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윈 연애질에 관한 고찰 : 남자 키에 집착하는 이유, 여자의 콤플렉스 투사일수도
키 큰 남사친과 만나 외모 칭찬을 하려고 키가 몇이냐고 물었습니다. 키 작은 남자에게 키가 몇이냐고 묻는건 실례라도, 키 큰 남자에게 키가 몇이냐고 물으며 칭찬하는 건 괜찮을거라 생각을 했어요. 흔히 여자들이 만나면 서로 예뻐졌다거나 살빠졌다며 외모 칭찬하듯 키 칭찬을 시도했던 겁니다. 그러나 키 큰 남자의 반응은 무심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키에 관심없는 키 큰 사람들
"글쎄, 180 넘을껄? 신검때 백 팔십 몇 나왔는데. 잘 몰라."
"180이 아니라 더 큰 거 같은데. 너 키 크잖아. 모델 같으심. 키 커서 부럽."
칭찬이었는데 뚱하게 듣더니 무심히 한 마디 던졌습니다.
"근데 넌 키가 되게 크진 않아도 작지도 않으면서 왜 그렇게 키에 집착해?"
정말 놀랐습니다. 제가요? 집착을 한다고요? 키에?????
"내가? 내가 키에 집착한다고?"
친구는 덤덤히 답했습니다.
"응. 넌 키 얘기 하는거 좋아해. 나한테 키 얘기 한 것만도 몇 번째야."
아니, 이 친구가! 이것도 남자와 여자의 차이인가 봅니다. 여자들은 얼굴 예쁘다거나 말라서 좋겠다거나 키 커서 좋겠다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한다고 이런 반응이 아닌지라, 저는 남녀의 칭찬에 대한 반응 차이로 이해를 했습니다. 그러나 친구의 이어지는 설명은 달랐습니다.
"키 큰 사람은 키에 관심이 없어. 대부분 자기 키가 몇 인지도 모를걸? ㅇㅇ이 형도 키 크잖아. 그 형한테 키가 몇이냐고 물어봐봐. 잘 모를거야. 그냥 대충 180이라고도 했다가 182,3 되나 이런 식으로 답할걸? 키 작은 사람들이나 칼같이 178이다, 179다 이러지. 자기 키에도 관심이 없고 남의 키에도 관심이 없어. 그냥 나보다 작구나 이럴 뿐이지. 넌 남의 키에 관심 되게 많잖아. 키 얘기 많이 하고. 그게 집착이지."
키가 큰 사람은 자신의 키에 관심이 없다라....
순간 주변의 키 큰 사람들이 촤라락 떠올랐습니다. 당장 제 동생만해도 키가 175 정도는 되는 듯 하나 그냥 170 넘는다고 할 뿐 자기 키가 정확히 몇 인지 잘 모릅니다. 자꾸 사람들이 키 되게 큰데 키가 몇이냐고 하면 대충 172 정도 되는 것 같다고 말하긴 합니다. 동생 뿐 아니라 키 큰 친구들은 자신의 키에 무심했습니다. 자신의 키에 무심할 뿐 아니라 타인에 키에도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넌 키가 몇이냐는 질문 같은 것을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자기 키가 몇 인지, 남의 키가 몇 인지 관심도 없고 신경도 없는 키 큰 사람들을 떠올리고 보니, 저더러 키에 집착한다고 하는 친구 말을 부정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약 40여년간 몰랐던 저의 집착 하나를 알게 되었습니다.
왜 키에 집착하는걸까?
친구가 무심히 지적했으나, 저는 아픈 곳을 찔린 느낌이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저의 이상형에는 항상 '난 남자 얼굴은 안 봐. 다만 키만 나보다 컸으면 좋겠어. (기왕이면 내가 힐 신었을때 보다 컸으면..)' 라고 했었습니다. 문제는 제 키가 그리 작지 않다는 점 입니다. 남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여자 키가 165라길래 오피셜 165라고 하고 다녔으나, 서른살에 168, 최근에 잰 키가 170 입니다.
모델 집단이 아닌 보통의 학교, 회사, 모임 등에서는 대체로 제가 여자 중에 큰 편일 때가 많았습니다. 그런데도 키에 집착을 하고 있었다니, 새삼 콤플렉스란 그 사람의 마음에 있다는 것을 재확인 했습니다. 연예인들은 이미 예쁘고 잘 생겼는데도 자신의 얼굴에 콤플렉스 있다며 고치기도 하고, 남이 보기에는 말랐는데도 자신이 생각할 때 살쪘다고 계속 살 빼야 한다며 다이어트 하는 것처럼 남이 볼 때 어떻든 그 사람 마음에서 못마땅 한 겁니다. 저는 키가 그런 요소였나 봅니다.
몰랐던 저의 콤플렉스를 깨닫고, 왜 키 콤플렉스가 있을까 되짚어 보니 동생과의 비교 때문인 것 같았습니다.
제 동생이 초등학교 4학년 무렵부터 저보다 컸거든요. 초등학교 때 저도 뒷줄에 앉는 키 큰 아이였는데, 제 동생이 저보다 커서 비교를 많이 당했습니다. 주위 어른들이 동생을 가리켜 언니라 하고, "동생이 언니보다 훨씬 크네. 언니가 많이 먹어야겠다." "동생이 언닌줄 알았네." 등등의 이야기를 했을 때 별로 달갑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남자 키에 집착하는 이유라기엔 설명력이 약했습니다. 동생보다 키가 작아서 스트레스 였으면 키 작은 남자를 만나서 제가 커보이길 바래야지, 키 큰 남자를 만나 작아보이고 싶다는 것이 이상하잖아요.
한참을 고민해보니 첫째의 비애와 남자들이 좋아한다는 여자 이상형에 대한 고정관념이 원인인 듯 했습니다.
어린아이 한 명이 있을 때는 작고 귀엽습니다. 그런데 어린아이 옆에 좀 더 작고 귀여운 아이가 있으면 사람들은 더 작고 귀여운 아이를 좋아라 하고 상대적으로 큰 아이에게 무심해 집니다. 초등학교 2학년짜리 한 명 있으면 애기라며 챙기지만 초등학교 2학년 짜리 옆에 유치원생이 있으면 유치원생만 귀엽다 하며 2학년 짜리 아이에게 너도 유치원 동생을 챙기라 합니다.
즉, 사랑받으려면 작고 귀여워야 합니다. 큰 애는 귀엽지 않죠.
더욱이 저는 얼굴이 길고 성숙해 보여 어릴 때도 귀엽다 소리는 별로 못 들었는데, 제 동생은 얼굴이 작고 귀여워서 귀엽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습니다. 저도 귀여워 보이려고 꽤나 노력했으나, 무모한 도전이었습니다. 제 노력으로 해결이 안 되니, 남자 키가 크면 상대적으로 제가 작아서 귀여워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남자들에게 들은 좋아하는 여자에 대한 이상형도 한 몫 했습니다. 자그마해서 품에 쏙 들어오는 여자가 좋다거나, 작고 귀여워서 지켜주고 싶은 여자가 좋다거나.
저는 전혀 그런 스타일이 아니었죠. '품에 쏙'은 고사하고 172 정도 되는 남자는 어깨에 손 올리기도 힘들어 했습니다. 얼굴 크기 때문인지 어깨 폭 때문인지 비슷한 키일 때 남자에 비해 여자가 더 커보이는 착시 효과까지 더해지자 더욱 건장해 보였습니다. 제가 작아질 수는 없으니, 저보다 큰 사람을 만나면 제가 품에 쏙 들어갈 수도 있고, 상대적으로 자신보다 작아보여 지켜주고 싶은 대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작고 귀여워야 사랑받는다 ► 하지만 덩치를 줄일 수는 없다, ► 그렇다면 남자가 크면 된다.
이렇게 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콤플렉스 투사
결국 남자 키에 집착하는 것은 자신의 콤플렉스 투사일 수 있습니다.
콤플렉스란 지극히 주관적 인식에서 비롯됩니다. 키가 작은 경우에만 키 콤플렉스가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집착하고 신경을 쓰면 콤플렉스 인 겁니다. 혹자는 키가 커서 콤플렉스라 하고, 어떤 글래머는 가슴이 너무 커서 콤플렉스라 하고, 너무 빵빵한 엉덩이가 콤플렉스라고 하기도 하고..... 반에서 1등하는데 형은 전교1등이라 공부 못해서 콤플렉스 일 수도 있고.... 객관적 평가, 절대적 평가와 상관없이 자신의 인식에 달려 있습니다.
투사란 자신의 문제를 남에게 뒤집어 씌우는 것 입니다. 자신이 남을 돈으로 평가하려 들면 남도 그럴거라 생각하면서 "사람들은 다 돈만 밝혀. 돈으로만 평가하지." 라고 한다거나, 자신이 남을 외모로 평가하니까 "잘생긴 사람만 대접받는 더러운 세상, 얼굴 패권주의!" 라며 남들도 다 얼굴을 기준으로 평가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제 경우도 제가 키에 민감하니까 남들도 그런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남자 키는 본다면서 덧붙였던 근거 중 하나는, 저는 남자 키에 크게 상관하지 않는데 (원래 콤플렉스 있는 사람들이 자신은 그런거에 상관없다고 깔고 시작하죠) 키 작은 남자를 만나보니 부담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남자가 저더러 여자 키가 너무 커서 부담된다며 따로 걷자고 한다거나, 키 작은 것에 콤플렉스 느끼는 것이 느껴져 부담스러웠다는 등의 근거를 댔습니다. 이제와서 냉정하게 생각해보니, 키가 작은 남자든 큰 남자든 키에 무관심한 사람들이 훨씬 많았는데, 키에 예민했던 몇 명만 꼬집어서 이야기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은 제가 키에 예민했으나, 저는 아니고 상대방이 신경쓰기 때문에 키를 고려해야 한다며 제 문제를 타인에게 투사한 것 입니다.
아마도 제가 집착하거나, 유난히 신경쓰는 것들의 상당 부분은 이런 식이겠지요....
저는 몰라도 제가 콤플렉스를 느껴서 투사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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