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든파이브 나이트 레이스 5km 완주
처음 신청했던 뚝섬 마라톤 대회는 하필 그날부터 폭염이 시작되어 참가를 못 했습니다. 가을이 되기를 기다려 10월 19일에 가든파이브에서 열리는 나이트 레이스에 재도전 했습니다. 보통 마라톤 대회는 아침 9시부터 시작이라, 8시까지 대회장소로 가야 합니다. 그러나 나이트 레이스는 이름은 밤에 하는 마라톤 대회 같지만 실제로는 오후 3시에 시작하는 것이라 부담 없었습니다. 가든파이브 나이트 레이스는 오후 3시에 대회 시작이라 오후 2시에 맞춰 도착했습니다. 생애 첫 마라톤 참가이니 응원과 기념사진 촬영이 필요하다며 친구를 졸라 같이 갔습니다.
마라톤 대회 시작 1시간 전
가든파이브 처음 와 봤는데 쇼핑몰이 즐비한 화려한 곳이었습니다. 두리번 대는 사이 고막을 가르는 굉음을 내면서 머리 위로 전투기가 지나갔습니다. 육안으로는 전투기 바닥이 보일 듯 가까운 느낌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이 날 성남비행장에서 공군 에어쇼를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달리는 동안에도 옆으로 머리 위로 낮게 지나는 전투기를 실컷 볼 수 있었습니다.
화려한 쇼핑몰, 꺄아아아아앙 고오오오오오 거리며 지나가는 전투기. 처음 참가하는 마라톤에 가슴이 뛰었습니다.
한 시간 전까지는 오라고 안내가 되어 있었으나, 천막만 덩그러니 있고 아직 준비가 덜 되어 있었습니다. 저를 포함해 지시사항대로 2시까지 온 사람들은 현장배부처 근처를 서성이며 상황을 보고 있었는데, 진행은 엉망이었습니다. 2시가 되어 학생 자원봉사자들이 도착했으나 학생들을 이끌며 운영할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학생 자원봉사자들이 도착하고 좀 지나서 배번호가 도착했습니다. 배번호는 왔으나 사은품은 도착하지 않아 대혼란이었습니다. 결국 사은품은 나중에 경기 끝나고 준다고 안내를 하고 배번호부터 나눠 주었습니다.
기다려서 배번호를 받았습니다. 배번호, 기록측정기, 영화티켓(신청할 때 준다고 안내되어 있던 사은품 중 하나)이 들어 있었습니다. 배번호를 받고 나니 할 일이 없었습니다. 긴 거리부터 출발하고, 그 뒤에 10분 간격으로 출발하기 때문에 5km 마라톤은 가장 끝에 출발이라 시간이 많이 남았습니다. 배번호를 소듕히 가방에 챙겨 넣고 가든파이브를 구경했습니다.
가든파이브는 매장이 굉장히 많아 볼거리가 많았습니다. 음식점도 많고요. 다음에는 여기 와서 밥먹고 쇼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이런 방문객 유치 목적으로 가든파이브에서 마라톤 대회를 한 것 아닌가 싶은데, 효과가 확실했습니다. 가든파이브 한 번도 가 본 적 없었는데 마라톤을 계기로 오게 되어 둘러보고 매장이 많은데다 아울렛들이라 다음에 부담없이 옷 사러 한 번 더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실제로 몇 번 갔습니다.
달리기 20분 전
하프 마라톤 참가자들이 출발 준비를 하고 있었고, 뒤 이어 10km 대회 참가자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겉옷을 벗고 배번호를 달고, 스트레칭을 하며 뛸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구름떼 같은 사람들이 달려나갈 준비를 하는 것을 보니 조금 긴장되기 시작했습니다. 대회는 대회였어요. 그냥 혼자 달리기 연습 할 때와는 기분이 달랐습니다.
저도 배번호를 달고 기록측정기를 부착했습니다.
5km 마라톤은 기록측정기 안 준다고 설명되어 있었는데 주었습니다. 어떻게 하는지 몰라 두리번 거리고 있었는데, 친구가 주변사람들 하는 것을 보더니, 제 신발에 끼워 주었습니다. 놀이동산 입장할 때 손목에 끼워주는 질긴 종이 같이 생겼는데 이걸로 어떻게 기록이 측정되는지 신기했습니다.
달리기 10분 전부터 출발선 앞에 줄을 섰습니다. 두근두근두근
출발신호와 함께 이 많은 사람들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혼자 연습할 때와 달리 사람이 너무 많아 서로 길막하는 상황이라 제 페이스대로 뛰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마라톤 좀 해 보신 분, 마라톤을 안 해봤어도 일정한 페이스로 뛰는 연습을 한 사람이 있고 재미로 오신 분들이 있는데, 재미로 참가하신 분들은 처음엔 막 달리다가 갑자기 앞에 멈춰서서 나란히 서서 걸었습니다. 갑자기 뛰다 갑자기 멈춰서기를 반복하셔서 이 분들을 피해 일정한 속도로 뛸 수 있게 길을 잘 찾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나름 터득한 요령은 마라톤 대회 참가해 보신 듯한 페이스 조절 잘 하면서 뛰어가는 분 뒤를 따라가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대회에도 페이스메이커가 노란 풍선 같은 것을 달고 예상 시간을 붙이시고 함께 달려주신다고 하던데, 제가 놓친 것인지 5km는 페이스메이커가 없었던 것인지 못 찾았습니다. 대신 주변의 안정된 페이스로 잘 뛰는 분을 따라 뛰었더니 완주를 할 수 있었습니다.
오후 3시에는 햇볕이 너무 뜨거운 것도 고려할 점이었습니다. 야구모자를 쓰고 갔는데 얼굴에 들어오는 햇볕이 너무 따가워서 평소 달리기 할 때 쓰던 챙 큰 모자를 쓰지 않은 것이 엄청 후회되었습니다. 너무 뜨거운 햇볕이 얼굴에 꽂혀 얼굴은 달아오르고, 햇볕이 뜨거우니 긴팔 긴바지도 너무 덥고... 왜 마라톤 할 때 나시에 반바지 입고 참가하시는지, 대회를 아침 9시에 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낯선 레이스 코스인데다가 나이키 런닝 어플로 재보니 5km가 넘는 거리였습니다. 가든파이브 출발선에서 탄천 산책로까지가 250m 정도 되는데 그 거리는 빼고 이야기한 것이라 실제로 출발선에서 결승선까지는 5.5km 정도 되었습니다. 저는 딱 5km에 맞춰 연습했던터라, 500m 더해진 것으로 인해 죽을 것 같았습니다. 제가 따라 뛰던 분들은 막판 2~300m부터는 전력질주 하시던데 저는 5km 지났을 때 기진맥진 상태라 그 속도를 유지하기도 어려웠습니다. 다음에 또 마라톤 대회를 참가한다면, 참가하는 거리보다 조금 더 뛰는 연습을 해야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5km 완주
들어왔습니다. 순위, 기록 같은 것과 관계없이 대회에 나와 5km를 완주했다는 사실에 벅찼습니다. 이 순간 만큼은 결승선에 달려 들어오는 선수들의 벅찬 기분을 쬐금이나마 알 것 같았습니다. 앞에서 배번호 몇 번 선수가 들어오고 있다, 마지막까지 힘내세요 등의 이야기를 하시며 분위기를 더 고조시켜 주시기 때문에 더욱 더 벅찬 기분이 들었습니다.
달라올라 터질 것 같은 얼굴로 숨을 헐떡이며 결승선 옆에 있는 현장기록증 발급처에서 가니 완주 기록증과 메달을 주었습니다. 너무너무너무너무 행복했습니다.
운동 잘 하시는 분들은 마라톤 5km를 연습해서 나간다는 것에 놀라시기도 하고 (그게 왜 연습이 필요하냐고..), 무려 몇 년을 연습했다는 사실에 더 놀라시기도 했습니다. 제가 마라톤 마라톤 노래를 한 탓에 주변 사람들이 '그게 진짜 안 되나?' 하면서 한 번 참가해 보는 재미난 현상도 있었습니다.
어쨌거나 저에게는 꿈의 거리였던 5km여서 소원성취에 너무너무너무너무 행복했습니다.
연습했을 때 보다는 쪼금 더 걸렸으나 30분 정도에 완주해 더 씐났습니다.
폭풍 인증샷을 찍은 뒤...... 정말로 터질듯이 달아올라 시뻘개진 얼굴을 하고 털썩 앉아 한참 쉬었습니다. 간식 주셨는데 간식에는 전혀 손이 가지 않았고 물만 좀 마셨습니다. 한참을 쉬고 나서 정신이 돌아왔을 때, 화장실 가서 수건에 물을 적신 뒤 몸을 한 번 닦아내고 윗옷을 갈아 입었습니다. 저는 이런 생각을 못했는데 달리기 끝나고 나면 땀범벅 될텐데 몸이 달아 올랐을 때는 괜찮지만 몸이 식은 뒤에는 감기 걸리기 쉬우니까, 수건과 갈아입을 티셔츠 같은 것을 챙겨가서 화장실에서 수건에 물 적셔서 땀 한 번 닦아내고 옷을 갈아입으면 좋을거라고 친구가 말해주어 수건과 여분의 티셔츠를 챙겨왔던 것인데 좋은 생각이었습니다.
보송보송 티셔츠로 갈아입으니 기분 좋아졌습니다.
이 날 너무 행복해서, 꾸준히 연습해서 5km 대회를 몇 번 더 나가보고 싶었습니다. 1km도 간신히 뛰다가 5km 뛸 수 있게 된 것으로 족해 거리를 늘려 10km를 나가보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5km 대회를 매년 한 번씩 나가도 좋을 것 같았어요.
그러나 곧 겨울이 되었고, 얼굴이 얼어 붙는 것 같아 겨울은 쉬고 봄을 기다렸습니다. 봄이 되자 코로나 때문에 밖에 나가면 안 될 것 같았고, 이제는 기록적인 장마로 밖에 나가 뛸 수가 없네요.... 코로나도 진정되고 날씨도 좋아져서 올해도 달리기 대회에 한 번 더 참가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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