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으로는 절대 궁금하지도, 들어보고 싶지도 않지만, 휴 그랜트와 사라 제시카 파커가 등장하고, 제가 좋아하는 연애에 관련된 로맨틱 코미디인데다가, 무엇보다 '다음 무비로거'에서 제공해주어서 보았습니다.
내용은 남편이 바람을 피워서 별거를 하고 있던 그 부부가 살인사건을 목격하면서, 증인 보호 프로그램 때문에 시골로 보내지며 다시 화해하는 로맨틱 코미디 입니다. 실제로 보니 영화제목을 너무나 잘못 지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상당히 재미있고 볼만한 영화였습니다. 잘 나가는 상류층 커플의 영화같은 내용이지만, 바람난 상대에 대한 진지한 해법에 대해서는 코미디가 아니라 매우 현실적이었습니다.
이 영화 뿐 아니라, 바람난 남편과 화해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는 종종 있었습니다.
가깝게 기억나는 것 중 하나는 '어깨너머의 연인' 입니다.
남편이 바람이 났지만, 아내는 남편이 바람피운 것보다 상대가 자기보다 못하다는 것에 흥분하고, 화가나서 뛰쳐나왔던 아내는 결국은 사회에서 개고생하다가 능력있는 남편과 화해하고 돌아간다는 것이어서 맥 빠지는 내용이었습니다. 결국 그 영화에서 보여지는 해법은 '남편이 바람을 피워도 아내에게 보상해줄만한 돈이 있으면 된다.'는 것 같았습니다. ㅡㅡ;;
바람을 피워도 돈이 많으면 용서받을 수 있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가장 현실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면서도 더 쓸모있는 답을 제시해주고 있습니다.
1. 상대가 왜 화났는지를 이해하라
바람을 피우면 분노하게 되는 것은 왜 일까요? "당연히 분노하는거지 왜는 왜야.." 라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화내는 이유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우선 상대방이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에 가장 분노하게 되는 부분은 자신이 준 '신뢰'를 배신했다는데 대한 배신감입니다. 자신은 철석같이 상대를 믿었건만, 그런 믿음을 져버리고 딴 짓을 했다는 것에 화가 나고, 이제는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기 어려워지는 겁니다. 원래 신뢰란 쌓는 것은 어려워도 무너뜨리는 것은 쉽죠.
다음으로 여자들이 분노하는 부분은, '마음을 주었다'는 것 입니다.
실제로도 그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은 남편이나 애인이 직업여성과 성관계를 갖는 것은 이해한다는 사람은 꽤 많습니다. 직업여성과 성관계를 가졌다고 해도, 그것은 동물적인 행위이지 마음이 가는 사랑은 아니라고 생각되기 때문인가 봅니다. 그러나 일반여성과의 관계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직업여성도 아닌 사람과 성관계까지 하려면 그 이전에 작업이 필요하며, 남자도 그 여자에게 어느 정도 관심은 있었을 것이고, 단순히 동물적 욕구분출 때문만은 아닐거라고 생각이 들어서 상처를 받는 것 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남자의 '실수'라는 말은 끓는 기름에 불을 붙이는 말이 됩니다. 실수는 언제고 또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고의가 아니라 어쩌다가 벌어진 일인데, 실수는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반복될 수도 있다는 무서운 뉘앙스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실수였다. 미안하다."는 말은 사과가 아니라 변명으로 들립니다. 자신이 정말 잘못했다고 두 번 다시 안 그러겠다는 피의 맹세라도 한다해도 불안할 상황에서 실수라고 해 버리면, 다음에도 이런 일은 또 일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로 들려 반성을 못하고 당장의 상황만 모면하기 위한 입에 발린 소리라고 치부해 버리는 것 입니다.
그런 상황이라면 잘못했다고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두 번 다시 안 그러겠다고 맹세를 해 주는 것이 관계회복에 훨씬 도움이 될 겁니다.
2. 잉꼬커플을 지원군으로 포섭하라.
갑작스럽게 안 좋은 일을 당하면 사람은 마음과 귀가 얇아집니다.
이 때 주위에서 좋은 말로 얇아진 귀를 달래줄 사람이 있으면 좋습니다. 상황을 얘기하자마자, "그런 사람하고는 헤어져! 내가 딴 사람 소개시켜 줄께!" "이혼해!" "끝내!" 라는 사람은 피해야 하구요.
이럴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연애 컨설턴트보다도, 잘 지내는 부러운 커플이 좋습니다.
그들이 해주는 "트러블이 있어도 슬기롭게 해결하면 더 사랑하게 된다."는 말은, 한 번만 용서해주고 넘어가면 다시 좋아질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합니다. 하지만 바람피워서 헤어졌다 붙었다 해가며 삐그덕 대는 커플이 하는 소리는 도움이 안 됩니다. 한 번 용서해 줘도 저 커플처럼 계속 싸우고 힘들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주니까요.
3. 처음 작업할 때처럼 분위기있게, 새롭게.
한 쪽이 바람을 피운 상황에서는 꼴도 보기 싫어집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점점 더 얼굴 보는 일이나 대화하는 일 자체가 줄어들기 때문에 관계회복이 어렵습니다. '들어는 봤니? 모건부부'라는 영화에서는 별거중이어서 말도 안하던 부부가, 어쩔 수 없이 새로운 곳에 가서 함께 지내게 되는데, 낯설고 적응하기 힘든 곳에 둘이 있게 되다보니 자연스레 사이가 회복되는 부분이 큽니다. 사람들은 여행지에서 더 낭만적이 되거나, 낯선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알고 있던 사람에게 의지하게 되기 때문인가 봅니다.
먹구름이 드리워진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낯선 장소로 여행을 가거나, 처음 작업할 때의 추억의 장소로 가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4. 목숨보다 사랑한다는 것을 확인시켜줘라.
잃었던 신뢰를 되찾으려면, 목숨을 내걸면 됩니다. 적진에 투항한 장수는 신임을 얻기 위해 목숨을 내걸고 싸웁니다. 그러면 목숨까지 거는 모습을 보며, 적이었지만 이제는 우리편이라고 믿어줍니다.
마찬가지로, 신뢰가 깨졌다고 하는 연인의 마음을 다시 얻으려면 목숨보다 사랑한다는 것을 보여주면 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영화처럼 목숨걸고 지켜주어야 할만한 상황이 없습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만, 실천은 너무나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가장 좋은 것은, 바람을 피우고 나서 용서를 구하는 것보다
바람을 피웠어도 죽을 때까지 들키지 말거나, 애초에 문제를 만들지 않는 것이겠죠...
사람사이에서 신뢰는 쌓기는 어렵고 깨지기는 쉽습니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 사이의 신뢰는 한 번 깨지면 주어모아 다시 만들기가 더욱 어려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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