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윈 생각거리 : 썸남 썸녀가 일베 메갈인 것 같아 흠칫? 일베 메갈 용어 쓰는 뜻밖의 이유
일베 메갈을 멀리해야 된다는 이야기를 듣다보니, 아는 사람, 또는 썸남 썸녀가 일베 말투를 쓰거나 카톡 프사에 일베 메갈 이미지를 올려놓으면 화들짝 놀랄 수 있습니다.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실망스럽기도 하고, 조심해야 되나 싶기도 합니다. 그러나 일베 혹은 메갈 인 것 같아 무조건 조심하기는 이릅니다. 의외로 당사자는 별 뜻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일베, 메갈이 뭐길래?
먼저 일베, 메갈이 뭐냐???? 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자면, 커뮤니티 입니다. 그냥 온라인 게시판에 글 올리는 것 뿐인데, 일베 메갈을 꺼리는 이유는 일베 메갈이 패륜 발언, 범죄 모의 등으로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일베에서는 성폭력범죄 모의, 세월호 비하 등으로 문제가 되었고, 메갈 워마드 등에서는 커피에 부동액을 섞는다는 등의 살인미수 범죄 모의가 이슈가 되었습니다. 일간베스트 메갈리안을 재미나게 보는 사용자 모두가 범죄자 혹은 잠재적 범죄자는 아니나, 어찌되었거나 그런 범죄 모의나 다소 격한 성향에 공감하니까 들여다보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민감한 경우 "그랬노? 밥 먹었노?" 같이 말 끝에 노만 붙여도 일베라고 의심을 하기도 하고, 특정 단어를 쓰면 일베 용어 메갈용어라고 하여 그 단어를 쓴 것 만으로도 의심을 하기도 합니다. 일베 혹은 메갈에서 인기있는 이미지를 프사에 걸어도 그렇고요.
일베용어? 메갈용어?? 그게 뭔데?
문제는 구분 하는 사람들은 일베용어, 메갈용어라며 학을 띠지만, 전후사정 모르는 사람들은 뜻을 모르고 쓴다는 것 입니다. 마치 초등학생들이 좆이 뭔지도 모르면서 좆같다. 이런 말을 쓰고, 퍽 fuck 이 뭔지도 모르면서 어감이 살아있다면서 따라하는 것 같은 겁니다. 그냥 유행어인줄 알고 쓰거나, 어원은 모른 채 의미가 잘 전달된다고 생각해서 단순히 인터넷 신조어라고 생각해서 쓰는 경우도 많습니다.
먼 옛날 저도 일베 용어 때문에 곤혹스러웠던 적이 있었습니다.
커뮤니티라는 것이 따로 있는 줄도 모를 때 였습니다. 인터넷 보다가 어디선가 보슬아치라는 단어를 들었는데, 제가 이해하기로는 여자라는 것을 벼슬인 줄 안다는 단어로 참 찰지게 잘 만들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지 + 벼슬아치인 것 같기는 하나, '벼슬 - 보슬'의 말장난이 재치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별 뜻 없이, 기고하는 칼럼에 이 단어를 써서 보냈습니다.
칼럼을 확인한 담당자께서 난감한 기색으로 연락을 하셨습니다. 보슬아치라는 것을 찾아봤는데, 이게 뜻이 정말 안 좋은 단어라고 한참 설명해 주셨는데도 정말로 뭐가 문제인지 잘 몰랐습니다. 담당자님은 일베 언어이고 여성 비하의 뜻이 담겨있다는 어원까지 차분히 설명해주셨는데, 커뮤니티가 뭔줄도 몰랐던 저는 그냥 인터넷 신조어 하나 쓴거 가지고 민감하게 반응하신다고 생각했습니다. 왕 단순했던거죠.
그로부터 5~6년 정도 지난 지금, 커뮤니티가 뭔지도 알고, 일베 용어가 어떤 의미인지도 알게 되자, 이제서야 등에 땀이 흘렀습니다. 그때 담당자분이 저를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라라윈 그렇게 안 봤는데 일베 하더라'라며 저를 멀리하고 계셨을지도 모를 일 입니다... ㅠㅠ
이번에 한참 논란이 된 "소녀는 왕자가 필요없다 A girl do not need a prince" 도 분명 예전의 저처럼 초단순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훨씬 많을겁니다. 메갈리아 워마드 미러링 이런 복잡한 것 싹 빼고, 그냥 문구가 좋다고 생각했을 수 있습니다.
왜 이리 온도차가 나는가?
자신의 전공이나 잘 아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세세히 구분을 합니다. 예를 들어 저는 미대생 시절에 디자인 하라고 하면 울컥거렸습니다. 미대에는 회화 (서양화, 동양화), 조소, 공예, 디자인 (산업디자인, 섬유디자인, 의상디자인) 등으로 많이 나뉘어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에게는 그냥 미대생이면 그림 잘 그릴거고 디자인도 할 줄 알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아직도 공대나오면 다 컴퓨터 고칠 줄 안다고 여기는 컴맹인지라, 남 흉 볼 처지가 아니긴 합니다. 이처럼 사람들은 자기가 잘 알거나 익숙한 부분에서는 세세히 구분을 하고 잘 모르면 뭉뚱그려서 퉁칩니다.
커뮤니티에 대해 잘 알고, 각 커뮤니티별 구성원, 성향, 연령층, 말투, 특징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어느 커뮤니티 용어인지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커뮤니티가 뭔지 잘 모르는 사람은 그냥 인터넷에서 본것일 뿐이지 그게 일베니 디씨니 이런건 중요치 않습니다.
일례로 "소녀는 왕자가 필요없다는게 뭐가 문젠데?" 라고 되묻는 이들에게 많은 분들이 설명을 시도했습니다. 문구 자체는 문제가 없는데, 우익기업이 상품에는 문제가 없지만 독도 다케시마 반환에 돈을 지원한다거나, 시오니스트 기업이 화장품에는 문제가 없지만 그 돈으로 테러를 지원하는 것이 문제인 것과 같다 라며 열심히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설명해도 무관심한 경우가 많습니다.
아주 중요한 점 하나를 간과한 것입니다.
설명하는 사람은 설명하고 싶어 미치겠지만, 듣는 사람이 관심 없으면 안 듣는다는 매우 중요한 사실 말입니다.
관심없는 사람 입장에서는 '일베고 메갈이고 간에 관심이 없는데, 내가 일일이 일베 용어가 뭔지, 메갈 용어가 뭔지 기억해 뒀다가 조심해야 한다고? 무슨 말 같지 않은 소리야?' '대체 일베고 메갈이고 그게 뭐가 중요하다고 저 난리지?' 일 뿐 입니다. 관심없는 사람에게는 경찰서에 붙어있는 지명수배자 얼굴을 암기해 두라고 하는 것처럼 귀찮고 무의미한 요구인거죠.
그럼 왜 일베 메갈이 의심되는 말이나 이미지를 썼을까?
제가 일베 메갈에 대해 알게 된 뒤로는 저도 아는 사람이 일베 말투를 쓰거나 일베 성향의 논지를 펼치면 놀라고 메갈이 의심되면 흠칫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 사람이 왜 그것을 썼는지 알아본 결과, 일베 메갈이 뭔지 모르고 사용하는 경우가 태반이었습니다. 제가 조사해 본 바로는 세 가지 이유 정도로 압축되었습니다.
1. 트렌디한 사람이 된 기분
그냥 인터넷에서 본 단어를 따라하면, 트렌드에 뒤쳐지지 않는 느낌이라 썼을 뿐이라고 합니다. 특정 말투도 그랬습니다. 서울 아이이면서 계속 "밥 먹었노?" "과제 했노?" 이런 말을 쓰길래 왜 그러나 했더니, 인터넷에 ~노 노 거려서 개콘 유행어로 알았다고 합니다. 제가 일베를 알기에 일베 말투로 들렸을 뿐 인 겁니다.
2. 해석의 자유,이해의 자유
타레팬더가 죽은 팬더라거나, 산요 캐릭터들이 입이 없는 것이 닥치고 조용히 듣는 존재라는 것 등에 대해 다 알아가면서 좋아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그냥 귀여우니까 좋은거죠.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겠으나 타레팬더가 죽은 팬더보고 그렸다고 이야기를 들어도 제 눈에는 귀여웠습니다. 남들은 어떻게 보든 제 눈에 귀여우면 그만이었습니다. 현대미술 해석하듯이, 작가는 그 의도였을지 몰라도 제가 받아들이기에 이러면 이런 겁니다.
어찌보면 누구에게나 "이건 일베에서 만든 말이니까 그렇게 받아들이면 안 되고 나쁘다고 생각해야 해." 라고 하는 것도 상당히 일방적 강요일 수 있습니다.
3. 출처 원작자 무시 풍토
우리는 애초에 출처 따위는 관심없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누가 만들었건 그런건 상관없고 잠시 재미있거나, 잠시 멋져보이면 그만입니다. 원작자 따위 ㅋㅋㅋㅋㅋㅋ 이런 일들이 너무나 흔하지요. 중요한 자료에도 출처 찾아보지도 않고 적는 경우가 있는데, 재미삼아 올리는 짤방의 출처 따위야. 그걸 일베인지 메갈인지에서 만들었던 말던 아무 관심없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이 기발한 티셔츠, 컵 등은 스쿱미디어라는 회사에서 만든 것으로 압니다. 이건 제가 소라찜으로 유명한 김선애님 팬이라서 알게 되었을 뿐, 몰랐습니다.
왼쪽도 스쿱미디어 작품인것 같은데 오른쪽은 누가 만들었는지 잘 모릅니다. 이미지만 구글에서 가져왔을 뿐, 귀찮아서 제작자를 찾아보지 않았어요. 일일이 다 찾으려면 너무너어어어어어무 귀찮습니다.
프사 올릴때 일일이 프사 출처 찾아보는 사람 별로 없을 겁니다. 그냥 느낌이 팍 전달되면서 재미있으면 쓰는거죠.
좋아하는 여자가 어느날 카톡 프사에 소녀는 왕자가 필요없다를 걸어놔서 흠칫했거나, 좋아하던 남자애가 말끝마다 노노 거려서 마음을 접어야 되나 고민된다면, 먼저 아무 의미없이 썼을 가능성부터 꼭 따져보세요. 어쩌면 그 사람은 아무 의미없이 사용했는데, 받아들이는 사람이 커뮤니티에 익숙해서 일베 메갈을 의심했을 수도 있습니다.
또 한가지, 일베 메갈일까봐 놀랐다가 잘 모르고 썼다는 사실을 알고 안도하면서, 예방 차원에서 강의는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일베 메갈을 조심하라는 좋은 의도로 "일베가 왜 문제고, 그 단어를 왜 쓰면 안 되는지..
그 웹툰 작가가 어쩄는지, 그 정당이 그 신문사가 어떻게 했는지... 그러므로 니가 조심해야 된다" 라고 강의를 해봤자
상대방은 다음과 같은 반응일 수도 있습니다.
커뮤니티에 별로 관심 없는 사람에게는 이 모든 이야기가 뭐 어쩌라고? 일 수 있습니다............
'생활철학 > 생각거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하철 불편신고 문자 후기, 지하철 잡상인 구걸 스트레스 더 이상 참지 마세요 (14) | 2016.11.24 |
---|---|
저녁이 있는 삶, 이상과 현실 (4) | 2016.11.10 |
왕좌의 게임에서 배우는, 최순실 박근혜 게이트 그 이후 (2) | 2016.1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