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못 마시는 사람 술냄새에도 취해요
술자리에 술 안 마시는 (못 마시는) 사람이 있으면 불편해 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자신은 술 마시고 기억에 없는데, 술 안 마신 사람은 혼자서 흑역사를 다 기억하고 있는 것이 불안하대요. 그래서 같이 마시라고 권하기도(강요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술 안 먹는 사람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는 술 안 마시는 사람도 같이 취하거든요.
제가 술 못 마시는 사람인데요, 이상한 증상을 발견했습니다.
분명히 저는 술을 한 모금도 안 마셨는데, 같이 취한 것 같습니다. 하하 호호 하다보면 저도 취한 듯한 기분이 들곤 합니다. 술 마신 사람보다는 기억을 많이 하지만, 술 마신 사람처럼 기억 안 나는 부분도 있고요.
처음에는 술자리 분위기에 취한 것이라 생각했는데, 실제로 술냄새에 취했던 것이라고 합니다.
생각 만으로 취할 수 있다
2003년 뉴질랜드 빅토리아 대학교의 메리언 게리 박사가 논알콜 음료를 주고 술이라고 알려주는 실험을 했습니다. 실험 참가자 전부에게 알콜이 없는 토닉워터를 주고, 절반에게는 토닉워터라고 알려주고 절반에게는 보드카 칵테일이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보드카 칵테일이라고 알고 마신 사람들은 술 마신 사람과 똑같은 신체 반응이 나타났습니다. 사실은 토닉워터인데 보드카 칵테일이라 생각하고 마신 사람들은 대 여섯 잔 째 마시자 판단력과 기억력이 확실히 떨어졌고, 몇 몇 사람은 혀가 꼬였습니다.
실제로는 술 한 모금도 안 마셨는데, '술 마셨어'라는 생각 만으로도 몸이 반응을 한 것 입니다. 보통은 이런 현상은 운동선수들이 운동경기 상상할 때나 나타나는 줄 알았는데, 음주에도 적용되나 봅니다.
술자리에 있으면서 술을 마시지 않았지만 같이 취하는 것 같다는 생각 만으로도 취기가 올라오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술 냄새 맡는 것 만으로도 취한다
위의 실험은 흥미롭긴 한데, 분명 술 안 마신 것을 알고 있는데 취하는 것 같다는 것에 대한 속시원한 답은 아니었습니다. 좀 더 속시원한 답은 영국 에지힐 대학의 실험에서 나타났습니다.
영국 에지힐 대학 연구팀은 40명의 실험참가자를 두 팀으로 나누어 한 탐에게는 술을 뿌린 마스크를 주고, 한 팀에게는 오렌지 (감귤류) 향을 뿌린 마스크를 주고 쓰게 했습니다. 그 마스크를 쓴 채로 모니터에 나오는 글자 중에 K가 나오면 버튼을 누르고, 컵이 나오면 버튼을 누르게 했습니다.
그리고 술냄새 마스크를 쓴 사람들과 오렌지향 마스크를 쓴 사람들의 차이가 있는지 보자, 술냄새 나는 마스크를 쓴 사람들의 반응이 느리고 오답율도 높았다고 합니다. 심지어 다른 글자나 이미지가 나왔는데 버튼을 누르기도 하고요. 술을 마신 것이 아니라 술냄새만 맡았을 뿐인데도 술 마신 것처럼 반응과 판단이 느려진 것 입니다.
현실에서는 세척 작업에서 에탄올이나 이소프로필 같은 것을 사용해 작업한 후, 집에 돌아가는 길에 음주단속에 걸린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술을 마신 것은 아니나 에탄올 같은 성분에 장시간 노출되어 있으면, 음주 상태와 똑같아 지나 봅니다.
이 결과를 보니, 왜 술자리에 있으면 같이 취하는 것 같은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물론 개인차에 따라 술이 센 사람들은 술냄새의 영향이 좀 적을 수도 있으나, 술 못 마시는 사람의 경우에는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 있습니다.
술 안 마셔도 술자리에 있으면...
결론은 옆에서 술을 안 마시고 있다고 불안해 하실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같이 취해요....
특히 술 해독능력이 0에 수렴해서 술을 안 마시는 것이 아니라 못 마시는 사람들은 술자리에 같이 있기만 해도 취하니, 걱정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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