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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버시대, 30대 싱글이 어쩌다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을까?

· 댓글개 · 라라윈

라라윈 연애질에 관한 고찰 : 존버시대, 30대 싱글이 어쩌다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을까?

크리스마스가 열흘 뒤라고 합니다. 평화시절이었다면 저는 크리스마스 데이트 코스를 궁리하고, 크리스마스 선물 추천 목록을 뽑고, 크리스마스에 할만한 재미난 일들을 추리면서 들 떠 있었을 겁니다. 크리스마스 솔로 특집이며, 크리스마스 커플 특집 글 쓰려고 손가락이 근질근질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남의 일처럼 여겼던 n포세대 문제가 피부로 느껴지며, 연애에 대해 이야기하기가 조심스러워졌습니다.

상황이 얼마나 힘들어졌는지, 어느 순간 어처구니없게도, 30대 싱글이라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30대 노처녀가 뭐가 부럽다는 것인지... ㅡㅡ

놀리는 것인지, 립서비스인지, 대체 뭐가 부러운지 이유를 물어보니.... 듣다가 가슴이 답답해졌습니다.



아이가 없어 부럽다


다행히 직장이 육아휴직이 잘 되어 있는 곳이라 하더라도, 아이를 낳은 뒤에 회사생활은 고난의 연속이라고 합니다.

먼저, 버는 돈이 없다고 합니다. 우선 아이를 맡기고 나와야 되는데, 좋은 육아도우미를 구하기도 어려울 뿐 더러 한 달에 150~200만원 정도를 드려야 하고, 아이 분유나 기저귀는 당연히 따로 들어가기 때문에 둘 중 한 명이 버는 돈은 고스란히 아이에게 다 들어간다고 합니다. 예전에 남편 300, 아내 300을 벌어서 월 600만원으로 저축도 하고, 즐기면서 살았다면, 아이 하나가 태어나면 300만원은 아이에게 들어가고, 성인 둘이 300만원으로 살아야 되는 상황이 된다고 합니다.


좀 커서 어린이집을 보내면 나을 것 같겠지만, 직장 어린이집이 있는 곳이 아닌 이상 어린이집 들어가기가 어렵답니다. (추첨을 하는데 경쟁률이 서울대 싸대기를 후려질 정도로 높다네요) 미혼은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직장 연차내고 추첨하려고 줄서야 된다고..

운좋게 어린이집에 보냈어도 '부모와 함께 하는 학습'들 때문에 미쳐버릴 때가 많답니다. 간신히 어린이집 보냈더니, 김장철 되면 "어머니 김장 한 포기씩 싸서 보내주세요" 라고 알림장이 오고 , 소풍이나 야외학습 갈 때 보호자가 못 따라가면 강제 휴원을 시킨답니다. 보호자가 없기 때문에 집에서 가정학습을 시킨다네요. 여기까지 듣고는 흥분을 했습니다.


"아니, 어떻게 일하면서 유치원 활동을 죄다 따라가? 그리고 직장 때문에 못 가는데, 보호자가 없으면 야외학습에 못 데려가니까 집에서 보게 한다고???? 그럼 결국 어디 맡기거나 누군가 있어야 하잖아? 그럴 사람이 있으면 야외활동을 따라 갔겠지. 뭐 이런 말도 안되는..."


뭔가 비상식적입니다. 그러나 그나마 인근에서 괜찮은 곳이고, 다른 곳으로 옮기기도 어렵기 때문에 꾹 참고 선생 비위를 맞출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이런 비상식적인 사례는 네버엔딩 스토리처럼 끝없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전업맘은 전업맘대로 힘들고, 직장맘은 직장맘대로 힘들고, 더 어이없는 것은 어느 쪽이어도 욕을 먹는다는 것은 똑같다고 합니다. 전업주부면서 그거 밖에 못 하냐고, 애 키우는거 말고 하는 것도 없잖아? 라면서 육아 + 살림 + 자기관리를 완벽하게 하지 못하면 욕을 하고, 직장맘은 직장에서는 "이래서 여자들은 안 돼. 애 때문에 늘 사정이 있지." 라며 갈굼당하고, 애엄마 역할로는 늘 부족한 것 같아 욕을 먹는다고 합니다....


이쯤 되니, 저더러 혼자라서 좋겠다라고 하는 소리가 빈말이 아니라, 씁쓸한 부러움이 맞는 것 같아 서글펐습니다....



혼자 앞가림만 하면 되니 좋겠다


아이를 키우는 것 뿐 아니라, 결혼 후에는 이전보다 돈이 더 많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참석해야 할 행사가 두 배 이상 늘어나는데, 둘이 다니기 때문에 이전보다 축의금, 부조금 금액도 따블로 넣어야 한다고 합니다. 

미혼, 특히 저처럼 늙은 미혼들은 가족 행사에 빠져도 말년병장처럼(?) 열외를 시켜줍니다. 혼자라서 친척들 모이는 자리에서 스트레스 받을까봐 안 왔을거라고 미리 이해를 해주십니다. (그래서 명절에 여행도 갈 수 있어졌습니다)

그러나 결혼 후에는 집안 경조사에 얄짤없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할머니 장례식 같은 상황에 한 명이 안 나타나면 개념없는 사람이 되고, 친척 결혼식에도 혼자 가면 "왜 혼자 왔니? 신부는 왜 안 데리고 왔어?" 라며 눈치를 준다고 합니다. 미혼들은 "회사에서 너무 바쁜 일이 있어서 못 가요" 라고 하면 그러려니 하나, 부부는 그렇게 이야기하고 둘 중 하나가 나타나지 않으면 곤란해진다고 합니다. 시댁에 일이 있는데 여자가 회사일 바쁘다고 하면 탐탁지 않게 여기시고, 반대로 처가에 일있는데 사위가 바쁘다며 계속 안 나타나면 서운해 하신다고......


이보다 큰 부분은 주거비용이라고 합니다.

집안에 돈이 많아서 결혼할 때 자기 집을 사 준 경우는 예외이나, 결혼하면서 대출 끼고 주택 구입을 했거나 전세를 얻은 경우 갑자기 생긴 빚 갚는 데 허리가 휜다고 합니다. (요즘 집값이 비싸서 대출도 많이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이자만 갚아도 허리가...)

신혼일 때는 원룸 / 투룸에서 살 수 있지만, 아이가 태어나면 어쩔 수 없이 집을 넓혀서 갈 수 밖에 없어, 혼자 사는 사람처럼 집 크기를 줄이는 것이 어렵다고 합니다. 만약 실직을 당하거나 사정이 어려워지면, 혼자 사는 사람이야 원룸/투룸으로 집을 좁혀서 갈 수도 있고, 정 안되면 고시원에라도 들어갈 수 있지만, 가족이 있으면 힘들어도 주거 공간은 마련해야 한다고 합니다...


혼자 있으니, 경조사며 명절 용돈 등등에서도 좀 자유롭고, 주거 비용 스트레스도 적어서 좋겠다고 합니다....

듣고 있으니, 좋아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어쩌다 세상 꼬라지가 이렇게 되었는지 명치가 꽉 막힌 듯 답답해집니다.



이렇듯 퍽퍽한 아몬드 쿠키 가루로 목을 막는 듯한 이야기를 한 다음에, 급 마무리로 한다는 말이

"결혼은 모를 때 해야 돼. 그 땐 내가 세상 물정을 몰랐지 하하하"

입니다. 늙은 솔로들(ㅡㅡ;;)은 돈 계산이 너무 빠삭해서, 계산기 두드려보면 도저히 결혼을 할 수 없다는데.... 부정하기 힘들었습니다.


십 수년 전에 가장 큰 충격은 '내가 중산층이 아니라 서민이었다니...!' 였습니다. (정말로 제가 중산층인줄 알고 살았다는...)

그러나 최근에는 '웃기지마, 니 주제에 무슨 서민이야, 너는 하층민이야.' 라는 새로운 자각을 주는 것 같습니다. 서민이라 믿고 살던 사람들이 알고 보면 서민도 아닌 하층민이었다며, 흙수저 테스트니 하층민 테스트니 하는 것도 있습니다. 웃자고 하는 이야기라지만 참 씁쓸한 세태지요.

오죽하면 별 볼일 없는 노처녀가 돈 걱정이 그나마 적어 부럽다는 소리를 듣는 지경에 이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저는 결혼이 하고 싶고, 아이도 낳아 키우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연애 비법에 앞서, 돈 모으는 법 부터 연구를 해야 저의 연애와 결혼이 가능할 듯 합니다...

답답해서 멘토에게 푸념을 하니, '존버시대'라네요. 존버? Jonber 이론 이런거냐고 되물으니, "존나게 버텨" 이게 존버래요.

힘든 시기 잘 웅크리고 버티노라면, 언젠가 연애고 결혼이고 돈 걱정부터 하지 않을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우선은 버티라고.....


모르겠습니다. 저는 장 볼 때마다 물가가 참 비싸다 느끼는데, 어떤 친구는 "맞아, 너무 비싸" 라며 공감을 하고, 어떤 친구는 "그렇게 비싸?"라며 되묻고 학습을 합니다. 잘 몰랐대요. 저마다 지각된(perceived) 현실은 다 다른가 봅니다. 어쩌면 현실은 모두 잘 살고 있는데, 저 혼자 힘들다고 느끼고 연애하고 결혼하려면 돈 버는 방법부터 연구해야 겠다고 느끼는 것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튼.... 저의 작은 꿈은.... 내년에는... 다음 연인들의 명절에는.... 좀 더 들뜬 기분으로 연애질에 대해 궁리하는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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