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윈 특별한 날 기록 : 엄청난 촛불집회 인원 체감한 6차 광화문 촛불집회 후기
어느덧 매주 습관처럼 토요일이면 촛불집회에 가고 있습니다. 이번주에는 빨빨거리고 돌아다닌 덕분에 경복궁 영추문 앞,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 광화문 광장 앞, 대사관 옆 등의 다른 분위기를 체감했습니다.
안국역, 촛불파는 노점상 옆의 작은 나눔 실패
안국역 근처에는 led 전기촛불 파는 상인과 양초 파는 상인들이 있었는데, 약속시간 기다리며 보니 초 팔아서 남기는 수익이 족히 천 만원은 족히 넘기실 듯 했습니다. 30분 사이 팔리는 led 전기 촛불 개수가 어마어마 하더라고요.... 창조경제라면 창조경제이겠으나, 순식간에 엄청나게 벌어재끼는 노점상인들을 보니 배가 아파서 고깝게 보였습니다.
약속시간을 기다리며 옆에서 핫팩 나눠드리다가 노점상 취급 받아서 속상하기도 했고요. 핫팩 세트를 뜯어서 하나 붙이고 친구 것을 챙기고 보니 8개 남아있었는데, 몇 개 안 되는 작은 거지만 나눠 쓰려고 들고 왔습니다. 꼴랑 8개라 나눠드린다고 소리를 치기도 뭣해 조용히 옆에 서 있는 분들께 핫팩 가져오셨냐고 물어보고 쓱 내밀었습니다. 어떤 분은 여러 개 필요없다고 딱 하나만 가져가시기도 하고, 어떤 분은 노점상인 줄 알고 필요없다고 하시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애기랑 오신 분들께 몇 개 더 나눠드리기는 했으나 결국 8개조차 다 못 나눠드리고 다시 가져왔습니다. ㅠㅠ
나눠드리는 것도 용기와 숱기가 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위치 선정도 중요하고요. 촛불 파는 옆에서 나눠드리면 덩달아 핫팩 장사 취급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음 주에는 핫팩 넉넉히 들고 오면 좀 더 용기를 내서 나눠드려야겠습니다.....
긴장된 분위기를 풀어주는 귀요미 천사 멍뭉이들
몇 주 와보니 촛불집회가 재미있고 신난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좀 긴장이 됩니다. 대전 광역시 인구가 151만명인데 광화문 한 곳에 대전 인구보다 더 많은 170만명이 모여 있으면서 아무 일이 없는 것이 정말로 기적에 가까운 상황일 뿐,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걱정은 됩니다. 비장하게 구호를 외치며 걷다가, 멍뭉이들을 마주치면 급 방긋 미소짓게 되면서 긴장이 풀렸습니다.
민주주의 수호 멍뭉이
가벼운 팻말이긴 하나 강아지 힘든거 아닌가 걱정도 되고, 그 와중에 사람 좋아하는 사모예드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사람들의 손을 핥아주면서 꼬리를 흔들어 주었습니다. 중대형견들은 팻말을 목에 걸었거나, 옷처럼 입고 나온 아가들도 있었는데, 강아지 좋아하는 사람들이 몰려들며 좋아하는 인기스타들이었습니다. 추운데 사는 아가들이니 추울까봐 걱정은 안 되고, 산책 나온 것이 신나보여서 보는 저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엄청난 촛불집회 인원 체감할 수 있던 광화문 앞
귀요미 멍뭉이도 보고 신나하며 광화문으로 접어드니, 확실히 지난 주보다도 사람이 많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사람도 많고 피켓도 많습니다. 점점 1인 1깃발, 1팻말 시대가 되어 간다더니 산들 어린이집 휘장도 있고, 두꺼운 종이에 박근혜퇴진 황교활 사퇴 새누리당 해체 등을 써 오신 분들도 계십니다.
종이컵에 적은 "정의가 통하는 세상"도 잔잔한 울림을 주었습니다. 종이컵에 하고픈 말을 적어 오는 것도 근사한 것 같습니다.
청와대 진입로, 경복궁 영추문 앞 - 좁은 길에서 울려펴지는 외침
정말 사람이 많아서 일행과 붙어 다니기도 쉽지 않은 날이었습니다. 더 대단한 것은 이 엄청난 인파가 오직 하나의 구호만 외치는 것이었습니다. 지난주 까지는 박근혜는 퇴진하라, 새누리도 해체하라, 박근혜가 몸통이다 등 몇 가지 구호가 있었는데, 이번주에는 엄청난 인파가 주문이라도 외우듯이 오직 하나의 구호 "박근혜를 구속하라"만을 외쳤습니다. 3차 담화문과 그 뒤의 새누리당 의원들의 4월 퇴진론 때문에 즉각 퇴진하고, 구속하라로 바뀐 것 같습니다.
횃불의 위엄도 보았습니다. 위 사진과 같은 장소인데 횃불이 등장하니 가로등 뺨치게 밝고 굉장한 열기를 뿜어냅니다. 횃불을 드신 분이 나오시자 모두 박수 치며 길을 터 드렸습니다. 진짜 횃불은 포스가 엄청나네요.
촛불집회 참여자의 숫자 만큼이나 다채로운 팻말과 깃발 보는 재미가 컸습니다. 누가 한국인이 창의성이 없다고 했는지....
이 곳에 오면 한국인의 창의성, 한국인의 해학, 한국인의 질서의식에 자부심을 가득 충전하게 됩니다.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안으로 들어왔는데, 경복궁 영추문 앞에도 엄청난 인파가 발 디딜 틈도 없이 서 있었습니다.
ㄷ자로 세워둔 차벽 때문에 병목현상으로 더 붐볐습니다.
경복궁 영추문 건너편에 카페가 여러 개 있어서, 구호를 외치다가 바로 옆 커피숍으로 새서 따끈한 차 한잔을 마셨습니다.
영추문 - 서촌을 잇는 골목
잠시 쉬고 나와서,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쪽으로 갔습니다.
청와대 앞길에서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쪽으로 가는 골목에 어떤 분이 공 3개를 가져오셨습니다. 김기춘, 김무성, 이정현 얼굴이 그려져 있는데 뻥뻥 차면 속이 시원합니다. 자꾸 진행자를 맞추시기도 하고, 성난 마음에 힘껏 뻥 차서 튀어 오르기도 하고, 속이 시원했습니다. 미술가 임옥상씨가 기획하신 것이라고 합니다. 정말 속이 시원했습니다. 청와대 진입로와 서촌을 잇는 골목 사이에 계셔서 숨겨진 보물을 찾은 기분이라 더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깃발왕국,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방향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진입방향으로 오자 이 곳은 깃발 대결이 한창이었습니다. 재미있는 깃발이 너무 많아서 빵빵 터졌습니다. <인왕상 해발 시팔메다 거주주민 연대> 상단에 <심야 독대 환영>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이 곳은 옴짝달싹하기 힘들 정도로 사람이 많아서 '활짝핀메밀' 앞에 찰싹 달라붙어 구호를 외치며 깃발을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간신히 빠져나와 경복궁역 방향으로 나오니, 끌려오는 박근혜와 재벌들이 있었습니다. 굉장한 고퀄이라 엄청난 카메라 세례를 받았습니다.
통인커피 근처에서 이재명 시장님
친구와 통인시장 입구에서 만나기로 하여 다시 통인커피 쪽으로 왔습니다.
통인커피는 이 날도 식수 급수를 하고 있네요. 통인커피의 커피도 맛난데, 마음씨도 멋있으신 것 같습니다.
경찰버스 위를 지키는 의경들 입니다. 보면 짠하기도 하고, 저 위치에서 보면 진짜 멋있겠다 싶어 부럽기도 합니다. 다음에는 초코바라도 챙겨와서 던져줘야 겠다 싶었는데, 이미 많은 분들이 지나면서 의경들에게 간식과 핫팩 등을 건네주고 계신다고 합니다. 추운데 고생 많다고... 의경들도 감사하다며 받고, 서로 훈훈하게 챙겨준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통인시장 옆에 이재명 시장님이 있다고 하여 가보았는데, 저는 파란 깃발 밖에 안 보였습니다. 키 큰 청년들은 "이재명 시장님이다~~~" 라며 뛰어가던데 저는 안 보였어요. 팔 쭉 뻗어 몇 장 찍은 사진으로 간신히 옆모습만 봤습니다. 표창원 의원님 보러 간다며 뛰어가던데... 표창원 의원님은 못 봤습니다.
이 날은 확실히 여기저기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체감으로 정말 사람이 엄청나구나를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울분이 터지는 것도 느껴졌고요.
이전까지는 선창자에 따라 구호를 외치고 노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이 날은 곳곳의 자유발언대에서 성대가 터지도록 외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알아듣기는 힘들었는데, 진짜 열이 받았고, 분통이 터진다는 것은 확실히 전해졌습니다. 3분 제한으로 3분씩 발언하시라고 하는데 대부분 3분으로는 울분을 토해내기 부족해 보였습니다.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지킴이
지난 주에 이어 뜨끈한 국수 한 그릇을 찾아 일본 대사관 골목으로 접어 들었는데, 이 곳에도 촛불이 환합니다.
지난 주 까지는 손시리다는 느낌은 없었는데 이번주에는 손이 시리던데... 이 겨울을 또 어찌지내실지 걱정입니다. 빨리 나라가 안정이 되고 잘못된 위안부 협상도 바로잡혀서 저 분들이 찬 바닥이 아니라 집에 가서 주무셔야 될텐데....
가볍게 뜨끈한 오뎅 국수 한 그릇 먹고 싶다며 찾아다닌 것이었는데, 찾는자에게 복이 있나니, 종로구청 건너편에 자그마한 국수집을 찾아냈습니다. 10시에 주문을 받아주시는 것을 보니 늦게까지 영업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국수 한 그릇 3천원, 참기름 듬뿍 바른 김밥 1500원 입니다. 양이 적을까봐 김밥까지 시켰는데 생각보다 국수 양이 많습니다.
완전 축제 분위기, 광화문 광장
지난주에 라면 먹고는 다시 촛불집회에 참여할 생각이 안 들던데, 뜨끈하게 잔치국수와 김밥을 먹자 배가 부르니 산책할겸 다시 촛불집회 현장으로 갔습니다. 다음 주에 토속촌 삼계탕 먹으면 밤도 샐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며 광화문으로 갔는데, 이 곳은 진짜 축제 분위기 였습니다. 먼저 축제의 대표주자 번데기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행사가 끝날 무렵이라 그랬는지 광화문 사거리에 커다란 노점상들이 자리잡고 있고 거기서 술 한 잔 걸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바로 옆에서는 힙합 공연을 하고, 광화문 메인 무대에서는 사물놀이를 하고 있어 동서양의 콜라보, 엄숙함과 번데기 냄새가 뒤섞인 묘한 분위기였습니다.
사람이 많은데도 제법 잘 터진다 했더니 통신사에서 출동했었나 봅니다.
지난 백남기 농민 지킴이에서 밥차를 운영하시던 분이 무료로 음료와 오뎅 나눔을 하신다던데 이 곳인가 봅니다. 줄이 길었습니다.
스티커북이 된 경찰버스입니다. "탄핵부결 걱정말라, 결과뒤엔 국민있다, 반대의원 손봐준다" 라는 문구가 훅 들어옵니다.
청운효자동 주민센터에서 시선을 한몸에 받던 죄수 행렬이 다시 끌려오고 있습니다. 멀리서 끌려오는 죄수를 보며 환호합니다. 차 뒤에 매달아서 끌고 다니는 줄 알았는데 사람이 수동으로 어깨끈을 메고 끌고 다니시는 것이었습니다.
제일 부러웠던 광선검 입니다. 자꾸만 염불보다 젯밥이라며, 해학이 넘치는 촛불집회 팻말, 눈에 띄는 촛불 led 등 같은 것에 관심이 가네요.
경복궁 옆에서는 신나는 마당놀이도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촛불집회가 너무 축제 같아 불편한 분들도 계시다고 하나, 춥고 바쁘고 피곤한 와중에 나오고 있으니 이런 작은 심리적 보상이라도 있어야 될 것 같습니다. 풀건 풀고 가야죠...
멋진 마무리, 경복궁 역 앞
전교조 선생님들 트럭에서는 계속 자유발언을 이어 가고 계셨고, 어떤 트럭을 설렁설렁 따라가다 보니 구호 몇 번 외치고 힘찬 함성으로 마무리를 한다는 안내가 나왔습니다. 시계를 보니 어느덧 11시라 경복궁역에서 지하철을 타러 갔습니다.
매주 촛불집회 나올때마다 한국인의 시민의식에 놀랍니다. 어쩜 이리 깨끗한지....
경복궁 옆 바닥의 낙서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세월호 아이들이 기다린다."
"하야"
위에 "근혜땜에 으르렁대"
"귀좀 파드릴까요? 안들리시나요?"
집에 오는 길, 친구와의 마지막 인사.
"다음주에 봐~~~ 근데 안 봤으면 좋겠다..."
아마도 탄핵이 가결 되어도 헌법재판소 앞에서 모여야 할 수도 있고, 크리스마스 이브도 광화문 촛불집회에서 보내야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장 특별한 크리스마스 데이트가 될 수도 있기에 크리스마스 이브에 광화문 광장 촛불집회에 가는 것이 억울하지는 않으나, 매주 촛불집회에 가느라 토요일날 못 쉬니 월요일에 피곤하네요.......... 태반주사 영양주사는 촛불집회 참가자들에게 필요한 것 같아요.
[광화문 촛불집회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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