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윈 독후감 : 진산 마님이 알려주는 비법, 남자친구 남편 거느리며 마님되는법
알라딘 중고 서점에 들렀습니다. 공부에 필요한 책을 몇 권 사려고 들렀으나, 오랫만에 갔더니 어디에 무슨 책이 있는지 헷갈려 헤매고 있었습니다. 두리번 두리번 거리면서 헤매다 보니 육아/출산 코너 앞이었습니다. 육아/출산 책은 지금 현재로서는 가장 쓸모없는 책 입니다. 육아 출산에 앞서 결혼부터.... ㅠㅠ
그래서 슥 지나치려는데 육아/출산 코너 한 가운데에 꽂혀 있는 얇은 책이 시선을 잡아 끌었습니다. "마님되는법"이었습니다.
어라? 이 책이 왜 육아/출산에 꽂혀 있는걸까요?
마님되는법은 예전에 김민식PD님(http://free2world.tistory.com/)이 추천해 주셨던 책 입니다. 이 책이 그 책이 맞은가 싶어 끄집어 내 보았습니다. 진산 마님의 마님되는법, 맞습니다. 바로 그 책입니다. 우연히 들어간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우연히 <마님되는법>을 발견하고 보니, 작은 운명같이 느껴졌습니다.
책이 너무 많아 정신이 없는 가운데 이 책이 어떻게 제 눈에 번쩍 뜨인걸까요? 그것도 연애 코너가 아닌 출산 육아 코너에 꽂혀 있는데 말입니다. 뒤집어 보니 중고가 3,200원 밖에 안 되길래 냉큼 집어왔습니다.
집에 와서 떡볶이를 하려고 멸치 육수를 우리면서 첫 장을 펼쳐봤습니다. 찰집니다.
무협소설가로 유명한 분이라고 하는데, 제가 본 무협소설은 김용의 소설이 마지막이어서... 몰라뵈었습니다. 찰진 문체가 쫙쫙 달라붙는 데다가, 삼돌이를 부리며 마님으로 살 수 있는 비전(秘傳)을 알려주신다는 이야기에 혹했습니다.
재료 단련법이라니, 게다가 다스리는 법!
이 얼마나 궁금한 남자 조련법입니까.. +_+
남자가 보면 불온서적 취급할 지도 모르나, 여자 입장에서는 정말 궁금한 내용이 담긴 책이었습니다. <마님되는법>은 떡볶이 만드는 잠깐 사이에도 눈을 뗄 수 없에 재미났습니다. 하마터면 국물이 다 쫄아들어 떡이 늘어붙을 뻔 했습니다. 허겁지겁 떡볶이를 먹고 설거지는 팽개쳐 둔 채, 계속 다음 페이지를 읽었습니다.
먼저 마님이 되는 기본 요건은 삼돌이 였습니다.
스타의 기본 요건은 스타로 여겨주는 팬들이지요. 제 아무리 잘난 연예인이라 해도 따르는 팬이 하나도 없으면 그 사람은 스타가 될 수 없습니다. 마님이 되는 것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우선은 내 남자, 삼돌이가 될 수 있는 남자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아무나 다 삼돌이가 되는 것이 아니니 삼돌이의 가능성이 있는 좋은 남자를 잘 골라야 합니다. 마냥 여자 비위를 맞춰주는 착한 사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소신있고 남 보기에는 까칠하고 성깔 있는 남자가 낫다 하였습니다. 저도 비슷한 생각이라 첫 장은 끄덕이며 술술 넘어갔습니다.
[착한 남자보다 각진 남자]
- 미생 김대리 소개팅 까인 이유, 여자라서 공감되었던 소개팅녀의 마음
- 착해서 질리는 스타일이라 여친 안생기는 남자의 특징
- 나쁜 남자가 좋은 이유, 여자가 좋아하는 남자 특징의 복합체?
삼돌이 고르기를 간단히 끝마치고 어느새 본론으로 접어드는데, 진산 마님과 남편 좌백님의 스토리가 여간 재미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책을 읽다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흐흐흐흐흐흫흐 거리며 실성한 듯 웃었습니다. 개콘보다 더 잼나요. 웃고 즐기다 보니, 마님이란 남자를 부리며 등쳐먹는 요물이 아니라는 것을 슬슬 깨닫게 되었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마님'이란 백여우 비슷한 이미지 였습니다. 남자를 쥐락 펴락 밀당을 해가며 원하는 것을 다 뜯어내면서 자신의 손 끝 하나 까닥하지 않는 여우 중의 여우이거나, 남자를 무섭게 휘어잡는 여자일거라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진산 마님이 이야기하는 마님은 그런 하수가 아니라, 진정한 고수 레벨의 '마님' 이었습니다.
사실 우리네 '마님'은 안주인으로서 인덕과 배포를 지니고 있는 분들이었습니다. 남편의 하는 일을 내조하고, 집안을 돌보며, 스스로를 닦는데도 열심이었던 멋진 여성상 입니다. 진산 마님이 이야기하는 마님은 그런 여자였습니다. 남자 부려먹는 나쁜 여자가 아니라.
진산 마님이 마님일 수 있는 점 몇 가지는 집안 일의 상당 부분은 남편이자 삼돌이인 좌백님이 하신다고 합니다.
좌백님이 집안일을 하게 된 것은, 남자를 옥죄거나 들 볶아서가 아니라.... 좀 더 참음으로서 마님이 되셨다고 합니다. 결혼을 하면서 평화롭게 "우리 집안 일을 딱 반반 나눠서 하지 말고, 하고 싶은 사람이 하자" 라고 좌백님이 제안하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들은 진산님은 쾌재를 부르셨나 봅니다.
설거지가 산처럼 쌓여 있어도 그냥 내버려 두고, 집이 정말 더러워도 신경쓰지 않고...
정 배가 고프면 안 닦는 냄비에 다시 라면을 끓이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쯤 되자 좌백님이 먼저 GG를 치며 집안일을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음... 많은 맞벌이 부부 언니들이 알파걸이 되는 이유도 이 부분이라 들었습니다. 언니들에게 "왜 똑같이 사회 생활 하면서 밥도 언니가 하고, 청소도 언니 혼자 하면서 힘들다 하느냐, 형부도 같이 하면 되는거 아니냐"고 할 때면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처음에는 서로 잔소리 하지 않기로 하고 시간 되는 사람이 집안일을 하기로 했는데, 자기 성질을 못 이겨서 언니가 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집이 엄청 지저분한데도 형부는 '깨끗하구만 뭐.' '내일 치우면 돼지' 라고 하며 내버려 둔다고 합니다. 설거지도 형부가 해준다고 하고도 깜빡하고 쌓아놓기 일쑤여서, 그 꼴을 못 견디겠는 언니가 다 하게 된다고 합니다. 형부는 형부대로 그냥 두면 언니가 알아서 치울 것을 알기 때문에 내버려 두고요...
즉, 진산님은 여기에서 형부들이 잘 쓰던 전략을 역으로 남편에게 사용하신 것 입니다.
물론 이 전략을 성공하여 집안일을 하지 않는 마님이 되려면 엄청난 인내와 참을성이 필요합니다. 읽다 보니 저는 원래 지저분해서 이 부분은 잘 해 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집안일 분담에서 성공(?) 하신 것 외에는 마님으로서 얌체같이 누리는 부분은 전혀 없었습니다. 대신 크고 작은 문제에서 마님으로서 위엄있게 남편과 잘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서는 아주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훈계하듯, "너는 이래야 한다"가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너무 재미나게 풀어내셔서 웃다가 보면 어느덧 깨달음이 따라옵니다. 지금껏 읽었던 연애 관련 책이나 제가 썼던 책들과는 급이 다른 책 입니다.
웃고 즐기는 속에 아주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이야기가 다 담겨 있어 더욱 도움이 되었습니다.
2장에서는 결혼에 얽힌 크고 작은 문제들을 처리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를 했고, 3장에서는 진산님과 좌백님의 아들 우진이 양육에 대한 이야기도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김민식 PD님이 사모님을 마님이라 칭하시고 스스로를 삼돌이라 하시는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사모님이 좀 무서운 분이신가 하는 상상을 했는데, 이 책을 읽고 보니 마님과 삼돌이라는 의미가 전혀 다른 뜻으로 다가옵니다.
이런 마님이라면 되레 남자친구가 이 책을 사서 여자친구에게 안겨야 할 것 같습니다.
사오기는 했으나, 바로 읽을 생각은 아니었는데... 일요일 저녁 떡볶이 물 올려놓고 보기 시작해서 몇 시간 만에 다 읽어버렸습니다.
2015년 첫 책은 <마님되는법>으로 시작하였네요. ^^
진산 마님, 좌백님 어떤 분들일까?
진산마님에 대한 팬심 폭발하여 진산 마님 블로그와 작품들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진산마님 블로그 (2007년 이후로는 업데이트를 안하시는 것 같습니다) http://web.archive.org/web/20070520033641/http://murimpia.com/tt/mars/
팬심 폭발하여 찾아본 좌백님 블로그 http://web.archive.org/web/20070601184014/http://jwabk.egloos.com/
진산님 책에 부부가 함께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것이 사람들의 생각처럼 좋기만 한 것이 아니라 고충이 크다는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적으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산님 좌백님 블로그 찾아보고, 블로그에나 책 속에서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보니 부러웠습니다. 그리고 진산님은 <마님되는법>을 출간하셨고, 좌백님은 <부부만담 - 아내로부터 살아남는법>을 출간하시며 서로의 이야기를 적으셨다고 합니다. 이렇듯 주거니 받거니 하시는 모습도 좋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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