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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남자가 여자에게 적극적으로 매달리지 않는 이유

· 댓글개 · 라라윈

라라윈 연애질에 관한 고찰 : 돈 문제가 연애에 미치는 영향, 30대 남자가 여자에게 적극적으로 매달리지 않는 이유

최근 몇 년 간 가장 많이 들은 고민 중 하나는 "왜 남자들이 적극적이지 않느냐"는 것 이었습니다. 이 주제로 몇 번 글을 쓰기도 했는데, 이제 제가 서른보다 마흔이 가까워지니 30대~40대 남자들이 더 이상 여자에게 적극적으로 매달리지 않는 이유가 경제적 문제로 보이기도 했습니다. 순수하게 마음의 영역에서 다뤄야 할 것 같은 남녀 사이의 문제에 대해 돈문제로 풀어보니 껄끄럽기도 합니다. 


대접하는 사람과 대접받는 사람의 입장 차이


한국의 아름다운 연장자 계산문화에 따라 점점 제가 계산해야 되는 날이 늘어났습니다. 어떤 때는 저와 만나주는 것 만으로도 고맙지만, 어떤 때는 당연하게 제가 돈내야 되는 사람인 것 같은 날은 호구가 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당.연.히. 제가 밥 사고, 당.연.히. 제가 술 사고, 당.연.히 제가 커피 사고, 당.연하.게. 하소연도 들어줘가며 기분을 풀어주고 있노라면 뭐 하는 짓인가 싶은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저는 슬슬 불편해져 가고 있어도, 상대는 전혀 다른 감정을 느낍니다. 오늘 정말 즐거웠다고.

그럼요. 즐거웠겠죠. 몸만 나와서 돈 한 푼 안내고 잘 먹고 이야기 실컷 하고 기분 풀고 들어가니 즐겁지 않을 이유가 무에 있겠습니까. 


제가 겪고 보니, 이제야 언니 오빠들에게 미안해졌습니다. 밥에 술에 차까지 얻어먹고, 실컷 수다떨고, 징징거리면서 위로도 받고 오니, 언니 오빠들 만나면 저는 너무 너무 즐거웠습니다. 처음에는 얻어 먹으면서 미안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는데, 저도 수련이 덜 된 부족한 사람인지라 호의가 계속되니 마치 권리인 줄 알고 뻔뻔해졌습니다. 비싸고 좋은 걸 사줘도 그 사람이 돈 잘 버니까, 능력 있으니까, 그냥 잘 사주는 사람인 양 착각하기도 했습니다. 저같은 동생을 만났을 때 그 언니 오빠도 저처럼 마냥 즐거웠을지 의문입니다.. ㅡㅡ;


남자와 여자의 데이트 입장도 이렇습니다.

남자는 데이트 한 번 하려고 맛집 검색해서 예약하고, 돈 내고, 여자의 눈치를 살피고, 커피도 사주고, 술도 사주고, 집도 바래다 줍니다. 여자 입장에서는 "남자가 마음에 드네 마네."를 평가하면 그만이고, 남자가 괜찮기까지 하면 더 없이 즐거운 상황이 됩니다. 남자가 괜찮은데다가 밥 사줘, 차 사줘, 잘 해줘... 즐겁지 않을 이유가 없지요.

그러나 남자 입장에서는 여자가 괜찮으면 본전치기이고, 여자가 별로면 이만 저만 손해가 아닙니다. 그 여자에게 먹인 돈으로 부모님께 밥 한 끼 샀으면 효자 소리라도 들을텐데, 여자는 남자가 스테이크 코스요리를 사줬어도 원래 데이트 하면 남자가 코스요리 정도 사는거라고 여기며 그다지 고마워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 "밥 잘 먹었다", "데려다줘서 고맙다" 라는 문자를 보내는 예의조차 없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이럴 때 남자도 여자처럼 즐거웠을까요... 


즉, 여자가 즐거웠을 때 남자도 당.연.히 즐거웠을거라는 것은 매우 큰 착각입니다.

원래 대접하는 사람은 안 즐거워도, 대접 받는 사람은 즐겁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흔히 자기가 즐거우면 남도 즐거웠을 것이라고 착각을 하곤 합니다.... 회식자리에서 상사 중심으로 돌아가면 상사는 흥에 겨우시죠. 그러나 맞추고 있던 사람은 안 그렇지요.........



비용 투자자와 시간 투자자의 입장 차이


동업을 할 때, 한 명은 비용은 내고, 한 명은 몸만 들어 왔습니다. 둘이 무언가 의기투합을 했으니 동업을 했겠지만, 비용을 투자한 사람과 시간을 투자한 사람은 사뭇 입장이 달라보였습니다. 돈을 투자한 사람은 사업이 망하면 돈도 날리고, 시간과 기회비용도 날리게 되니 좀 더 애가 닳지만 시간만 투자한 사람은 망해도 자신의 시간과 기회비용 뿐이어서 그런지 확실히 여유가 있었습니다. 


남자와 여자도 그렇습니다. 여자 입장에서는 3~4번 이상, 가능하면 더 여러 차례 만나면서 남자를 지켜보고 싶어합니다. 한 두 번 만나고 남자가 고백을 하면 너무 성급하다고 느끼기 쉽습니다. 여자의 입장에서는 여러 차례 만나며 탐색해 본다고 해서, 시간 외에 크게 손해 볼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반면, 남자는 여자와 밀당하는 시기가 길어질수록 손실 위험도 커집니다.

대략 제 멋대로 계산해 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 만남: 파스타 2개 + 피자 1개 + 하우스와인 2잔= (7만원), + 커피 2잔 + 케익 한조각 = (2만원) = 9만원

두 번째: 퓨전 음식 2인분 (5만원), 맥주 3잔 + 과일안주 + 씹을거리 = (4만 5천원) = 9만 5천원

세 번째: 영화 2매 (2만원), 팝콘 콤보 (9천원), 식사 (3만원), 커피 2잔 + 케잌 (2만원) = 7만 9천원


데이트 한 번 할 때마다 돈 10만원씩 든다고 가정하면, 두 번째 만나고 여자에게 고백했다가 거절 당하면 약 20만원 정도 날리게(?) 되나, 다섯 번 만나고 거절당하면 50만원 가량 날리게(?) 될 수 있습니다. 남자 입장에서만 보자면, 여자도 호감이 있는 줄 알고 계속 만났는데 뒤늦게 사귀기는 싫다고 하면, 그동안 마음 + 돈을 쓴 것이 조금은 억울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고로 남자는 불확실한 탐색 데이트 횟수가 많아질수록 손실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두어 번 정도 만나고, 여자가 사귈 것 같지 않거나, 생각보다 별로 라면 빨리 연락을 끊는 것이 현명한 일 입니다.


즉, 비용을 투자하는 입장에서는 '확실한 것이 아니면 더 이상 투자하고 싶지 않다.'

비용을 투자하지 않는 입장에서는 '불확실해도 더 만나봐야 아는 것 아니냐' 일 수 있는 겁니다.

여자 입장에서야 다섯 번 만나고 차도 그만, 여섯번 만나고 "친구로 지내요" 해도 그만이니까요... ㅡㅡ;



부양 의무에 대한 입장 차이


'여자가 데이트 비용을 다 낸다.'

이 말을 들으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남자가 제비이거나 무능력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여자가 착해빠진 답답이라고 보기도 하고요.

'데이트 비용을 반반 낸다'

여자가 개념있다 생각합니다.

'남자가 데이트 비용을 다 낸다.'

흔해서 그냥 그러려니 합니다.


'여자가 외벌이다.'

남자는 무능하고, 여자도 미련맞다고 생각합니다. 그 정도로 능력있는 여자라면 더 좋은 남자를 만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맞벌이다'

요즘은 이게 맞다고 여기는 것 같습니다.

'남자가 외벌이다.'

남자가 대단히 능력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시대에 외벌이로 가족을 부양하다니! 더불어 여자가 팔자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흔한 남녀의 부양의무에 대한 생각입니다. 여자가 돈을 벌고 데이트 비용을 내면 멋지고 당당한 일이나, 남자가 내는 것은 당연하고, 남자가 돈이 없는 것은 손가락질 당하는 일 입니다. 오래된 사회적 관습과 성역할 학습이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남자들은 가능한 여자 몫까지 자신이 부담해야 된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합니다. 허나 여자가 생각하는 마지노선은 자신의 앞가림 까지 정도인 경우가 많습니다. 평생 남자를 부양하여 먹여살리겠다는 생각을 하는 여자는 매우 드물 것 같습니다. 남자 잘 만나서 부양 받고 싶다는 생각은 할지라도....


고로 남자는 여자를 만나면서 여자를 '책임'지고 '부양'해야 된다는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여자가 경제력이 좀 있으면 부담이 줄 수도 있습니다. 당장 한 번 두 번 만날 때는 여자가 지갑을 안 열더라도 사귀고 친해지면 더치페이를 할 수도 있고, 결혼을 해도 맞벌이는 할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그러나 여자가 착하고 참 좋은 사람이라도, 경제력이 없고, 경제개념도 없으면 남자는 부담을 느낄 수 있습니다. 초반에 잘 보이기 위해 쓴 데이트 비용보다 더 많은 비용을 앞으로, 계속, 혼자, 부담해야 될 가능성이 농후하니까요.....



연애, 남자심리, 30대남자,


이런 돈 문제가 최근에 갑자기 생긴 일은 아닙니다.

이전에도 남자의 부담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을 겁니다. 부모님 세대는 신부수업만 하고 돈벌이를 하지 않는 여자가 더 많았으니까요. 대신 그 때는 남자 혼자 벌어서도 4인 가족이 먹고 살고, 집도 사고, 자동차도 한 대 굴릴 수 있던 시기였습니다. 월급은 고만 고만 했을지라도 물가는 지금보다 나았으니까요.

당장 회사 근처에서 맛있는 것도 아니고 한 끼 때우려고 먹는 밥값도 훌쩍 올랐고, 이마트에 가서 10만원 어치 장을 봐도 20리터 봉지에 쏙 들어가곤 합니다. 먼 옛날에는 10만원어치 장보면 정말 푸짐했는데....

장바구니 물가 뿐 아니라, 데이트 비용 한 번이 파스타 2그릇, 피자 하나, 커피 2잔, 케익 한 조각 만 해도 10만원 정도 되니... 돈 쓸 데가 없다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연애를 위한 탐색적 작업을 위해 많은 비용을 들이며 여자에게 매달릴 이유도, 여유도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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