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를 하고 내려서 들어오려는데, 어떤 분이 운전이 미숙했는 지 핸들을 이상하게 돌려서 제 차 뒷 범퍼를 들이 받았습니다. 한 번 받더니만 뒤로 후진해서 다시 빼는 듯 싶더니 다시 한 번 세차게 들이받습니다. 그러고는 빼는 것도 아니고, 내려서 미안하다는 것도 아니고, 차 속에서 혼자 궁시렁 거립니다. 저는 그 모든 광경을 뒷 범퍼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_+ (딱 걸렸어! 현장적발이닷~)
놀라서 차 유리를 두드리며,
"아줌마! 지금 제 차 받으셨잖아요!"
라고 했더니, 냅대 한 마디 합니다.
"뭐 이년아? 그깟 차 얼마나 한다고 그래? 차 한 대 사주면 될거아냐?"
헉...자기가 들이 받았으니 미안하다거나 이런 것도 없이 냅대 그깟 차 한 대 사주신 답니다.
마치 가을동화 원빈의 "얼마면 되겠니?" 포스를 내 뿜습니다.
오오.. 저도 이 기회에 차를 바꾸게 되는걸까요? ㅡㅡ;;
예전에 아는 분이 바이크를 타고 드라이브를 하러 나갔는데, 양평 쪽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중에 바로 옆으로 바짝 BMW가 지나가서 넘어질 뻔 한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사과도 없이 지나간 것이 화가 나서, 쫓아가서 차를 막고 잡았다고 합니다.
차를 붙잡고 차 유리를 두드리는데, 아무 말 없이 차 유리가 1cm 내려가더니 100만원짜리 수표 두 장을 쓰윽 내밀더랍니다. 사실 넘어질 뻔 한 것 뿐 다친 것도 아니고, 괘씸해서 사과 한 마디 들으려고 했던 것 뿐인데, 200만원씩이나 내밀자 황당하기도 하고, 큰 돈에 반갑기도(?) 하여 그냥 얼떨결에 받았더니 그대로 BMW는 창문 1cm를 올린 뒤 사라졌다고 합니다.
창문을 내리지 않은 것을 보면 분명 얼굴만 보면 알 수 있는 유명인이거나 돈이 정말 많은 사람일거라며 추측을 했었습니다. 어쨌거나 오토바이 라이더는 그런 일은 종종 있어도 좋겠다며, 횡재한 기분이라고 했습니다.. ^^:;;
스쳤다고 200만원을 줬던 사람도 있는 것을 보면, 뒷범퍼를 들이받기까지 했으니 몇 천만원도 줄 수 있는걸까요? 저도 이 기회에 정말 횡재라도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을 약 3초간 해 보았는데, 아줌마를 보니 가능성이 전혀 없어 보입니다.
제 차보다 더 후진 차. (누가 누구보고 똥차라는지...ㅡㅡ;;)
후줄근한 차림. (검소함과는 차이가 있는 없어보이는 차림.)
아웃사이더보다 더 빠른 속도로 갖은 욕을 내뱉는 저렴함. (돈 많은 귀부인의 우아한 포스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음)
아주 잠깐 혹시 기사차를 운전하고 있는걸까 하는 생각도 해 봤지만 말이 안 되는 것 같고, 저 후진차는 연습용일 뿐이고 알고보면 재력가인데 검소한 것 뿐일까 하는 상상도 잠시 해 봤지만 역시 아닌 것 같았습니다. 아무래도 음주운전 인 것 같다는 의심이 들었습니다.
마침 사고 장면을 목격한 동네분들이 잔뜩 나왔습니다.
"저 여자 정신이 이상해요. 이 동네에서 유명해요."
"어! 미친여자가 어떻게 차를 가지고 나왔지? 운전면허도 없을텐데."
"날이 흐리더니 미친X이 사고쳤네.."
하는 고급정보를 제공해 주셨습니다.
헉! 이런...
정신이상자라는 상상도 못했던 이야기에 놀라서 어쩌면 좋을까 고민하는 사이, 그 아줌마는 줄기차게 속사포랩을 해대면서 도망을 갔습니다. 보험처리 할 것처럼 전화하는 시늉을 하면서 그대로 차를 타고 뺑소니를 치는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아줌마의 속사포 욕에 정신 못차리고 있는 제 대신 고급정보를 제공해주신 동네분들이 차량번호를 외우고 경찰에 신고를 해 주셨습니다. 그리고는 정신이상한 아줌마가 다시 와서 해코지할지도 모르고, 분명히 말을 바꿀거라면서 경찰아저씨가 올 때까지 함께 기다려주셨습니다. 얼굴을 모르는 분들이었는데, 날씨도 추운 밤에 정말 감사했습니다. (역시 동네가 좋아요..^^)
그러나 경찰아저씨가 출동하여 무전을 쳐보니, 그 아줌마는 100m도 못 가서 잡혀있었습니다.
저만 뺑소니로 신고한 것이 아니라, 그 아줌마가 차를 가지고 나온 것을 보고 놀란 동네주민분이 이미 "정신이상자가 운전을 하고 있어요."라며 경찰에 신고를 했기 때문에 먼저 출동한 경찰에게 잡혔나 봅니다.
경찰 아저씨들은 그 아줌마를 보자마자 '또 너냐?' 하는 표정입니다. 유명인이시라고 합니다.
아주 태연하게, "응 저 여자 면허는 있어. 지난 번에 잡혔을 때 보니까 운전면허는 있더라고." 하십니다. 차는 언니의 차키를 몰래 들고 나온걸꺼라고 합니다. 한 두 번 이런 일이 있는게 아닌가 봅니다. 경찰에게도 역시 속사포욕을 쏘아대고 있었는데, 그러다가 더 돌면 경찰아저씨들을 마구 때리기도 해서, 그 아줌마한테 맞아서 골병든 경찰 아저씨도 한 두 분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 아줌마의 정신 멀쩡한 보호자가 와서 보험처리를 하기로 하고 일을 마무리했습니다.
경찰아저씨가 뺑소니로 처벌하는 것을 원하냐고 하시길래, 그것은 없던 일로 해 드리기로 했습니다. 차는 보험처리하고 아줌마의 잘못은 없던 일로 하기로 했는데, 그래도 그 아줌마는 경찰서로 데려가신다고 했습니다.
알고보니 그 아줌마는 벌금 60만원을 못 내서 유치장에 가야 한다고 합니다.
아줌마.. 그깟 차 한 대 새로 사준다면서요? ㅡㅡ;;
제 정신이 아니면서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보셨나 봅니다. 아니면 날씨때문일까요...ㅜㅜ
흐리고 비 오는 날 이런 분들이 엄한 짓을 자꾸 하는 이유는 낮은 기압때문이라고 합니다. 기압이 낮아지기 때문에 몸을 짓 누르는 기분이 들어 잠에서 쉽게 깨기도 힘들고, 환자들이 더 아파하게 된다고 합니다. 또 저기압상태에서는 사람이 초조해지면서 쉽게 분노하고 흥분하게 된다고 합니다. 햇빛을 못 보고 흐리기 때문에 우울함을 유발하는 호르몬도 분비되는데, 적당량이 분비될 때는 비가 와서 마음이 더 침착해지고 생각이 많아지는 좋은 상태가 되지만, 과도하게 분비되면 너무 우울해서 정신이 정말 이상해지는 상황이 일어날 수 있나 봅니다.
그래서 비가 오면 유독 이런 분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나 봅니다. ㅡㅡ;;;
비 오는 날, 비와 차만 조심하면 되는게 아닌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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