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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소원 성취 : 세월호 진상규명 위한 동조 단식 그리고, <여자 서른>책 교정

· 댓글개 · 라라윈

라라윈 일상 : 소소한 소원 성취 - 세월호 동조 단식, 그리고 <여자, 서른> 책 교정지 검토

이번에 출간될 책 <여자, 서른>의 큰 주제 중 하나는 "난 왜 이렇게 사나?" 였습니다. 어째서 스스로 제 신상을 달달 볶아가면서 여유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이 늘 피곤하게 사는지, 그런다고 해서 남보다 잘 사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7월에 이어, 8월도 눈코뜰새없이 정신없이 지나자, 제가 왜 이렇게 살고 있나 싶은 생각이 불쑥 들었습니다. 지난 달 말에는 제가 대체 7월 한 달간 무엇을 했기에 이리 정신이 없었던가를 정리해봤는데... 그래도 풀리지 않는 무언가가 있기에 계속 마음이 편치 않은 것 같아서, 제 소원을 적어봤습니다. 지금 당장 가장 바라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 지금 당장 시간과 여유가 생기면 무엇이 가장 하고 싶은지..


제가 자주 쓰는 방법입니다. 머리가 복잡하면 종이를 꺼내놓고 죽 적어봅니다. 내가 왜 화가 났는지

내가 왜 피곤한지

뭐가 하고 싶은지..

이런 것들을 죽 적습니다.



8월 25일에 적었던 소원들

1. 세월호 진상규명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신문과 페이스북을 보다가 매일 울고 있습니다. 저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왈칵 쏟아집니다.

참 한심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 정확히는 하고 있는 것이라고는 그냥 모니터 쳐다보면서 울고만 있는 참.. 도움 안되는 1인 입니다.

그저 기도합니다. 적어도 내 새끼가 왜, 그것도 구조될 수 있는 아이를 왜 구조하지 않았는지, 대체 누군지.. 그거에 대해서라도 알고픈 부모님들 마음 좀 헤아려주면 좋겠습니다.


2. 잠을 좀 자고 싶습니다.

푹 좀 자고 싶습니다, 12시 전에 잠들고 싶습니다.


3. 좋은 책을 읽고 싶습니다.

좋은 책을 읽으며 충전하고 싶습니다.


4. 제 책도 좋은 책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책을 샀는데 읽을 거리가 없고 너무 뻔한 내용일 때는 화가 납니다. 책값도 아깝고 그 책을 읽는데 들인 시간도 아깝습니다. 제발 제 책이 그런 책이 아니기를 빕니다. 잠 못자고 한자 한자 고치고 또 고치면서 적은 마음만큼, 그리고 저 뿐 아니라 함께 고생하고 계신 분들의 땀만큼 좋은 책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5. 여행을 가고 싶습니다.

대리만족으로 예전에 다녀온 여행기를 계속 올리는 중 입니다. 지난 달에 다녀온 전주에 이어 대구, 부산, 제주도 여행기도 올리고 있습니다. 예전에 다녀온 여행지 보면서 좋아하고 있습니다. ㅡㅡ;


6. 운동을 하고 싶습니다.

피부가 썩어가고 있어요. 삼십대 중반에 수면부족과 영양불균형 과로는 곧장, 즉방, 즉시 피부로 나타납니다. 물론 체력으로도 나타납니다. 그나마 몇 살 어릴 때는 "피곤해?"라는 말을 들었으나, 이제는 "완전 폭삭 삭았어. 왜 그래?"라는 말을 들을 수 있습니다.

어흑.. 이제 고작 30대 중반인데 아무래도 속은 더 늙었나봅니다. ㅡㅡ;


7. 생각을 하고 싶습니다.

걱정 말고, 생각, 명상을 하고 싶습니다.



다이어리에 적을 글을 블로그 한 포스트에 적어보았던 이유는... 다이어리에 적으면, 또 아무 것도 안 할 것 같아서 블로그에 적어두었습니다. 그리고... 8월 25일에 이런 소원을 적으며 생각을 정리해서일까요... 제가 신봉하는 '끌어당김의 법칙'이 이루어진 것인지, 다음날부터 소소하게 소원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동조단식

세월호 유가족의 이야기에 연일 눈물이 납니다...


▲2학년 2반 박혜선 엄마 임선미입니다. 새벽마다 영정 사진 앞서 흐느끼며 우는 어미 마음을 아십니까. 고3인 딸에게 들킬까봐 화장실로 영정사진 들고 들어가서 껴안고 한없이 흐느낍니다. 내 새끼들을 어이없게 보내놓고도 죄책감 없이 우리의 소리를 외면한 채 네 새끼가 왜 갔는지 알려고 하지말라고 하죠. 심지어 시체팔이라는 비수를 꽂고 자식팔아 살려는 사람들로 매도하고.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 절대로 용서할 수 없습니다. 우리 아이들 죽음이 너희에겐 아무 것도 아니겠지만 그래도 진실을 밝혀야겠습니다. 우리 혜선이한테 너무 미안하다. 이것밖에 해줄 수 없는 내가 너무 미안합니다. 저희가 못 하면 저희 아이들이 할 겁니다. 저희 아이들이, 지금 자라나는 아이들이 꼭 도와주리라고 믿습니다.

▲ 저는 2학년 7반 오영석 엄마 권미화입니다. 저희에겐 아들 하나였습니다. 가기 전까지도 해맑게 잘 갔다 오겠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그렇게 하고 떠났습니다. (울면서) 애들처럼 저희도 거짓말인거 알면서도 바보처럼 믿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애들을 위해서도, 그리고 앞으로도 이런 일들이 있으면 안되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자식은 못구했지만.. (울먹) 이 나라에 사는 많은 아이들을 위해, 그리고 여기 대한민국에서 태어났고 애들이랑 같이 숨쉬는 아이들을 위해, 대한민국 좋은 나라 한 번 만들어보고 그렇게 하고 가고 싶습니다. 저는 이런 아픔들을 더이상 많은 다른 가정에 주고 싶지 않아서 저희 애들 보내고도 표현 한번 제대로 못해봤습니다. 이제 표현합니다.

▲ 저는 2학년 4반 최성호 아빠 최경덕입니다. 저희는 유가족처럼 살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떠난 저희 집사람을 위로하면서 그렇게 조용히 유가족처럼 살고 싶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유가족 처럼 살 수가 없습니다. 유가족 가슴에 대못 박아서 한이 되게 만든 사람들... 왜 저희를 이렇게 극한으로 내모는 지 알고 싶습니다. 저희는 자식 잃은 유가족이니까 조용히 자식 추모하면서, 나도 위로 받고 싶고 조용히 살고 싶습니다. 자식 잃은 엄마로 일할 수 있게, 나도 좀 쉴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대통령밖에 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2학년 5반 이창현 아빠 이남석입니다. 얼마 전 교황 오셨죠. 그 분이 힘 없고 소외된 분 다 만나고 위로해 주셨는데, 이런 위로를 왜 교황에게 받아야 하는지... 우리는 엄연히 대한민국 사람인데. 그렇지 못해서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 2학년 4반 정차웅 엄마입니다. 여기까지 많은 시간 동안 올 줄 몰랐어요. 첨엔 암담하고 답답했는데 많은 시간 보내며 아이들 준 다른 선물 있다고 느꼈어요. 좋은 엄마아빠들 만나게 돼서 감사하고 있어요. 아이들 편하기 쉴 수 있게 하면 좋겠는데 우리 아이들은 죽어서도 편하지 못하죠. 우리 아이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다 같은 마음일 거라 생각해요. 아까 광화문광장에 부산에서 영광이란 아이 엄마가 왔어요. 저희도 시간 지나 잊고 있었는데 벌써 10년전 실종된 아이 엄마예요. 그 아이가 소풍 갔다 잃어버린 아이인데 어머니가 지금까지 거의 혼자 싸워오고 있어요. 맘이 너무 아파서 죄송한 마음 들었어요. 그런데 그 어머니는 그 아이 살았는지 죽었는지 몰라요. 그래서 아이들만 보면 영웅이를 세네살 때 잊어버렸는데 살았으면 중1이라고 해요. 그 이야기하는데 마음 아팠어요. 우리 나라에서 아이 키우면서 행복한 나라라고 생각했는데, 아이들 계속 데리고 좋은 나라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이 하나 낳으라고 하면서도 미안한 마음이에요. 이 나라에서 아이 낳아 키우는 게 미안하다는 마음이에요.

▲ 4반 최성호 아빠입니다.특별법, 진상규명, 유가족, 다 몰랐는데 지금 여러 단어가 너무 많습니다. 특별법, 특검...... 상설특검이란 단어는 최근에 알았다. 저희가 원하는 건 그런 어려운 단어가 아니라 우리 아이 죽음에 관련된 자들을 지은 죄만큼 벌을 주는 것. 수사권, 기소권이 뭔지 잘 몰랐고 지금도 잘 모릅니다. 중요한 건 우리 아이 죽음 관련된 자가 많고 그들이 지은 죄만큼 벌 주고 싶을 뿐입니다. 저는 그러고 싶고 그걸 약속했다고 적힌 것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진상규명에 유족 여러분 여한이 없게 하겠다' 가족들에게 말했습니다. 껄끄럽고 찜찜한 거 없게, 여러분 가슴 시원하게, 진상규명 끝까지 하겠다. 그 말 믿었고 우리는 여기에 한이 맺혀가고 있습니다. 이 상태로 내년까지 간다, 2년 후까지 간다, 전 자신 없습니다. 힘들어 죽을 것 같습니다. 아무리 찔러도 안 들어가는데, 심장 없는 사람들이 지키는 성벽 같습니다. 아파서 죽을 것 같은데 이게 2년, 3년 간다고 하면...... 대구 지하철 참사 유족들 12년 동안 싸웠다는데 전 자신 없습니다. 전 그렇게 살고 싶지 않고, 내년에도 마이크 들고 있다면 전 그렇게 살고 싶지 않습니다. 이렇게 아프면서 못 싸웁니다. 힘들어 죽을 것 같습니다. 부모들 가슴에 그만 못 박았으면 합니다. 여러분 다 아시잖아요. 이렇게 못 삽니다.


그런데 저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그냥 읽다가 울기만 합니다. 이것도 답답합니다. 힘도 듭니다. 제 자신이 너무 무력하게 느껴집니다. 광화문 광장에서는 유민 아버님을 살리고, 세월호 진상규명을 통해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동조 단식을 하고 있는데... 기웃거리기만 할 뿐 선뜻 그 곳에 가서 여쭤보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26일에 명섭이님(http://blog.bsmind.co.kr/)이 릴레이 단식의 바톤을 넘겨주셨습니다.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해 무언가 하고 싶다고 막연하게 생각만 하고 있다가 명섭이님이 바톤을 넘겨주시니 용기와 부담이 생겼습니다. 저는 배고픔을 10분도 못 참거든요. ㅜ_ㅜ 배고프면 포악해지는 여자 심리, 여자친구 배고플 때 조심할 팁은 100% 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였습니다. 정말 배고픈 것은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싫어요. 저는 배터리론을 주장하곤 합니다. 위가 작아서 많이 못먹기 때문에 유지되는 시간도 짧고 조금만 배고파도 완전 방전되는거라고...

제가 동조단식을 해 낼 수 있을지도 걱정이 되었습니다. 다른 한 편으로는 저 한 명이 고작 하루 굶는다고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을텐데, 괜한 짓을 하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하루 굶는 것으로 작은 힘을 보탤 수 있다면... 지난 130여일간 제 마음을 짓누르는 죄책감과 무력감에서 아주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명섭이님이 등 떠밀어 주신 덕분에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실은 저 자신을 위한 동조단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13시간이 되었습니다. 배는 조금 고프지만, 마음이 평온해지고 있습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동조단식 미션도 수행했습니다.



동조단식 미션이 있습니다.


1. 유민 아버지와 함께 광화문 동조단식 / 각자의 자리에서 하루 지지단식 동참을 선언해주세요!
- 동조단식 신청 http://bit.ly/sewolhotogether

2. 청와대 홈페이지에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는 항의글을 남겨주세요!
- 청와대 게시판 http://bit.ly/1oTCxyZ

3. 자신의 SNS 프로필 사진을 아래의 단식 동참 이미지로 등록해주세요!

4. 각자의 자리에서 단식 참여나 1인시위 인증샷을 찍어 보내주세요!
- 트위터 @sewolho416
- 오마이뉴스 엄지뉴스 문자메세지 #5505 (사진첨부 후 ‘세월호’ 적어 전송)
- 인증샷은 이렇게 http://sewolho416.org/2138

5. 포털사이트 세월호 관련 뉴스의 댓글, 다음 아고라 등에 유가족이 원하는 특별법 제정을 지지하고 촉구하는 글을 남겨주세요!


저는 우선 1번 미션만 수행을 했습니다. 현재까지 세월호 진상 규명을 위한 동조 단식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이 3만명을 넘어서고 있다고 합니다. 저까지 하면 3만 1명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숫자 하나 보태고 있습니다.

고작... 이런 숫자 하나 보탠다고 뭐가 달라지나 싶어서, 그동안 무슨 일이 있어도 꿈쩍도 안 했더니만...

고작 제 나이 30대 중반인데 씨랜드 화재로 어린이들이 죽는 것을 보았고, 성수대교가 무너져 몇몇 가족이 무너지는 것을 보았고, 삼풍백화점이 무너져 처참해지는 것을 보았고, 대구 지하철 화재, 천안함에 이어 이제 아주 죄 없는 아이들이 어른들 말을 들으며 구조를 기다리다가 죽는 것까지 보게 되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은 우리나라에서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동조 단식을 도와주신 것은 다름 아닌 편집자님이셨습니다.

마침 오늘 오전에 <여자, 서른>책 교정지를 보내주셨어요. 매의 눈으로 오탈자를 찾겠다며 책을 읽다보니 시간이 잘 갑니다. 그리고 교정지를 받아보니 이번 책이 어떨 지 끊임없이 걱정하고 고치던 마음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쓴 책이라 저 혼자 잘 읽히는 것 같기는 한데, 뭐... 아무튼... 제가 걱정을 너무 많이 해서 그런지, 걱정했던 것보다 읽을 내용이 있습니다... (자화자찬중...;;;)


이제.... 이번 주말에 잠을 좀 자고, 당장 내일부터 운동을 시작하고, 좋은 책을 읽으면서... 좀 여유를 가지고 생각을 하면, 제가 월요일 아침에 적었던 소소한 소원들을 대부분 이룰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배고프지만 마음은 조금 편안해진 새벽이 가고 있습니다.



[여자 서른 출간 이후 이야기]

- <여자 서른> 10분께 드리는 이벤트를 합니다.

- 책 출판과정, 독자는 모르는 책 출판의 숨겨진 비밀?

- <여자 서른> 후기, 교도소에서 온 특별한 편지


[세월호 그 날 이후...]

- 광화문 세월호 분향소, 온라인에서 보는 것과 너무 다른 유가족

- 세월호 사고 지겹다 vs 진상규명 해야 한다는 근본적 심리적 이유는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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