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윈 일상 이야기 : 지하철에 타면 느끼게 되는 죄책감
그런데 지하철에 있으면 상당히 불편한 것 중 하나가 이상하게 제가 죄인같은 느낌이 듭니다. ㅡㅡ;;
1. 자리 양보에 눈치보게 만드시는 어른들
노약자석에서 텃세부리시는 고약한 할아버지 때문에 호되게 당한 적이 있습니다.노약자 석에 자리가 텅 비어있고 짐이 너무 많길래 앉았는데 옆의 할아버지가 제 옆에 바짝 붙어앉더니 허벅지를 자꾸 부비면서 제가 한쪽으로 붙어앉자 점점 더 옆으로 다가오면서 다리를 쩍 벌리고 앉으셨습니다. 젊은 여자에게 어떻게든 허벅지라도 부벼보실 생각인 것인지, 자리도 넓은데 왜 그러는지 몰라, 왜 그러시냐며 일어났더니 "젊은 년이 노약자석에 앉아있는 꼴이 마음에 안드셔서 그랬다."고 합니다. ㅡㅡ;;
노약자석은 비어있어도 앉으면 안 된다고...
그 고약스러운 할아버지의 텃세를 겪고 난 뒤로는, 노약자석이 비어있는데 일반좌석에 앉아있는 젊은 사람 앞에 턱하니 서시는 어르신이 얄미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일부러 그러시는 것은 아니겠지만, 노약자석은 노약자석이라며 비어있어도 절대 앉으면 안 된다 하면서, 노약자석을 비워놓고 다른 자리에 앉아있는 젊은이를 불편하게 만드는 모습에 삐딱한 마음이 드는 것 입니다. 어르신들을 우대해 드려야 되는것이 맞긴한데, 그게 마음에서 우러나는 공경심이 아니라 젊은이들은 다리 아프지도 않고 힘들지도 않고 무조건 양보하는 사람이라는 식이 괜히 마음이 꼬였습니다.
그래서 지하철에서 제 앞으로 또는 반경 1m 이내에 어르신이 서계시면 미치도록 불편합니다.
컨디션 좋은 날은 선뜻 일어나겠지만, 다리아파 죽겠어서 자리가 없다면 바닥 한 쪽이라도 웅크리고 앉고 싶고, 가방이 너무 무거워서 택시타고 싶던 날은 정말 일어나기 싫습니다. 안 일어나도 그 어르신이 다른 자리에 앉거나 내리거나 할 때까지 마음이 심히 불편하면서, 제가 "지하철의 싸가지없는 젊은 것"이 되는 것 같아 죄책감이 듭니다.
2. 도와야만 될 것 같은 불우이웃
지하철에서 또 마음을 몹시 불편하게 하는 분들은 너무 많은 도움 요청입니다.바로 옆을 지나며 도움을 청하시는 분들을 보면, 마음 한 켠이 짠하면서도 티끌모아 태산일지도 모르지만, 저 분들도 직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그런 분들 볼 때마다 기부했지만 그런 분들은 줄어들지를 않고, 알고보면 그 분들이 지하철로 출근하신다는, 저보다 부자라는 흉흉한 괴담만 늘었을 뿐 입니다.
게다가 쓸모없는 허접한 손수건이나 볼펜을 떠 안기며 돈을 요구하는 순간에는 또 삐딱한 감정이 듭니다.
도움도 돕고 싶어서 우러나서 해야되는데,
왜 도움이 마지못해서라도 해야되는 의무가 되어야 되고, 마음이 안 기쁜 일이 되어 버렸는지 또 떨떠름해집니다.
그렇게 지하철에서 제 옆을 지나치는 도움의 손길이 많아질수록, 못 본 척 한 횟수가 늘수록 죄책감도 늘어갑니다.
3. 쫒아버리고 싶은 지하철 꼴불견
저도 친구와 아는 사람과 함께 지하철을 타면 신바람나게 수다를 떨고, 가끔은 혼자 음악에 취해 헤드폰 밖으로 음악소리가 새는 것도 모른 채 듣기도 하고, 정말 늦어서 눈썹이 휘날리는 날에는 지하철에서 화장도 해 봤습니다.그러나 제가 할 때는 모두 정당한 이유가 있는 행동이지만, 남이 하면 모두 꼴불견이라 눈 뜨고 못 보겠습니다.
특히 혼자서 관찰자 시선이 되어 볼 때, 다른 사람이 주위 신경도 없이 듣기싫은 수다를 떨고, 듣기싫은 음악이 흘러나오는데 상관없이 혼자 음악에 취해 있고, 앞에서 신부화장을 하고, 옆에서 애정행각을 벌이면 어떻게 할 수는 없지만 그 보기 싫은 꼴을 견디면서 혼자서 마음이 뒤틀립니다.
우선은 꼴불견을 보면서 마음이 뒤틀리니 짜증이 나고, 속으로 욕을 하면서도 나 역시 그러면서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인지, "똥묻은 개가 재 묻은개 나무란다."는 것처럼 내가 하는 꼴은 보지 못한 채 나에게는 자비롭고 남에게는 엄격한 것은 아닌가 싶어 이래 저래 기분이 상하면서 제가 남탓만 하는 나쁜 사람이 되는 기분이 듭니다.
이래서 지하철에서는 안 보고 안 들을 수 있도록 음악과 책이 필수품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귀를 막고 안 듣고, 눈을 막고 동영상이나 책만 보면 괜히 나도 모르게 나쁜 사람이 되는 상황을 조금은 피할 수 있는지도..
- 지하철에서 치한을 만나도 아무 대응을 할 수 없는 이유
- 치한으로 오해 받아보니, 남자심정 이해돼
- 왜 지하철에서 화장을 할까?
- 버스안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사람, 인연이 될 수 있을까?
- 헌팅당한 여자의 마음 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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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향기 댓글주소 수정/삭제 답글달기
전 그냥 나이많으신 분들 타면 자리가 없다 생각되면 그냥 자동으로 일어납니다..
그게 그냥 마음이 편하더군요...
역시 지하철이나 버스같은곳은 음악을 들으며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는것이
좋을듯 합니다..
달려라꼴찌 댓글주소 수정/삭제 답글달기
저는 아무리 피곤해도 왠만해선 자리에 안앉습니다. ㅡ.ㅡ;;;;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위 죄책감을 느끼는 경우를 부딪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ㅡ.ㅡ.;;;
얼큰녀 댓글주소 수정/삭제 답글달기
죄책감까지 느끼신다니 라라윈님은 아직 천사인가봐요ㅎㅎ
저도 예전에 술먹고 어지러워서 아무도없는 노약자석에 앉았다가
할아버지의 호통때문에 다신 절대로 앉지 않는 습관이 들었답니다;;
자리양보하면서 '고마워요'란 말 들으면 좋겠지만
당연하다는듯이 냅다 앉아버리면 정말 허무하죠.
젊은이들도 당연히 다리아프고 앉아서 가고 싶은데
나이먹은게 무슨 훈장이라도 되는양 저러면 정말 양보하고 싶지도 않드라구요.
차세대육체적 댓글주소 수정/삭제 답글달기
음...간혹 비어있을때는 앉으라고 하는 아저씨들도 있는데...
가끔 저런 노인분들 있음 짜증날것 같은..
판타시티 댓글주소 수정/삭제 답글달기
지하철 정말 편리한 교통수단인데.
눈살 찌푸리게 만드는 사람들이 꼭 있죠..
완전 글에 대해서 공감합니다.ㅎ
좋은 하루 되세요^^
Zorro 댓글주소 수정/삭제 답글달기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런분들 때문에 지하철이 타기 싫었었다죠;;;
신기한별 댓글주소 수정/삭제 답글달기
정말 공감이 갑니다...
지하철뿐만 아니라 버스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음노트 댓글주소 수정/삭제 답글달기
며칠전 지하철에서 스파게티를 먹는 내용과 이로 인해
싸움이 났다는외신을 본 기억이 나네요.
그네 할아버지가 좀..그렇네여;;
그러고보면 지하철에는 이 세상 만큼이나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길을 가는것 같아요.
핑구야 날자 댓글주소 수정/삭제 답글달기
참 천태만상이죠,,,, 밀치고 밀리고...
보기다 댓글주소 수정/삭제 답글달기
라라윈님, 그동안 잘 계셨나요?
아주 오래 잠수하다 이제야 좀 정리를 하고 인사를 드립니다.
사람 많은 곳이니 이렇게 저렇게 부대끼며 살아갈 수 밖에요~
저는 지하철을 자주 이용안하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도닥콩 댓글주소 수정/삭제 답글달기
앉아 있는 상황에서 어르신이 타셨을때
바로 일어나 자리를 양보하면 별문제가 안되는데
잠시 밍기적거리며 버텼을경우 그다음은 참 마음이 불편합니다.
뒤늦게 일어나기도 좀 뭐하고 잠도 안오는데 자는척하며 힘들었던 기억이 참 많네요 ㅎㅎ
그래도 되도록이면 양보하고자 노력합니다.
그래야 내가 편하니까요 ㅎㅎ
HP e프린트맨 댓글주소 수정/삭제 답글달기
완전 100퍼센트 공감입니다ㅠㅠ
어른들께 자리양보도 당연한 것이긴 하지만
자리 내어드리고도 조금 마음이 찝찝할떄가 있죠!
지하철 타면 더 피곤해지는 게 이런 일들 때문인 것 같아요..ㅠ
그리고 저도 남에게 피해주는 일 하지는 않는지
항상 주의하고 있어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jade 댓글주소 수정/삭제 답글달기
저도 상당히 삐딱하게 보고 있습니다.
노골적으로 대우를 원하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말이죠.
개인적인 에피소드로 등산을 마치고 오는건지, 하러 가는건지
빵빵한 배낭에 주위사람들 눈을 찌를듯 하게(위치도 그쯤..) 생긴 지팡이까지
넣어 다니면서 자리양보 안한다고 앞에서 뭐라뭐라.. 하는걸 보았죠.
씁쓸하더군요. 저는 지하철은 왠만하면 앉지 않습니다. 제일 끝칸에 타서 벽에 기대잇죠.
버스는 명당자리를 나름 정해놓고 있습니다. 운전석 바로 뒤 제일 앞줄과
제일 뒷자리 그리고 타이어가 있는 불쏙 나온 자리..
좀 불편하지만 대체로 그런 자리는 옆에 오지도 않더군요.
아.. 다 쓰고 나니 랩을 토해냈네요.. 글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수고하세요~
모르세 댓글주소 수정/삭제 답글달기
잘보고 갑니다.소중한 하루가 되세요
이장석 댓글주소 수정/삭제 답글달기
라라윈님.
지하철 문화에 아직은 아쉬운 점이 많지요. 교통예절문화가 빨리 개선되길 바랍니다.
한화데이즈 댓글주소 수정/삭제 답글달기
일상을 보내면서 여유가 없어지는 것 같아요.
옛날에는 일부러라도 잘 일어나고 그랬는데, 요즘은 몸도 피곤하고 그렇더라구요.
지하철의 소소한 즐거움을 즐기던 때가 있었던 것 같은데...
자꾸 쉬워지고 편해지려는 것 같아 반성이 되네요.ㅠ
PinkWink 댓글주소 수정/삭제 답글달기
저는... 서울 올라온지 얼마 안되서 그런지..
지하철 자체가 좀 어색하던데요..ㅎㅎ
옥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답글달기
동감입니다. 세가지 다 저랑 같은 생각이에요.
텃세를 부리면서까지. 그렇게까지 해서 관심을 받고 싶은걸까요?
한편으로는 그런 노인분들 연민감도 듭니다.
OECD,Apec 최근에는 G20 어쩌고 하지만
막상 지하철타면 그저 한숨만 나와요. 정말 마음이 꼬이게 됩니다.
머 참고 타는 거 밖에는 방법이 없네요.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도 아니니까요.
공감하고 갑니다.....
미카엘 댓글주소 수정/삭제 답글달기
노약자석엔 원래 앉는 것 아닙니다.
하늘 댓글주소 수정/삭제 답글달기
아 공감이요, 여기에 하나더 추가하고싶습니다 ㅜㅜ 남자로써 정말 억울할때가 지하철에서.. 전철이갑자기 흔들려서 전체가 밀릴때있죠? 그때 앞에 덩치좀있으신 여성분이밀려 등에 밀려 버텼음에도 밀려서 뒤에 게다가 여자분이셔서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했는데 정말로 내가 일부러 그런것처럼알고 기분나쁘게 쳐다보는것같아 사과하고와서 기분이영그러네요 괜히 죄책감들고 그럴때 여성분발을 밀려서 밟는다던가 위쪽에 어쩔수없이 닿게되면 정말로 억울하더라고요 ㅜㅜ 애정남에서 좀 정해주면좋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