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윈 일상 이야기 : 30대 미혼녀에게 아줌마 따위와 비교도 안되게 기분 나쁜 말
매복 사랑니 발치를 하러 종합병원에 갔습니다. 과연 종합병원인지라 접수 하고 영상외과 들러 치과에 가는 절차부터 복잡한데다가, 만원 넘게 내고 의사선생님과 1분 가량 대화를 나누고 왔습니다. 그 1분을 위해 예약시간보다 40분을 기다렸고요. ㅡㅡ;
동네 병원 몇 곳 에서 매복 사랑니 발치는 종합병원에 가라고 해서 어쩔 수 없어서 간 것이기는 하나, 고작 의사선생님 1분 보려고 2시간을 날리자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아까운 내 시간, 게다가 다음 예약 비용을 미리 내니 순식간에 10만원 삥뜯긴 기분이었어요. 몹시 불편한 기색으로 차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한 할아버지가 "아줌마! 거 지금 몇십니까?" 라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왜 귀 아프게 사람 많은 곳에서 소리를 지르나 하고 흘깃 째려보니 할아버지의 시선은 저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설마 나를 부르나 싶어 못 본 체 했더니 그 할아버지는 귀에 대고 더 크게 외쳤습니다.
"아줌마! 지금 몇 십니까?"
'이 할아버지가 눈깔이 삐었나.
나 지금 만원 넘게 내고 2시간 들여서 1분 진찰 받고, 다음 예약비용으로 10만원 낸 상태라 몹시 성질나는데, 뭐시라? 아줌마라고? 건드리면 그 입을 찢어버릴테다.'
라는 포스로 째려 보았더니, 움찔했는지 그 뒤로는 닥치고 계셨습니다. ㅡㅡ;
진심이었어요. 애기들이 엄마 또래인 저를 보면서 아줌마라 하는 것은 이제 귀엽게 봐 줄 수 있는데, 할아버지까지 4~50대 아줌마 취급을 하며 아줌마 아줌마 하는데 폭풍 분노했습니다. 저 정말 화 났습니다. 이 때 만큼은 싸가지니 장유유서니 하는 도리를 사뿐히 내려놓고 할아버지께 대들 수도 있을 것 같은 전투력이 샘 솟았습니다.
다행히 할아버지가 더 이상 우렁차게 아줌마라며 부르지 않으셔서 남들 앞에서 무개념 아줌마가 되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몹시 기분이 상했습니다.
감히 어르신께 대들 기세로 분노하고 보니 씁쓸해졌습니다.
저희 이모가 마흔이 되어 갈 무렵... 사람들이 아줌마라고 하면 이렇게 발악을 하시던데... 저에게서 이모의 모습이 보이고 있습니다. 이모가 제 나이쯤에 동네 꼬꼬마가 "아줌마~ 축구공 좀 던져주세요!" 했을 때 차길로 던져버리시고 난 뒤에, 어딜 봐서 내가 아줌마냐며 아직 사람들은 다 20대 중반인 줄 안다며 몇 시간 동안 펄펄 뛸 때... 참... 안쓰럽다 생각했는데...
제가 그러고 있네요.
그러나 기분 나쁜 건 나쁜 겁니다.
마트의 친절한 아주머니
정류장에 내려 마트에 들렀습니다. 기분도 꿀꿀한데 먹어야 겠어요.
요즘 제가 몹시 좋아하는 간식거리 중에 하나가 꾸어맨입니다. 쥐포 구운 것을 열심히 사 먹고 있어요. 한동안 마트 지하에서 쥐포 구운 것 10장에 3천원에 팔길래 자주 사러 갔는데, 구경하는 김에 옆에 있는 건어물 코너도 기웃거렸습니다.
기웃거리자, 아주머니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저에게 '밥에 넣어 먹는 건조 양념'을 추천하셨습니다. '밥이랑'처럼 여러 가지 해산물 건조시킨 것을 잘게 부수어 놓은 양념입니다. 혼자 밥 챙겨먹기 귀찮을 때, 밥에 쓱쓱 비벼 먹으면 편할 것 같길래 관심있게 들여다 보았습니다. 그... 때...
"이거 하나면 밥 안 먹는 애들도 밥 잘 먹어요~ 애들이 정말 좋아한다니까요! 하나 사 가세요! ^^ "
뭐시라?
지금 아주머니 저보고 뭐라 하신겁니까.
지금 제가 밥 투정하는 초딩이상의 자녀가 있는 애 엄마로 보인단 말씀입니까?
순간 분노게이지가 끝까지 상승했습니다.
얼굴이 울그락 붉그락 해졌습니다.
아줌마 소리에도 기분이 확 상했는데 이제 학부형 대접을 받으니 몹시 성질이 납니다.
제가, 어디를 봐서, 학부형 같단 말씀입니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젠장.
아줌마라고 했던 할아버지한테 분노게이지가 엄청나게 상승한 상태인데.. 이 아줌마는 한 술 더 뜹니다.
초딩 이상 밥 투정하는 자녀를 둔 학부형이라니....
죽.여.버.리.겠.다.
약사 선생님의 배려
아파서 간신히 기어나간 일요일 저녁이었습니다.
늘 아픔은 일요일 저녁에 가장 심해지지요. 병원 응급실을 갈 정도는 아니고, 참자니 괴로운 정도가 극대화 됩니다.
간신히 동네를 뒤져 문을 연 약국을 찾았습니다.
저는 심각하게 제 증상을 설명했으나, 약사 선생님은 대수롭지 않게 '몸살감기네요'라며 약을 주셨습니다.
약봉지 뒷면을 보니, 자가진단 테스트도 있었습니다.
불면증, 발한, 피로감, 어지럼증, 두통, 가슴두근거림...
마치 제 증상을 고스란히 옮겨 적어놓은 것 같았습니다. 이건 무슨 진단인지 제목을 읽어보았습니다.
여성 건강 자가 진단표 체크 리스트..
제가 여자라 일부러 이런 약봉지를 주셨나봐요. 그런데 응?????????????
갱.년.기?
응????????????
이보시오, 약사 선생님
왜 제게 이딴 약 봉지를 주시는게요?
학부형도 모자라 갱년기라니!
내가 갱년기 여자로 보인단 말이오!!!!!!!!!!!!!!!!!!!!!!!!!!!!!!!!!
다들 저한테 왜 이러시는 거에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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