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윈 결혼에 관한 고찰 : 결혼할 필요가 있을까? 2016년도 나이 찬 미혼의 생각
일본과 한국 설문조사에서 한국은 결혼은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라는 응답이 56%가 넘었다고 합니다. 저도 최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어서 흠칫했습니다. 실은 연애와 결혼에 엄청나게 관심이 많은 제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에 저 스스로도 좀 놀랐거든요. 준비성이 투철하다 못해 흘러 넘쳐서, 결혼 혼수에 대한 정보는 물론이고, 결혼 후 출산할 병원, 산후조리 방법 등도 다 알아뒀습니다. 물론 제가 이 말을 하면, 친구들은 어처구니가 없어 하면서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을 알아두기에 앞서 남자부터 만나라고 하긴 했습니다. 이랬던 제가 굳이 결혼을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결혼을 해봤자 '실익'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결혼과 동시에 잔뜩 생기는 '어른'의 의무
저는 요즘 명절이 참 좋습니다. 명절에 혼자 쉬거든요. 집도 잘 안 갑니다. 일하기 귀찮아서 꾀를 부리는 것 뿐이나, 부모님과 친척어른들은 '얘가 나이를 먹으니 시집가라고 스트레스 줄까봐 안 오나보다...' 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실은 저희 친척분들은 그런 오지랖을 전혀 안 부리셔서 명절에 집에 있어도 늦잠자고 잉여짓 하기는 합니다. 다만 자취방에서 잉여짓하면 더 편하지요.
그런데 제가 결혼을 하면.... 음... 지금처럼 명절이 꿀 연휴가 아닐겁니다.
당장 시댁에 가서 음식장만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 미소인형처럼 웃고 있기도 해야 할 겁니다. 그리고 명절 당일에는 남편 옆구리를 찔러 저희 집에 가야겠죠. 저희 집에 가서도 혼자 가서 뒹굴댈때처럼 편히 있는 것이 아니라 남편이 불편해하지는 않는지, 부모님이 남편 눈치를 살피시지 않는지 계속 중간에서 신경을 쓸 겁니다. 이렇게 명절 전날, 명절 당일을 보내고 돌아오면 명절 마지막 날 하루 녹초가 되어 있다가 출근하겠지요.
최근 몇 년간 드디어 명절이 아무 일 없이 쉴 수 있는 즐거운 날이 되었는데, 결혼을 하면 다시금 비정상회담에서 꼬집는 "명절 좋아하지 않는 한국인"이 되겠지요...
명절의 부담은 돈 문제도 클 것 같습니다.
지금은 미혼이니까 있는 만큼 드리거나 "엄마 나 돈이 없어" 라고 하면서 쬐금만 드려도 엄마가 저를 짠하게 여기며 무척 고마워하십니다. 많이 드리면 더 기뻐하시고요. 그러나 제가 결혼을 해서 남편이 있을 때도 "엄마 우리 돈이 없어" 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남편이 찌질이가 되고 엄마가 너무 걱정하실까봐 빚이라도 내서 시댁과 친정에 용돈을 들고 가야 되지 않을런지.....
명절 뿐 아니라, 그냥 집에 갈 때도 신경이 쓰인다고 합니다. 여자친구가 자기 집에 간다고 하면 그런가보다 하며 "잘 갔다와 ♥︎ 갔다가 언제와?" 하면 되는데, 부부 사이에는 그렇게 가볍게 인사만 할 수 없습니다. 친정 간다고 할 때 남편이 용돈이라도 챙겨주거나 같이 가야 합니다. 남편이 시댁 간다고 할 때 아내가 뒹굴대며 "자기야 잘갔다왕" 이래도 개념 가출한 아내가 되고요.... 자기 집 자기가 가는 것도 서로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 듯 합니다.
그 밖에 미혼들은 친척 행사에 열외가 되는데, 결혼을 함과 동시에 '어른'으로 취급하면서 안 나타나면 괘씸죄가 적용되는 경우도 흔히 봤고요.
집안일, 육아, 부양책임
자상하고 가사일 분담을 잘해주는 남편을 만나도, 보통은 독박 살림이 기본이었습니다. 자취를 했던 남자라해도 살림이 자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더라고요. 마치 남녀가 같이 마트에 놀러가면, 아주 자연스럽게 포장을 하고 들고 오는 것은 남자가 하듯이, 아주
자연스럽게 살림은 기본적으로 모두 아내의 책임이었습니다. 남편은 아내를 '도와' 줄 뿐이지, 자기 일은 아니더라고요.
또는 남자가 한다고 해도 여자의 기준에 너무 못 미치기 때문에, 결국은 답답한 여자가 나서서 살림을 하게 된다고도 합니다. 책 <마님되는법>에 남편이 살림을 하게 하는 방법이 소개되는데, 남편이 아무리 맛없는 요리를 해도 맛있게 먹어주고, 남편이 설거지나 뒷정리를 엉망진창으로 해서 정말로 마음에 안 들어도 괜찮다고 하고, 뭔가 남편이 해 놓은 살림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절대로 내색하거나 손대지 않고 참을 수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직접 살림을 다 떠맡아서 2인분을 하던, 남편에게 맡기며 마님 노릇을 하던, 잘 분담하던 간에 조율과정이 험난해 보입니다....
혼자 살면 그냥 저 좋을대로 살면 되고, 빨래 하기 싫으면 안해도 되고, 설거지는 기계 시키고, 청소는 내킬때 하면 되는데....
저의 의견은 여자가 계속 일을 한다는 전제하에 가사 분담을 나눠야 한다는 것이나, 이 이야기를 남자분들과 하다보면 '전제'에 대해 의심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사기는 아니지만 결혼하고도 일을 계속 하겠다던 여자가 금방 집에 들어앉아 남자가 외벌이 하게 되는 경우가 꽤 많다는 것 입니다. 특히 아이를 가져서 전업주부를 하겠다고 하면 그거 책임 못지는 남자가 쪼다같고, 그렇다고 혼자 살던 남자가 갑자기 성인 여자 한 명과 유아를 먹여살리자니 너무 괴롭다고 합니다. 최근의 분위기로는 외벌이여도 퇴근하고 집에 와서 아이 같이 봐야되고, 집안일 거들어야 하기 때문에, 남자 입장에서도 결혼이 부담인가 봅니다.
여자 입장에서는 맞벌이를 가정하고, 독박살림, 독박육아를 생각하면 끔찍한건데... 남자 입장에서는 외벌이를 각오하고, 외벌이에 가사분담과 육아까지 해야된다고 생각하니 끔찍한가 봅니다.....
직장에서의 바뀐 분위기
예전에는 결혼을 해야 승진에도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부부동반 모임에 나가서 싸바싸바도 하고, 아내가 상사 부인에게 점수를 따야 승진이 쉬웠던 때도 있었다네요. 그러나 최근의 분위기는 미혼이 일하는데는 최적화 되어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대기업 임원 중에도 미혼들이 간간히 있고, 사람들의 평가도 "결혼도 안 하고 일을 하니까, 정말 일하는 것이 장난 아니다" 라는 말을 합니다. 워커홀릭이라 이혼한 사례도 심심찮게 나오고요.
임원까지 가지 안더라도 일하면서 미혼여자라서 유리한 경우가 꽤 있습니다. 미혼여자니까 저녁이나 밤에 연락을 해도 남편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고, 회식이나 술자리 참석도 가능해서 좋아하기도 하고요. '아이를 데리러 가야한다, 오늘은 아이를 봐주기로 한 분이 안 오셔서 일찍 가야한다, 아이가 아파서 연락이 왔다, 아이 병간호를 하느라 밤새 한 숨도 못잤다, 주말에 시부모님이 오신다' 등의 사정이 전혀 없기 때문에 선호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미혼남녀의 경우 아무래도 일 시키기 편한 것 같긴 합니다.
여하튼 최근의 한국 사회 분위기는 전문성에 '솔로인 것이 덧입혀진 것 같기도 합니다. 대통령부터 국가와 결혼한 분이라서 이런 인식이 더 큰지도 모르겠습니다. 일과 결혼, 학업과 결혼해야지, 인간과 결혼해 평범한 가정을 꾸리는 것은 성공하는 이미지와는 다소 괴리가 생긴 듯 합니다.
중요해진 혼자의 생활
어릴 적에는 사랑하는 남자와 계속 붙어있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디를 가도 같이 가고, 무엇이든 같이 하고요.. 그러나 지금은 혼자의 시간도 필요합니다.
"여친이 집에 놀러와서 밥도 같이 해먹고 너무 즐거운데 집에 안가... 집에 보내고 나 이제 게임도 하고 할꺼 해야 하는데 말이지.."
라는 한 문장에 저도 몹시 공감이 되었습니다. 남자친구가 놀러와서 같이 노는 것은 좋으나, 남친 보내고 미드도 보고 책도 보고, 잉여롭게 놀아야 되는데 계속 같이 있는다 생각하니 뭔가 답답합니다. 같이 있어도 옆에서 게임을 하건 혼자 미드를 보건 명탐정 코난을 보건, 봤던 영화를 100번 넘게 또 보던 관대하게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모를까요..
연애는 좋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알콩달콩 행복한데, 연애 상태를 굳이 '결혼'이라는 형태로 바꿀 필요가 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 회의가 드는 것 입니다. 저의 이런 생각은 제가 독립해서 따로 살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20대 초반에 꿈꾼 결혼은 독립해서 나만의 공간, 나의 집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거든요. 그러나 지금은 혼자 나와서 제 공간을 가지고 살고 있으니, 굳이 결혼을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커졌을 수도 있습니다.
독립의 수단이라는 장점을 제외하자, 결혼이 연애에 비해 실질적 이익이 없다는 느낌이 드는 것 같습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해서 좋은 점은 여쭤보니, '아이'라고 하는 분들이 꽤 있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그 벅찬 감정은 온갖 어려움을 다 상쇄하고도 남는다고 합니다. 문제는 저같은 미혼은 아이로 인해 느낄 수 있는 벅찬 감정과 큰 깨달음에 대해서는 계산을 할 수 없는데, 아이를 낳을 때 들어가는 비용과 노고에 대해서는 미혼이어도 계산이 가능합니다. 우선 여자는 최소한 출산휴가가 필요하고, 육아휴직도 필요하며, 10개월 + 몸조리 6개월 이상 몸이 좋지 않고, 분유/기저귀 등의 육아비용이 상당하다는 것은 압니다. 심리적 보상은 잘 모르겠고, 금전적, 물리적 비용만 알겠으니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 이야기를 다시 미혼의 관점에서 보자면, 아이를 낳아서 호적정리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굳이 결혼할 필요가 없다는 것으로 되돌아 가기도 합니다.
이래서 결혼은 뭣 모를 때 해야 한다, 나이 먹을수록 약아져서 결혼을 안 한다고 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저같은 계산적인(?) 미혼들을 결혼도 하고 출산도 하게 만들려면, 결혼해서 생기는 실익이 많아져야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 미혼은 미혼이라고 난리, 결혼하면 결혼한다고 난리. 대체 어쩌라고?
- 왜 아빠랑 결혼했어? 엄마가 최악의 결혼 조건 감수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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