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윈 마음에 남는 책: 미움받을 용기, 인간관계때문에 힘든 사람을 위한 고마운 책
"미움받을 용기"는 책 제목이 공감되면서도, 책 제목만으로도 무슨 내용인지 알 것 같아 읽지 않았던 책이었습니다. 여기 저기서 책 제목을 인용하며 '미움받을 용기가 없으니,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이 유행하는 것 아니냐', 같은 식으로 회자되길래 뻔한 베스트셀러일거라 지레 짐작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얼마전 저의 삶을 되돌아 보니, 저야 말로 미움받을 용기가 필요다가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움받을 용기'라는 말을 별 생각없이 자주 사용하고 보니, 혹시 책 내용이 전혀 다른 내용인데 잘못 사용한 것은 아닌가 싶은 불안감이 엄습해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철학자와 청년의 문답으로 구성된 책
아. 이런. 샘플 책을 뒤적여보지도 않고 덜컥 결제부터 했는데, 제가 싫어하는 문답식으로 구성된 책이었습니다. 철학자와 청년의 대본같이 적혀져 있는 책이었습니다. 하필 미움받을 용기가 문답식 책이라니... 젠장...
미간을 찌푸리며 읽기 시작했는데, 미움받을 용기는 문답식 구성이 오히려 몰입을 도와주는 면이 있었습니다.
이 책은 쉽고 재미있는 심리학 책이 아니라, 심리학 수업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는 아들러에 대한 깊은 통찰과 지식이 담겨 있었습니다. 술술 책장이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읽다가 마음을 울리는 가르침이 나오면 책장을 덮고 꼭꼭 씹어 넘기는 시간이 필요한 책이었습니다. 문답식이 아니라, 철학자 혼자서 줄줄 서술을 하는 식이었다면 너무 어렵고 지루해서 안 읽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행히 철학자 혼자 서술한 것이 아니라, 청년이 등장하여 '독자'를 대변하여 철학자에게 박박 대들며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열심히 묻기 때문에 이해도 잘 되고, 청년의 입장에 저를 대입하여 읽게 되었습니다. 제가 청년이 되어 내공이 깊은 철학자에게 상담을 받는 기분도 들었습니다. 하루 하루 철학자를 찾아 가면서 인간관계 때문에 힘든 짐들을 벗어 놓게 되는 기분이었습니다.
첫번째로 마음에 확 와 닿은 내용은 <과제의 분리>였습니다.
과제의 분리 : 남의 감정은 나의 몫이 아니다
이 책을 정말 잘 읽었다고 생각하게 되었던 첫 대목입니다. 과제의 분리란 자신이 어찌 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해서는 선을 긋는 것 입니다. '최선을 다하되, 결과는 맡긴다'는 식이랄까요. 남의 감정이나 남의 의지는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데 너무 마음을 쓰며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것 입니다.
예를 들어, 블로그 댓글 중에 '당신의 글 때문에 누군가가 상처를 입을 수 있는데, 그런 건 생각 안 해봤냐?'는 비판을 들을 때면, 마음이 너무 불편해서 어쩔 줄 몰랐습니다. 저는 좋은 의도로 이야기를 했더라도, 누군가에게 폐를 끼쳤다는 것은 '잘못'한 것 같으니까요. 그러나 과제의 분리를 해보자면, 제가 정보나 의견을 좋은 의도대로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까지는 저의 과제이나,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상대의 과제입니다. 똑같은 내용을 보고도 누군가는 정보로 생각하고, 누군가는 잘난척으로 받아들이고, 누군가는 짜증스럽게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그걸 모두가 좋게 받아들이도록 만들겠다고 애를 써봤자, 안 될 일 입니다.
인간관계의 문제가 그렇습니다.
똑같은 행동이나 태도, 스타일을 보면서 어떤 사람은 호감으로 느끼고, 다른 누군가는 비호감으로 봅니다.
예를 들어, 겸손한 것을 두고도 어떤 사람은 '겸손해서 좋다'라고 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재수없어. 자기는 잘 못한대. 그럼 나는 뭐야. 짜증나.'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는 겁니다. 이럴 때 짜증내는 상대를 신경쓰며, '왜 그러지... 어떻게 해야 오해없이 좋게 보게 할 수 있지..'를 고민해 봐야 소용이 없습니다. 이미 고깝게 보려고 마음 먹은 사람을 내 마음대로 좋게 보도록 변화시키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어떻게 보기로 마음 먹었던 그것은 상대의 과제입니다. 어찌할 수 없는 겁니다.
공동체 의식 : 그래도 우리는 같이 살아간다
선을 그으라고 해서, '너는 너, 나는 나' ' 내 알 바 아님' 이라며 매정하게, 이기적으로 살라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결국 우리가 같이 살아간다는 좀 더 큰 개념을 갖고 바라보라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어찌보면 인간관계 때문에 힘든 것은 거대한 공동체라는 개념보다 서로의 것을 빼앗아 자기 배만 불리려는 경쟁의식 때문일 때도 많습니다. 국가나 정치인을 볼 때 내 세금을 떼어다가 지들끼리 호의호식하는 빈대들이라고 본다거나, 재벌을 보면 간악한 상술로 주머니를 털어가는 탐욕스러운 사람들로 본다거나, 사람들이란 믿을 놈 하나 없고 다들 자기 욕심만 챙기는 종족이라고 본다면 하루 하루가 울화통이 터집니다. 이 따위 세상에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는 극단적인 생각도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조금 더 크게, 결국 함께 사는 사람으로 본다면... 짜증과 분노가 많이 누그러 질 수 있습니다.
쉬이 정리되지 않는 내공이 깊은 책
미움받을 용기를 읽으며 마음에 묵직하게 많은 것이 남았습니다. 그러나 쉬이 정리가 안 되네요. 이 책만큼은 정말로 강력 추천하고 싶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 몇 차례에 걸쳐 후기를 다듬으며 썼습니다. 지금 이 글도 몇 번을 고쳤는데도, 책에서 말하는 내용이 정리가 잘 안 됩니다. 저의 내공을 넘어서는 깊은 책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ㅠㅠ
이 책은 심리학 열풍을 타고 개나 소나 적은 별 내용 없는 심리학 책들과는 내공이 다릅니다. (저도 숟가락을 얹으며 책을 낸 개나 소 중 하나라서 찔리긴 합니다. ㅜㅜ) 정말로 제대로 아들러 심리학에 대해 공부하고 생각하신 선생님의 내공이 느껴지는 책 이었습니다.
그저 이 책은 정말로 좋은 책이며, 일독을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는 알맹이 빠진 말 밖에 달리 할 말이 없습니다.
저의 내공으로는 더 이상 정리가 되지 않으니, 책을 읽으며 밑줄을 그어 놓았던 문장들로 글을 마무리할까 합니다...
덧,
2015년 8월 22일에 공저자 중 한 분이신 (철학자 역이신..) 기시미 이치로 선생님이 내한하여 인터뷰를 하셨다고 합니다. 조선비즈에 문답 내용이 친절하게 소개되어 있어서, 미움받을 용기 에필로그를 읽은 기분이었습니다. (지금은 기사 링크가 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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