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윈 연애질에 관한 고찰 : 솔로탈출 절대로 포기하면 안되는 이유
어려서부터 다 큰 지금에까지 사랑을 퍼주셨던 할머니라서... 할머니에 대한 추억이 많은 만큼... 마음이 휑 합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도 할머니는 제가 간다고 하면 너무나 좋아하시면서 제가 좋아하는 반찬 해놓고 기다리셨어요.. 특히 제가 양념 게장 몹시 좋아하는데, 저 간다고 하면 시장을 다 뒤져서 제일 상태좋은 꽃게 사다가 양념게장 잔뜩 만들어 놓고 기다려주시곤 했습니다... 가서는 배가 빵빵해지도록 양념게장과 밥을 수북히 먹고나서, 피곤하다며 뜨뜻한 방에 누워 자는게 제 일이었습니다. 와서 밥만먹고 한숨 자다 가는 철없는 손녀여도, 언제나 따뜻하게 맞아주시고 예뻐해주셨어요...
저 말고도 사촌만 12명 더 있고, 삼촌 이모들도 많은데도.. 참 많이.. 아낌없이 펑펑 사랑 많이 주셨어요...
이 많은 자손들 취향을 다 기억하셨다가.. 누가 온다고 하면 좋아하는 음식 해놓고 기다리시고, 언제가도 따뜻하고 인자한 할머니셨어요...
추억 만큼.. 이젠 환갑을 넘긴 아들 딸들도 울고.. 서른줄이 된 손자손녀들도 울고...
90년을 사시다가 가셨어도 아쉽고 안타까워서 어떻게 감정을 추스리지를 못했습니다...
그리고 공통의 슬픔은 놀랍게도... 남아있는 가족들로 달래졌습니다....
자손들과 손주손녀들이 많다보니 한 자리에 모두 모여 2박3일을 꼬박 함께 한 것이 아주 오래간만이었어요..
어릴적에도 사촌들이 많아서 같이 뛰어놀 때 무척 신이 났었는데, 이번에도 두 줄로 세워놓아도 남아도는 잉여로운 인력인 사촌들과 함께 헛소리 딴 소리 해가며 거의 15년만에 2박 3일을 함께 있으니 어릴적 추억 생각에 새록새록 신이 났습니다. 저희는 기억도 못하는 흑역사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띠동갑 큰 오빠, 완전 개구쟁이들이었는데 이제는 든든히 한 몫들 하고 있는 사촌오빠들, 어릴때도 저는 동생이라고 일 안하고 언니들이 일 다 하며 챙겨줬는데 지금도 일 다해가며 챙겨주는 사촌언니들, 훈훈히 잘 자란 사촌동생들...
이 순간만큼은 형제가 13명이 된듯 무척 든든했습니다.
13명 + 결혼들해서 형부, 언니, 제부도 있기에 더 든든한 대군단 같았어요.
어른들이 말씀하시던..
사회적 성공 못지않게 결혼하고 후손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 무엇인지 몹시 실감했습니다.
만약 할머니가 자손들을 많이 낳지 않으시고, 또 그 자손들이 결혼하고 아이를 열심히 낳지 않았다면...
장례식장에 덩그러니 혼자 있었어야 할지도 모르는데,
많은 가족 남겨주신 할머니께 마지막 순간까지 감사드렸어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 너무나 든든하고 힘이 되는 것이 장례식장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 날이었습니다.....
혼자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계속되었던 것은... 할머니를 모시는 순간에도 계속되었습니다.
할아버지가 딱 20년 전에 돌아가셔서...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함께 모셨는데...
할머니 혼자 계시는 것이 아니라, 할아버지가 함께 계신다는 생각에 조금은 위안이 되었어요.
할머니 혼자 차가운 땅에 묻고 돌아온다 생각하면 더 마음이 미어졌을 것 같은데, 할아버지가 오래 기다리셨다고.. 아니면 반대로 할머니가 하늘에 가셔서 "왜 이제야 나를 불렀냐"며 살아생전 한 번도 못해보신 부부싸움도 한 번쯤 해보시는 것 아니냐며 할아버지 할머니 이야기를 하다보니 걱정을 덜 수가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이제 영원히 함께 계실거라고 믿으며....
장례를 치르는 내내도 혼자가 아니어서 다행이다 라는 생각과 결혼은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독신이신 이모의 눈물은 유난히 더 아팠습니다.
저희 엄마나 삼촌 이모들은 슬퍼도 다 큰 저희도 있고, 갓난쟁이 손자손녀들도 있기에 견딜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모는 정말 세상에 혼자 남겨진 기분 같아 보였어요....... ㅠㅠ
조카들이 챙기고, 형제자매들이 챙긴다해도 어찌해줄 수 없는 절대적 고독이 있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결혼은 반.드.시. 해야 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울에 도착해 제각기 집으로 흩어질때...
저희 집은 강아지가 식구들이 돌아오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고..
아이가 있는 신혼부부들은 아가들 걱정도 되고 집에 가서 빨리 아이들 보고 싶은 마음에 달려가고..
빈집일지라도 부부가 함꼐 들어가며 서로 당신이 있어 다행이고 수고했다 고마웠다 말하면서 며칠만에 돌아온 집에서 뜨거운 물에 씻고 한숨 푹 자면 좋을텐데...
이모는 캄캄한 집에 혼자 들어갔을 생각을 하니 안타까웠습니다...
대선 이후 물가가 올랐고, 또 오른다는 이야기에
결혼도 출산도 겁이 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혼자 남는 고독보다는 감당할 수 있는 일일 것 같다는 용기가 생겼습니다....
지금은 귀찮음과 두려움으로.. 아직은 혼자서도 괜찮다고 버틸 수 있더라도..
나중에 정말 필요할 때 혼자있어야 된다는 것이야말로 정말 두렵습니다.....
대선 후유증에 이어 크리스마스 공격에 멘붕크리에 시달리더라도
솔로탈출은 절대로 포기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아... 저는 역시 할머니 이야기에서도
결론은 다시 연애와 결혼으로 돌아오네요... ^^;;;;
아무튼 이것도 할머니가 저에게 주고가신 깨달음일지...
곰돌이 가족처럼.. 내 가족을 만들고 후손을 번창시켜야겠다는 굳은 결심을 했습니다.......
- 결혼을 꼭 해야하는 이유를 깨닫게 되는 장소
'생활철학 > 생각거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자 혼자 살면 무시당한다? 겪어보니 사실... (24) | 2013.01.25 |
---|---|
카드 영수증 세 장만 있으면, 신용 카드 도용 가능? (15) | 2012.07.03 |
지하철에서 남자가 싫어하는 여자행동 best는? (189) | 2012.04.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