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윈 치아교정 후기 : 부정교합 치아교정 100일 째, 먹는 것에 따라 지킬앤하이드처럼 변하는 심리상태
치아교정 시작한지 이제 100일이 되었습니다. 어느덧 교정 시작한 지 12주가 지나 치과에 2번 다녀왔습니다. 6주에 한 번씩 가고 있거든요. 처음에 교정기 부착하고 나서, 치아 교정 한 달, 두 달, 석 달 째에 어떻게 변하는지 궁금해서 사진을 많이 찾아봤는데, 혐짤이라 그런지 사진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올려봅니다. 흐흐흐.
이후에 혐짤이 올라올 예정이니, 치아교정에 관심이 없는 분들은 여기서 얼른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바로 혐짤 나갑니다. 정말이에요.
이건 큰 화면으로 봐서 채 <뒤로가기>를 누르기 전에 보실까봐 올린 사진입니다.
아직 늦지 않았어요.. 뒤로 가기를 누르세요.
부정교합 치아교정 100일간의 변화 (잘 먹을 때 적은 부분)
처음 교정기를 부착했을 때는 넓적한 U자 모양처럼 철사가 휘어 있었습니다. 안쪽은 더 삐뚤빼뚤했어요. 이게 정말로 일직선이 될까 의심이 가득했던 시기였습니다. 저는 윗니 하나가 180도 돌아가 있어서 빙그르르 돌아가 있는 치아를 제자리로 돌리는 교정도 함께 했습니다.
6주 후 교정기 부착 후 처음으로 치과에 갔다 왔을 때 입니다.
양치질을 잘 못해서 치아 착색이 심해서, 레몬향 소금물로 고압 세척을 해주신 직후라서 이가 반짝반짝 합니다. 6주 후에는 처음 교정기를 부착하였을 때에 비해 철사가 약간 펴졌습니다. 철사를 안 바꾸고 다시 끼웠는데, 처음보다 길이를 잘라냈습니다. 그만큼 처음에 비해 편편해진 것이겠지요.
10주 후쯤 되자 윗니가 거의 일자가 되었습니다. U 형태의 치아가 ㅡ 형태로 변해갑니다. 윗니가 편편해짐에 따라, 벌어져 있던 아랫니와 가까워지면서, 맞 닿은 적이 없던 왼쪽 어금니 위 아래가 닿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치아가 맞닿는 사람에게는 전혀 신기한 일이 아니겠지만 한 번도 맞 닿은 적이 없던 저에게는 너무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왼쪽 치아가 드디어 맞물리기 시작하자, 아랫니가 윗니에 비해 어금니 하나 정도 앞으로 나와 있다는 것도 정확히 알게 되었습니다.
12주차에는 빙그르르 돌아가 있어 제자리로 되돌리고 있던 치아가 많이 돌아왔다는 것도 보였습니다.
어쩌다 생각날 때 한번씩 치아 사진을 찍어 두는데, 정말로 교정기를 붙여 놓으니 치아가 움직인다는 것이 참 신기했습니다.
여기까지가 12주가 되어 병원가기 이틀 전에 행복하게 적어 놓은 것 입니다.
10주, 11주 쯤에는 먹을 것을 아주 잘 먹고, 깍두기도 잘 씹어 먹고, 김밥도 잘 먹고, 교정기에 개의치 않고 상당히 잘 먹었기 때문에 이 때까지만 해도 아주 행복했습니다. 치아교정 하니까 정말로 치아가 움직이네요. 신기해요~~ 이런 긍정적인 상태였어요..
그리고 지난 주 토요일, 치아교정 경험자들이 예고해 주었던 치과가서 조이는 날이 되었습니다.
병원에 가서 고무줄을 조금 더 센 것으로 바꾸고, 이제 아랫니에도 교정장치를 붙이고 밴드를 끼우기 위해 치아 사이에 파란 고무줄을 넣자..... 저의 기분은 급변했습니다.
치아교정 12주차, 치과에서 고무줄 조이고 온 후 3일째 (잘 못 먹어서 몹시 예민함)
오후 3시까지 극도의 예민한 상태였어요. 배가 고파서요... ㅠㅠ
토요일 오전에 치과 다녀와서는 바로 굴짬뽕에 찹쌀 탕수육까지 첩첩 잘 씹어 먹었습니다. 이 때도 살짝 이가 뻐근하다 싶었는데, 저녁때부터 본격적으로 신호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고무줄을 끼워 놓은 아랫니 어금니 양쪽이 욱씬욱씬하기 시작했습니다. 식빵을 뜯어 먹는데 우찌끈하는 느낌이 들더니 식빵 테두리 정도도 씹을 수 없게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다음날 점심에 영 기운이 없어 뜨끈한 쌀국수를 먹었는데, 역시나 어금니로는 씹을 수가 없어 앞니로 오물거렸습니다.
대체 MC몽은 어금니 없이 어떻게 먹고 살았는지 진심으로 궁금했습니다. 어금니가 있되 건드리기만 하면 아픈 것 보다 아예 없으면 잇몸으로 씹을 수 있는 걸까요..? 디스가 아니라 진심으로 궁금했습니다. 이가 아파서 못 먹으니 별 생각이 다 듭니다.
오늘은 아무래도 안 되겠길래 아침에 죽을 사들고 왔습니다. 아침에 죽을 먹은 것은 참 좋았는데, 점심때 죽을 먹었더니 2시도 안되어 배고프기 시작하고, 아무 것도 하기 싫고, 머리도 안 돌아가고, 의욕이 없었어요. 뇌도 뭔가 영양분이 있어야 활동을 하지요.. ㅠㅠ
힘들어요... 그리고 떠오르는 대로 치아 교정의 어려운 점을 적기 시작했습니다.
1. 교정기는 정말 불편하다.
치아 교정이 시작된지 수 십년이 지났는데 어째서 아직도 치아 교정기가 이토록 불편한 것인지, 개발자님들은 뭐 하시는지... 하루에도 한 두번씩 투덜거리곤 합니다. 양치질을 어지간히 해 대도 치아교정기 사이에 작은 고춧가루가 끼기도 합니다. 후추, 고춧가루, 허브 등등의 작은 양념들이 교정기 사이에 붙어 있어요. 망할 글리터 못지 않아요.. ㅡㅡ;
그리고 입 안에 치아 두께 못지않은게 붙어 있으니 적응이 되는 듯 하나 잘 적응이 되지 않아요. 엄청 불편해요.
2. 아프다
아파요. 아파. 아파. ㅠㅠ
예전에 백코치님이 여자친구가 치과 교정하고 치과 다녀오는 날이면 몹시 예민해져서 짜증을 냈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그 때는 저는 안 그럴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어요. 확실히 히스테릭합니다. 어제, 그제 제가 한 말과 행동을 돌아보면 아주 예민하고 공격적이었습니다.. ㅠㅠ 제 상태가 불안정하고 공격적이란 것을 자각하고 있어도, 어느 순간 짜증을 부리면서 예민하게 굽니다. ㅜㅜ
가만히 보니, 치과 다녀와서 1주 정도 아프고 예민하고, 중간 중간 치아가 이동하면서 아프고 예민하고, 아침에 일어날 때 뻐근해서 날카로워지고, 적응 될 만하면 다시 치과 가는 날... 이런 패턴이 반복됩니다..
3. 소화 장애가 생길 수 있다.
음식물을 제대로 씹어서 삼켜야 되는데, 50% 정도의 상태로 그냥 삼켜요. 김치도 큰 덩어리로 꿀떡.. 버섯 같은 것들도 꿀떡.. 그냥 삼켜요... 녹여 먹을 수 없는 것은 대부분 제대로 못 씹고 그냥 삼킵니다. 치과 막 다녀온 날은 거의 50% 정도 씹고, 좀 적응되면 7~80% 정도 씹어서 삼킵니다. 예전처럼 100% 꼭꼭 씹어서 삼키질 못해요. 위나 장이 약하면 분명 문제가 생길 것 같아요.
4. 종종 원숭이 표정을 짓는다. ㅜㅜ
그
날 그 날의 컨디션에 따라 교정기가 아주 거슬리는 날이 있습니다. 그럴 때면 자꾸 입술을 움찔거린다거나, 혀로 민다거나 하는 짓을 무의식적으로 합니다. 불편하니까 조금이라도 편한
위치를 잡으려고 애를 쓰는 것인데, 이 과정을 지켜보면 마치 개코원숭이 흉내내는 것 같아 보입니다. 누군가가 "너 지금 계속 입을 움찍거리고 있어. 그만 좀 해." 라고 말해주기 전까지는 제가 개코원숭이 표정이나 비버 표정을 짓고 있다는 것을 전혀 모릅니다... ㅠㅠ (데이트는 다 했어.... ㅠㅠㅠㅠ)
5. 면역력 저하로 이상한 증상들이 나타난다.
이 건 제가 나이를 먹어서 나타나는 증상일 수도 있습니다. 치아 교정과 함께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증상들이 나타났습니다. 올 겨울 난생 처음으로 추위 알러지가 생겼어요. 온 몸에 두드러기가 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노안 증세처럼 눈이 피곤하고 침침해요. 정말 노안인가 싶어 걱정했는데 노안의 일반적인 증상과는 좀 다릅니다. 이런 증상과 치아 교정과의 상관관계를 입증하기 쉽지 않으나, 평생 한 번도 겪어 본 적이 없는 증상들이 막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잘 못 먹고 피곤하니... 몸이 좋을리가...)
배가 고파서 짜증이 난 상태에서 부정적인 생각들만 활성화 되면서, 치아 교정의 어려운 점 100가지라도 적을 기세로 써내려 가다가... 점점 기운이 빠졌습니다. 키보드 칠 의욕도 없고, 투덜거릴 기운도 없어요..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녹여 먹더라도 뭔가 먹어야 겠어요.
주섬주섬 옷을 입고 나가 맥도날드 햄버거 세트를 사왔습니다.
감자튀김을 천천히 녹여먹고, 햄버거를 앞니로 오물오물 먹었더니 기운이 났어요. 뭔가 할 의욕이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다시 이 글을 보니, 참.... 지킬앤 하이드같네요.
치아교정이 좀 적응되어 잘 먹을 때는 긍정적으로 "어머~ 치아가 움직여요~ 신기해요~~~" 이런 이야기를 적다가, 치과 다녀와서 이가 아파서 못 먹으니 "님들, 치아 교정이 얼마나 힘든지 아셈?" 이라며 싸울 기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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