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윈 연애질에 관한 고찰 : 부담없이 편하게 지내자는 말의 숨은 뜻, 언제 부담 느낄까?
부담과 적극성은 한 끗 차이인데... 어떨 때는 적극적이지 않다며 뭐라하고, 어떨 때는 연락을 주고 받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합니다. 감사하게도 서툰남자님께서 이 주제로 글을 써달라고 하셔서 냉큼 정리해보았습니다.
"제가 최근에 연락하는 여자가 있는데요. 그 여자분에게 연락 후 한번 식사 후 간간히 연락주고받다가 제가 영화보러 가자 한 후에 부담을 느껴서 답장을 안해주었습니다. 그래서 며칠 뒤 다시 제가 연락을 보냈고, 답장이 왔는데, 남자친구랑 헤어진지 얼마 안되어서 누구를 만나는게 힘들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시는 부담주지 않을테니, 간간히 연락이나하면서 친하게 지내자했고, 여자분도 그건 괜찮다고 하였습니다."
연락을 주고 받다가 만나자는 것에는 부담스럽다고 하고, 부담없이 편하게 지내는 것은 괜찮다고 하고...
어떨 때 갑자기 확 '부담'스러워지는 걸까요?
1. 정례화 부담
모처럼 친구들과 만나 새벽 3시까지 신나게 놀았습니다. 수다 떨고 스트레스 팍팍 풀고, 모두 신이 나서 "야, 우리 매주 만나자!" 라고 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예의상 "그래! 그러자!" 라고 하지만, 누군가는 그 말에 훅 부담을 느낍니다. 어쩌다 한 번 만나서 새벽까지 노는 것은 괜찮지만 매주 만나서 새벽까지 논다고 생각하면 상상만으로도 피곤해집니다.
수요일 저녁에 특강 2번 있는 것과, 매주 수요일 저녁에 수업을 듣는 것은 다릅니다. 제가 점찍어놓고 몇 년째 시작을 못하고 있는 것이 동양철학 강좌인데, 매주 수요일 저녁에 강의가 있고, 총 과정이 3년 코스입니다. 3년간 매주 수요일 저녁에 수업을 들으러 가려고 생각하니, 엄두가 안 나서 시작을 못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단발성 이벤트와 정례적인 것은 부담감이 다른데, 단발성 이벤트가 정례화되는 순간이 훅 부담이 옵니다. 연애를 안 하다가 연애를 하려고 할 때, 제일 힘든 점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처음 소개팅하려고 토요일에 한 번 나가는 것은 단발성 이벤트이니 괜찮은데, 소개팅이 잘 되어 매주 토요일 저녁에 데이트를 하게 되자 갑자기 토요일에 고정적인 '일'이 생긴 것과 같아서 피곤해졌습니다. 원래 저는 토요일 저녁에 완전히 늘어져서 쉬어야 되는데, 매주 토요일마다 나가려니 체력이 바닥이었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정말로 주말에 다른 일이 연이어 있는데, 사실대로 말해도 거짓말 같아 보인다는 점이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한 주 토요일은 친구 결혼식이 있고, 다음주 토요일은 모임이 있고, 그 다음주는 시험이 있어서 미리부터 피곤한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진짜임에도 이제 막 연락 주고 받는 사람에게, "제가 다음주 토요일은 친구 결혼식이라서요, 그 다음주 토요일은 모임이 있고요, 그 다음주는 시험이 있어서.." 라고 하면 만나기 싫어서 에둘러 거절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4주 뒤 토요일에 만나면 어떨까요?" 라고 되물어도 이미 상대방은 상처받은 경우도 있습니다. 아직 사귀는 것도 아닌데, 그냥 연락 주고 받는 사이일 뿐인데 스케쥴이 있는 것이 미안해지고 눈치가 보이는 상황이 되면 부담스러워집니다.
>> 연애 초반에는 빨리 만나고 싶고, 빨리 연락을 하지 않으면 잘 안 될 것 같아서 조바심이 납니다. 이 때 조금 여유를 가지고 시간 간격을 불규칙하게 접근하면 정례화 부담감을 줄여줄 수 있습니다. 토요일날 만났으니까 당연하다는 듯 다음 주 토요일도 만나자고 하기보다 다음에는 영화를 봐요, 다음에는 뭘 먹으러 가요, 정도의 밑밥만 깔아두고 날짜는 느슨하게 잡는 겁니다. 매주 토요일이 아니라, 토요일에 만났으면 다음에는 만나자고 하지 않고 연락만 하다가 평일 저녁에 근처에서 보자거나, 그 다음에는 다시 몇 주 뒤 주말에 보자거나, 하는 식으로 규칙성이 느껴지지 않게 다가가면 편합니다.
또, 연애 초반에 한 달 정도 약속 잡기 힘들 수 있다는 점도 감안을 해주면 좋습니다. 소개팅 또는 첫번째 데이트에는 나왔지만 한 번 시간을 뺀 것 뿐, 상대방도 원래 스케쥴이 있을 수 있습니다. 원래 솔로들이 심심하다면서 더 바빠요... 주말에 할 일이 없기 때문에, 부담없이 주말 약속도 잔뜩 잡아놨을 수도 있고요.. 솔로인데 당연히 주말은 시간이 빌거라고 가정하고 접근하면 피곤해집니다. 솔로들이 더 바쁠 수 있으니, 다음 만남이 한 두 달 뒤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느긋하게 접근하면 편합니다.
2. 기대와 미안함
'남자친구와 헤어진지 얼마 안 되었다'같은 이야기는 새로운 남친 후보에게 안하는 것이 나을 것 같은 말이나, 의외로 호감가는 상대에게 전 남친 전 여친 이야기를 잘 합니다. (- 과거를 말하는 여자의 심리) 전에 사귄 애인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전에 상처받았던 것에 대해 미리 이야기를 함으로써 이전에 깨진 이유를 반복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이전에 사귀던 사람과 좋아했다, 그런데 취업 준비하면서 서로 스트레스 받고 너무 바빠서 헤어졌다" 라고 한다면, 바쁘고 예민할 때 감내해 줬으면 좋겠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연락 문제 때문에 자꾸 싸우다가 헤어졌다, 이해를 못해주더라, 라고 한다면, 새로 사귀게 되면 그 문제를 좀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는 말이기도 하고요.
거칠게 정리해보자면,
헤어진지 얼마 안 되었다 = 실연의 상처까지 안아줄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
지금은 누굴 사귈 여유가 없다 = 나의 여유없음까지 이해해 줄 사람을 원한다
아직 부담스럽다 = 여유를 가지고 오랫동안 지켜봐줄 사람을 원한다
이런 뜻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현재 마음이나 상황이 편치 않으니, 물러서라는 뜻이 아니라 더 이해하고 사랑해 달라는 뜻입니다.
내심 다 이해해주고 변함없이 사랑해주는 사람을 기대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도 듭니다. 사실은 서로 이해하고 변함없이 사랑하겠다는 마음 자세를 가져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나의 상처와 아픔을 위로받고 사랑받고 싶어하는 것은 이기적인 것 같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상처받은 마음까지 다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나는 아직 상처투성이면서 이런걸 바란다는 것이 못된 것 같다는 마음이 뒤엉켜서 "저는 아직 준비가 안 되었다. 그럴 상황이 아니다." 라고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 지치고 힘들어 보여서, "힘들면 나한테 얘기해, 내가 도와줄께." 라고 한다고 해도, 그 사람이 선뜻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 부담주는 것이 미안하고, 부담스러운 겁니다. "편하게 생각해" 라고 말한다고 실제로 편해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친하게 지내자" 라고 해서 당장 내일부터 단짝이 될 수 없는 것처럼, 편해지고, 진짜로 이해해줄 수 있는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데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진짜로 친해지는 사람은 "우리 친하게 지내자" 라고 하는 사람이 아니라, 꾸준히 호의적인 사람이지요. 진짜로 힘들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사람도 꾸준히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이고요.... 그런 사람이 되려면 '꾸준히' 호의적이고 믿음직한, 또는 이해해주는 모습을 보이는 수 밖에 없습니다....
사귀기 직전까지는 시간이 몹시 더디가는 것 처럼 느껴집니다. 연락이 안 온지 하루만 넘어도 한 달은 된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연락이 끊길까봐 조마조마하고요. 하지만 낯선 사람이 서둘러봤자, 상대는 부담만 느끼는 것이 함정이지요. 괜찮은 사람과 좋은 사이로 발전하려면 조바심 나지만 상대를 배려해서 느긋하게 편하게 다가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사귀게 되면, 사귀기 위해 몇 달 느긋히 다가간 시간은 아주 짧은 시간일 뿐일 수도 있습니다.......
- 적극적으로 고백하라 vs 부담스러운 고백 하지 마라, 그 애매한 경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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