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침대에서 먼저 자리잡고 누워있는 강아지를 옆으로 밀었더니 밀지 말라고 으르렁대더니, 갑자기 이 녀석이 먼저 공격을 했습니다. 요즘 너무 잘해줬더니 겁을 상실했나 봅니다. 버럭 소리를 지르고 누웠는데, 위협을 하려고 으르렁대다가 무는 시늉을 하는 것이 정말 손이 물렸습니다.
손등 전체에 이빨자국이...ㅡㅡ^ 게다가 피가 납니다.
피를 보니 저도 흥분을 했습니다.
감히 사람을 물다니 버릇을 고쳐놔야된다는 생각에 혼내다가 때려주었습니다. 무는 강아지에게는 매가 약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강아지는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 무는 격으로 다시 덤빕니다. 그렇게 강아지는 덤비고 저는 더 화나서 때리고... 때리니까 덤비고... 개와 사람의 싸움이 계속되었습니다. ㅡㅡ;;
영광의 상처도 아니고...ㅠㅠ
그렇게 한참을 혼을 냈는데, 이 녀석 반성하는 기미가 없습니다.
분명 잘못한 것은 강아지인데, 겁먹거나 반성하는 기미가 없으면 제 입장이 우스워집니다. (주인 체면이 말이 아님..) 나름대로 강력한 수단으로, 강아지가 싫어하는 줄에 매어놓았습니다. 원래 자유롭게 집안을 돌아다니는데 줄에 매 놓으면 자신이 혼나는 것을 좀 알겠죠..
방바닥에 매 놓았더니 한숨을 푹푹 쉬며 신음소리를 냅니다. 쪼그마한 녀석이 낑낑대니 측은한 마음이 듭니다.
그래도 늘 안쓰럽다고 혼내다 말고 끌어안아주고 토닥여 줘서 이렇게 버르장머리가 없어진 것 같아서 이번엔 제대로 혼내주려고 모른 척 했습니다. 눈물이 글썽히 고여서는 바닥에 엎드려 있습니다. 볼수록 안쓰럽습니다.
평소에 보기만 해도 행복한 너무나 사랑하는 우리 강아지입니다.
아무리 손을 물고, 말을 안 들었어도, 혼내고 때리고 줄에 매 놓았더니 마음이 이만저만 불편한게 아닙니다. 조그만 녀석이 얼마나 아팠을까 싶어서 걱정되기도 하고, 너무나 안쓰럽습니다.
그러나 강아지는 사람과 달리 먼저 와서 잘못했다고 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먼저 "잘못했지? 앞으로 그러지 마." 한다고 해서 대답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비교하긴 어렵겠지만, 자식 혼내는 부모님 심정을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잘못하니까 혼을 내서 고치긴 해야겠는데, 막상 혼을 내고 때려주고 나니 마음은 더 무겁고, 미안하고 안쓰럽고... 아이는 상황을 모른 채 혼내는 것만 서운하다고 울고 있으면, 어떻게 해야할 지 막막하다는 이야기가 이해가 됩니다. 그렇다고 때리거나 혼내주고 나서 아이가 반성하기도 전에 안아주고 도닥여 주면, 아이들이 "엄마는요, 혼자 혼내고 화내고 그래놓고 미안하다고 안아줘요. 이상해요." 하던 그 모습이 될 것 같습니다. (강아지도 "우리 주인은 자기 혼자 때리고 화내고 다시 안아주고 달래줘요. 웃기죠." 할 것 같은..)
그렇게 혼난 뒤에, 강아지가 제 근처에 안 옵니다. 삐졌나 봅니다.
식구들이 아무도 없자, 어쩔 수 없이 와서 멀찌감치 앉아서 밥 달라고 쳐다봅니다.
예전같으면 가까이 와서 다리도 긁고 재롱도 떨텐데, 멀리 앉아서 배고프다는 사인만 보냅니다. 밥을 주려고 하니 잠시 친한 척을 합니다. 밥을 먹더니 또 멀찌감치 사라졌습니다.
결국 강아지가 좋아하는 간식으로 꼬셔서 달래주고 화해를 했습니다.
어쨌거나 제가 벌을 주고 끝냈으니 강아지와 싸워서 이긴 것은 저인 것 같은데, 어쩐지 저만 손해를 본 것 같습니다. 이건 학원에서 초등학생과 싸워서 이겼을 때 보다 더 찜찜합니다. ㅡㅡ;; 남은 건, 손의 상처와 혼내놓고 나서 마음 불편함 뿐이었습니다.
쬐그만 강아지와 싸우다니.. 뭐하는 짓인가 싶습니다. 의도는 잘못했을 때는 따끔하게 혼내주고 다른 때는 잘해주는 좋은 주인이 되고 싶었던 것인데, 회사에서 후배들에게만 그렇게 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집에서 강아지한테조차 어렵습니다. ㅜㅜ
결국은 이긴 건 제가 아니라 강아지였나봅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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