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윈 연애질에 관한 고찰 : 나이든 솔로는 눈이 낮다는 선입견
나이든 솔로가 되다 보니, 재미있는 선입견을 종종 보게 됩니다. 나이 든 솔로는 눈이 낮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나 정도만 되어도 마음에 들어할 것이다' 라며 들이대는 자신감 넘치는 경우 입니다.
# 막무가내 짝짓기
나이든 솔로가 있으면, '니가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냐? 아무나 만나야지.' 라는 전제 하에 정말로 그냥 막 잇는 경우가 잦습니다.
"그 집 딸이 올해 몇 살이야? 어휴. 시집 가야되겠네. 왜 저 집 아들 알잖아. 어때?"
라고 하는데, 흔히 말하는 스펙으로 비교하자면 그 집 딸이 많이 아까운 상황이었습니다.
그 집 딸 (35): 외모 중상, 유명한 여대 졸업, 전문직 (약사), 물려받을 재산은 별로 없음.
저 집 아들 (43) : 외모 하, 고등학교(?), 직업 없음, 집안 재산은 좀 있음, 다만 지능이 일반인보다 낮음. 사회생활 해본 적 없음.
딸 가진 아주머니는 이 이야기를 듣자마자, 얼굴이 확 일그러졌습니다. 조건을 따지는 것도 아니고, 그냥 우리 애가 좋다는 사람 있으면 보내긴 할건데, 최소한 정상인이었으면 좋겠다면서 속상해하셨습니다. 말 꺼내신 아주머니는 꿋꿋하게 "딸이 서른 다섯이라며? 저 집에 아들이 좀 모자라기는 해도 집도 한 채 있으니까 그거 아들 물려줄거고, 저 집 엄마도 사람 좋아. 그만 하면 됐지. 뭐. 뭘 욕심 내" 라며 오지랖을 계속하셨습니다. 딸 가진 아주머니가 좀 얌전하신 분이었는데, 마음이 상하셔서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으시자, 주변 사람들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그 집 아들을 이 집 딸한테.... 그만해." 라며 말리셔서 불편한 오지랖이 일단락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은 나이든 솔로들은 수시로 겪는 일 입니다.
"이혼하고 아이 딸려 있는 사람이지만 만나봐라. 어차피 애 못 낳을 수도 있는데 그냥 있는 애 키우면 편하지 않느냐?"
"외국 처녀라도 만나봐라. 꼭 한국여자를 고집하지 마라. 봉사활동 가는 곳에 중국 처녀 있는데 소개시켜줄까? 한국어를 못하기는 하지만 남녀가 몸 부비며 살다보면 다 통하지 않겠니?"
"그 집 부모도 그렇고 애도 성격이 이상하긴 하지만, 집에 재산이 좀 있으니까 그거 보고 살면 어떻겠니?"
등등 사람이 잘 어울릴 것 같은가와 상관없이... 그냥 현재 결혼 상태가 아니기만 하면 마구 짝짓기를 합니다. '나이 먹은 솔로 주제에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냐? 현재 결혼 상태만 아니면 무조건 만나라' 라는 굳은 신념을 가지고 있는 듯 합니다.
# 나이가 많으니 나 정도만 되어도...
주변의 오지랖이 아니라 당사자들도 나이에 따라 이런 선입견을 가진 경우가 많습니다.
"나이가 있으니까 결혼이 급하겠네... 그 쪽이 더 애타겠네.." 라는 전제 하에, 나 정도만 되어도 당.연.히. 좋아할거라는 이상한 자신감을 가지고 튕기기도 합니다.
가령 여자가 나이 차이가 나는 남자를 만나면, 당연히 자신을 좋아하며 잘해야 한다고 말하는 경우입니다.
"마흔인데, 서른 둘인 내가 만나주는거에 감사해야 하는거 아냐?"
"30대 중반인데, 자기가 어딜 가서 나같이 어린 여자를 만나? 나한테 잘해야지 ㅋㅋㅋ"
나이 차이가 얼마 안 나는 여자를 만나는 경우, 역으로 남자가 여유로워지기도 합니다.
"솔직히 남자는 30대 중반이어도 20대 여자도 만날 수 있고 그렇지만, 여자는 서른 넘어가면 똥값이니까."
"나이도 먹은 주제에 왜 튕겨? 나이 어릴 때나 튕겨도 귀여운거지, 나이 먹었으면 숙이고 들어와야지."
라는 이야기들이 난무합니다. 즉, 나이가 많은 솔로는 무조건 상대에게 감지덕지하며 좋아할거라고 착각을 합니다.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면 주제파악 못하는 사람이라며 손가락질을 하기도 합니다. 나이가 몇 살인데 따지나며, 그 정도만 되어도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고....
# 나이와 눈높이의 상관관계
주위 사람들이나 소개팅 당사자들의 전제를 보면, '나이 많은 솔로는 눈이 낮아야만 한다'라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먹으면 눈이 높아지면 높아지지 낮아지지 않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눈이 높다 낮다의 문제가 아니라, 나이가 들어가는 만큼 사람이 조금 더 보이기 시작합니다. 살아온 시간만큼, 이런 사람 저런 사람을 보게 되고, 어떤 사람을 만나야 편안하고 괜찮은지에 대한 데이터가 많아진 탓 입니다.
어릴 때에 비해 외모에 대한 눈높이는 낮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옷을 세련되게 잘 입지 못해도 큰 상관없고, 키나 얼굴 체형 등에도 좀 무신경해지기는 합니다. 대신 사람에 대한 경험치가 많이 쌓이면서, 성격이 어떤지 가치관이 어떤지 등에 대해 예민하게 살펴보게 됩니다. 근사한 외모여도 대화가 안 통하면 앞으로 얼마나 피곤할지 불 보듯 보이고,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가 없으면 앞으로 얼마나 힘들지가 보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어릴 때는, 사람을 가리지 말고 모두와 친하게 지내라고 배웁니다. 돌이켜보면 참 무책임한 가르침이었습니다. 가리지 않고 이 사람 저 사람과 사귄 대가는 상당히 혹독합니다. 못된 친구들 때문에 상처받고 개고생하기도 하고, 얍삽한 사람도 가리지 않고 친하게 지내노라면 실컷 이용만 당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가리지 않고 이 사람 저 사람 사귀어 봐야 누가 좋은 친구인지 보는 눈도 길러진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먹어봐야 아는 것은 아니므로, 좋은 친구를 골라 사귀는 지혜를 가르치는 편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릴 때도 '가리지 않고 두루 두루 친하게' 라고 하더니, 나이를 먹어서는 '인맥관리'라는 미명으로 사람을 가리지 않고 알아두라고 합니다. 알아두면 나중에 필요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어줍잖게 관리하려고 들어봤자, 딱 고만큼의 얄팍한 관계일 뿐 입니다.
자신의 전화번호부에 3천명의 연락처가 있다고 자랑하는 분을 보면서, 아는 사람의 숫자가 어떤 의미일지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3천명 중의 한 명인 입장이 되어 보니, 의미없었습니다. 그 사람은 제가 어떤 사람이어서 좋은 것이 아니라 그냥 목록 3천명을 만드는데 한 줄 기여해서 좋을 뿐이고, 제 연락처를 적어두면 나중에 필요할 때, 제가 도와줄거라는 기대도 하고 있는 것 같아 불편할 뿐이었습니다. 진짜로 마음을 나눠주지 않으면 진짜 아는 사람이 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고로 괜한 기운 빼지 말고... 사람을 가려서 사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음이 맞지 않아 피곤할 것이 눈에 훤한 인간관계를 맺느니... 그냥 혼자 있는게 나은 겁니다.
하지만 외모나 조건이 아닌 성격이나 가치관이 안 맞아서 안 맞는다고 해도, '눈이 그렇게 높으니까 그 나이 먹도록 솔로지!' 라며 외모나 조건을 따진다고 폄하됩니다.
설령 눈이 높다 한들, '나이 먹은 솔로는 눈이 낮아야만 한다. 눈이 높은 것은 주제파악을 못하는 것이다' 라는 것이 일방적인 오지랖은 아닐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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