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윈 연애질에 관한 고찰 : 정말 연애하고 싶은데 주변에 이성이 없다?
뒤늦게 오틸님이 말씀해주신 "정말 연애가 너무너무너무 하고 싶은데, 주변에 이성이 없는 상황"에 관한 이야기를 해봅니다. 제가 투덜거렸던 상황이기도 합니다. 여대도 아니고 남녀공학이었는데, 미술학과 시절에는 과에 남자 한 명. 대학원 석사 시절에는 제 위로 여자 선배 7명, 동기 여자 1명, 후배도 여자들만, 모처럼 입학한 오빠는 아이도 둘 있는 기혼남, 이런 상황이었던 터라... 참 우울했습니다. 저의 암울했던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진입니다.
여대 아닙니다. ㅡㅡ;
학교에서 남자 화장실을 여자 화장실로 개조해주었습니다. 학교에서조차 남자는 없고 여자는 많은데 그에 비해 화장실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던 겁니다. 이 얼마나 암울한 환경인가요... 연애하고 싶어도 할 사람이 없어요....... ㅠㅠㅠㅠㅠㅠ
이런 상황이라서, 어느날 엄마 아빠가 지나는 말씀으로
"학교에 괜찮은 사람은 없니? 대학원에서 만나서 결혼도 많이 하던데."
라고 하셨을 때 정색을 했습니다.
"과에 남자가 없어! 죄다 여자야. 어쩌다 있는 남자는 어찌나 찌질한지 몰라. 학교에서는 안돼!"
라며 길길이 날뛰었더니, 그 뒤로 엄마 아빠는 두 번 다시 학교에 연애할만한 사람 없냐는 말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나.
놀라운 반전은 저희 과의 미혼 남자 성혼율이 약 90%에 육박한다는 것 입니다.
남자가 없다고 해 놓고 웬 남자 성혼율이 90%이냐?
남자 분들 있었어요.
다만 제가 저의 연애 대상으로 여기지 않으면서, 저 양반은 남자가 아니라며 언니 취급, 중성 취급을 했던 것 입니다.
입학 전의 상상과 달리, 일반 대학원생의 생활은 상당히 초췌했습니다. 삼선 슬리퍼를 질질 끌며 다크서클이 내려앉은 초췌한 몰골을 하고는, 매일 매일 밀리는 논문과 과제를 못해 허덕였습니다. 대학원 공부도 쉽지 않지만, 졸업을 제 때 할 수 있을지 없을지도 기약이 없고, 졸업을 한다해도 취업이 될지 안 될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연애를 할 여유도 능력도 없어 보였고, 사귀어도 궁상맞게 학생식당에서 밥 먹으며 도서관에서 같이 공부나 해야 될 것 같았습니다.
그에 반해, 대학원 진학 대신 취업을 한 남자는 말끔한 정장에 맛있는 밥도 턱턱 잘 사주고, 여자가 계속 공부를 한다해도 뒷바라지라도 할 수 있을만큼 능력있어 보였습니다.
고로 가까이 있는 힘들어 보이는 사람들은 애초에 연애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멀리서 파랑새를 찾았던 겁니다.
그러나... 불과 2~3년 기간이 지나고 나니 상황은 반전이 되었습니다. 계속 피곤하고 힘들게만 지낼 것 같던 대학원 남학생들이 졸업하고 잘 풀린 것 입니다. 취업, 진학, 창업을 해서 대학원시절의 피곤하고 막막해보이던 모습과 달리 당당하고 멋지게 바뀌곤 했습니다. 그제야 후회하는 까막눈과 달리, 진흙 속에 묻혀 있을 때 진가를 알아보고 사귀던 여학생들은 조용히 CC 생활을 하다가 결혼을 해서 잘 살고 있습니다. 결혼해서 잘 산다는 것이 결론은 아니겠지만, 누군가는 척박한 상황에서도 짝을 찾아낸다는 것이죠..
즉, 정말로 이성 자체가 없는 것이 아니라, 파랑새를 멀리 찾듯이 가까이 있는 사람들은 애초에 배제하고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처럼 주위에 있는 사람을 애초에 이성으로 취급을 안하며 멀리서 찾으려는 심리는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주변에 이성이 있어도 없다고 하는 근본적인 심리
1. 인간관계가 꼬이는 것이 두렵다.
학교, 교회, 성당, 회사처럼 가까이에서 자주 마주치는 사람과 사귀다가 안 좋게 헤어지면 애인만 잃는 것이 아니라 친구와 지인도 많이 잃을 수 있습니다. 더불어 사귀는 순간부터 구설수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도 다분합니다. 하품만 해도 '어제 저녁에 둘이 뭐 했길래 그래? ㅋㅋㅋ' 라며 자극적인 농을 던지기도 합니다. 잤는지 안 잤는지, 어떤 사이인지 계속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눈이 많아 피곤해집니다.
사귀다 헤어지는 것도 문제이지만, 짝사랑하다가 거절 당해서 주위 사람들에게 이야기거리가 되는 것은 더 부끄럽습니다. 무슨 말만 나오면 "왜 ㅇㅇ이가 ㅁㅁ이 좋아했었잖아. 엄청 공들이고 쫓아다녔는데 차였지 ㅋㅋㅋㅋㅋ"이라며, 앞으로도 먼 훗날에도 계속 놀림 당할 수 있습니다.
이러느니 애초에 주변 사람은 이성으로 안 보고 마음을 접어 버리는 편이 안전합니다.
2, 수고하기 싫다.
주위에는 진흙속의 진주들이 꽤 많이 있습니다. 사귀면서 노력하면 괜찮을 수 있는 사람들 입니다.
연애 경험이 없어서 이성의 심리는 전혀 모르지만, 사람은 참 괜찮은 사람 (많은 상황에서 일일이 알려주어야 함)
꾸미면 괜찮을 것 같으나 스타일이 안 좋은 사람 (스타일을 바꾸는 설득과 코디네이터 역할이 필요함)
현재는 별 볼일 없으나, 꿈이 있고 노력하는 사람 (현재 같이 고생해야 함)
괜찮은 사람이나, 손이 가는 사람들이지요. 이런 수고와 노력을 하기 싫기 때문에, 애초에 스타일 좋고, 직업이나 장래가 안정적이고, 이성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좀 아는 그런 갖춰진 사람을 선호하게 됩니다.
주변에 있는 사람은 자주 보거나 좀 더 잘 알기 때문에 '쟤는 괜찮은데 집이..' '맨날 안경끼고 생얼로 다니지' '집도 가난하면서 졸업하고 또 진학하고 싶어하지.' '엉뚱한 꿈이 있지' 등의 사소한 결함을 많이 알게 됩니다. 그러나 소개팅 등으로 만나는 사람은 단점은 감추고, 장점은 부풀리고, 꾸미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훨씬 좋아보입니다. 마치 연예인들은 사귀어도 짜증도 안 낼 것 같고, 드라마처럼 잘해주기만 하고, 찌질한 짓도 안 할 것 같아 보이는데, 내 주위 사람은 걸핏하면 짜증내고 찌질해 보이는 착시랄까요. 그래서 가까이 있는 사람들은 됐고, 멀리서 찾는 것일 수 있습니다.
3. 선택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면 괴롭다.
미움받을 용기(링크)에 이야기된 목적론적으로 이야기해보자면, 애초에 주위에 이성이 없다고 하면 안전하기 때문입니다.
'정말 연애하고 싶은데 주위에 이성이 없어. 사람이 있어야 만나지. 나도 정말로 연애하고 싶다고.'라고 하면, 연애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하는 것이 됩니다. 더불어 주위 이성에게 선택받지 못했다는 사실도 감춰집니다.
다시 저희 학교 이야기로 돌아가보자면, 학교에서 괜찮은 남학생을 만나 결혼한 사람이 저 일 수도 있었습니다. 만약 그 남학생이 저를 좋아했다면요. 저희 과가 아니더라도, 학교에 남자가 얼마나 많은데... 도서관에서나 학생식당에서, 수업에서, 저에게 반해서 들이댄 남학생이 있었다면 어찌되었을지 모를 일 입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그런 일이 전.혀. 없었습니다. ㅠㅠ
가끔 남학생의 시선을 받아본 적이 있으나, 한 겨울에도 요가바지에 쪼리 신고 돌아다니는 것 때문에 쳐다본 것이고, 저에게 말을 붙여보려고 하는 남자는 없었습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보세요. 이처럼 냉정히 말하니 바로 비참해집니다. 차라리 '버림받느니 버리겠다'며 선수쳐서 "우리 학교에는 쓸만한 남자가 없다. 학교 학생들은 찌질하다, 주위에 남자가 없다, 남자가." 라고 선을 쭉 그어 놓으면, 제가 매력이 없어서 연애를 못하는 것이 아니게 됩니다. 제가 별로여서 남학생들이 관심을 보인 적이 없기 때문에, 학교에서의 연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해석하면 제가 너무 초라해지잖아요... ㅠㅠ
제가 남자친구가 생겼을 때는 그 모임은 남자가 있는 괜찮은 모임인 것이고, 제가 솔로였던 곳은 무조건 주변에 남자가 없었던 겁니다. 절대로 저에게 관심가지는 남자가 없었고, 좋아할 가능성도 없어서 그랬던 것이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주변에 남자가 없었기 때문인 겁니다. 이렇게 해야 한줌 남은 자존감이 지켜질 수 있습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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