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윈 일상 이야기 : 택시 CCTV 촬영되는 것, 알고 계셨어요?
차가 고장이 나서 폐차와 새차구입을 알아보면서 뉘엇뉘엇 석달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차가 없다 보니 택시를 타는 날도 잦은데, 얼마 전에 택시에서 화들짝 놀라게 되는 알림을 보았습니다.
택시 CCTV가 있다는 안내였습니다.
놀라서 앞쪽을 보니 정말로 카메라가 저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택시 CCTV에 대해 차량 영상 기록 장치 설치 운영 안내문에는 "전방 및 실내가 촬영되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CCTV 촬영 내용은 반드시 경찰관 입회 하에서만 열람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버스 기사님들 못지않게 택시 기사님들도 위험한 상황이 많을테니, 택시 CCTV를 설치하는 이유는 알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좁은 택시 안에서 저를 쏘아보고 있는 카메라 앞에 앉아 있는 것은 심적으로 꽤 불편했습니다. 더욱이 택시에 CCTV가 있는 줄도 모르고 어플 등에서 비밀번호 입력하고 모바일 뱅킹 했던 것, 택시 기사님과 이야기 나눴던 것, 친구와 얘기했던 것들이 떠올라 진땀이 났습니다.
별 내용은 없었을지라도 그런 모든 것들이 녹화되어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은 상당히 불편했습니다.
택시에서 택시 CCTV 설치 안내를 보고 난 뒤에는 택시를 타면 문 옆의 안내문과 CCTV를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의외로 택시 내 CCTV가 설치된 택시가 굉장히 많았습니다. 택시 CCTV 설치 시 CCTV 설치 알림을 반드시 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CCTV는 저를 쏘아보고 있지만 그 어디에도 알림이 붙어있지 않거나, 이미 빛바래서 알아보기 힘든 너덜너덜한 스티커만 붙어 있는 택시도 있었습니다. 이건 뭔가 문제가 있다 싶어 관련 자료를 찾아봤습니다.
서울 택시 CCTV 의무 설치
알고 보니 2013년 말까지 서울 택시는 CCTV 설치가 의무 사항이었다고 합니다. CCTV 없던 택시가 되려 규칙(?)을 따르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택시 CCTV 설치로 인해 택시 기사 폭행 사고 감소 및 각종 범죄가 줄고, 여성 고객들은 안심이 된다며 좋다는 반응도 보인다고 합니다. 원칙적으로는 녹화된 영상을 택시 기사님이 임의로 재생해 볼 수 없다고 합니다.
택시 기사님을 보호하는 택시 CCTV
지난 번에 MBTI 교육 받고 오는 길에 만난 택시 아저씨께 들은 이야기를 떠올리니, 정말 택시 CCTV는 있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택시기사님들을 노리는 꽃뱀(?) 같은 여자들이 꽤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녀들의 수법은 순수해 보이는 모습으로 차에 타서 떡실신된다고 합니다. 당연히 택시 기사님들은 목적지에 도착해서 그녀들을 깨우고요. 그 때 택시기사가 어깨나 몸을 만져 흔들어 깨우면, 그 여자가 "택시 기사에게 추행당했다"며 고소를 해버린다는 합니다.
그래서 택시 협회 차원에서 취객에게 절대로 손을 대지 말고, 지나는 행인이나 경찰에게 부탁해서 깨우라는 교육을 하신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해주신 택시 아저씨도 신촌에서 이런 택시 꽃뱀에게 걸려 진땀이 나신 적이 있다고 합니다.
점심 무렵이었는데 영등포에서 타서 한양대에 가자고 했던 대학생 같이 순진해 보이는 여자는 곧 잠이 들었다고 합니다. 택시에서 한숨 잘수도 있으니 별 생각없이 한양대 앞으로 가셨는데, 한양대 앞에서 아무리 불러도 여자가 일어나지를 않더랍니다. 술냄새도 안나고 이상해서 계속 불러도 일어나지 않자, 아저씨는 교육 받으신 것이 생각나서 한양대 앞에 차를 세우고 지나는 학생들을 불러다가
"죄송한데요. 제가 택시기사인데 승객 몸에 손을 대면 안되거든요. 그래서 그러는데 이 여학생 좀 깨워주시겠어요?"
라고 부탁을 해서 몇 차례 흔들어 깨웠다고 합니다. 그래도 그 여자는 일어나지 않고 아저씨는 한양대 앞에서 30분 가량 발을 동동 구르며 일어나라고 소리를 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 때 근처에 경찰차가 오길래 달려가서 이번에는 경찰 아저씨에게 깨워달라고 부탁을 했다고 합니다. 경찰아저씨가 와서
"어이, 아가씨, 일어나요! 술 냄새도 안 나는구만, 어디 아픈건가."
라며 흔들었더니 30분째 미동도 없던 여자는 눈을 번쩍 뜨고 택시비를 내고 사라졌다고 합니다. ㄷㄷㄷㄷ
어쩌면 정말로 택시 아저씨가 깨우려고 흔들었으면 추행했다며 신고하려고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그 때 택시에 CCTV가 있었다면 행여 기사 아저씨가 깨웠더라도 기사 아저씨의 억울함을 증명한 자료가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처럼 택시 기사님 입장에서도 말을 수시로 바꾸고 이상한 승객이 많아 증거가 될 수 있는 택시 CCTV 녹화 필요성이 있으실 것 같기는 합니다.
그러나 나의 개인 정보, 나의 초상권은?
그러나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무조건 얼굴, 목소리, 대화내용이 녹화된다는 것은 편치 않은 일 입니다.
제가 블랙박스 설치하고 정말 놀랐던 것이 HD 블랙박스 화질이 장난이 아닙니다. 블로그에 후기를 올리며 샘플 동영상을 올릴 수 없을 정도로 누구인지 얼굴이 정확히 보이고 목소리며 잡음도 생생하게 녹화가 됩니다. 제 차에 블랙박스를 설치하고 블랙박스 화질이나 녹화된 동영상 화질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한 뒤로는 길가에 세워져서 파란 불빛을 뿜으며 저를 찍고 있는 블랙박스 카메라를 보면 괜히 불편해졌습니다. 그냥 그 차 앞을 지나갔다는 이유 만으로 감시를 당하면서 제 얼굴이 마구 녹취되는 기분이랄까요.
택시 CCTV 의무 설치를 보니, 취지는 공감하면서도 불편합니다.
CCTV 녹화 자료가 일정 주기에 계속 삭제가 되긴 하겠지만, 얼마든지 백업 받으려면 받을 수도 있고, 저도 모르는 채 찍힌 동영상이 어떻게 쓰일 지 모를 일 입니다. 이제 택시 탈 때도 모자 푹 눌러쓰고 타야 되나 하는 생각도 들고 여러 생각이 듭니다. 지나친 걱정이겠지만 택시 기사님과 주거니 받거니 도란도란 이야기한 내용이 언제고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됩니다.
제가 NCIS 같은 범죄 수사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봐서 그런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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