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윈 일상 추억의 물건 : 디스켓, 플로피 디스크, 슬라이드... 그리고 연애 레포트!
우선은 이제는 듣지않는 테이프 두 박스를 놓고, 이거 모으느라 무척 수고했는데 버릴까 말까 백 번 망설이다가 과감히 내 놓고, 이이서 컴퓨터 CD를 정리하려고 보니 테이프보다 더 오래된 물건이 튀어나옵니다.
먼 옛날 배추 도사 무 도사 나오던 시절에 있던 플로피 디스켓 입니다.
국민학교 시절... 디스켓 8비트 16비트 흑백모니터
니콘 쿨픽스 S8100
이제는 컴퓨터에 들어가지도 않는 플로피 디스크가 아직도 있어서 신기한 마음에 열어보았어요. 컴퓨터 학원에 다닐때는 신주단지 모시듯 했던, 이거 하나 있음 친구들이 무지하게 부러워했던 프로그램 파일들이 빼곡히 들어있었습니다. +_+
니콘 쿨픽스 S8100
MS_DOS 디스켓, 포트란 코볼 디스켓
우선은 그 당시 8비트, 16비트 컴퓨터를 시작하는데 꼭 필요했던 MS-DOS 디스켓이 들어있습니다. 지금은 전혀 기억에도 없는 베이직 ( GW-BASIC )과 포트란, 코볼 디스켓도 들어있어요. 지금은 컴퓨터 전공자가 아니면 전혀 쓸일이 없는데, 그 때는 컴퓨터 학원에 가면 제일먼저 베이직 부터 배우면서 프로그램 언어를 일일이 입렸했었어요... 윈도우가 나온 것은 정말 축복이에요...^^
니콘 쿨픽스 S8100
헥사 게임 Hexa
헥사는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사랑받고 있는 게임이죠. 그 때 8비트 컴퓨터에서 속터지는 속도에서도 이 게임 디스켓 인기였습니다. ^^ 국민학교 시절 써놓다 보니 헥사 철자도 아주 제 맘대로에요..^^;; 초딩시절에는 내 물건 이름쓰기가 바른생활 어린이 수첩에 있는 항목이라 더더욱 철.저.히 제 물건에 사방에 이름을 썼었어요.. (서른 먹은 지금도 제 물건에는 네잌 스티커와 이름 도장을 찍어놓긴 합니다.. ^^;;; )
니콘 쿨픽스 S8100
선사시대
이제는 저게 무슨 게임이었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한데, 아마 원시인 아저씨가 나와서 뭘 때려잡는 게임이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저 판다 디스켓이 너무 예뻐서 더 애지중지했던 기억이 납니다. ^^니콘 쿨픽스 S8100
알카로이드 !
알카로이드 게임 역시 지금도 잼있는 게임이죠. +_+지금 아이들은 저렇게 디스켓 꽂아서 MS-DOS로 부팅시키고, 게임 디스켓을 다시 꽂아야 게임하는 환경을 상상도 못할거에요.. 더욱이 컴퓨터는 제일 좋은게 16비트. 보통 8비트... ^^;;;
니콘 쿨픽스 S8100
심 시티
그 때 정말 정말 좋아했던 집짓기 게임입니다. 그 당시에는 집에 컴퓨터가 없어서 컴퓨터 학원에서 프로그램 빨리 배우고 수업 끝날때까지 잠시라도 틈이 있으면 심시티 하느라 바빴어요. 집 잔뜩 짓고, 어디선가 불나고, 수리하고 또 짓고... 컬러도 아닌 흑백 모니터에 느린 컴퓨터에서도 왜 이리 잼있었는지....
다행히 요즘도 아이폰 위시티 어플, 아이폰이 없어도 인터넷에서 할 수 있는 네이버 마이 시티가 심시티의 향수를 달래줍니다. ^^
니콘 쿨픽스 S8100
대학생의 필수품이었던 플로피 디스크
이삿짐 정리를 하다보니, 컴퓨터의 발전사가 한 눈에 들어오는데, 저렇게 큼직하고 까만 디스켓에서 대학교 입학하던 시절에는 알록달록 예쁘고 자그마한 디스켓이 나왔습니다. 그 때는 학교에서 과제물 낼 때도 자그마한 플로피 디스크에 학번이랑 이름 써서 내기도 했었어요.
대학시절...미술 수업시간 슬라이드
니콘 쿨픽스 S8100
이어서 눈에 띈 것은 슬라이드 였습니다.
요즘 대학생들이 들으면 정말 황당할 물건이죠.
PPT 를 잘 만들지도 못했고, 만들어도 학교 프로젝터에 연결할 줄 아는 학생이 거의 없어 걸핏하면 컴퓨터와 프로젝터 연결이 실패해서 발표수업을 망치게 되는 통에 교수님이 권장하시던 슬라이드입니다.
특히나 미술수업에서, 발표하는데 그림이 안보이면 도무지 얘기할 거리가 없기 때문에 프로젝터와 PPT 파일이 잘 안열리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슬라이드를 썼었어요. 발표 한 번 하려면 도서관가서 그림 다 찾아서 카메라로 찍고 슬라이드 만들어서 했던 시절입니다. ㅜㅜ
10년 전 남자친구 만들기 레포트
그런데 이 이사짐 속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이 있었습니다.
옵티머스q 폰카
제가 대학교 1학년 때 학습법 시간에 쓴 " 남자친구 만들기 " 레포트 였습니다.
언제나 연애 심리, 남자친구 사귀기, 이런 것들에 무한 관심이 있었고, 연애질에 관한 고찰을 좋아 하지만, 대학교 1학년 때 레포트로도 이렇게 " 남자친구 만들기 " 에 관한 글을 냈었던 것은 생각도 못했었어요.
대학교 1학년 입학해서, 완전히 여대와 같은 환경 속에서 어떻게 하면 남자친구를 사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주제로 학습법 시간에 배운 5단계 해법제시에 따라 빼곡히 쓴 레포트였습니다. ^^;;;
흠.. 저는 스무살 때도 지금과 같은 고민을 했었나봐요....^^;;;
서른이 넘은 지금에 다시 스무살에 남자친구가 안 생겨서 학습법에서 배운대로 분석적으로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 글을 보니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ㅜㅜ 너무 슬픈 내용이라서 구체적인 내용은 패스하고, 내용 중에 한 가지 건질 교수님의 말씀이 있었습니다.
"연애 상대는 다다익선" 이라는 전공 지도 교수님의 말씀이었는데, 바람을 피우고 문어발 연애를 하라는 말씀은 아니었고, 마음에 들고 안들고를 떠나 우선 연락을 할 수 있는 상대가 있으면 연락부터 하고 보라는 명언이셨습니다.
연락이 오는 사람이 있으면 받아주고, 어떻게든 연락을 할 꺼리가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 있으면 연락을 해서, 우선 연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최대한 많이 만들어야 사귈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다는 말이었습니다. 학생들이 "대학교 오면 남자친구 다 생기는 줄 알았는데 안생겨요.." 라면서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을 보면서, 쟤는 내 스타일이 아니어서 연락 안하고, 저 남자는 먼저 연락오니까 튕기려고 연락 안받고, 이러다 보면 모태솔로로 굳어진다면서, 이성과의 연락에 오픈마인드를 가지라는 피가되는 말이었습니다. ^^;
옵티머스q 폰카
저의 " 안 생겨요.." 남자친구 사귀는 법 5단계 전략 레포트를 읽으며 눈물로 얼룩지고 있는 가운데, 마지막에 학습법 지도교수님이 해주신 말씀도 명언이었습니다.
"시간도 많고, 남학생도 많으므로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라는.
지금에 와서 돌이켜 보면, 스무살 대학 1학기 때 친구들은 하나 둘 남자친구가 생기고 연애라는 것을 하며 캠퍼스의 낭만을 즐기는데 동성 친구들과 술 마시는 캠퍼스의 속쓰림만 즐기고 있으니, 더욱 마음이 조급해졌던 것 같습니다. 지금보면 몇 년 빨리 모태솔로를 탈출하고, 몇 년 늦게 모태솔로를 탈출하는 것이 아무 것도 아닌 일이었는데 당시에는 인생 최대의 고민거리 중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
지금도 똑같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결혼 몇 년 더 빨리하고, 늦게 하는 것이 나중에 지나고 보면 아무 것도 아닐 수도 있고, 연애든 일이든 조급하게 생각한다고 해결되는 일은 아닌데.... 스무 살 때도 배운 것을 서른이 넘어서도 여전히 모르고 있었습니다...
+ 추억
- 16년전 약속했던 장소에 가보니...
- 첫 MT 갔다오는 길에 만난 담임선생님
- 여자많은 과에 하나있는 남자에 대한 대우는?
- 컴컴한 암실에서의 로맨스를 꿈꾸며 들어간 사진 동아리
- 남학생들을 패싸움을 하게 만든 전설의 얼짱
- MT에서 마음에 드는 남학생을 꼬시는 요령
- 바보같던 사랑의 추억이 있으세요?
- 학교 앞 불량식품의 추억은 계속 이어진다
'생활철학 > 생각거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교통사고 합의금을 대신 내준 낯선 남자 (22) | 2010.12.06 |
---|---|
이사 후유증, 무한 데자뷰, 무한 뒷정리 (10) | 2010.10.22 |
태풍 뎬무, 30년간 비피해 없던 우리 동네에서 물난리 참사 (28) | 2010.08.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