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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키우는 냥 집사가 되는 과정과 연애의 공통점

· 댓글개 · 라라윈

라라윈 연애질에 관한 고찰 : 처음 고양이 키울 때 냥 집사가 되는 과정과 연애질의 공통점

오래전 냥 집사가 되던 것은 자의 반 타의 반의 상황이었습니다. 회사 직원이 페르시안 고양이를 키우고 있었는데, 돈이 궁하다며 한 마리를 분양 받아달라며 졸랐습니다. 회사 사람들에게 한 마리 씩 떠 안기듯 분양하고 있던 상황이라 어찌 하다보니 어느 날 저희 집에 새끼 고양이가 와 있었습니다.

고양이를 처음 키우는 상황이라, 우선 동물병원에 가서 고양이 용품을 사 왔습니다. 로얄 캐닌 사료, 고양이 모래, 고양이 화장실, 고양이 응가 삽, 고양이 캔을 사고 새끼 고양이랑 재미있게 놀 생각에 고양이 장난감 고양이 낚시대를 사들고 왔습니다. 그러나 새끼 고양이는 침대 귀퉁이, 쇼파 구석 같은 곳에 쳐박혀 나오지를 않았습니다. 밥을 줘도 먹지 않고, 어디선가 갸냘프게 "냐아 냐아" 거리며 울고 있었어요. 새끼 고양이와 재미있게 놀기는 커녕, 고양이 그림자 찾기도 힘들었습니다. 새끼 고양이를 분양해 준 사람에게 물어보니, 원래 하루 이틀 정도 숨어서 안 나오는 경우가 있다며 대수롭지 않게 받아 넘겼습니다. 아가 냥이가 걱정이 되지만 저녁에 일이 있어 새끼 고양이를 집에 혼자 둔 채 나왔습니다. 느지막히 집에 돌아와 보니 오히려 제가 집에 없어서 편히 집안을 탐색했는지, 집 문을 여니 후다닥 숨는 것이 보였습니다. 제가 씻고 나왔더니 다시 숨어서 포기하고 자려고 했는데, 슬그머니 기어 나와서 밥을 먹고 있었습니다.

2개월된 솜털 덩어리같은 하얀색 새끼 고양이는 너무너무 귀여웠습니다. 밥 먹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멍하니 보고 있었습니다. 사실 제가 키우게 된 아가 냥이는 고양이 같지 않게 동그란 눈을 가진 쪼금 못난이 였습니다. 그러나 제가 키우기로 마음을 먹고 보니 세상에서 제 고양이가 제일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러웠습니다. 미묘가 아니어도 주인 눈에는 제가 키우는 고양이가 지구 제일의 미묘로 보였습니다.
 
눈에 콩깍지가 쓰이자 손바닥만한 새끼 고양이가 하는 모든 것이 예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두달이 지나고 석달 넉달쯤 되었을 무렵 이가 간지러운지 제 손을 꼭꼭 깨물어 놓아서 손이 성할 날이 없는데도 사랑스러웠어요. 그리고 꽤 빠르게 냥이는 자랐습니다. 4~5개월의 어정쩡한 덩치의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6개월 무렵이 되니 벌써 꽤나 큼직한 냥이가 되었습니다. 종이 봉투에 들어가 있는 귀요미 시절도 잠시, 우다다를 하고 나면 집은 난장판이 되었습니다. 화분 키우기는 꿈도 꾸기 힘들었고, 가뜩이나 집을 안 치우는 제가 감당하기에 쉽지 않았어요. 그러나 어느덧 다 괜찮았습니다.

까만 정장에 모두 하얀색 고양이 털이 더덕 더덕 붙어 있어서
출근 전에 테이프로 10분씩은 떼어 내야 되는 것도 참을 수 있었고,
냥이 놀 공간에 무언가 올려두면 죄다 바닥에 떨어 트려 놓는 것도 괜찮았고,
아주 가끔 장난치다 휴지를 뜯어 놓는 것도 괜찮았습니다.

놀랍게도 마음이 바뀌면서, 고양이 덕분에 집을 깨끗하게 치우게 되면서 부지런해 진다고 좋아하게 되고, 고양이가 없던 시절 어떻게 살았는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마음의 위안이 되었습니다. 퇴근해서 문 열려고 할 때 현관문에 마중 나와서 빨리 들어오라며 "냐옹" 하는 소리에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시작은 "나는 고양이 주인이다." 였는데, 어느 순간 "저는 당신의 집사 입니다."로 바뀌면서 냥 집사로 성심성의껏 냥님을 모시고 있었습니다. 새끼 고양이의 귀여움을 만끽할 수 있는 냥이의 리즈시절은 상당히 짧았습니다. 그러나 그 몇 달 사이 단단히 홀린 겁니다. 그렇게 고양이 키우는 냥 집사가 되는 과정은 새끼 고양이 부터 시작하는 경우 3~4달도 안되는 짧은 리즈 시절에 폭 빠지면서 리즈 시절 미모가 사라진다 해도 함께 하게 됩니다.


뭐... 어릴 때 함께 하기 시작해서...


이런 느낌이에요....

연애도 고양이 키우는 냥 집사가 되는 과정과 상당히 비슷합니다. 수 많은 커플들이 연애 시작 시점에는 미남미녀, 선남선녀였다가 몇 달 후면 돼지 커플이 되어 있거나 아줌마 아저씨 커플로 변신하기도 합니다. 연애 시작할 무렵이면 여자도 다이어트에 열심이고, 피부관리도 정말 정성껏 합니다. 남자 역시 몸 만드는데 상당히 신경을 씁니다. 그러다가 몇 달이 지나면서 둘 다 배도 볼록 나오고 친근한 몸매로 변하는 것 같습니다. 살이 좀 쪄도 서로 "아.. 살 빼야 되는데.." 라고 말만 할 뿐, 먹는 것은 더 열심히 먹습니다.
그러나 애인님이 완전히 역변했다는 것을 느끼는 시점은 이미 완전히 빠져들어 버린 시점입니다. 1년 2년 지나서 10kg 정도 더 찐 애인님을 보면, '처음 만날 때는 안 그랬는데...' 라는 생각이 문득 들 뿐... 서서히 조금씩 변해가기 때문에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은 거의 못 느끼면서 적응해 갑니다.


좋게 생각하자면... 고양이 키우는 냥 집사가 되는 시점은 냥이의 사랑스러운 외모에 반해서 였지만 점점 그 고양이가 주는 마음의 위안 때문에 나머지를 다 감수하게 되듯이... 연애도 그런 지도 모릅니다. 분명 시작하는 시점에는 상대방의 외모도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나 사귀고 정들면 10kg가 불던 20kg가 불던... 처음처럼 예쁘게 꾸미지 않던 간에... 그 사람이 주는 마음의 위안 때문에 감수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관건은... 사귀면서 서서히 외모 매력도가 떨어져 가는 사이.... 확실히 정을 붙이도록 매력을 어필해야 한다는 것...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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