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마라톤 5km 준비 후기

저질체력의 마라톤5km 도전

남양주 집 옆에는 바로 경춘선 자전거 산책로가 있습니다. 정말로 집 앞을 지나고 있어서, 날이 좋을 때면 자전거 라이더들이 신바람나게 틀고 달리는 음악 소리, 촤아아아 촤아아아아 하는 자전거 체인 소리와 바퀴 소리가 고스란히 들립니다.


# 자전거타고 춘천 가보겠다는 야무진 꿈

처음에는 저도 자전거를 열심히 타서 춘천까지 가겠다는 야무진 꿈을 꿨습니다. 자전거 도로를 따라 30km 정도 되었습니다. 그러나 제 꿈은 타고 나간 지 세 번 만에 깨졌습니다. 한강과 달리 이 곳은 오오오오오오르막, 내애애애애리막이라 수준으로는 내리막만 오르막은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 올라갔습니다. 타니 재미는 있었으나, 오르막 올라가는 것이 힘들고 운동이 되지 않았어요. 나중에 들으니 구간이 깔딱고개라 칭해지는 좀 타는 분들만 다니는 고난이도 구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같은 초보도 10km씩 탈 수 있던 한강 도로가 그리워졌어요...


# 조깅 도전

다음으로 시도한 것이 조깅이었습니다. 처음엔 조깅이 아침 조자 써서 아침에 달리는 운동인 줄 알았는데, 조깅은 런닝보다 조금 더 가볍게 뛰는 것이라고 합니다. 걷기와 달리기 중간 정도.

학교 다닐 때도 체육 실기를 엄청 못했고, 체력장은 5급이었던터라, 처음 달리기를 해보니 3분만에 죽을 것 같았습니다.

그만큼 운동 효율(?)이 끝내줬습니다. 다른 운동을 하면 3분만에 사점을 느끼고, 쾌감을 느끼고, 땀범벅이 되지 않는데, 달리기는 3분만 뛰면 아무 생각이 안 나고 땀을 쭉 빼니 최고였습니다. 하루 3분 + 돌아오는 시간 걷는데 5분 + 샤워 10분 정도면 운동 제대로 한 기분을 느낄 수 있으니 좋았어요. 더욱이 자전거 타고 나갈 때는 헬맷, 고글, 마스크, 장갑, 물통, 이어폰 등 챙길 것이 많았는데, 달리기는 고작 3분 뛸 거라서 그냥 나가면 되니 간편했습니다. 물도 챙기지 않고 (3분 뛰는데 물까지...) 운동기록할 핸드폰만 들고 나갔습니다. 핸드폰을 손에 들고 뛰기도 하고, 암밴드에 끼워 뛰기도 했습니다. 과거 운동 장비병 시절 장만해 둔 암밴드, 힙색 등이 많아 아무거나 들고 나가면 됩니다.


3분 뛰면 500m 정도 뛸 수 있었습니다.

비오는 날도 조깅은 할거라면서 우비를 구입해서 비오는 날도 뛰었습니다. 3분이니까요.

저에게는 고작 3분 이라는 것이 운동 진입 장벽을 많이 낮춰줬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500m 남짓 뛰는 상황이 점차 불만족 스러웠습니다. 1km 정도는 뛰고 싶은데 매일 또는 자주 뛰어도 거리가 느는 것이 아니라 되레 줄기도 했습니다. 허벅지 근육이 천근만근 무겁게 느껴지고, 힘들었어요.


1차 시도는 이렇게 끝.



# 꿈의 거리 1km

중간 중간 며칠 뛰다 말다 몇 번을 하다가 올해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목표는 1km를 무난히 뛰는 것이었습니다.

한 달은 1km를 목표로 뛰었고, 조금씩 더 뛰어서 드디어 꿈의 거리였던 1킬로미터를 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보름 정도 지나자 1km에서 차츰 거리가 줄어들어 다시 500m가 되었습니다.


마라톤 5km도 아니고, 고작 1km 꾸준히 뛰는 것이 이리 힘들 줄은 몰랐습니다.

뭐가 문제인지 찾아보니 jogger, runner 말고 '달리미'라는 예쁜 단어가 있고, 달리미 정보가 많았습니다. 저같이 혼자 매일 꾸준히 하려고 하는 것보다 달리기 계획을 짜주는 어플을 다운 받아서 그대로 하는 것이 거리를 늘리는데 효과적이라고 했습니다. 삭제했던 나이키런클럽 어플을 다시 다운 받고, 맞춤 코치 계획을 짰습니다.


처음 계획표를 보고는 '뭐? 가볍게 1km를 뛰라고??? 내 최대 기록이 1.2km인데? 이거 맞춤 계획 맞아???' 라는 의문이 가득했습니다. 가볍게 15분 뛰라 하고, 가볍게 1km로 워밍업 하라는 소리에 당황했어요. 그러나 나이키런클럽의 일정에 따라 뛰다 보니, 어느덧 점차 거리가 늘었습니다. 저 혼자 뛸 때는 매일 나가느라 스트레스가 있었는데, 나이키 어플에서는 하루 뛰고 하루 쉬는 식이라 되레 부담이 적었습니다.

그렇게 어플 따라 뛰면서 어느새 제가 한 달 만에 3~4km 정도를 뛰게 되었습니다.



# 마라톤 5km 도전

3~4km를 꽤 가뿐하게 뛸 수 있게 되자, 마라톤 5km에 도전해보고 싶었습니다. 마라톤 대회 정보를 보니, 거의 매주 대회가 있었습니다. 집에서 가까운 곳을 찾다가 뚝섬유원지 마라톤 대회를 신청했습니다. 5km는 참가비 2만원이었는데, 계좌이체하면 영화표 1장, 참가 상품으로 영화표 1장을 주어, 총 영화표 2장을 받았기 때문에 참가비와 쌤쌤이었습니다.


마라톤 참가신청


우편으로 배번호와 안내문을 받고 보니, 제가 드디어 마라톤에 나간다는 것이 실감이 났습니다. 체력장 5급의 저질체력이던 제가 마라톤 5km에 도전했다는 것 만으로도 혼자 감격에 겨웠습니다. 저에게는 인생의 대단한 성취라서, 땡볕에 서 있을 응원군 친구도 섭외하고 준비를 했습니다.


# 첫 마라톤 대회 당일

올 여름 내내 서늘하다가, 대회 전날부터 폭염이 시작되고 폭염경보가 삥삥 울렸습니다. 대회 당일도 폭염경보가 울리며 외출 자제 안내 문자가 왔습니다. 갑자기 온도가 36도 이상 올라갔습니다. 나이트 레이스라 대회 시간이 저녁 6시였는데, 저녁 6시 예상 온도가 34도 였습니다. 점심 무렵 잠깐 옥상에 나가보니 5분도 안 되어 숨이 턱 막히고, 햇볕이 너무 뜨거워 어지러웠습니다. 응원군 친구도 걱정을 해주었습니다.


"오늘 온도 너무 높은데 할 수 있겠어? 처음 하는데 무리하지 않는게 낫지 않을까? 아무튼 난 네가 결정하는대로 할거야."


저만 무더위에 뛰는 것이 아니라, 친구도 무더위에 서 있어야 하니 둘 다 생고생일 것 같긴 했습니다.


"그러게. 이따 대회 시간에도 34도라고 해서 좀 걱정이 되긴 하네. 30도 넘는 날 달리기 해보니 힘들던데... 5km를 잘 뛸 수 있을까."


이 말을 들은 응원군 친구가 결정타를 날렸습니다.


"음. 군인도 32도 넘으면 야외훈련 안 할걸? 너보다 체력 정신력 훨씬 좋은 20대 초반 남자들도 안 뛸 날인데? ㅋㅋㅋㅋ"


군인 야외활동 온도를 검색해보니, 사실이었습니다. 29.5도를 넘으면 야외활동을 지양하고, 31도가 넘으면 옥외훈련을 제한 중지하고, 32도가 넘으면 필수적 활동만 실시한다고 합니다.


군인 야외활동 온도

출처: 국방홍보원 블로그 https://demaclub.tistory.com/3087


저보다 훨씬 체력 좋고 강인한 군인도 안 뛸 날씨라는 말에 바로 접었습니다. 인생 첫 마라톤이 인생 마지막 날이 될 수는 없어요. 그냥 친구와 시원한 곳에 가서 맛있는 것을 먹고 끝냈습니다.



# 다음 마라톤 대회를 기약하며..

군인도 안 뛸 날씨...

그 말의 여파와 급 바빠진 날들 덕에 3주 정도 쉬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시작했습니다. 비가 계속 오는데, 잠깐 비 그치면 쪼르르 나가 달리기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더운 날 달리기를 하니 쪼금만 뛰어도 땀샘 폭발하며 운동 굉장히 많이 한 듯한 착각을 느끼게 해 줍니다.

이번엔 9월 초 마라톤 대회를 목표로 하기로 했습니다. 그 때 쯤이면 뛸 만한 날씨가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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