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치한을 만나도 아무 대응을 할 수 없는 이유

라라윈 일상 이야기 : 지하철에서 치한을 만나도 아무 대응을 할 수 없는 이유

오랫만에(?) 지하철에서 이상한 아저씨를 만났습니다.
양복을 근사하게 차려입고 코트를 한쪽 팔에 걸친 말쑥한 아저씨이셨는데, 차림은 멀쩡해 보이는데 시선이 멀쩡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자꾸 얼굴을 빤히 쳐다보기에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거나, 그냥 다른 사람과 눈이 마주쳐도 개의치 않고 빤히 보는 스타일인가 싶어 긴가민가했습니다. 그러나 자꾸 신경이 씌여 보니, 처음에는 빤히 얼굴을 쳐다보던 아저씨가 어느 순간부터 빤히 가슴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가슴 주변에 장신구가 달려있거나 핸드폰 등을 쥐고 있어 가슴 외에 볼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빤히 가슴을 보고 있으니 점점 기분이 나빠집니다. 그렇게 자꾸 시선이 다가오고 사람도 다가오기에 옆 칸으로 피했습니다.
지하철에서 시선이 이상한 사람, 스치는 것인지 이상한 짓을 하는것인지 애매한 사람 등을 만나면, 기분은 참 나쁘지만  어떻게 대응을 할 수가 없습니다.




1. 여자가 공주병

이상한 치한 몇 명을 보니, 우선 대상을 탐색하기 위해서 인지 흘긋흘긋 자꾸 쳐다본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제 또래의 남자분들이 쳐다봐 준다면 지하철 로맨스가 시작되나 싶어 행복한 상상의 나래를 펼칠텐데, 아빠보다도 연세가 더 되셨을 것 같은 아저씨들이 심상치 않은 시선으로 스캔하시는 것이 느껴지면 불길한 상상에 무서워집니다.
그렇다고 바로 반응할 수도 없는 것이, 본인은 느낄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뭐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여자 혼자 착각에 빠져 공주병처럼 보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ㅠㅠ


2. 애매한 수위

이상한 짓을 하는 사람을 보면, 그 수위가 참 애매할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대놓고 허벅지를 만진다거나 엉덩이를 문질렀다면, 확실하게 성추행범으로 신고라도 할 수 있는데, 실수인지 고의인지 애매한 선에서 이상한 짓을 시도하는 분들이 간간히 있습니다.
그러니  "저 아저씨가 자꾸 엉덩이에 부벼요." 라고 해 봤자 상대방이 "차가 흔들려서 그랬을 뿐." 이라고 하면 말하는 사람만 바보가 됩니다. ㅜㅜ 더욱이 쳐다보는 것이나 스치듯 슬쩍 슬쩍 부벼대는 것에는 말도 못 꺼냅니다.

3. 여자가 원인 제공

보통 일에는 원인 결과가 있을거라 생각을 하게 되는데, 치한을 만나는 결과는 다른 여자와 달리 뭔가 치한에게 구미를 당기는 차림이나 동작등을 했기 때문에 그럴거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지하철에 수 많은 여자중에 하필 왜 그 여자가 당했을까 싶은거죠.
실제 차림이 야시시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그냥 재수없는 복불복일 가능성이 더 높지만, 간단히 결과만 이야기 하면 "여자도 뭔가 원인 제공을 했겠지" 라고 생각을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니 말 꺼내봤자 이상한 여자만 되기 쉽기 때문에 그냥 있는 것이 본전이라도 찾는 길이 됩니다.


4. 신고해봤자 소용없음

지하철에서는 좀 이상한 것 같으면 옆 칸으로 옮겨갈 수도 있고, 피할 수 있으니 신고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데, 기차에서 이상한 아저씨를 만나니 자리를 옮길 수도 없고 중간에 내릴 수도 없어 신고를 해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신고를 했더니 잠시 역무원 아저씨를 따라갔다가 몇 분도 안지나 그 아저씨는 다시 와서 더 심하게 해코지를 했습니다. 신고해서 기분 나쁘다 이거죠. ㅜㅜ (- 기차에서 이상한 사람을 만나면 속수무책)
역무원 아저씨에게 호소를 해봐도, 상대가 직접 가슴을 만지거나, 허벅지를 쓸었다거나 하는 등의 행동을 하지는 않았고, 말로 성추행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훈방 권고 조치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상대방과 경찰서를 찾아갈 작정을 하고 신고를 하지 않는 한 신고만 한다고 해결될 것은 아무 것도 없어보였습니다.


5. 군중 속 무관심

얼마전에도 지하철에서 어떤 아주머니가 치마입은 다리를 빤히 쳐다본다며, 어떤 아저씨와 싸움을 하시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점점 시선이 치마 속 쪽으로 파고드니 아주머니가 울컥하셨던 것 같은데,
"이 아저씨가 어딜 자꾸 빤히 쳐다봐요?"
"뭘 봤다고 그래요?"
"이 아저씨가. 지금 계속 다리를 쳐다보고 있잖아요? 자리도 많은데 왜 하필 내 앞에 서서 남의 다리를 뚫어져라 봐요?"
"내 눈가지고 내가 본다는데, 신경쓰이면 치마를 입지 말던가."
"거봐요. 고의적으로 봤다는거잖아요. #@&%*"
"이 여자가. 그래 봤다, 봤어. 좀 보면 어떠냐. $#&*^%("
라는 싸움으로 이어졌는데, 결론은 아줌마의 완패였습니다.
아마도 아주머니는 사람 많은 지하철에서 큰 소리로 면박을 주면, 그 아저씨가 주위 시선 때문에라도 떨어지거나, 주위에서 도와줄거라 기대했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현실은 모두 쳐다보며 구경은 하지만 모른 채 하고, 주위에서 가만히 있으니 오히려 민망해져야 할 아저씨가 더 큰소리를 치고, 피해자인 아줌마가 민망해져 내려버리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짧은 치마를 입으신 것도 아니고, 무릎까지 오는 정장치마 차림이셨는데, 외려 아저씨가 더 당당히 봤다며 소리를 치니 뭐라 할 수가 없습니다. 저 역시 그 장면을 구경하면서 그저 메신저에 싸움구경한다고 올렸을 뿐, 아주머니를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마찬가지로 그렇게 사람이 북적대는 지하철이지만 아줌마가 지하철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소리를 쳤어도 아줌마를 도와주고 아줌마의 다리 앞에 달라붙어 서 있는 그 아저씨를 떼어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사람 많은 곳이니 문제 삼으면 누군가 도와줄 것 같지만, 사람 많은 곳에서 혼자만 더 부끄러워질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지하철이나 공공장소에서 이상한 사람을 만나도 가만히 있고, 신고하지 않는 여자 때문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많이 있습니다. 공감되는 말이기는 하지만, 현실에서는 가만히 있기 싫어도 뾰족한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혼자 나선다고 잔다르크가 되는 것이 아니라, 가뜩이나 기분 나쁜 일을 당한 상황에서 더 부끄러워지만 할 수 있으니, 그냥 잠자코 넘어가고 빨리 잊어버리는 것이 개인에게는 좋은 해법이 되는 상황 같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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