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윈 특별한날 기록 : 소아암 머리카락 기부, 단발병, 반만 성공
갑자기 단발머리가 너무나 상큼하고 가볍고 예뻐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뒤늦게 고준희 단발, 아이유 단발이 너무너무 예뻐보였습니다. 헤완얼(헤어의 완성은 얼굴)이라고 고준희, 아이유가 했으니 그런 것일텐데도, 단발병이 찾아오자 단발머리가 저에게 어울리는가 여부와 상관없이 단발머리로 자르고 싶었습니다. 마침 머리를 정말 잘 자르시는 금손 원장님도 알아둔 터라, 이참에 한 번 단발머리를 해보겠다며 미용실 예약을 하려던 날이었습니다. 하필 그 날 아침, 이 글을 보아 버렸습니다.
http://www.ddanzi.com/index.php?mid=free&bm=best&m=1&page=1&document_srl=111707938
아내가 덥수룩하고 모양 안나는 머리를 꾹 참으며 기르는 이유가, 소아암 환자들을 위한 머리카락 기부를 위한 것이라는 글이었습니다. 머리카락 기부를 하려면 2년 정도 펌, 염색을 하지 않았어야 하고, 길이는 25cm 이상이어야 한다고 합니다. 머리카락 기부는 전혀 생각 못하고 있었는데, 단발머리로 자른다고 가정하고 길이를 재보니 23~24cm 정도 되었습니다. 그 때부터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1. 1~2cm 더 길러서 기부하며 자른다.
2, 머리를 1cm 정도 더 짧게 자르면 된다.
3. 그냥 못 본 척 하고 당장 미용실에 간다.
고민하다가 머리카락 기부 방법에 대해서 폭풍 검색을 했습니다.
소아암 환자 가발 위한 머리카락 기부 방법
저 글을 안 봤으면, 해맑게 미용실에 다녀왔을텐데, 보고 나니 무척 찜찜했습니다. 그래서 머리카락 기부에 대해 자세히 찾아봤습니다.
우선 걸리는 머리카락 길이 때문에, 23cm 머리카락 기부도 가능한지 전화를 해볼까 하다가 검색 먼저 했습니다. 역시. 저보다 앞서 전화해서 확인한 분들이 있었습니다.
22~23cm여도 상관이 없나 봅니다. 다음으로 기부처를 찾아보니, 한국 백혈병 소아암 협회와 어머나 (어린 암환자를 위한 머리카락 나눔) 운동본부 두 곳에서 머리카락 기부를 받고 있었습니다.
어머나 운동분부 - 머리카락 30가닥이라도 감사합니다!
22~23cm도 받기는 받는다고 하나, 25cm 정도는 되어야 가발 만들기 작업이 수월하다고 합니다. 길면 길수록 더 좋다고 합니다. 이 정도 기르려면 힘이드니, 어머나 운동본부에서는 빠진 머리카락 30가닥씩만 보아서 보내줘도 된다고 합니다. 머리카락 기부에 앞서, 빠진 머리카락들을 모아보았는데 생각보다 30가닥 모으기가 어려웠습니다. 모으는 것은 쉬운데, 일일이 정리하기가 아주 귀찮은 일이었습니다....;;;
어머나 운동본부 (어린 암환자를 위한 머리카락 나눔 ) - 국제두피모발협회(www.trichology.org)나 한국가발협회(www.katwig.or.kr)
http://www.givehair.net/bbs_shop/read.htm?board_code=sub5_1&idx=1360&cate_sub_idx=0
모발 보낼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동숭동 1-38, 상명아트홀 211호 / 문의 : givehairkat@gmail.com
한국 백혈병 소아암 협회 머리카락 기부
한국 백혈병 소아암 협회는 "30가닥이어도 감사해요~" 와는 사뭇 뉘앙스가 달랐습니다. 최근에 머리카락 기부에 대해 많이 알려지고, 한국 백혈병 소아암 협회에 머리카락 기부시, 인증서를 발급해 주어 기부자가 상당히 많다고 합니다. 공지글에 보니 최근에 하루 100여명에 가까운 분들이 머리카락 기부를 해주고 있다고 합니다. 머리카락 기부 업무만을 담당하는 직원이 없어서, 직원 입장에서는 감사하면서도 일이 너무 많아 힘든 상황이라고 합니다....
한국 백혈병 소아암 협회
http://www.soaam.or.kr/donation/hair.php
모발 보낼 주소 (04002) 서울 마포구 동교로 17길 37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모발기부 담당자 앞
주의사항 : 보낼 때 이름, 전화번호, 주소, 이메일을 적어 보낼 것. 택배박스에 보내지 말것, (공간이 엄청 협소하고 택배가 계속 오면 업무에 지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머리카락 기부하는 사람이 많으니, 가발이 충분할까?
업무에 지장을 겪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머리카락 기부를 한다는 말을 듣자, 양가감정이 들었습니다. 저렇게 좋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많으니 저도 동참해야 겠다는 마음과 저렇게 많이 기부하니 나 하나쯤 안해도 괜찮잖아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엇갈린 마음이 싸우는 가운데 찾아보니, 어린이 가발이라해도 굉장히 많은 양의 머리카락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기부받은 머리카락 40~50명 분으로 간신히 어린이 가발 하나를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생각보다 머리카락 양이 엄청나게 많이 필요한데다가, 100여분이 기부를 해도 모든 머리카락이 다 가발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보내는 분들은 모두 좋은 마음으로, 염색이나 퍼머 하고 싶은 것도 꾹 참으면서 길러서 보내지만 막상 약품처리를 해보면 머리카락이 약해서 녹아 없어지는 경우도 꽤 있다고 합니다. 당사자는 건강한 머리카락이라고 생각하고 보냈어도 약품처리를 견뎌내지 못하는 머리카락도 많다고 합니다. 가발 만드는 과정에서 수집된 머리카락을 전부 세척하고, 색을 맞추고, 약품처리 등을 한대요.
즉, 하루에 100여명씩 보낸다해도 하루치 모발로 가발 1~2개 나올까 말까 한가 봅니다. 늘상 100여개씩 많은 양의 모발 기부가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라고 하고요.
혼자 계산을 해보니, 기부받는 머리카락으로 연간 3~400개 정도의 가발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계산이 나왔습니다. (저 혼자 해 본 것이므로, 실제 제작된 가발 개수는 알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가발이 필요한 소아암 환자는 몇 명이나 되는지도 궁금해졌습니다.
세상에나... 현재 소아암 환자의 숫자는 1만여명이라고 합니다. 매년 200명 정도씩 증가하고 있대요. 새로 소아암에 걸리는 환자 뿐 아니라, 가발도 수명이 있으니 완치 되기 전까지 가발이 필요한 환자들 숫자를 더하면, 열심히 머리카락 기부를 해도 부족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달 뒤, 딱 25cm, 머리카락 기부 실패
단발병이 오니, 묶은 뒷머리가 빗자루처럼 느껴지고, 묵직하게 느껴지고 답답하긴 했습니다. 그래도 기왕 23~24cm였으니 딱 한 달만 꾹 참고 25cm 만들어서 가겠다며 열심히 길렀습니다. 드디어 한 달 뒤, 자로 재보니 딱 25cm가 되어 미용실 예약을 했습니다.
겨드랑이를 조금 넘기는 길이였습니다. 머리카락은 기부를 하고 싶다고 말씀을 드리자, 이 길이로는 기부를 할 수 없다고 하십니다. 머리를 먼저 깡똥하게 잘라놓고나서 헤어 디자인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자르려는 머리보다 좀 더 길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더욱이 저는 묶은 상태에서 간신히 25cm라서, 숏컷을 해도 답이 없는 듯 했습니다. (제가 머리카락 기부한다고 설레발부터 칠떄, 희정이가 기부하려면 머리 넉넉히 길러가야 한다고 했던 말이 이 이야기였나 봅니다.....ㅠㅠ)
제 딴에는 폭염 속에 한 달 참고 길러서 간거라서 무척 아쉬웠습니다... 머리카락 기부에 집착하며 섭섭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는지, 원장님이 말씀하시길....
"폭염이라 머리 짧게 하신 분이 많아서, 미용실에 잘라 놓은 머리카락 잔뜩 있는데 몇 개 드릴까요? 그거 가져가셔서 기부 하실래요? 그러면 인증서 보내줘요."
"정 기부 하고 싶으시면, 제가 몇 개 드릴게요."
라고 하시니...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었습니다. 한 편으로는 대단한 뜻이 있어서 길러왔던 것도 아니고, 그냥 우연히 단발머리를 자르려고 미용실 예약하려던 날 아침에 머리카락 기부 글을 보게 되어, 마음이 찜찜해 한 달동안 1cm 남짓 더 길러 왔을 뿐이면서 착한 척 하는 것 같아 스스로 찔렸습니다. 현실을 받아들이며 바로 머리카락 기부는 포기하고, 예쁜 머리를 하기로 타협했습니다.
머리카락 기부는 실패, 단발병 해결은 성공 했습니다......
서남용씨가 10년 기른 머리를 자르시는 것을 보니, 남자 숏컷을 하더라도 저 정도로 머리 길이 여분을 넉넉히 두고 자르시네요.
저는 간신히 겨드랑이 넘기는 길이에서 갔는데, 머리카락 기부를 하려면 가슴 정도 길이는 길러서 가야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삼 머리카락 기부하시는 분들이 대단하다고 느껴졌습니다. 사람의 평균 머리카락 자라는 속도가 한 달에 1.3~2cm 남짓이라고 하는데 25cm (제가 보니 기부 가능하려면 귀밑 35cm 정도는 길러서 가야 되는 것 같은데, 그러려면 꼬박 2~3년을 꾹 참고 길러야 하는 것 같습니다. 세상에는 제가 몰랐던 훈훈한 분들이 많았네요.... 저는 머리카락 기부를 실패해서 더 존경심이 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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