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귀는 사이 비밀 없이 툭 터놓고 푸는게 정말 좋을까?

라라윈 연애질에 관한 고찰 : 연인 사이 비밀없이 툭 터놓고 푸는게 커플 갈등 해법일까?

커플 사이에 문제가 생기면 무한 루프인 것이 하나 있습니다. 엘니뇨님이 예전에 남겨주신 댓글을 보다가 떠오른 점인데, 한 쪽은 지금은 너무 감정이 격하니 내일 얘기하자고 하고, 한 쪽은 지금 당장 풀고 넘어가는 편이 낫다는 경우 입니다.


예로 들어주신 상황은 남자가 주로 다음으로, 여자는 당장이라고 하셨는데, 저는 나중에 이야기하자는 쪽 이었고 예전의 남자친구는 당장 풀자는 입장이라 참 많이 부딪혔습니다.


서구식 해법 vs 한국의 정서


감정을 쌓아놓으면 안 된다고, 그러면 홧병걸리니 툭 털어놓고 풀어버려야 된다는 해법이 한 동안 인기였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아주 아주 아주 중요한 점은 그것이 "서양식" 해법이라는 점 입니다. 보다 정확히는 미국 및 일부 유럽 스타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사람들의 경우에는 상사라고 해도 자기 하고 싶은 말을 쏴 붙입니다. 또 그렇게 할 말 안 할 말 다 한다고 해도, 그것이 정말 감정적인 것이 아니라 옳은 말이면 별로 트러블 없이 "Sorry" 한 마디면 넘어가는 듯한 모습을 보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상사에게 따박따박 말 대답 다 하고, 나는 정말 억울하다면서 다른 팀원 다 보는데 대들었다면?
사표 써야죠. 사표를 스스로 안 써도 쓰고 싶게끔 환경이 만들어질겁니다. 더불어 한국의 좁은 네트워크를 동원하여 레퍼런스 체크할 때 꼭 말하겠죠. "음.. oo씨? 같이 일했었지. 좀... " "성과는 썩 안나는데, 말은 참 많지.ㅎㅎㅎㅎ"
이런 얘기 할 겁니다.

그러니 한국에서 갈등이 있다고 다 얘기하고 터 놓고 이야기해서 풀자는 것은, 생각보다 유용한 해법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더욱이 연인 사이에는 툭 터 놓고 말하는 것이 상황을 악화시키는 때도 꽤 많습니다. 


때린 이마 또 때리기


실제로 제 경우에는 남자친구의 "당장 풀어야 된다"에 떠밀려 나오는 얘기들에 오히려 상처를 정말 많이 받았습니다. 가뜩이나 소심하고 쪼잔하여 저에 대해 비방 및 단점 지적을 할 경우에는 뒤끝 백만년 갑니다. 그러니 앞서 마음 상한 것이 전혀 풀리지도, 추스려지지도 않은 저를 놓고,
 
"너 아까 내가 말할 때 왜 그런 식으로 반응해? 그거 너 나쁜 버릇이야."
"그리고 너 매번 그러더라. 그거 니 단점인거 알지? 너 고쳐야돼."


이러면서 지금 풀고 넘어가야 된다고 하니, 아직 가라앉지도 않은 상태에서 점점 분노가 머리 끝까지 올라갑니다. 그러면 제 입에서도 좋은 말이 나갈 리 없습니다.

"넌 뭐 잘 했는줄 알아? 너는 늘 옳고 남들만 문제인줄 아나본데, 니가 문제라는 생각은 안 해봤어?"
"그리고 말 나왔으니까 하는 말인데, 너 지난 번에, 지지난번, 지지지난번에 너도 사람 정말 기분 나쁘게 하더라."

이런 말이 나오기 시작하면, 이미 처음 발단이 된 문제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이미 그 문제는 안중에 없이 갈등 2라운드가 시작되는거죠.
여기서 겪해지면, "그렇게 단점많고 이상한데 왜 나랑 사귀냐? 그럼 헤어져!" 라고 나오기도 하고, 풀자고 시작한 이야기가 더 뭉치기도 합니다.

이마에 딱밤 때릴 때 빨갛게 부어오른 이마를 계속 때리면 진짜 아픕니다. 까진 무릎 또 까져도 아프구요.
아직 감정이 채 추스려 지지도 않았는데, 지금 당장 풀고 넘어가야 하고, 연인 사이에는 비밀도, 쌓여있는 것도 없어야 된다는 것도... 잘못된 환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침묵이 금


풀고 넘어가려다가 더 덧나서 피곤한 커플이 있는 반면, 싸움이 안되어 답답하다는 커플도 꽤 있습니다. 무슨 말을 해도 한쪽이 묵묵부답 가만히 있으니, 벽보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는 경우 입니다.
그러나 저 혼자 막 쏘아붙이고, 남자친구는 묵묵히 미안하다고만 하고 있으니, 어느 지점이 지나면 저도 미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가만히 있는 사람을 할퀴고 상처내면서 혼자 괴롭히고 있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리고 그 묵묵부답으로 가만히 있는 것 까지 미안하면서 고마워지는 것이었습니다.

참 지랄맞은 내 성격 받아주느라 고생이 많네.... ㅜㅜ
이런 남자가 어딨어...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남자친구는 다음에 농담처럼 장난치듯이 알려주곤 했습니다. 연인 사이이기에 예민한 상태에서 단점을 지적하여 뜯어고치려고 드는 것보다, 감정이 격해져 있을 때는 피하고, 상황봐서 농담처럼 슬며시 말해주는 것이 더 잘 통하는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 갈등 이론에 대해 공부하다 보니, "한국인의 갈등은 인지적 갈등과 정서적 갈등이 구분되지 않으며, 한 번 생기면 아주 찐뜩하게 오래간다" 라는 구절이 있었어요. 저는 몹시 공감했는데, 한국인 남녀가 만나는 중이라면, 외국식으로 갈등을 툭 터놓고 해결하겠다는 해법 보다는 한국식으로 차라리 묻어두고 넘어가는 것이 낫지 않나 싶습니다.
좀 더 재미있는 연구 결과를 찾은 것 중 하나는, 외쿡에서도 계속 얼굴봐야 되는 좁은 바닥에서는 갈등을 터트리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꺼내지 앉는 전략을 쓰기도 한다는 점 이었습니다.
연인 사이에는 비밀이 없어야 되고, 마음에 담아두지 말고 이야기를 다 해야 되는 것이 아니라,
어지간한 일은 오히려 내 마음 속에 묻어주는 것이 차라리 편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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