받지 마시고, 핸드폰을 꺼내어 신고하세요.
지하철 1234호선 불편신고: 1577-1234
지하철 5678호선 불편신고: 1577-5678
지하철 9호선 불편신고 : 1544-4009
신분당선 불편신고 : 031-8018-7777
공항철도, 경의중앙선, 분당선 불편신고 : 1544-7769
[자매품] 어플로 생활불편 신고 방법(불벌주차, 가로등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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