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윈의 연애질에 관한 고찰: 30대가 결혼하기 힘든 이유
서로의 회사이야기를 하다보니 "니네 회사는 진짜 좋다.. 다시 취직하고 싶다.."는 말도 나오지만, 지금 다시 취업한다는 것은 오히려 신입사원보다 훨씬 힘들거라는 우울한 전망부터 나왔습니다. 스카웃 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어정쩡하게 5~6년된 경력직을 지금 다니던 회사보다 좋은 조건으로 채용해주는 회사는 없을거라는 겁니다. 설령 연봉이나 조건이 괜찮다 해도 전에 5~6년간 다니던 회사에서 누리던 것들을 그대로 누리려면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결국 특별한 기술이나 전문성을 가지지 못한 30대가 재취업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 인데, 취업이나 연애나 참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0대가 연애를 새로 시작하고, 결혼을 하기가 힘든 것도 똑같은 이유 아닐까요?
1. 어정쩡한 연애경험
30대는 어정쩡한 연애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30대에도 연애경험이 전무한 순수혈통 솔로도 있지만, 연애경험이 몇 번씩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너무나 풍부한 연애경험과 정착하기 싫은 자유로운 영혼때문에 결혼하지 않는 30대는 제외) 몇 번의 연애가 가슴아픈 추억만 남겨서 연애가 두려운 사람도 있고, 아직도 이성을 잘 모르겠고 연애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서 긴장되는 사람도 있습니다. 20대에는 "사람은 많이 만나봐야 한다. 부담없이 여러 사람을 만나볼 수록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어."하는 훈훈한 조언을 듣지만, 30대는 아직 어떤 이성이 좋은 사람인지 볼 수 있는 안목도 없는 상태에서 결혼을 생각하고 배우자를 골라야 합니다. 와인이라고는 한 종류밖에 안 마셔봤는데, 어떤 와인이 좋은지 골라보라는 것보다 더 힘든 일 입니다.
부담없이 만나보라고 해도 부담되는 것이 남녀관계인데, 어설픈 연애경험과 결혼압박까지 더해지니, 새로운 이성을 만나기는 더 힘들어 집니다.
2. 어정쩡한 경제력
30대는 경제력도 어정쩡합니다. 20대부터 자수성가하거나 물려받은 재력가도 있지만, 보통의 직장생활하는 30대는 어설픈 경제력을 지닙니다. 최저가를 찾는것보다 귀찮으면 몇 백원, 몇 천원 정도는 더 지불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고, 재테크에 관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돈이 없어 결혼을 못한다는 눈물나는 사연보다는 경제력이 뒷받침되니 좋을 것 같지만, 이 어정쩡한 경제력은 결혼의 좋은 조건이 되기보다 콧대가 높아지는 조건이 됩니다. 내가 이 정도 벌고 있으니 상대는 이 정도 이상은 되어야 한다는 잣대가 됩니다. 남녀 모두 능력이 있어도 문제입니다. 30대 이상의 능력있는 여자의 경우에는 자신과 엇비슷한 레벨의 남자를 찾기 때문에 어렵고, 30대 이상의 능력있는 남자는 자신이 능력이 있으니 능력있는 여자보다는 어리고 예쁜 여자를 찾아서 어렵습니다.
3. 자각하지 못하는 나이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지만, 받아들이기 힘든 나이 앞에서 30대는 정체성을 잃습니다.
누군가가 접대성 멘트로 날려준 "대학생인 줄 알았어요."하는 뻥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어머니"라고 하는 소리는 눈이 삐어서 하는 소리라며 귓등으로 흘려들어가며 현실을 착각합니다.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요..ㅜㅜ) 이제는 궁합도 안 본다는 4살차이, 8살 차이라고 하면 30대 후반, 40대인데도 그런 상황에 적응을 못하며, 여전히 그 나이대 사람들이 삼촌벌인 줄 압니다. (이제는 삼촌이 50대고, 3~40대가 오빠인데...) 반대의 경우도 만만치 않습니다. 자신보다 한참 어린 여자인데도 30대라고 하면 아줌마를 소개시켜준다며 20대를 찾습니다.
점점 세월의 흔적이 몸에 나타나기 시작하지만, 아직도 눈은 지상으로 내려오지 않아서 되도 않는 이상형만 쫓는 것 입니다. 심한 경우는 과거에 가지고 있던 이상형이 보다 까다로워지기도 합니다. 원래 있던 이상형에다가, 주변에서 보면서 매력적인 점, 부러웠던 점이 추가되고, 주변의 기혼자들을 보며 안 좋았던 점을 빼야 하기 때문에 더 구체화되고 더 조건에 맞는 사람 찾기가 어려워집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30대는 너무나 어정쩡하고 힘든 시기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속한 상황이 어정쩡하고 끼인 세대라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80년대 대학생들은 자신들이야 말로 끼인 세대로 대학의 낭만도 수업도 없던 암울한 세대였다고 하고, 90년대 대학생들은 자신들이야 말로 불합리한 대학의 희생자였다고 하고, 2000년도의 대학생들 또한 자신들은 입시와 취업난의 희생자인 끼인 세대라고 한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태어난 년도, 나이, 상황.. 어떤 것이든 자신보다 위나 아래의 상황이 좋아보이고, 자신이 속한 상황이 늘 힘들고 어설픈 때라고 느낀다고 합니다.
달리 생각해보면,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함은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적절함일 수도 있습니다.
어정쩡해서 힘들 수도 있지만, 지금이 딱 좋을 수도 있는 30대의 연애를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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