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윈 자동차 이야기: 열여덟살 자동차 폐차, 아쉬움 느낄 겨를도 없이 간단했던 폐차 과정
열여덟살 먹은 저의 붕붕이 자동차가 떠났습니다. 대충 15년된 차, 이렇게 이야기를 했었는데 자동차 등록증을 보니 1996년도 12월이 생일이어서 딱 열여덟살 되는 해에 폐차하게 되었습니다.
폐차 후기 및 실제 경험담 찾느라 보낸 시간들..
폐차를 해 본 적이 없어서, 겁이 났습니다. 폐차 절차나 과정에 대해 검색해 보니 "폐차 시 주의사항" "폐차 잘못하면 큰일난다. 세금 폭탄 쓴다." 같은 이야기만 있고, 폐차 후기나 실제 경험담을 찾기가 정말 어려웠습니다.
주위 분들께 직접 물어보고 다녔는데, 폐차를 해 본 경험이 있는 분이 주변에 아무도 없었습니다. 대부분 폐차까지 타는 것이 아니라 그 전에 다른 차를 구입하고 중고로 팔거나, 자동차 영업사원이 알아서 폐차까지 해주었다고 합니다.
폐차 절차가 너무 어렵게 느껴져 차일피일 미루다가 차를 6개월 가량 주차장에 세워둔 채로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보험 만기가 되었습니다. 보험 만기가 되니 의무보험을 가입하지 않으면 하루에 3만원씩 벌금을 내게 된다는 무시무시한 경고를 들었습니다. 우선 1달을 의무보험 연장을 해두고, 또 미루고 있었습니다.
한 달이 훌쩍 흘러, 연장한 의무보험 만기일이 3일 남았습니다.
더는 미룰 수 없어 폐차장을 검색해서 전화를 했습니다. 집 근처 두 곳이 있기에 전화했더니 아무때나 차를 가지러 오신다고 했습니다. 본인이면 신분증, 자동차 등록증 딱 두 가지만 있으면 된다고 했습니다. 얼렁뚱땅 전화를 끊고, 일요일에 차를 보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약속한 시간이 닥쳐 차에 있던 짐들을 빼냈습니다. 자동차 청소 용품들 (제가 세차를 어지간히 안해서 전부 새거...;;)과 자동차 용품은 이웃집 아저씨에게 선물로 드리고, 짐들만 빼서 올려 놓았습니다.
그리고 7개월 넘게 걱정했던 폐차는 순식간에 끝이 났습니다. 이렇게 간단할 줄 알았다면 괜히 7개월을 주차장에 세워둘 것이 아니라 진작 폐차를 하고 보험금이라도 좀 돌려받을걸 그랬습니다. 폐차장 사장님도 허허 웃으시며, "폐차는 정말 간단해요. 전화 한 통만 하면 돼요. 안 해봐서 모르셔서들 그렇지." 라며, 제 차를 몰고 사라지셨습니다.
아쉬워할 겨를도 없이 폐차 과정이 끝이 났습니다.
차 트렁크에 쳐박혀 있다가 쇼핑백에 쑤셔 넣어 가지고 올라온 짐들 몇 개가 마지막 흔적(?) 이네요.
자동차 덕분에 재미났던, 황당했던 일들 best3
best1. "차를 들이받더니 차 한 대 사준다는 아줌마"
가장 잊지 못할 분입니다...
best2. "교통사고 합의금을 대신 내준 낯선 남자"
이 분은 지금까지 두고 두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best3. "차에 꽂혀있던 쪽지 ... 고백"
정말 저를 설레이게 했던 사건이죠...
그 밖에는 주차에 얽힌 일들이 참 많았습니다.
주차장 입구를 막고 개념없이 주차한 검은 SUV의 정체
"주차장 경비원 아저씨, 너무 그러시지 말아 주세요."
"보행자, 이런 착각 위험해!"
"여성운전자 교통사고 처리, 황당한 예방법"
깨알같이 자동차 15년 넘게 타기 팁도 올렸었어요.
- 10년된 차 수리 싸게 잘 하는 방법, 여자 운전자의 자동차 오래타기 노하우
오랜 시간만큼 추억거리와 이야기거리도 많이 남겨주고 간 차 입니다...
그러나 이런 추억 되새김질의 시간은 폐차 후의 일이었고, 폐차 절차는 너무 간단했습니다.
폐차 과정 절차
폐차장도 공인된 곳이 있는 줄 몰랐는데, 정부에서 시작한 국토해양부 산하 한국 자동차 해체 재활용업협회라는 곳이 있습니다. 이 곳에서 정식으로 허가받은 폐차장 목록을 보여줍니다.
1. 폐차장 검색
한국자동차해체재활용업협회 (공식 인증 폐차장 검색) http://www.kadra.or.kr/02_business/business01_01.asp
은평구를 검색하니 두 곳이 나왔습니다. 각각 전화를 해 보았습니다. 가뜩이나 폐차에 겁을 잔뜩 집어 먹고 있는 상태였는데, 두 곳 다 거친 아저씨들이 전화를 받으셔서 흠칫했습니다. "뭐요? 왜요?" 이런 느낌으로 전화 받으셔서 바짝 쫄았습니다. ㅠㅠ
"폐차를 하려고 하는데요... 잘 몰라서 여쭤보려고요.."
라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더니, 거친 목소리의 아저씨들은 최선을 다해 친절히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기본적으로 드세보이는 포스와 목소리 톤은 어쩔 수 없으나, 최선을 다해 친절히 답해 주시려고 하는 것은 충분히 느껴졌습니다. 두 곳 모두 폐차보상금은 40만원을 주신다고 했고, 일요일이든 언제든 상관없이 시간만 이야기하면 차를 가지러 오시겠다고 했습니다.
두 곳 모두 공식 업체이므로 인감이니 뭐니 하는 번거로운 폐차 서류는 필요없고, 자동차 등록증과 신분증만 있으면 된다고 했습니다. 자동차 등록증은 필요하고, 신분증은 폰카로 찍어서 문자로 보내줘도 된다고 했습니다.
제가 주차위반 벌금 같은 것으로 압류되어 있는 것들이 있는지 조회해 주시고, 그 비용도 먼저 부담하시겠다고 합니다. 정산하고 제가 돈을 보내드리면 된다고 합니다. 폐차 보상금 40만원 이내에서 해결이 되면 그 금액을 빼고 저에게 입금을 해주는 것이고, 만약 넘어서면 제가 입금을 해드리면 된다고 합니다. 제가 입금 안 해드리면 어쩌시려고...;;
2. 차량 인도 - 차량 인수증 받음
일요일 낮 12시에 만나기로 하고, 약속한 시간이 되자 폐차장 사장님이 클러치백 옆구리에 끼시고 나타나셨습니다.
차량인수증을 쓱쓱 적어주셨습니다. 정확한 시간까지 적어줍니다.
폐차장에서 차량 인수증을 건네받고 나면, 그 뒤의 일들은 폐차장에서 책임을 진다고 합니다. 폐차장 사장님은 휴대용 배터리를 꺼내어 7개월째 세워둔 차의 방전된 배터리에 물리고 시동을 걸었습니다. 렉카로 끌고 갈 줄 알았는데... 배터리 방전된 것만 충전해서 직접 몰고 갔습니다. (굴러가는 것을 보니 다시 씁쓸.... ㅠㅠ)
3. 폐차 서류
자동차 등록증 원본은 드렸고, 신분증은 폰카로 찍어서 문자로 보내드렸습니다.
4. 폐차보상금, 주차위반 과태료 등의 벌금 및 차량 압류금, 보험금 등 일괄 정산
일요일이라 그 날은 더 이상 연락이 없었고, 다음날 오전에 연락이 왔습니다. 제가 주차위반 벌금이 많아서 입금을 해야 했습니다. ㅠㅠㅠㅠ 주차위반 벌금 제 때 안 낸다고 아빠한테 많이 혼났었는데... 한꺼번에 벌금을 토해내려니 그제야 후회가 되었습니다. 한꺼번에 폐차장 사장님 계좌로 보내드리고, 중구청 주차위반 벌금만 중구청 계좌로 납입했습니다.
그리고 보험료 남은 것도 알아서 정산해서 신청을 해주신다고 하는데, 월요일이 연장한 보험 만기일이라 돌려받을 것이 없었습니다.
5. 차량 말소 조회 및 자동차세 완납 조회
처리한 영수증은 집으로 보내주시겠다고 했습니다. 그 사이 직접 확인을 하고 싶으면 자동차민원 대국민포털(http://www.ecar.go.kr/Services)에서 자동차세완납조회 및 자동차 차량 말소 조회 등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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