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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지변 (人災地變)

· 댓글개 · 라라윈
딱 1년 전 집에 불이 났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독립도 하고 미술작업과 공부도 하겠다는 생각에 지방의 집으로 온지 1년여 만의 일이었다. 직장에 있는데  전화가 온 것이다. 동사무소라고.
지금껏 동사무소에서 전화받을 일이 없어 황당하였는데, 그 내용은 더욱 황당하였다.
집에 불이 났으니 빨리 오라는 것이었다.

경황없이 가보니, 아직도 불길은 활활 솟구쳐 오르고 있고, 지붕은 형체도 없고, 벽도 반 정도 밖에 안 남아있었다. 물론 나의 분신같은 살림살이들은 모두 타고 있었다.
불길이 잡히고, 들어가 보니.. 타다 만 살림의 조각들이 보였다.
차라리 보이지나 않으면 속이나 상하지 않으련만.
타다 남은 컴퓨터, 타다 남은 옷 조각(무슨 옷인지 한 눈에 알아 볼 만큼씩..) 들이 '아, 이것도 탔구나.'  하는 인지를 돕고있던 것이다.
고양이를 두 마리 키우고 있었는데, 겁이 나서 고양이들의 행적은 찾아보지도 못했다.
그저 지금까지 '어디론가 도망갔을거야' 라고 굳게 믿고 있다.

놀란 가슴은 조금 가라앉히고 보니  당장 갈 곳이 막막하였다.
서울 집으로 가자니 다음 날 일이 문제이고, 그렇다고  친척집, 친구집에 가기도 뭣하였다.
결국 모텔을 잡고 가까운 마트에 들렸다. 입고 나온 옷과 가방이 살림의 전부이니.. 당장 내일 갈아입을 옷가지와 속옷, 양말은 사야했다.

마트에 들어서니.. 눈물이 핑 돌았다. 내가 가지고 있던 것들과 같은 물건을 볼 때마다 상처를 건드리는 기분이 들어서이다. 바로 몇 시간 전까지 나도 저것과 똑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제는 아무것도 없구나' 하는 생각에  슬퍼졌다.

정신을 차리고  따져 보니 생각보다 피해액이 컸다.
뉴스에서 볼 때 걸핏하면 억단위를 찾는 것이 이해가 되었다.
독립한 것이 신나 왠만한 내 살림은 모두 가지고 내려온 터라, 옷, 가방, 구두, 캠코더, 컴퓨터, 공구, 가구들.. 합하니 몇 천만원이 훌쩍 넘었다.
 단순히 돈으로 따질 수 없는 피해는 더 컸다. 내가 오랜시간 공들여 그린 그림 작품들, 영상작업 cd, 내가 쓴 글들, 노트들.. 그동안 찍은 사진들..
혼자 살림의 피해가 이만하니, 일가족이 재난을 당하면 그 피해액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수습을 하려니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당장  나의 피해 복구를 위해 가족, 친척들이 성금과 구호물품을 내 놓았고,
나도 나름대로 구제받기 위해 관공서를 찾아다녔다.
그러나  관공서에서 돌아온 무뚝뚝한 대답은 재난을 더 크게 느끼도록 만들었다.
나는 대상이 아니라는 것. 화재나 수해시 정부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은 생활보호 대상자 뿐이라고 한다. 또한  본인이 수입이 없다해도 가족 중에 일정 수입 이상이 있으면 안되고, 일가친척 피붙이가 하나도 없어 당장 갈 곳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도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최대 200만원이고, 생활보호 대상자라 해도 몇 십만원이 다 라고 했다.
결국 정부에서의 도움은 10원도 없었다.

지난 1년여 동안 이 화재의 뒷거지는 참으로 힘들었다. 다행히 나의 경우는 내가 가족 경제의 주축이 아니었기에 가족의 도움으로 빨리 회복할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화재 전 만은 못하다. 화재 전에 가지고 있던 것의 반도 없다. 이만큼의 회복에도 많은 돈과 고생스러움, 노력이 들어갔다.


지금에 와서 이 돌이켜 생각도 하기 싫은 일을 생생히 되새김질 하는 이유는 태안사태를 보며 그 마음이 느껴져서 이다. 나는 가족 경제의 주축이 아님에도 나의 재난으로 온 가족이 상당한 심적, 물적 고생을 하였다. 그런데 온가족이, 가족 경제의 주축이 이런 일을 겪는 경우는 어떠할까.

아마, 가두리 양식장에 기름이 뜨면서 못쓰게 되는 모습을 보는 어민들의 심정이 타다남은 살림 쪼가리를 보는 내 심정보다 더 쓰라리고 아프면 아팠지 결코 덜 하지 않을 것이다.

뉴스에는  정부에서 많은 지원을 한다 연일 떠들지만, 화재를 겪고 지원이라고는 10원도 못 받고 보니 사회복지며 지원이라는 것이 굉장히 의심쩍다.
너무 많은 사람이 피해를 겪어 그 피해를 모두 보전해줄 수 없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분명 미약할 것이다. 생활보호대상자는 원래 생활이 어려우니 작은 지원 가지고 힘이 들 것이고,
나처럼 어설픈 서민들은 지원대상조차 안되니 어려움이 커질 것이다.

우리가 성금을 보내주고, 구호물품을 보내준다 해도 그들은 너무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그렇다고 그마저 없으면? 정말 죽고 싶은 심정이라는 말이 딱 맞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만원이라도 양말 한짝이라도 어렵고 아쉬울 것이라며 챙겨주던 분들이 너무 감사했다.  하지만, 크게 도와 줄 수 없으니 아무것도 못한다며 도움을 주지 않으시던 분들께는 너무도 서운했다.  화재가 나니  입던 옷 하나라도 고마웠었다. 어찌되었건 우선은 당장 필요하니 쓰고, 수습을 하고 나서 옷을 새로 사던 뭐하던 할 것 아닌가.
그 때 고맙던 분들, 아마 죽을때 까지 기억할 것이다. 서운함을 안겨준 분들, 물론 더 잘 기억나지만 애써 잊고 있다.

크게 못 도와준다 외면 말자.
당장 봉사활동 못간다 아무 것도 못 돕는다 하지 말자.
정말 어려울때는 신던 양말 하나도 고맙다.

* 티스토리에서 소개하는 봉사방법을 옮겨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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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태안에서는 장비가 부족해 복구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3만원의 기금이면 1드럼의 기름을 처리할 수 있고, 우선적으로나마 기금을 모하 태안에 전달을 했으면 합니다. 여러분께서 게시판에 희망 메시지를 남겨 주시면 메세지 한개당 네티즌의 이름으로 500원의 금액이 적립되고, 핸드폰, 신용카드 등을 이용하여 기금을 적립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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