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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말하는 여자의 심리

· 댓글개 · 라라윈

라라윈 연애질에 관한 고찰 : 과거 이야기하는 여자의 심리, 여자친구 과거 미리 알려주는걸까?

멀쩡한데 연애를 못하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을 꼽으라면, 단연 이전 연애경험의 트라우마일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을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만나느냐에 따라 연애가 참 달라짐에도 불구하고, 이전에 사귀었을 때 안 좋은 기억이 남으면 연애에 앞서 과거 연애처럼 아프고 힘들까봐 먼저 걱정이 됩니다. 이전에 남자친구와 취미가 너무 달라서 매번 싸웠다면 다음에는 또 취미때문에 싸우게 되지 않을까, 또 그런 일로 상처받게 되지 않을까 겁이나고, 이전 남자친구가 바람을 피워서 헤어졌으면 또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고, 같은 상처를 절.대.로 다시 받고 싶지가 않습니다....


동창회에서 한 친구가 데려왔던 여자친구는 저희들을 처음 봤음에도 불구하고, 어느샌가 자신의 과거 연애사를 거침없이 털어놓았습니다. 남자친구 옆에 앉아서요.

"언니. 저는요. 오빠 만나기 전에 남자친구 두 명 사귀어 봤거든요. 오빠도 알아요.

그런데 첫번째도 그렇고 두 번째도 그렇고 남친이 알고보니 양다리였던거에요. ㅠ_ㅠ
그래서 이제 더이상 연애 같은 것은 안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오빠를 만나게 된거에요. 오빠는 절대 그런 사람 아닌것 같아서.. 오빠는 좋은 사람 같아요. 진실한 사람 같아요."

이 순간 제 속에서 싸우는 악마와 천사 때문에 몹시도 괴로웠습니다.
하필이면 그 써글넘(=그녀의 남자친구)은 양다리도 아닌 그 여자가 세번째 여자친구 였기 때문입니다. ㅡㅡ; 이미 메인 본처가 있으시고, 엔조이 여친도 하나 있으시고, 그 여자는 직장 여자친구였던 겁니다. 그러나 사실을 알아도 차마 말을 할 수가 없었어요. 그 날처럼 목이 타서 술이 음료처럼 넘어간 날도 없었던 것 같은데, 아무리 써글넘이라도 그 사람은 친구의 연으로 앞으로도 또 봐야할 사람이고, 저희들이 친구로 지낼 수 있던 것 중 하나는 어떤 여자친구를 데려와도 모른 척 해주는 의리(ㅡㅡ;)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저희들이 그 여자에게 "너 말고 세 명 더 있듬. 너 이번에도 속은거임. 이전 두 남자친구보다 이 놈이 제일 악질임." 이라고 할 수도 없었어요.
이건 친구의 심리인 것이고요.

어쩌면 그녀가 저를 만나자 마자 묻지도 않은 과거 이야기를 주룩주룩 했던 것은, 친구를 만난 자리에서 확인하고 싶은 심리였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 저 놈 정말 괜찮은 놈이지. 믿어도 돼."
라는 인보증 같은 것이 필요했을 수도 있고, 친구들이 다 있는 자리에서 남자친구가 듣는 가운데 이야기를 함으로써
"나는 너 밖에 없어."
라는 확인을 공식화 하고 싶었을 수도 있습니다.


즉.. 상대방을 정말 신뢰하거나 믿어서라기 보다는, 위안과 확신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상대방이 관심을 가지고 접근해오고 있는 남자라면, 앞으로 다음 남자친구가 되고 싶어하는 의지를 내비치는 남자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위로 받고 싶은 심리 반, 이런 아픈 마음까지 감당해 줬으면 하는 심리 반이에요.
"나 아프다. 쉽게 상처받는 여자다.
지난 사랑때문에 여린 마음에 난 상처로 아프고, 또 상처줄거라면 시작도 하지 말아라."
라는 뜻 입니다.
감당하고 다 감싸안아줄 수 있다면 다가와도 좋지만, 여자가 먼저 과거 약간 말했다고 벌써 동공이 확대되어 그런 일을 겪은 여자였나 하는 눈길로 볼거라면 지금 떨어져라. 라는 바람이자 경고입니다.
과거를 말하는 순간에도 여자의 머릿속은 몹시나 복잡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이 남자와 사귀게 된다면, 이전에 남자친구와 있었던 일에 대해서는 모르는게 좋을 수도 있는데 괜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으면서도, 이런 과거까지 아픔까지 보듬어주는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의 표출일 수도 있습니다.
제 아무리 독하고 독립적인 여전사 독립녀성 같아 보인다 하더라도 외로워요. 아파요. 쓸쓸해요. 누구나 외롭잖아요. 남들과 있을 때는 밝아 보이나 혼자 있을 때는 내면의 외로움에 잠길 때가 많고, 혼자 있을 때면 누군가가 필요하고. 그리고 나의 이런 내면적인 외로움과 상처까지 다 감싸안아줄 누군가가 간절합니다.

그리고 확언을 받고 싶습니다.
"나는 달라. 난 너에게 그렇게 상처주지 않을꺼야." 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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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미리감치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다 해버리는 것은 면죄부 획득이기도 합니다.
다 털어놔 버리면 속시원합니다. 다 알고 시작하는 거니까 뒤늦게 여자친구 과거 문제로 일이 붉어질 것도 없고, 여자친구 과거가 이러니 저러니 하더라도 "내가 다 말하지 않았냐. 다 알고 시작한거 아니냐."는 당당한 면죄부를 거머쥘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과거사를 다 끌어안고 시작하는 쪽은 면죄부를 준 대신에 마음의 짐을 하나 얻게 됩니다.
사귀기 전에는 어떻게든 저 사람을 겟하고 싶다는 강렬한 마음 때문에, 예전에 사귀던 남자친구 때문에 힘들었다, 오래 사귀던 남자친구가 있었다, 무슨 사연도 다 받아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화장실 들어오고 나갈때처럼 간사한 사람 마음 인지라, 사귀게 되고 반 공식적으로 그 여자가 내 것이 되었을 때는 욕심이 더 납니다. 행여 예전에 그 남자친구를 그리워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신이 모르는 또 다른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상상속의 과거와 싸워야 합니다.
솔직하게 과거를 털어놓는 쪽은 더 이상 그 일이 아무렇지 않아서, 정말 마음에 앙금이 남지 않아서 일수도 있는데, 연인의 과거를 알게 된 사람은 꽤 오랫동안 괴로워지니 과거를 다 털어놓고 위안과 확신, 면죄부를 얻고 싶더라도 그 사람과 사귈 마음이 있다면 조금은 말을 아끼는 것이 좋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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