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윈 하루하루 사노라면: 아줌마, 이모, 언니의 차이, 세 살 꼬마를 혼란에 빠트린 언니와 이모의 기준
치과에서 한참을 기다리는데, 꼬마 아가씨가 왔습니다. 세 살 남짓된 재잘재잘 귀여운 소녀였습니다.
한참 기다린 귀여운 아가는 "저는 언제 선생님 만나요? 저 빨리 치료 받고 싶어요" 라며 또렷하게 이야기 했습니다. 그러자, 아가 어머니와 실장님은
"안돼요. 기다리는 언니가 있어요. 언니 먼저 치료 받고 ㅇㅇ이 차례에요."
라고 대답을 하셨습니다.
(기다리는 언니가 저입니다)
그 대답을 듣자, 똘똘한 아가는 대기실 쇼파를 쓱 둘러봤습니다.
대기실에는 그 꼬마와 엄마, 저, 그리고 60대 아주머니 한 분이 앉아 있었습니다.
"언니가 어디있어요?"
실장님도 살짝 당황하시고, 누구보다 아이 엄마가 당황해서 얼버무리며 넘어가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는 재차 물었습니다.
"언니가 어디있어요? 이모 아니에요?"
아이 엄마는 행여 제가 듣고 기분 나쁠까봐, 계속 언니라고 소곤대고 계셨습니다. 그러자 똘똘한 아이는 엄마에게 묻습니다.
"엄마는 몇 살이에요?"
이 영리한 녀석 같으니. 한 눈에 봐도 제가 자기 엄마와 비슷한 나이로 보였나 봅니다. 계속되는 아이의 질문에 난감해진 어머니.
"열 살이야."
라고 답해 버리셨습니다. 그러나 요 꼬마는 보통 똑똑한 녀석이 아니었습니다.
"그럼 이모는 몇 살이에요?"
"여덟살."
"할머니는 몇 살이에요?"
"열 다섯살"
아이는 점점 더 의혹에 가득찬 눈길로 엄마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 때 마침 실장님이 저를 부르셔서 저는 치료 받으러 들어갔습니다.
배려심 넘치는 아이 어머니는 미혼 같아 보이는 30대 여자에게 '이모'라고 하면 기분 나빠 할까봐 '언니'라고 하느라고... 친정 엄마까지 열 다섯살로 만드셨습니다.... 허허허허허허허허
저 때문에 너무 노력하시는 것을 보니 고맙기도 하면서, 내심 웃음이 났습니다.
아이의 흔들리던 눈동자가 너무 귀여웠어요.
아무리 봐도 엄마 같은 아줌마, 좋게 말해 이모로 밖에 안 보이는 저를 가리켜, 자꾸 먼저 온 '언니'라고 하니 세 살 인생에 큰 혼란이 찾아왔던 것 같습니다.
아이가 언니와 이모, 오빠와 삼촌을 나누는 기준은 분명합니다.
세살 꼬마에게 '언니'는 몇 살 차이 안 나는 어린이를 말하는 것이지, 엄마나 이모처럼 다 큰 어른을 뜻하는 말이 아닙니다. 아이들에게 언니란 비슷한 어린이나 학생을 뜻하고, 성인은 이모, 삼촌, 아줌마, 아저씨 입니다.
저 때문에 진땀 빼신 실장님과 아이의 어머니를 보니, 이제는 제 스스로 저를 '아줌마' 혹은 '이모'라고 해야 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ㅠㅠ
[나이 호칭에 민감한 라라윈씨 ㅜㅜ]
- 30대 미혼녀에게 아줌마 따위와 비교도 안되게 기분 나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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