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시청자투어를 보노라니, 고등학교 시절 생각이 났습니다.
검정스타킹에 교복을 단정히 입은 학생과 거구의 강호동을 보니, 학생주임 선생님이 떠올랐습니다.
학생주임선생님도 운동하시던 분이셔서, 거구에 무서운 인상, 거구에서 나오는 풀파워로 휘두르는 몽둥이가 정말 공포스러웠습니다. 더 무서운 것은 그 때 그 때 다른 기준이었습니다.
이름표, 학교뱃지, 리본, 교복 조끼가 없으면 걸리는 것은 분명한 것이라 걱정이 되지 않았는데, 양말과 신발검사는 그 때 그 때 내키는 대로 였습니다. (완전 지맘대로...ㅡㅡ+)
분명히 다른 교련선생님은 괜찮다고 하시던 나지막한 검정 단화라도, 어느 날 갑자기 구두가 또각거린다고
"야! 이리와봐!" "구두가 왜 이리 높아?" 하면서 몽둥이 팡팡
똑같은 양말이라도,
"야! 이리와봐!" "양말이 왜 이리 길어? 똑바로 접어신지 못해?" 하면서 몽둥이 팡팡,
"야! 이리와봐!" "양말을 왜 이렇게 돌돌 말아서 신고다녀? 양말은 두 번 접으라고 했지?" 하면서 팡팡.
ㅠㅠ
어느 날 갑자기 재수없게 걸려서 맞을 지 몰라서, 아이들은 늘 초긴장상태였습니다.
공부 잘하는 아이나, 아무리 봐도 단정한 아이나, 노는 아이나 가릴 것 없이, 안 걸려본 아이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한 번도 안 걸린 아이가 있었습니다.
몽실이 머리에 가지런한 실핀을 꼽고, 한참 예민한 고등학생 아이들은 절대 안 신는 할머니신발 같은 것을 신고 다니는 참 단정한 아이였습니다. 그래서 그 아이는 재수없이 걸리는 일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2학년 겨울이었습니다. 지난 2년간 단 한 번도 걸린 적이 없던 그 아이가 걸렸습니다.
"야, 너! 이리와봐!"
지나던 저희도 재빨리 그 아이를 스캔해봤지만, 역시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단발머리에 60년대 스타일로 가지런히 꽂은 실핀,
두 번 접어 신은 단정한 흰양말,
굽이라고는 거의 없다시피한 할머니신발같은 검정단화.
완벽한데...?
도대테 뭣 때문에 걸린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선생님은 다짜고짜 몽둥이로 엉덩이를 팡팡 때리시며 죄목을 이야기하셨습니다.
"야! 니가 싸인펜이야?"
그 아이는 검정스타킹 위에 하얀양말을 단정히 접어신고 있었습니다.
그 아이가 맞은 이유는 '촌스러워서' 였습니다.
p.s. 학창시절, 학생주임선생님께 어이없는 이유로 걸려보신 적이 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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