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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연애 귀차니즘 증상, 몇 레벨이세요?

· 댓글개 · 라라윈

라라윈 연애질에 관한 고찰 : 연애 귀차니즘 증상 진단, 이쯤되면 좋아하는 사람 있어도 연애 힘들다?

오랫만의 황금 연휴가 끝나갑니다. 잉여롭게 왕좌의 게임 조프리 독살 범인의 트릭도 찾고, 명탐정 코난 736화 의문의 산책길도 보며 잘 쉬었습니다. 잘 쉬고도 연휴 끝자락이 되니 뭔가 못 쉰 것 같고 하려고 했던 대청소나 몇 가지 일들을 하지 못하고 시간이 훌쩍 가버린 것 같습니다. 연휴 데이트 보다 뒹굴대는 휴식에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저처럼) 심각해지면 귀차니즘도 병인데, 연애 귀차니즘 증상도 레벨이 있는 것 같습니다.


LV1. 연락하는 것이 귀찮다

소개팅하고 누군가 새로 만나려고 하면 연락을 해야 합니다.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전화번호 받아놓고 연락을 하는 것이 귀찮아요. 또는 연락이 왔는데 답장하는 것이 귀찮습니다. 직장인 입장에서는 연락처 받고 연락하는 과정이 업무 미팅 잡는 것처럼 의례적으로 느껴지는 경우조차 있습니다. 소개 받았으니 연락 해야 되고, 중간에 리마인드 문자 보내주고, 만나고 났으면 예의상 확인 문자 보내주어야 하는 일련의 과정이 업무 같기도 합니다. 

LV2. 주말에 꾸미고 나가서 데이트 해야 되는 것이 귀찮다.

만나러 가는 날은 더 귀찮습니다. 특히 출근 안하는 주말이면 추레한 꼴로 뒹굴대도 되는 날에 풀 메이크업에 머리하고 옷도 골라입고 나가야 되니 주말 출근하는 기분이 듭니다. 특히 소개팅이라도 할 때는 출근보다 훨씬 신경이 쓰입니다. 결국은 똑같은 옷을 입고 갈지라도 무슨 옷을 입을 지 한 번은 더 생각하게 되니까요... 면접보는 기분이랄까요...

LV3. 사람 심기를 읽는 것이 귀찮다

직장생활하면 느는 것은 눈치 뿐이라는 말도 합니다. 업종에 따라 좀 다르기는 하지만 직장생활에서 소모되는 에너지 중 상당 부분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데 쓰는 것 같기도 합니다. 상대방이 뭘 원하는 것인지 생각도 해야되고, 기분이 안 좋은 것 같으면 안 건드려야 되고, 특히나 상사나 거래처 사람에게는 말 실수를 한 것은 아닌지 뭘 잘못한 것은 아닌지 긴장해 있습니다.
그런데 모처럼 쉬는 날 나간 데이트에서도 딱 그 기분입니다.
말 실수 하는 것은 없는지, 다음에는 뭐라고 말을 해야 되는지 머리가 1분 1초도 쉬지를 못 합니다. 미소 인형은 아닌데 미소를 계속 짓고 있으려니 엄청 피곤해요. 이렇게 데이트를 하고 집에 돌아오면 정말 녹초가 됩니다. 고로 쉬는 날에는 (낯선, 덜 친한, 불편한) 사람을 안 만나고 쉬고 싶기도 합니다.

LV4. 무언가 새로 하는 자체가 귀찮다.

정치적으로는 젊은 시절 진보적 성향의 정당을 지지했다가도 나이 먹으면 보수 정당을 지지하는 쪽으로 변하는 것이 귀차니즘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합니다. 있는대로 굴러가게 내버려 두면 편하니까요. 그러나 무언가 바꾸려고 하면 머리를 써야 합니다. 우선 그걸 왜 바꿔야 하는지 필요성을 상대에게 인식시켜야 하는데 이 과정부터가 몹시 귀찮습니다. 그러니 그냥 굴러가던대로 가는 보수적인 방향이 좋은 것이죠. 정치 뿐 아니라 삶도 그렇습니다.
주말에 학원이라도 하나 새로 다니거나, 회사 끝나고 운동이라도 시작하려고 하면 엄청 귀찮습니다. '운동해야지' '영어 해야 되는데..'가 몇 년째 연간계획인 사람이 한 둘이 아닙니다. 연애도 비슷한 맥락 같아요. 시작하긴 해야 겠는데 귀찮 귀찮... 고로 그냥 살던대로...

LV5. 에너지가 제로에 수렴하고 있다.

연애를 하던 데이트를 하던 뭘 하려면 사람이 에너지가 좀 있어야 합니다. 연애는 둘째치고 친구들이라도 만나려면 약간의 에너지라도 남아있어야 됩니다. 그런데 회사에서 계속 시달리고 마른 걸레 쥐어짜듯이 탈탈 털어내고 나면 남은 에너지는 제로에 수렴합니다.
회사 동료들 보면 엄마 아빠가 되면서 놀라운 체력과 정신력이 솟아나는 것 같아 보입니다. 똑같이 야근하고 주중에 에너지를 탈탈 짜내고서도 주말에 아이 데리고 사람 미어터지는 에버랜드나 뽀로로 랜드 같은 곳에 가는 초인적 힘을 보여줍니다. 아이, 가족이라는 존재가 그런 원동력이 되는 것 같은데... 미혼에게는 그런거 없습니다. 피곤해 죽겠고, 굳이 피곤한 몸뚱이를 이끌고 무언가를 할 이유가 없습니다. 뭐 굳이 피곤한데...


연애 귀차니즘 극복 방법

정말 타고난 기질 자체가 너무너무너무 귀찮아 하는 사람이라면 쉬이 바꾸기가 힘듭니다. 그러나 나이먹으면서 점점 귀찮아지고 있는 것은 생활의 피로함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지난 주에 학교에서 수업을 듣다가 뜬금없이 꽂혔던 사례는 다름 아닌 6시 퇴근이었습니다. 외국생활을 수십년 하고 한국 기업에 스카웃되어 온 모 기업 CEO는 새로 부임한 뒤에 한국의 직장인들에게 감탄했다고 합니다.

"아니, 저녁 8~9시 되서 회사에서 나가는데, 나가서 바로 집으로 가는 것도 아니고 소주 한 잔 하고 11시~12시 넘어서 집에 들어간 다음에 다음날 아침 8~9시면 출근해서 있는데.... 우리 회사 직원들은 대체 언제 쉽니까? 잠은 잡니까?"


라고 했다고 합니다. 비단 직장생활할 때만 이런 것이 아니라 한국인의 삶이 좀 이런 식인 것 같습니다. 중고등학생때는 학교 끝나고 밤까지 학원 갔다가 집에 가서 공부하고 서너시간 자고 새벽에 학교가고, 알바할 때는 보통 12시간 (10시 - 10시) 이런 식이었다 보니 사는게 원래 이런 것 같이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문제는 이렇게 쉬는 시간이 거의 없이 계속 달려오노라면 정말로 여유가 없어지고 에너지가 없습니다. 연애할 에너지도 물론 없습니다. 내 몸뚱이 끌고 다닐 기력도 없는데 연애는 무슨요. 연애 시작하려고 하면 우선 조금 쉬면서 체력을 비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귀차니즘 극복 첫 단계는 우선 체력, 에너지 보충입니다. 아이들은 기운이 너무 남아돌아서 사고치듯이.. 조금 쉬면서 에너지가 생기면 연애도 좀 더 하고 싶어집니다.

연애의 방식을 바꾸는 법도 있습니다. 드라마에서 주말 데이트 장면이 나오면 놀이동산가고 쇼핑하고 뭔가 하는 이미지가 자꾸 나와서 그런지 뭘 하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아요. 바로 이 점 때문에 연애 초반이 힘듭니다. 할 말 없는데 무슨 말을 꼭 해야 할 것 같고, 할 일이 없는데 꼭 어떤 데이트 코스를 짜서 무언가 해야만 할 것 같은 압박 때문에 피곤해집니다. 그냥 동네친구나 스터디 친구 만나듯이 그냥 만나서 밥 먹고 쉬고 놀면 연애 귀차니즘이 많이 덜어집니다. 데이트 코스 자체를 최소 동선, 최소 움직임, 책 볼 수 있는 북카페 같은 곳으로 잡고 친구 하나 사귄다 생각으로 접근해 보는 겁니다.
근사한 데이트 코스를 짜주지 않으면 여자는 싫어할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는데, 여자도 똑같이 피곤해요. 친하지도 않고 불편한 남자와 오랜 시간 같이 있는 자체가 피곤하고, 썩 즐겁지 만은 않습니다. 나중에 친해지고 같이 뭘 하고 싶고 어디 가고 싶어질 때쯤 화려한 데이트 코스를 짜서 열정적으로 놀러다녀도 늦지 않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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