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상담 메일 7년, 보람은 없고 남는건 허무함과 짜증뿐

라라윈 연애 상담 : 연애 상담 메일 7년, 보람은 없고 남는건 허무함과 짜증뿐

'상담'이라고 거창하게 이름 붙일 일은 아니더라도, 이야기를 나누다가 친구의 고민이 해결되면 정말 기쁩니다.

수심이 가득하던 친구의 표정이 밝아져서 미소를 지을 때면, 제가 누군가의 짐을 조금 덜어주었다는 것, 누군가를 조금 행복하게 해주었다는 것에 너무나 행복해집니다. 그러나 온라인의 연애 상담은 참 많이 달랐습니다.

처음에 블로그 덕분에 연애 상담 메일을 보내주신 분이 생겼을 때는 몹시 신이 났습니다. 제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뻤습니다. 하지만... 온라인에서의 연애 상담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보람은 없고, 허무함과 짜증이 늘었습니다.

(주의: 아래의 내용은 앞담이자 뒷담으로, 저에게 이메일 보내셨던 분들이 몹시 불쾌하실 수 있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연애 상담 메일 답장을 보냈을 때 반응


무응답 50%

얼굴을 마주보고 이야기 할 때는, 상대의 표정에서 고민이 해결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처음의 어두웠던 표정이 밝아지는 그 것이 상담해준 사람의 큰 보람일 겁니다. 그러나 온라인에서는 답장을 써도 문제가 해결이 됐는지 아닌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편지를 보낸 분도 저의 답장이 궁금했겠지만, 저 역시 답장을 읽고 어땠는지 궁금한데 답장을 받은 사람의 50% 이상은 무응답입니다. 이럴 때면 몹시 찝찝합니다. 이건 미션 완료도 아니고 실패도 아닌 답답한 보류상태처럼 느껴집니다. 뭔가 일을 처리했다, 도움이 되었다, 라는 느낌이 전혀 없습니다.


불만족 35%

불만족 하신 경우는 바로 추가 질문이 옵니다. 


"제가 말한 것은 그 상황이 아닌데요. 다시 답장해주세요."

정말 싫은 두 번 일이지요. 그럼 처음부터 상황을 똑바로 써서 보내주시지.... ㅡㅡ;


이보다 조금 나은 상황은 "답장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 부분이 좀 빠졌는데, 이 부분도 더 답장을 해 주세요." 같은 추가질문입니다. 그래도 답장이 왔으니까 도움이 좀 되었나 싶어서 열심히 추가 답장을 보내곤 했는데, 추가질문하는 것도 사람의 성향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한 번 추가 질문을 시작하면 매일같이 질문을 보냅니다.

"그런데요, 어제 말씀하신대로 해 봤더니 오늘은 카톡을 이렇게 보냈거든요. 이건 무슨 심리일까요?"

답장을 보내면, 다음날 또 이메일이 옵니다. "고마워요. 오늘 또 답장이 왔거든요. 이건 무슨 의도일까요?"

어휴... 안 끝납니다. 상대방에게서 카톡이 안오면 안온다고, 오면 왔다고 계속 물어보시는데.... 지칩니다.


평가형 14%

"최정님도 똑같이 얘기하시더라고요." "무한님이랑은 다르시네요." 같은 비교 평가형 답장도 꽤 옵니다.

너님은 재미로 찔러보셨겠지만, 저는 한 두 시간 고민해서 답장썼거든요? 응?


뭐 아예 대놓고 평가를 하는 분도 있습니다. "전 좀 다른 내용을 기대했는데. 여하튼 수고하셨어요."라며 제 답장이 쓸모없다는, 실망하셨다는 것을 표현해 주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감사형 1%

"감사합니다. 도움이 되었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답장입니다. 이 한 마디 때문에 지금껏 신나서 글을 쓰는 원동력이기도 합니다. 

(물론 제 덕은 아니겠지만) 제 덕분에 결혼하셨다, 연애에 성공했다고 하시는 감사 메일을 보내주시는 분이 아주 가끔 계시는데, 이런 이메일을 받는 날이면 날아갈 듯 기쁩니다! 정말 행복합니다.


연애 상담 메일 답장을 못 보냈을 때 반응


보내는 분도 상담 메일을 쓰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을 겁니다. 저 역시 답장 한 통 보내는데 적게는 한 시간, 길게는 꼬박 며칠이 걸릴 때도 있습니다. 가뜩이나 마음이 심란하여 이메일을 보내셨을텐데, 제가 선택하는 단어 하나 하나가 상처가 될까봐 조심스럽습니다.

블로그에 글 한 편 적는 것도 시간이 꽤나 걸리지만, 연애 상담 메일은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리다 보니... 답장을 못하는 경우가 늘기 시작했습니다. 답장을 못하는 경우도 반응은 비슷합니다.


기다림형 50%

"연애 상담 메일은 답장 거의 못하신다고 했지만, 읽어라도 주세요.." 라고 보내시면, 참 죄송합니다. 오죽 답답하시면 저한테까지 메일을 보내셨을까 싶어 더 죄송스럽습니다. 도움이 못 되어드려 정말 죄송해요.. ㅠㅠ


독촉형 27%

업무를 정말 잘 하실 것 같은 분들도 많으십니다.

"연애 상담 메일 보냈는데, 답장이 없으시네요. 빨리 답장해주세요."

"어제 메일 보냈습니다. 확인 후 연락바랍니다."

이런 독촉은 업무관련 메일로도 충분합니다. 연애 상담은 제가 좋아서 했던 일인데, 업무처럼 접근하시니 갑자기 일처럼 느껴지면서 질색하게 됩니다.


업무 오더형 20%

"제 이메일은 @pali.pali에요. 상담하고 싶으니까 여기로 이메일 보내주세요."

음.... 제가 뭐가 답답해서 님의 이메일로 연락을 드려서 상담을 수주해야 하나요?


뒤끝형 3%

현실에서 만났을 때 이야기를 하십니다.

"라라윈님 되게 비싸게 구셔. ㅋㅋㅋ 예전에 제가 상담메일 보내셨는데 씹으시더라고.ㅋㅋㅋ 뭐 지금은 연애하느라 바빠서 그 블로그 안본지 꽤 됐네요. 아직도 그거 해요? ㅋㅋ"

죄송합니다... ㅠㅠ



번외: 답장을 보낼 수 없는 경우


삭제형

답장 못 한다고 해 놓고도, 가슴 아픈 사연에 마음이 흔들려 장문의 답장을 구구절절 쓰기도 합니다. 그리고 나서 답장을 보내려고 보면, 그 댓글 또는 방명록이 사라졌어요. 때로는 이메일 반송되시는 분도 계십니다.... ㅡㅡ;

밤에 쓰는 편지처럼 감정이 격할 때 쓰고 나서, 나중에 보면 삭제하고 싶은 경우가 있다는 것을 이해는 합니다. 그러나 그 분께 답장 보내려고 고심하고 글 써 놓은 저는 그 순간 새 됩니다. ㅡㅡ; '나 혼자 뭔 삽질을 한거냥...' 이런 느낌.



결론


오프라인에서 얼굴을 맞대고 고민을 나누면, 고민을 말하는 사람도 조금 마음이 가벼워지고, 저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점에서 서로 행복해집니다. 빈말로 "오늘 너무 고마워. 덕분에 고민이 해결되었어" 라고 해주기도 하지만, 그보다 먼저 표정에서 먹구름이 걷히는 것이 보이니까 저도 뿌듯하고 행복해집니다.



마음이 풀려 미소짓는 것을 보는 행복에 상담하는데...


그러나 온라인에서는 상담 메일을 보낸 분도, 답장을 하는 저도 그다지 행복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가 빨리 답장을 못하면 기다리는 동안 짜증이 나실테고, 저 역시 답장을 보낸 뒤에 먹구름이 걷혔는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긴 된건지 알 수가 없으니 괜한 짓을 한 것 같아 허탈할 때가 많았습니다.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좋으나, 이메일 상담은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친구와도 카톡, 메신저로 긴 시간 이야기를 하는 성격이 아니라서 메신저 상담은 더욱 어려울 것 같고요. 절충점을 생각해 보니 블로그에 글을 써달라고 해주셨던 경우에 좀 행복했습니다.

"이걸로 글 한 번 써주세요." 라고 하는 분들은 그 뒤에 그 글을 읽고 답글을 남겨주셨습니다. 제 글보다 지혜로운 다른 분들의 댓글이 많은 도움이 되셨다고 했습니다. 이 때가 저도 행복감이 가장 컸습니다. 재미있는 주제에 대해 함께 토론하는 기분도 들었고요.


혹시 저와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가 있으시면, 연애 상담 메일이 아닌 방명록에 "이런 글을 써달라"고 남겨주세요...
참고하여 가능한 빨리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엮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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