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윈 자치동갑국악원 14주년 가야금 연주회 연습, 합주의 힐링효과?
자치동갑국악원의 14주년 가야금연주회에 참여하기 위해 열심히 연습하고 있습니다. 2년마다 열리던 정기연주회인데 어느덧 세 번째 참여를 하게 되었어요. 저는 학부 전공이 서양화 였는데, 가야금 연주회에 참여하고 보니 전시회와 너무 달라 문화충격을 받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한 두 명이 튀는 미술 전시회 vs 튀면 망하는 음악 연주회
저의 학부 전공은 서양화 입니다. 앞에 그림이나 작업물 쫙 펼쳐놓고 크리틱 할 때면 서로 자기 그림이 제일 잘 그렸다, 제일 좋다 소리를 듣고 싶어했습니다. 전시회 때도 "어떤 작품이 제일 좋았어?" 할 때 제 작품이 꼽히길 바랐고요. 함께 전시회를 한다고 해서, 한 마음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맨 처음 가야금 연주회에 참여하게 되었을 때도 전시회를 생각하며, 제가 제일 잘하고 제일 주목받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가야금 합주란건 누군가 튀면 '틀리는' 것이었습니다. 두 사람이 합주하면 두 사람이, 다섯 사람이 합주하면 다섯 사람이 똑같은 소리를 내야 되는 것이었어요.
여럿이 춤추면 "저 사람이 제일 잘 추네" 이런 것이 있는데 (저는 그러면서 보곤 했어요. 군무 중에 저 사람이 동작이 제일 멋있다, 이러면서..) 가야금 합주할 때는 그렇게 되면 연주가 망했습니다.
함께 연주하는 사람이 한 마음 한 호흡으로 똑같은 음을 내야 대성공이었어요.
저에게는 문화충격이자 낯선 경험이었습니다.
팀작업을 할 때도 누군가 한 명이 하드캐리하면서 무임승차 하는 사람들 끌고 가면 되는 것이었고, 팀으로 뭘 해도 늘 누군가가 주목받았지 팀원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똑같아야 되는 작업을 해 본 적이 없었거든요.
오래하는 미술 전시회 vs 순간에 사라지는 음악 연주회
미술 전시회는 100년 후에 작가가 죽더라도 작품을 또 똑같이 전시할 수가 있습니다. 음악 연주회는 그 순간에 사라지기 때문에 전설적인 연주가 전설로 남아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설의 바이올리니스트가 ㅇㅇ에서 ㅇㅇㅇ곡을 연주했는데, 그 연주가 너무 소름돋아 기절하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라고 해도 그 연주를 지금은 들을 수가 없습니다. 녹음을 해 놓지 않는 한 사라집니다.
미대 시절에는 그 점에서 미술 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미술 전시회는 작품 하나 준비하면 일주일 이주일 이상 오래 전시할 수도 있고, 또 전시할 수도 있는데 음악 연주회는 한 시간을 위해 한참 연습하고 사라지니 아깝다는 느낌이었어요.
가야금 연주회를 준비해 보니, 한 시간을 위해 수 십 명이 오랜 시간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딱 한 번의 연주, 5분에서 10분 남짓한 순간을 위해 애쓴다는 것은 다른 의미가 있었습니다. 단 한 번이라서, 사라지기 때문에 더 특별한 점이 있었어요.
준비과정
대부분 직장인들이라 짬나는대로, 일 끝나고 밥을 안 먹고 달려옵니다. 원장님은 저희 배고플까봐 늘 맛있는 것을 해놓고 챙겨주셨어요. 정신없이 와서 퀭한 상태여도 원장님이 챙겨주시고 서로 밥은 먹었냐며 먼저 숨 돌리고 요기부터 하고 천천히 하자고 도닥여주는과정에서 힐링받는 기분이었습니다.
어릴 때는 친구집 가서도 밥 얻어먹고 친척집 할머니집 가서 밥 얻어먹고 간식도 먹고 그랬는데, 이제는 그럴 일이 없어서 원장님이 음식 챙겨주실때면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기분이었어요.
옹기종기 모여앉아 나눠 먹고 있노라면 학창시절 생각도 났고요.
가야금 연주회 준비하면서 한 두 곡은 멋있게 연주하게 되는 점도 좋았습니다. 가야금 몇 곡을 외워서 연주할 수 있게 돼요. (연주회 끝나고 잊어버리는게 문제지만...)
덤으로 근사한 가야금 라이브를 들을 수 있어 행복합니다. 사심 가득하게 음원 녹음해서 듣곤 합니다. 귀호강을 하고 있노라면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행복해지는 진정한 힐링이 되곤 합니다.
나중에 가야금 연주회에 참여했다는 것 만으로도 뜻깊은 일로 기억되겠지만, 함께 준비하던 순간들이 많이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런 부분 때문에 준비가 쉽지 않아도 또 참여하고 싶고 또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사브작사브작, 제7회 자치동갑 정기 연주회
지난 연주회는 초심으로 묵직하고 소탈한 가야금 곡들이 중심이 되었는데, 이번 연주회는 사브작 사브작이라는 연주회 이름처럼 밝고 아름다운 곡들이 많아서 더 행복해졌어요.
황병기 선생님의 가을, 숲, 침향무와 왕의남자와 사도 OST곡을 해금합주하는 곡도 멋지고, 휘모리, 아리랑, 출강, 산조처럼 가야금 대표곡들도 굉장히 멋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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