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 경비원 아저씨, 너무 그러시지 말아 주세요.

#1
볼일이 있어 한 아파트에 가게 되었습니다.
아파트에는 잠시 말없이 주차하면 무시무시한 경고 스티커가 붙는 경우가 많아 미리 경비원 아저씨께 말씀을 드리고 방문증을 받아 차에 붙여 두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 일입니까.
다녀와 보니 차에, 그것도 운전석 앞에 떡하니 노란색에 빨간줄 죽죽 그어져 있는 경고장이 붙어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보는 순간  화도 치밀어 올랐지만, 그 보다는 운전석 시야를 가려 놓으니 당장 차를 가지고 갈 일이 걱정이 되었습니다.  시야를 가리는 스티커를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다가 아저씨께 부탁을 해야 겠다 싶었습니다.  아쉬운 것은 저이니, 아저씨께 가서 웃으며 여쭈어 보았습니다.

"아저씨, 제가 (자초지종이 이러이러해서) 여기에 주차를 했습니다. 아까 관리실 아저씨께 방문증 받아서 붙여두고 갔는데, 왜 경고 스티커를 붙이셨어요? "

아저씨 왈 "나한테 얘기 한게 아니잖아. 말을 하고 가야지."

"제가 잘 몰라서.. 아까 다른 분께 말씀을 드리고 방문증을 받아두어서 괜찮을 줄 알았습니다. 다시 말씀 안드린 건 죄송합니다.. 그런데, 어째 경고장을 운전석에 붙여 두셨어요?"

아저씨.." (그제야 조금 미안한듯) 나한테 말을 안하니 몰랐고, 스티커 안 붙이면 관리사무실에서 외부차량 단속 안한다고 뭐라고 하고.. (등등등 여러 이유..)..!"


이유가 어이 없습니다. 경비 아저씨가 한 분만 계시면 방문증이라는 것이 필요없습니다. 여러 분이 계시기에 누구에게 이야기 했는지 몰라 생기는 이런 폐해를 없애려고 방문증이라는 것을 이용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일일이 경비아저씨를 다 찾아다니며 "무슨 일로 왔으니 차 댑니다." 하고 갔어야 옳은것인지...
게다가 외부차량은 대개 금방 차를 이동해야 할 것을 아시면서 운전석 앞유리에 각도 조절 정확히 하셔서 딱 붙여두신 센스는... 놀라울 따름입니다. 방문증 없는 차라해도 대부분  운전을 하고 차를 뺄 것을 감안하셔서 조수석 쪽에 경고장을 붙이십니다.
잘잘못을 떠나 아쉬운 것은 접니다. 아저씨께 화도 내고 잘못을 따지고 싶은 마음 굴뚝 같으나 우선은 차를 이동하는 것이 급선무 인 것 입니다.

" 저는 운전을 잘 못해서.. 저렇게 가려지면 당장 차를 빼기도 어려운데요..
죄송하지만, 뜨거운 물이라도 한컵 얻을 수 없을까요.. 차를 빼야 가는데, 운전석에서 시야가 가려져서 갈 수가 없네요. 지금 어디가서 얻을 곳도 없고, 경비실에 물끓이시는 것 있으시면 한 컵만 주실 수 없을까요?"

아저씨.. "칼 같은것 없어? 저거 잘 떨어지는데,.. 뜨거운 물 같은거 없어."

"아저씨, 어떻게 이거 떼는 방법이라도 없을까요? "

아저씨.." 끌 같은거나 뭐 뜨거운 물 부으면 잘 떨어져.. "

아저씨 휙.

관리실에 물끓이는 기계를 보고 부탁했건만 외면하십니다. 결국은 아파트에서 차를 빼서 근처에서 최대한 가까운 아는 곳에 가서 물 끓여서 부은 뒤 떼어가지고 왔습니다.
차 빼서 가는 동안도 앞이 안보입니다.. 어찌나 찰싹 붙이셨는지 뜨거운 물을 한 바가지를 부어가며 20여분은 끍었습니다. 떼는 동안 손은 꽁꽁 얼어가고, 마음은 더 추웠집니다.

아저씨는 나름대로 직무에 충실하셨던 것 뿐인지도 모릅니다. 아저씨도 외부차량 때문에 차 댈 곳이 없다고 항의하는 많은 입주자들에게 시달리셔서 그러셨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분노하고 항의하는 것은 방문증도 없이 무단주차를 하는 것이 아닐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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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 일을 겪고 보니 얼마전 주차장에서 있었던 황당한 사건이 떠오릅니다.

천안아산역에서 ktx를 타려고 갔었습니다. 후진주차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경비원 아저씨가
"아니, 받았네. 받았어!" 하시며 뛰어오시는 것이 아닙니까.
"무슨 말씀이세요? " 했더니
후진주차를 하면서 뒷범퍼가 옆차의 앞 범퍼를 받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운전을 하시면 아시겠지만, 운전자는 상당히 예민합니다. 범퍼가 닿는 것을 못 느끼는 운전자는 별로 없을것 입니다. 말씀 하시기 무섭게 브레이크를 밟고 내려서 확인하니 전혀 닿지 않았습니다.

아니라고 말씀을 드리니
"남의 차를 받아놓고 오리발을 내밀면 어떻게 해? 얼른 차주에게 전화해서 보상을 해야지!"
하시는 것 입니다. 설상가상으로 마침 그 차는 주차하다 여기 저기 긁힌 흔적이 있습니다.

저희는 하지도 않은 일을 보상하라 하니 억울하고, 아저씨는 사고를 내놓고 오리발이라 하니 일이 커졌습니다. 기차시간은 다가오는데, 친구만 남겨두고 혼자 차타고 가버리면 일이 어려워 질 것 같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저씨가 보신 각도가 차가 겹쳐보여서 그런 듯 하다는 이야기와, 친구 차에는 후방감지센서가 있는데, 후방감지센서가 그렇게 울리지 않았다고 말씀을 들렸습니다.
이 아저씨, 강력합니다. 무슨 말을 해도 자기가 본 것만 정확하다 우기십니다.

결국은 친구가 차 뒷 범퍼의 먼지로 결백을 증명했습니다.
다행히도 세차를 한 지 며칠되어 뒷 범퍼에 먼지가 있는데, 닦인 흔적이 전혀 없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그 아저씨는 그래도 아니라고 우기십니다.

경비 반장 님이라는 분이 오셔서 뒷 범퍼의 먼지보시고 일은 해결이 되었습니다.
반장님 말씀으로는 그날 주차장에서 접촉사고가 3건이 있었는데, 차주 분들이 경비원 아저씨께 책임을 묻고 힘들게 하여 예민해져 있어서 그런 것 같다면서 사과를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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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원 아저씨들이 무슨 억화심정이 있으셔서 이러시는 것은 아닐거라 생각합니다. 직무에 너무 충실하신 탓이겠지요. 투철한 직업의식 칭찬받아 마땅한 것이지만, 무엇이든 과한 것도 문제입니다.

나지도 않은 사고가 났으니 보상하라 하시고,
아저씨 본인에게 말한 것이 아니니 방문증이 있어도 주차경고 스티커 붙이시고...

경비원 아저씨들, 저희 아버지 할아버지 같으신 분들이십니다. 아저씨 처사가 잘못되었다고 함부로 욕하고 대들 수 없습니다. 다만 당하는 사람은 너무 억울합니다.
직무에 충실하신 것은 좋지만, 일의 처리는 공정하게 하셔서 괜한 억울하고 힘든 일을 겪게 만드시지는 않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주차장 입구를 막고 개념없이 주차한 검은 SUV의 정체
- 차에 꽂혀있던 쪽지 ... 고백
- 차를 들이받더니 차 한 대 사준다는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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