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윈 하루하루 사노라면 : 거지 천국, 요즘 한국 상황이 안 좋긴 한 가 봅니다...
요즘 한국 상황이 어렵긴 어려운가 봅니다. 어릴적에 '거지'라는 말은 불쌍한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자, 커서 거지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배우는 말이었습니다. 당연히 제가 커서는 거지가 없는 나라가 될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어린 시절보다 더 다양하고 악질적인 거지들이 판을 칩니다.
파워블로거지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음식을 잔뜩 시켜 먹은 뒤 "내가 파워블로거이니 내 글에 좋게 평가를 해주겠다"며 무전취식을 하려고 드는 거지 입니다. 만약 거절하면 입소문을 나쁘게 내서 이 집을 망하게 만들겠다며 협박을 하기도 합니다. 비위를 맞추어 공짜로 물건이나 음식을 내놓지 않으면 나쁜 입소문을 내겠다고 드니, 업주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먹기로 당하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업주가 원하지도 않았는데 파워블로거(지)라며 삥을 뜯는 거지 뿐 아니라, 업주와 짝짝꿍이 되어 돈을 받고 실제와 다르게 제품을 홍보하는 블로거들도 문제가 되었습니다. 치명적인 문제가 있는 것을 알면서도 블로그에는 다 괜찮다고 추천을 하여 그것을 믿고 구입했는데 속았다는 느낌을 주는 것 입니다. 이런 저런 문제가 많아지자, 블로그를 하면서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은 모두 파워블로거지라고 통칭을 하게 되었습니다.
언론 거지
식당 무전 취식의 원조는 사실 언론거지입니다.
식당에서 알바하던 때에 보니, 정말로 일주일에 한 두 번 꼴로 방송국과 기자에게 연락이 옵니다. 그 곳에 취재가고 싶다고요. 처음에는 너무 들떠서 사장님께 바로 연락해서 "사장님~~ 우리 가게에 취재를 온대요. OOO 방송국 PD라고 연락왔어요!!!" 라며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나 들뜬 저와 달리 10년차 사장님은 시큰둥하게 "그 XX들, 원래 그래. 돈 달라는거야. 와서 음식 다 쳐먹고 사진 찍고 150~300 정도 달라고 하고, 돈 줘도 TV에는 3분 나올까 말까야." 라고 반응을 했습니다. 정말 흔한 일인가 봅니다...
비단 식당 뿐 아니라, 우리나라 정서 상 '방송국' '기자'라는 말에 굽실거려서인지 그 말만 하면 프리패스인 줄 압니다.
"방송에 출연시켜줄테니까, 자료 공짜로 주세요" "방송에 출처 적어줄테니까 공짜로.."
저같은 블로거에게는 "우리 잡지에 실어 줄테니, 내일까지 칼럼 한 편을 공짜로 작성해 달라." 라는 유형의 거지들이 종종 연락이 옵니다. 분명 잡지사에서는 고료가 책정이 되어 있을텐데, '우리 잡지는 되게 유명하니까 너 따위는 실어주는 것 만으로도 영광으로 알라' 같은 당당한 거지들 입니다. 처음에 뭣 모르고 들떠서 기사를 보냈는데, 나중에 실린 것을 보니 제가 쓴 글들은 자신들의 기획기사인양 편집해 놓고 제 이름은 구석에 4pt 정도로 연한 회색으로 적어 놓은 것을 보았습니다. ㅡㅡ;
벤처 스타트업 거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다며 '공짜'로 일을 도와달라는 유형의 거지입니다.
지금은 유명해져서 콧대가 명왕성에 닿을 것 같은 업체 몇 곳도 이런 짓을 했습니다. 대학생이 시작한 업체라며 도와달라고 하여, 대견한 마음에 도와주었더니 물에 빠진 사람처럼 굴기도 했습니다.
'OO님이 이 분야는 전문가시니까 이것만 도와주세요'라고 하여 도와주니, '기왕 도와주시는거 이것도 좀 도와주시면 안될까요?' 라더니, '그리고요, 저희 하는 일에 대해서 블로그에 홍보도 좀 해주세요. 기왕 배너도 좀 달아주시면 좋고요. 저희가 해 드릴 수 있는 것은 없으니까요 영화 티켓 한 장 드릴게요.' 라며 인건비 한 푼 안 들이고 날로 먹으려 드는 경우가 흔했습니다.
영화 티켓은 고사하고, 말만 하는 경우도 흔했습니다. '저희가 너무 고마우니까요, 도서상품권 5천원짜리라도 하나 보내드릴게요~' 라길래 '괜찮아요. 그냥 도와드린건데요. 사업 번창하세요.' 라고 했으나, 몇 차례를 더 문자를 보내며 기어이 주소를 받아가더니 입 싹 닦은 벤처 스타트업도 있었습니다. 왜 물어본건지..ㅡㅡ;
이들의 가장 흔한 접근 방법은 '팬이었어요~' 였습니다.
최근에 매체에 알려진 고양이 사료를 주겠다는 스타트업 사례, 팬이니까 공짜로 일러스트를 그려달라는 거지 사례처럼 팬이었다는 경우와 비슷합니다. 팬이 있을리 없는 저같은 사람에게 '팬이에요'라고 하면 정말 감동을 하고, 너무너무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감사한 마음에 뭐라도 도와드리고 싶어지는데, 이런 보통 사람의 심리를 이용한 거지 짓 입니다.
이렇게 거지 짓을 하여 타인의 노동력을 갈취한 뒤에, 성공한 벤처 스타트업이 되면, '거절을 두려워하지 않고 부딪히는 능력 (부끄러움없이 타인에게 삥뜯는 능력?)' 덕에 성공했다고 인터뷰 많이 하더라고요.
진상맘 거지
"아이가 먹게 양 좀 낭낭하게 주세요"
아이는 성인 1인분을 따로 주문해도 어차피 다 못 먹으니, 엄마 것에서 조금 떼어서 먹이는 어머니들이 있습니다. 어떤 음식점에서는 주문을 하지 않아도 아이가 보이면 아이 몫은 서비스로 주는 곳도 보았습니다. (- 군산 복성루, 조카까지 챙겨주는 감동 맛집) 문제는 이것을 악용하는 진상맘도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돈
까스 집에서 본 경우는, 유치원생 이상 되어 보이는 아이 둘을 데리고 와서 돈까스 1인분을 시키더니 아이 먹게 스프 2그릇을 더
달라고 해서 스프를 먹이고, 돈까스와 밥, 국이 나오자, 밥과 국도 2그릇씩 더 달라고 하여 먹이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처럼 음식점에서 아이 몫은 거저 먹이려고 들거나, 비행기, 기차에서 아이가 큰데 아이 좌석은 사지 않고 버티며 옆 사람에게 피해를 주기도 합니다. '아이는 공짜로'라는 생각을 갖고 계신 진상맘이 종종 있습니다.
제가 겪은 경험 하나를 보태자면, 학원비 거지도 꽤 있었습니다. ㅡㅡ;
학원에서 일하던 시절, 학원비를 떼 먹는 진상맘 거지들
이 꽤 있었습니다. 학원비를 한 달, 두 달 정도 미루다가 아이를 그만두게 하여 학원비를 떼 먹는 하수도 있으나, 학원비를 한 달
정도 밀린 뒤에 현금으로 주고, 그 다음에 또 한 달 정도 밀린 뒤에 현금으로 주며 한 달 치를 떼어 먹는 중수도 있었습니다.
현금으로 주고 나서, 떼먹은 달도 분명히 줬는데 선생님이 체크 안 한 거 아니냐며 학원비를 다 줬다고 우깁니다. 초 고수는
학원비를 한 달 가량 밀린 뒤에 아이 학원을 몇 주에서 한 달 정도 쉽니다. 외가댁에 보낸다거나 여행한다는 등의 핑계로요. 그
뒤에 돌아와서 학원비 밀린 것은 안 주고, 다시 한 달 뒤에 내고, 쉬기 전에 학원비를 냈다고 우깁니다.
여기까지가 자신의 권력, 또는 알량한 후광효과를 이용한 권력형 거지라면, 소소한 절도를 하는 거지들도 있습니다.
코스트코 거지, 이케아 거지, 마트 거지
이케아 연필 사건은 이미 유명합니다. 이케아 주문을 위해 구비된 연필을 잔뜩 훔쳐다가 집에서 사용하는 이케아 연필거지들이죠.
최근 친구가 들려준 코스트코 거지 사건은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코스트코에서 판매하기 위해 박스로 쌓아둔 체리, 과일 상자를 뜯어서 주머니에 넣어 훔쳐간다고 합니다. 판매하려는 체리를 시식 상품인양 막 집어먹고, 주머니에 넣어가기도 한다는 것 입니다.
체리 같은 것 뿐 아니라 판매제품을 뜯어서 먹고, 껍데기를 버리고 계산하지 않는 무전취식객들도 있다고 합니다. 음료수 같은 것을 뜯어서 벌컥벌컥 마신 뒤, 너무 목 말라서 그랬다, 나가면서 계산할거다 해놓고는 껍질만 버리고 홀랑 간다고 합니다...
코스트코 거지는 거지라고 해야 할지 뻔뻔한 좀도둑이라고 해야 할지 애매합니다.
음식점 셀프 코너 거지
코스트코 푸드코트에서 양파 썰어 놓은 것을 통에 담아가서 집에서 요리하는데 쓰시는 분들도 계시다고 합니다.
그 외의 커피전문점 설탕을 가져다가 설탕을 사지 않고 쓰는 설탕 거지도 있고, KFC, 맥도날드 등에서 음료 무한 리필 서비스도 중단시킬만큼 펫트병을 들고 와서 콜라와 음료수를 채워가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밖에 꺼내 놓은 서비스 품목이 있으면 거침없이 거지짓을 한다고....
마지막으로 좋은 취지를 악용하는 나눔 거지도 있습니다.
좋은 일 나눔 거지
"저희는 좋은 일 하는 업체입니다. 그러니 무료로 저희를 도와주세요."
"저희는 좋은 목적으로 남을 도우려고 해요. (도우면서 생기는 수수료/후원금은 저희가 먹지만) 님은 저희를 공짜로 도와주세요."
라는 복지단체의 탈을 쓴 거지들이 지겹도록 많습니다.
좋은 일을 한다는 나눔 거지의 특징은 가장 뻔뻔합니다. 부탁도 아니고, 거의 업무 발주 수준으로 요청서를 보냅니다. 정중한 부탁이 아니라, '우리는 좋은 일을 하고 있다.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고로 너는 도와야만 한다. 기왕이면 돈도 기부하면 좋고, 돈이 아니더라도 재능이라도 기부해라." 라는 식 입니다. 돕지 않으면 나쁜 놈이 되는 거지요. 물론 돕는다고 착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좋은 일이라는 미명 하에, 공짜로 디자인 받아가고, 공짜로 컨텐츠 얻어가고, 공짜로 홍보를 합니다. 그러나 그 단체들의 상당 수는 사회복지재단이라서 정부 지원도 받고, 사람들 후원도 받으며, 비용처리는 따로 하기도 합니다. 즉, 돈은 따로 챙기고, 비용을 들여야 하는 일에는 '나눔'이라는 빌미로 공짜로 사람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겁니다. 이들은 정말로 도움이 필요한 좋은 뜻으로 봉사하는 단체들의 이미지까지 흐려놓는 가장 악질적인 거지이기도 합니다.
2015년의 한국은 정말 잘 사는 선진국일 줄 알았는데....
이렇게 다채로운 거지들이 넘쳐나는 세상일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 미움받을 용기, 인간관계때문에 힘든 사람을 위한 고마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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