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윈 연애질에 관한 고찰 : 소개팅 반응 좋았는데, 두번째 만남 이후 잘 안되는 이유
보통 인물이 준수하거나 인상이 좋고, 성격이 무난하면 첫 만남은 무난히 진행이 됩니다. 소개팅 후 두번째 세번째 만남까지 연결은 잘 되는데 그 뒤가 문제입니다. 인물도 그럭저럭 괜찮고 성격도 좋고 기타 등등 괜찮은데 본인은 모르는 문제가 있습니다.
1. 무던해서 속을 알 수 없다
성격이 무던한 스타일은 친구 사귀는 데나 직장생활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습니다. 자기 감정을 표나게 드러내지도 않고 자기 고집도 안 부리니 친구나 동료로서는 참 좋은 사람이죠. 친구나 직장 동료의 경우에는 너무 초반에 좋고 싫음을 분명히 하는 스타일이 부담스럽습니다. 알지도 못하면서 싫어하는 것도 속상하고, 몇 번 보지도 않고 막 좋다고 하면 저러다 자기 기대에 조금만 어긋나도 실망이라는 둥 그런 사람인 줄 몰랐다는 둥 하면서 휙 변할까봐 걱정됩니다. 그냥 무던하게 좋고 싫음을 티내지 않으면서 오래 잘 지낼 수 있는 사람이 편해요. 소개팅에서도 첫 만남에서는 무던한 사람이 정말 편하고 좋습니다.
소개팅 처음 나갈 때는 누구나 "나를 싫어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있습니다. 조금만 쌀쌀맞고 차갑게 굴거나 뚱하면 곧장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내가 별로구나... ㅠㅠ' 이런 생각 밖에 안 듭니다.. ㅠㅠ
그런데 상대방이 무던하게 둥굴둥굴 잘 어울려 주면 최소한 내가 싫은 건 아닌 것 같다는 안도감이 듭니다. 좀 더 편해지면 '첫만남 분위기 좋은데..' 라는 생각이 들어, 은근히 기대감도 생깁니다. 무던하게 두번째 만남 세번째 만남으로 이어지게 되면, 그 무던한 성격 때문에 아리송해집니다. 그냥 원래 사람 성격이 거절 잘 못하고 어울려 주는 성격인건지, 내가 좋은건지, 사귈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는건지 도무지 속을 알 수가 없습니다. 사람이 참 무던하고 좋은 사람인 것은 확실한데 소개팅 후 만남이다 보니 친구나 직장동료와의 관계와는 다릅니다.
소개팅 후의 만남 회수에 따라 기대치가 확확 달라집니다. 첫만남 시 소개팅 반응 기대치는 '나를 싫어하지 않으면 된다. 소개팅 애프터로 이어지면 된다' 정도입니다. 그러나 두번째 만남 또는 세번째 만남의 기대치는 '나를 싫어하지 않으면 된다' 정도가 아니라 '나를 좋아한다. 나와 사귈 의사가 있다' 여야 합니다. 무던한 성격의 소유자들은 첫만남에서의 기대치는 쉽게 충족을 시켜주는데, 두번째 만남 이후에는 상대방의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큽니다. 두번째 세번째 만났는데 계속 무던하고 좋은 성격만 보이니까 이성적인 감정이 아니라 그냥 좋은 사람 같아보이거든요....
2. 정보를 얻기가 어렵다
조련을 잘하는 사람을 보면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세뇌를 잘 합니다. 제 친구 중에도 남친 조련을 기가 막히게 하는 친구를 보면,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자기 뜻대로 모든 것을 합니다. 결정장애자들이 모인 가운데 혼자만 분명하게 의견을 내거든요.
"오늘 날씨에는 냉면이 딱 인데. 이럴 때는 평양 냉면 먹어 줘야되는데." 라면서 어떤 날에는 어떤 음식 같은 매뉴얼을 가지고 있고, 그냥 길가다가 고르기로 한 경우에도 자신의 취향을 아주 분명하게 어필합니다. 이를테면 봉구비어가 보이면
"어머~~~~~! 나 봉구비어 정말 좋아하는데!"
이런 식입니다. 다들 자기 속마음을 티내지 않고 서로에게 맞춰주려고 하는 가운데, 누군가 한 명이 그렇게 강력하게 좋다고 하는데... 누가 싫다고 할 수 있겠어요. 그냥 거기 가는 겁니다. 대화 중에도 무슨 이야기 거리가 나오면, 조련을 잘하는 사람은 좋고 싫다는 정보를 분명히 줍니다.
"나 리락쿠마 정말 좋아해!" "나 레고는 별로"
"나 홍차 좋아해" "나 커피는 별로"
"나 영화 보는 거 별로" "나 산책 좋아해"
같은 정보를 아주 많이 줍니다. 친구 입장에서 듣노라면 좋고 싫다는 정보를 너무 많이 주니까 때로 좀 피곤하기도 합니다. 너무 반복적으로 무언가가 좋다고 하고, 무언가가 싫다고 하면 자연스레 세뇌효과가 일어나면서 그 친구의 취향을 존중해 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그 친구가 싫어하는 것이 하고 싶을 때는 신경이 쓰여요.
그런데 바로 이런 정보제공이 연애에는 크게 도움이 됩니다.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에 대한 정보를 많이 주니까 다음 데이트 계획이 아주 쉬워집니다. 싫다는 거 안하고 좋다는 거 해주면 되니 간단합니다. 그런데 서로 배려하느라 좋고 싫다는 정보를 주지 않는 사람의 경우 두번째 만남 이후 세번째 만남 쯤 되면 골머리가 아픕니다.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겠고, 뭘 싫어하는지도 모르겠으니까요. 때로 두 세번 만나고 네번째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 다음에 뭐 하자고 해야 될 지 할 말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3. 말 수가 없다.
첫만남에서는 말 수가 좀 적어도 괜찮습니다. 양쪽 다 처음 만날 때는 소개팅에서 할 말을 열심히 준비해 오고, 어차피 피차 긴장해서 자기가 무슨 말 하는지 잘 모릅니다. ㅡㅡ;
그래서 첫 만남에서는 대충 대화가 아주 썰렁해지지만 않고, 외모가 적당히 봐 줄만 하거나 표정이 좋으면 말 수가 없어도 괜찮습니다. 그러나 두번째 만남 세번째 만남이 되면 할 말이 없어요. 소재거리가 바닥나서 어색하고 어색하고 또 어색한 시간이 흐릅니다. 첫만남 두번째 만남 정도까지는 호구조사라도 할 수 있는데, 세번째 만남까지 계속 호구조사만 할 수도 없고, 말주변도 없으면 난감합니다.
외모도 좋고 성격도 괜찮고 조건도 괜찮은데... 할 말이 없으면, 잘 해보고 싶어도 참 힘듭니다.
사실 말주변 없는 남녀 커플도 아주 많습니다. 공대 남자와 미대 여자의 소개팅처럼 공통 관심사도 적고 소재거리가 적은 이들도 커플이 됩니다. 다만 이들에게 고비가 세번째 만남, 네번째 만남이에요.
신기한 것이 매일 만나는 사람들은 오히려 할 말이 아주 많습니다. 어제 만난 친구 오늘 또 만나는데, 어제 잠깐 떨어져 있던 사이의 일들을 모두 업데이트 해야 되기 때문에 바쁘거든요. 엄마가 한 얘기, 어제 하던 이야기의 진행 상황, 오늘 나의 상태 등등 재잘 재잘 수다 떨 거리가 아주 많아요. 그런데 오랫만에 만나면 친했던 사람도 할 말이 없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 "나야 뭐 잘 지내지ㅡ 뭐" 라고 하면 대화 종료가 돼요. 너무 지엽적인 이야기를 몇 년 만에 만난 친구와 하기도 그렇고, 딱히 뭘 이야기 하자니 별 다른 일이 없이 지내고 있어서 할 말이 없는 겁니다. 세번째 만남, 네번째 만남 쯔음이 딱 오랫만에 만난 친구처럼 할 말이 없고 서먹한 시기입니다. 몇 번 더 만나면서 일상의 이야기를 하다보면 할 말이 아주 많아져요.
그러나 네번, 다섯번, 그 이상 만나면서 가까워 지기 이전에 할 말 없고 어색한 상황에서 만남이 종료될 가능성이 큽니다. ㅜㅜ
외모도 봐줄만 하고, 성격도 무던하고, 참 괜찮은데... 소개팅하면 첫만남에서 애프터 연결은 잘 되는데, 두번째 만남이나 세번째 만남에서 끝이 나버린다면... 혹시 이런 특징 때문은 아닌지 살펴보세요... 무난하고 원만하고 말 없는 성격이 소개팅에는 초큼 불리할 수 있습니다.... ㅜㅜ
무던한 성격의 부작용 때문에 소개팅이 두번째 세번째 만남에서 끝나버린다면... 성격과는 안 맞더라도 자신에 대한 정보를 조금 더 제공해 보세요. 어떤 것을 좋아한다, 어떤 것에 관심있다 라는 이야기를 조금만 더 해줘도... 상대방이 훨씬 편안해 합니다. 더불어 늘상 두번째 만남 세번째 만남 이후에 연락이 스스르 끊긴다면, 네번째 다섯번째 만남은 먼저 연락해 볼 계획을 세워두는 것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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