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윈의 연애질에 관한 고찰: 본인들만 모르는 커플도 있다?
(이래서 연애블로거가 되는 것인지) 다른 눈치는 없어도 남의 연애사에 대한 기류는 참 잘도 읽게 됩니다. 차를 타고 스쳐지나가며 그 둘의 표정을 보니, 남학생은 여학생이 예뻐죽겠어서 어쩔 줄 모르는 어색하고도 행복한 표정이 역력하고, 여학생 역시 수줍고 어색하면서도 좋은 티가 납니다. 저 둘 사이에 뭔가 있다는데 혼자 500원을 걸었지만, 잘못 말했다가는 괜한 루머가 날 수 있으므로 아무에게도 말을 꺼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에 다른 분들과 차를 타고 귀가하는 길에 그 커플(?)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밤 늦은 시간에 끝나는 수업을 마치고 가는 길이었는데, 그 시간에도 그 둘이 오붓이 함께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역시나 만면에 행복한 미소를 가득 띈 채였죠.
그들을 보자, 모두들 그 둘이 함께 있는 것을 목격했다는 증언을 꺼내놓았습니다.
학교에 자주 나오는 학생이야 말 할 것도 없이 자주 목격했고, 학교에 드문드문 나오는 아주 바쁜 선생님도 그 둘이 함께 있는 것을 목격했고, 저도 목격했던 것 입니다. 모두 다른 장소에서 다른 시간에 그 둘이 함께 다니는 것을 목격했다는 근거가 있고보니 둘의 관계에 대한 담론이 이어졌습니다. (원래 내 연애사는 진지하고 가슴아픈 영화지만 남의 연애사는 너무 재미있는 이야기거리가 되죠..ㅡㅡ;;;)
붙어다니며 친하게 지내는 남녀관계에 대한 추측
추측1: 그 둘은 커플일 것이다. 다만 학과 내 커플이기 때문에 비밀로 할 뿐이다.
그 둘은 사귀고 있는 사이이나, 같은 단체에 몸담고 있는 경우 사귀는 것이 알려졌을 때 불편한 점이 많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비밀로 하고 있는 것 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비밀로 한다고 하기에는 둘이 같이 다니는 모습이 너무 아무렇지 않습니다.
둘 다 매우 똑똑하기 때문에 비밀로 하려고 하는 상황이라면 저렇게 눈에 띄게 다니지는 않을 것 같았습니다. 같은 과도 아니고, 같은 전공도 아니며, 사실은 서로 만날 일이 없는데다가, 원래 여자보기를 돌같이 하던 남자와 남자에게 별 관심없던 여자가 붙어다니고 있으면 남들이 보기에 커플로 의심(?)할 수 있다는 것을 알텐데 말이죠. 그래서 추측이 이어졌습니다.
추측2: 서로 좋아하지만 아직 사귀는 것은 아니다.
남보기에도 연인같고, 본인들이 하는 짓도 딱 커플이 하는 행동이지만, 아직 사귀기로 한 것은 아닌 상태일 것이다라는 추측이 이어졌습니다.
"둘이 좋아하기는 하는데, 아직 고백을 안 했거나, 사귀기로 확실히 하고 나면 입장이 난처해 질 수 있으니까 사귀자는 말은 안하고 사귀는 것처럼 지내고 있나보지."
아주 그럴듯 합니다.
추측3: 남 보기에는 커플인데 본인들만 모른다.
그 둘은 선후배들 사이에서도 사랑받는 착하고 성실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거짓이나 꾸밈이 없는 순수한 사람들이다 보니, 남 보기에는 커플이고, 그 둘이 하고 있는 여러 가지 행동이나 정황도 확실히 커플인데도 본인들만 모르고 있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이런 추측에 나이 많으신 선생님 한 분이 쐐기를 박으십니다.
"둘이 맨날 붙어다니고 서로 좋아하고 저렇게 만나면 사귀는 거지. 그럼 뭐가 사귀는거야?"
화기애애한 남의 연애사 이야기에 모두 신이나서 그 둘은 어쨌거나 커플임에 확실하다며 뛰어난 추리를 흡족해하며 대화는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더불어 매우 잘 어울리는 커플탄생을 미리 축복했습니다.
본인들만 모르는 커플아닌 커플, 스스로도 자기 마음을 몰라서?
본인들만 모르는 커플 아닌 커플관계가 생기는 이유는 아직 본인들도 본인들 마음을 잘 모를 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남 보기에는 하는 짓이 영락없는 연인인데, 스스로는 상대방에 대한 마음이나 생각에 대해 잘 모르기도 합니다.
원래 남의 일을 들여다보는 훈수두는 입장에서는 상황이나 감정이 명확히 보이는데, 나 자신이 포함된 일에는 지성도 감성도 고장나 버리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옆에서는 잘 보이고 직접하면 잘 못하는..ㅋ
그럴 때는, 심리학의 행동주의가 유용합니다. 사람의 심리를 알기 위해 행동을 토대로 추측하는 것 입니다. 물론 연애에서는 이 행동주의 심리학이 너무 많이 이용되어서 문제이긴 합니다. 상대방의 작은 행동에도 크게 심리적 해석을 덧 붙여 착각의 늪에 빠지게 만들죠. 그러나 상대방보다도 내 마음을 들여다 볼 때, 이 방식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스스로도 자기 마음을 모르겠다면 자기가 하고 있는 짓을 잘 살펴보시길...
커플 아닌 커플 관계, '사귄다'는 말의 의미때문?
또 하나는 선생님의 마지막 말에 '사귄다'는 의미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통 '(친구를) 사귄다'라고 할 때는 국어사전의 의미로는 '서로 얼굴을 익히고 친하게 지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친구사이에도 "우리 친하게 지내자~" 라는 말을 하기는 하지만, "나랑 사귈래? 나랑 친구할래?"를 꼭 묻지는 않습니다. 그냥 이야기를 나누다 잘 통하면 가까워지고, 자꾸 볼 일을 만들며 친해집니다.
그러나 남녀사이에서 '사귄다'라고 할 때는 한쪽이 (보통 남자가) 사귀자고 고백을 해서 다른 한 쪽이 그러자고 한 뒤에 만나는 관계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사귀기로 합의한 날을 기점으로 각종 기념일을 챙기고, 의미를 부여합니다.
친구사이의 경우, 사귀다가도 한동안 연락을 안 하기도 하고, 한동안 다른 친구와 더 친하게 지내기도 하지만, 커플은 그렇게 하면 난리가 납니다. 연락이 끊어져서도 안 되고, 한동안 연인보다 다른 친구와 더 친하게 지내도 곤란합니다. 그리고 다른 이성과 사귀면 절대 안 된다는 계약조건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렇기에 사귀기로 한 것을 분명히 해 놓는 일이 중요해집니다. 결혼식을 올리고 혼인신고를 하면, 그 순간부터 시작되는 유효한 계약조건(?)이 여러 가지 생기듯이, 커플이 되기로 사귀기로 확실히 합의를 하는 순간부터 효력이 발생되는 유효한 계약조건이 여러가지 있는 것 입니다. 사귀는 것 같이 지내기는 하지만, 사귀는 것은 아니라면 상대방이 커플이라면 하지 않을 행동을 해도 뭐라 하기도 난감합니다.
그렇기에 "사귄다"는 말을 하고 안 하고에 예민해지거나 집착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로 인해서 연애를 망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사귄다'는 말에 집착을 해서, 사귀자는 말을 안 했으니 사귀는 것이 아니라며 사귀자는 말을 하기를 기다리거나, 아직 상대방은 마음의 준비가 안 되어있는데 무조건 '사귀자'고 부터 하거나 하는 경우, 연애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기도 합니다.
막상 오랜 커플을 보면 사귄다는 말 없이 그냥 오래 사귄 경우도 꽤 많습니다. 딱히 누가 누구에게 고백을 하고, 몇 월 몇 일부터 사귀기로 해서 사귄 것이 아니라 그냥 친하게 만나다 보니 서로 암묵적으로 우리는 커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남이 봐도 커플이고, 그렇게 본인들도 인정하고 남도 아는 커플이 된 경우도 많습니다.
오랜 세월 살아오신 선생님 말씀처럼 "사귀는게 별건가. 남녀가 맨날 붙어다니고 둘이 서로 좋아하면 그게 사귀는거지."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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