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혼자 살면 무시당한다? 겪어보니 사실...

라라윈 일상 이야기 : 여자 혼자 살면 무시당한다? 겪어보니 사실...

며칠 간 이사한 작업실 때문에 몹시 시달렸습니다. 마음이 피폐하다 못해, 의식주 문제로 시달리니 너덜너덜해지네요. ㅠㅠ 그리고 이번 이사로 여자 혼자 살면 왜 힘든지도 절실히 깨닫고 있습니다. 


포장이사, 고갱님은 가만히 계시면 됩니다?

처음 작업실에서는 이사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책상이나 의자나 다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하나씩 사서 썼거든요. 이번에는 그 사이 하나 둘 사모은 책상과 의자, 저의 사랑 쇼파와 안마의자 등등을 옮기려니 이사짐 센터에 문의를 했습니다. 두 군데에 포장이사 견적을 냈는데, 둘 다 말씀은 너무나 친절하고 좋았어요.

"아가씨는 집문서(?)랑 귀중품만 챙기시면 돼요. 이 정도면 남자 둘에 여자 한 명 오는데, 아줌마가 방까지 다 닦아 드리고, 이사하는 집에 씽크대 같은것도 싹 한 번 닦아 드려요. 아무 걱정 마세요."

그리고 저는 순진하게 이 말을 믿고 있었어요. 돈 더들여 포장이사 신청했으니 추운날 미안하게 친구를 불러 고생시킬 필요가 없다 생각하고, 저 혼자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사 당일날 아침 8시에 온다던 이사짐 센터분들은 별 말도 없이 8시 30분이 되어서야 나타났습니다.
약속은 아저씨 2분과 아주머니 한 분이었는데, 아저씨만 3분이 나타났어요. 왜 달라졌냐고 했더니 뭐라고 둘러대시길래, 이미 와 계신 분이 있는데 돌려보내거나 바꿔달라고 할 수도 없고.. 그냥 있었습니다.

아저씨 세 명이 오시니, 이사짐을 빼는 속도는 정말 빨랐습니다. 막 싸서 들어내는데 순식간에 짐을 싹 들어냈어요.
그런데 나와보니 또 의아했습니다. 2.5톤 분량이라며 1톤트럭 2대가 오겠다더니 차는 달랑 한 대.
두 번 움직이시겠답니다. 거리가 가까우니 그러려니 하고 또 가만히 있었어요. 추운 날씨에 이사해주시는 것이 고마워 따뜻한 커피와 홍삼 꿀물 사다드리며 그냥 있었습니다.
 
이사할 곳으로 가더니 높다며 불만 폭주. 장롱이나 다른 큰 가구가 없음에도 아저씨들의 원성은 하늘을 찔렀습니다. 저에게 큰 짐이라고는 제 사랑 토쿠요 안마의자뿐인데, 애꿎은 안마의자 하나 가지고 끊임없이 투덜투덜투덜투덜....
이왕이면 기분 좋게 해주시면 좋겠는데, 짐도 없는 집 이사에 무슨 불만이 이리도 많으신지 심기가 불편했지만, 이 추운날씨에 힘들게 일하시려니 힘도 드시겠다 싶어 또 가만히 있었어요.

점심시간이었는데, 점심 식사드시고 하시라고 했더니 괜찮다고 끝내버리고 먹겠다며 강행하시더니, 추운데 배까지 고프시니 더 투덜투덜... 맘이 급하셨는지 대충 마무리 하고 그대로 사라지셨습니다. 방도 닦아주고, 씽크대도 닦아주고 대충 정리도 해주신다더니... 정리는 커녕, 신발 신은채로 짐만 내려놓고는 사라졌습니다. 그냥 담아온 박스를 회수해 가는데 열심일 뿐이었어요. 이사는 무척 빨리 끝났으나, 곳곳에 짐들이 쌓여있고 뒷일이 한가득이었습니다.
냉동식품은 냉장실에 들어있고, 냉장식품은 냉동실에 들어있고.. 작업실에 바닥 새로 깔았는데 신발신고 막 밟고 다니셔서 바닥은 온통 흙발로 돌아다니셔서 모래 자글자글.. ㅠㅠ

"이사는 잘 했어?" 라는 주위분들의 질문에, 포장이사가 원래 이런 것인지 정리는 직접 해야되더라는 이야기를 했더니....
"당했네. 어린(?) 여자 혼자 있으니 만만하니까, 대충 해놓고 간거네."
"그 사람들은 일당 받는건데 점심 안먹고 점심시간에 끝나면 더 좋은거지. 점심도 안 먹고 끝낼 정도면 짐이 얼마 없으니 거져 먹은거지."

라는 반응..
돈은 돈대로 들이고 몸살은 몸살대로 나고 바보 소리듣고...  호갱님 인증 제대로 했습니다. ㅠ_ㅠ
여자 혼자서 이사를 계획하실 때는 포장이사라고 믿고 맡기지 말고, 꼭 만만치 않아 보이는 어른이나, 남자를 불러다 놓아야 한다는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힘든 일 하시는데 싫은 소리 하면 더 싫을 것 같아 가만히 있으면, 착한 사람이니 착하게 대해주는 것이 아니라 가마니처럼 본다는...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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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대란, 아가씨 혼자니까 그쯤은 참아라

별거 없어도 어수선하니 물건들이 정리하고 손에 익을때까지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짐 정리에 숨좀 돌리나 싶던 저녁...
행복하게 피자 한 판을 사들고 올라와 쉬고 있는데, 난데없는 방문객이 나타났습니다. 다름 아닌 아래층에 사는 부부였어요.

"아래층에 물이 떨어지고 있다. 이 집 때문이니 당장 해결해 내라. 먼저 고쳐주고 집주인에 돈을 받던 어떻게 하던간에, 책임져라." 라는 것이었습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이 상황이 뭔가 싶었는데, 아래층에 가보니 현관에서 물이 똑똑 새고 있었습니다. 집주인에게 전화했더니 다음날 점심쯤 온다고 하고, 아래층은 물 샌다며 30분 간격으로 찾아오고 정신이 혼미해졌습니다. 당장 와서 고쳐주실 분이라도 없을까 싶어 여기저기 전화를 해 보았으나 와 주시는 분이 없었어요. 저나 아래층이나 방법을 모르니 지금이라도 수도를 잠궈두면 좀 덜할까 싶어, 수도를 잠그고 보일러 급수에 불이 들어올때만 열어가면서 하루를 지냈습니다.

다음날 수도 설비 아저씨가 고치고 갔으나, 아래층은 계속 물이 샜습니다. 수도를 고치고 갔는데도 물이 계속 떨어지니, 아래층은 아래층 대로 온 천정이 다 젖어 화가 났나 봅니다. 수도 뿐 아니라 보일러까지 잠그면 좀 나아지지 않겠냐며, 어제 하루 수도를 잠근 것도 모자라 이제는 아무렇지 않게 보일러도 잠궈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전기장판이나 온열기구가 아무것도 없어서, 보일러를 끊으면 견딜 수가 없으니 보일러만 켜달라고 사정했으나, 영하 16도면 이런 부탁(?) 안했다고 (그날 영하 6-7도) 하루쯤 못 참아주냐며 졸랐습니다. 그리고 잠시 뒤에 보니 마음대로 뚝 끊어놓았습니다. 

한겨울에는 수도나 가스 요금을 못낸 극빈층도 얼어 죽을까봐 수도와 보일러를 끊지 않는다고 하던데... 이 상황이 너무 황당해 주인에게 전화를 했더니, 주인은 한술 더 떴습니다. 알고보니 주인이 끊어도 된다고 했다고 합니다. ㅡㅡ; 젊은 여자 혼자 있으면서 보일러 없이 하루를 못 견디냐고 그깟(?) 부탁 하나 안 들어준다며, 저를 이기적이고 독한 년으로 몰고갔습니다. 하도 젊은 여자가 그깟 부탁도 안 들어준다고 하시길래, 제 또래의 따님이 있다는 집주인께 여쭈었습니다.
따님에게도 이 날씨에 전기장판이나 스토브 하나도 없이 이불 뒤집어 쓰고 보일러 끄고 있으라고 하실 수 있는지...

그 말에는 대꾸를 못하셨으나, 그렇다고 제 보일러를 다시 켜주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참아보라고 합니다. 아래층이 더 목소리가 크고, 저는 좀 조용하니... 제가 만만했던거죠...
이사하고 몸이 많이 아프니, 제발 보일러는 켜달라고 해도 애원을 해도 제 얘기는 아무도 듣질 않았습니다. 혼자 있다고 한겨울에 보일러나 수도 없어도 견딜 수 있는 것은 아닌데, 집주인이나 아래층이나 혼자 있는데 그 정도 감수 못해주냐는 말만 되풀이 할 뿐 이었어요. 이불 뒤집어 쓰고 있어보라고.....
아무리 말해도 제 얘기는 들어주시질 않길래 결국 경찰에 신고를 했습니다. 이런 일로 신고하는 사람이 제일 싫다던 경찰의 애환을 들었음에도, 답답하니 기댈 곳이 결국 경찰 뿐이었습니다. (경찰아저씨, 죄송합니다. ㅠㅠ)
경찰 아저씨가 오시더니 최소한의 조율은 해주셨습니다. 우선 최소한의 당장 쓸 물이라도 받아놓도록 수도물 받아놓을 시간은 주고 수도를 끊던지 하고, 정 보일러를 끊어야 되면 집주인에게 연락해서 최소한의 난방기구인 전기장판이나 스토브는 마련해주라는 것이었습니다. 

경찰 아저씨가 다녀가자, 그제서야 집주인 할머니는 전기장판과 스토브를 가지고 부랴부랴 달려오셨습니다. 그리고 경찰에 신고까지 한 진짜 독한년이라고 욕을 바가지로 했습니다. 더불어 딸처럼 생각해서 전기장판과 스토브를 가져왔다고 생색도 오지게 내셨어요. ㅡㅡ;;;
전후사정은 쏙 빼고, 결론은 집주인 할머니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저를 딸처럼 여기셔서 전기장판과 스토브까지 들고 달려오셨는데, 저는 독하고 못되서 그깟 보일러 하루 꺼보자는 작은 부탁을 안 들어주고 경찰에 신고까지 한 이기적이고 독하고 나쁜 년으로 결론나고 있었습니다. 


아무도 저도 피해자라는 점은 고려해 주지 않았어요. 저도 피해를 보고 있는데 저만 나쁜 년이 되어가니 억울하고 서러워 눈물만 났습니다. 그 때 몹시 드라마틱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서러워서 울면서 집주인과 이야기하고 있을 때 저에게 전화를 걸었던 오빠가 제가 울먹울먹거리는 것을 듣고 사정을 묻더니, "구원군"으로 깜짝 등장해 준 것이었습니다. 저만 나쁜 사람이 되어 있는 상황에서 단 한 명 제 편이 생겼다는 것 만으로도 든든했는데, 더욱 놀라운 것은 갑자기 태도가 바뀌는 사람들 이었습니다. "우리 아이가 변했어요" 보다 더 놀라운 변신이었습니다.

그 오빠가 욕을 한 것도 아니고, 점잖게 이야기를 했을 뿐인데도, 방금 전까지 다 제 탓인것처럼 몰아가며 기세 등등 하게 저를 몰아붙이시던 분들이 갑자기 태도가 변했어요. 아래층은 젊잖고 좋은 분들이 되었고, 집주인은 저에게 사과를 하고 수도 때문에 제가 큰 피해를 보고 있으니 제가 원하는 대로 다 보상을 해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조금전까지는 수리하려면 돈들어간다고 집주인이 제일 피해자라며, 제 피해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투덜대던 분이... 갑자기 태도가 180도 달라지니 보고도 조금 안 믿겼어요.
이런 것이 남자가 있고 없고의 차이일까요....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저는 만만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제 탓이 아닌 것도 다 제 탓이라 하고, 그냥 참으라며 몰아붙였나 봅니다. 제가 어리버리한 탓도 크겠지만, 여자 혼자 있으면 무시한다는 말 또한 아주 근거없는 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ㅠㅠ


그리고 또 한 가지 깨달았습니다. 가는 말이 고우면 오는 말이 고울거라 생각하며 좋게 말했는데, 가는 말이 고우면 사람을 얕보는 경우도 있다는 것....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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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여자의 독한 캐릭터, 이유를 알 듯..

혼자 살면 독해지고 억척스러워 진다고 하는 이유도 확실히 깨달았어요. 이번에는 감사하게도 구원군이 나타나 주셔서 더 이상 인상구기지 않고 끝이 났지만, 만약 저 혼자 있다고 계속 저 때문에 수도가 고장나기라도 한 것처럼 몰아붙여지는 상황이 계속되었다면 독해지지 않을 수 없었을 것 같아요. 더욱이 집주인 할머니께서는 수도 새는 것이 제 탓인냥 은근히 계속 원망하시더니, 알고보니 이 집은 예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제대로 고치지 않은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깔끔한 오피스텔을 얻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지도 모르는데, 돈이 없어 싼 곳을 얻어서 이런가 싶기도 하고...
이런게 혼자 있는 여자의 설움이라는 것인가 싶기도 하고...
여자 혼자 있어서 문제가 아니라 제가 만만해 보이는 성격이라는 점이 제일 문제인 것 같기도 하고...

연이은 멘붕크리에 며칠간 시달리며 몸과 마음이 탈탈 털린 것 같아요. 그래서 결론은 빨리 결혼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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