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2010년 새해를 맞아 바라시는 모든 일들이 다 잘 이루어 지시길 빕니다!
새해인사가 늦어진 사연이 있었습니다.
지난 12월 마지막 주, 행복하게 송년회를 마치고 집에 왔는데 아빠가 12시가 다 되도록 집에 들어오지를 않으셨습니다. 저희 아빠는 술도 한 두 잔 밖에 못 드시고, 어딜 가셔도 2차 3차 계속 가시는 것이 아니라 늦어도 11시 쯔음이면 항상 집에 오십니다. 그래서 일찍 주무시고 일찍 일어나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시는 분이라서, 연락없이 밤 늦게 안 들어오신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런 분이 12시가 되도록 들어오시지도 않고, 연락도 안 되고 있던 것 입니다. 게다가 8시에 모임에 가신다고 하셨는데, 모임에 오시지 않고 전화도 안 받으신다고 집으로 연락이 왔다고 하여 더욱 걱정이 되었습니다.
아빠 핸드폰으로 몇 십통을 해 봐도 받지를 않으십니다. 불길한 느낌이 점점 강해졌습니다. 핸드폰으로 위치추적을 해 보았지만, 친구등록이 되어있는 상태가 아니라서 조회가 되지 않습니다. ㅠㅠ
사고 난 것은 아닐까 하는 불길한 생각이 엄습했습니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112로 사고 신고가 된 것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해 보았습니다. 출근하신 분이 8시 부터 연락이 두절되어 아직까지 귀가하지 않고 계시다고 하자, 119로 전화를 해서 위치추적을 신청하라고 합니다. 119로 전화해서 사정을 이야기하면 위치추적을 해주신다고 합니다.
위치추적!
영화에서 보면 몇 십초 내로 바로 위치를 찾아내는...!
사고가 나신 것이든 무슨 일이 생긴 것이든 간에 아빠가 어디 계신지는 알 수 있겠다는 생각에 희망을 가지고 전화를 했습니다.
영화에서 보면 10초 내로 정확히 어디 있는지 알아내더니만, 현실은 영화와는 너무나 다릅니다.
우선 신청을 하고나니 해당부서에서 몇 십분 후에 전화가 옵니다. 전화가 와서 신청자의 신상정보를 묻고, 허위로 위치추적을 신청한 거라면 엄벌에 처해질거라는 무시무시한 경고를 한 뒤에 위치추적을 해주겠다고 하고 끊습니다. 그 뒤에 또 애타게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한참 뒤에 경찰서와 소방서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위치추적 결과를 저에게 바로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경찰서와 구조대에 알려주는 모양인가 봅니다.
저는 영화에서 나오듯이 정확한 위치가 딱 나와서 거기 가서 경찰아저씨와 구조대원 아저씨들이 아빠를 찾아주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위치추적을 하면, 기지국만 나온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근처 반경 2km이내를 찾아봐야 한다고 합니다.
그 날은 영하 10도에 육박하는 정말 추운날이었습니다. 그런 날 새벽에 기지국 주변 2km를 뒤진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10분도 지나지 않아서 못 찾겠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더 찾아는 보겠지만 기대하지 말라고 하고, 우선은 관할 지구대에 가서 미귀가자 신고부터 하라고 합니다.
희망을 가지고 신고를 했지만, 위치추적을 신청하고, 기지국 위치가 파악되고, 못 찾겠다고 하는 시간까지도 꼬박 2시간이나 걸렸습니다. (정말 영화 속에서 범죄자 잡을 때 1분내에 위치추적해서 10분내로 출동하는 건 거짓말! ㅡㅡ;;)
그래도 기지국위치라도 알아냈고, 그 근처에서 2km든 5km든 간에 그 근처에 계시다는 것이라도 알게 되었으니, 엄마와 둘이 아빠를 찾을 때까지 그 일대를 다 뒤질 생각으로 차를 타고 나섰습니다.
우선은 경찰아저씨가 알려준대로 관할지구대에 미귀가자 신고부터 한 뒤에, 못 찾았다고 연락이 와서 저희가 직접 찾아보러 갈거라는 이야기를 했더니, 그 시간에 여자 둘이 찾아다니는 것은 더 위험하니 함께 가주신다고 하십니다.
그렇게 경찰 아저씨와 함께 나서는 순간, 기지국 주변을 탐색중이던 경찰아저씨께 전화가 왔습니다.
어떤 사람이 쓰러져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는데, 아빠인 것 같다고 합니다. 우선은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응급차를 불러 병원으로 후송할꺼니까 병원이 정해지는대로 알려주겠다고 잠시 기다리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역시나 사고였구나...
하는 생각에 심장이 덜컹했습니다.
연세대병원 응급실로 가보니, 피 흘리고 계신 아빠가 보입니다..............
다행히 약간의 의식은 있으시고, 생명은 안전한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응급실에서 아침해가 뜰때까지 있었습니다....
의식은 돌아오셨지만, 사건경위에 대해 전혀 기억이 없으신 것 같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아빠가 발견되신 곳은 아파트 재건축을 위해 사람들이 모두 이사를 가고 폐허가 된 동네였다고 합니다. 그런 곳에 쓰러져 있었기에 본 사람이 없을 수 밖에 없었나 봅니다.
경찰 아저씨의 추리로는 아무래도 뺑소니 교통사고 후 사람이 살지 않는 그 동네 골목에 버리고 간 것 같다고 합니다. 서 있던 중에 차에 받치신 상황에서 의식을 잃고 피를 흘리는 분을 엉뚱한 장소에 두고 갔기에, 사건이 어디에서 일어난 것인지, 어떻게 된 것인지 더욱 알기가 어렵습니다.
어차피 도망간 범인을 잡고 싶은 생각도 없고, 범인도 사람이 쓰러져 의식을 잃고 피를 흘리고 있으니 덜컥 겁이 났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병원으로 후송하지는 못하더라도 119에 신고라도 해주었다면 하는 생각에 원망스럽기도 했습니다.....
주변 공중전화에서 119로 신고라도 한 통 해 주었다면...
그 추운날 오랜시간동안 피를 흘려가면서 고통스러워 하시지는 않았을텐데.....
어쨌거나 지금은 아빠를 발견했고, 살아계시다는 것에 너무나 감사할 뿐 입니다.
그리고 그 새벽에 길에 쓰러져있는 사람을 보고 무서웠을텐데 신고해 준 학생이 너무 감사하고, 병원으로 후송해 주시고도 엄마와 제가 안정될때까지 같이 계셔주시다가 가신 경찰관과 소방관 아저씨들이 너무 감사했습니다.
다행히도 아빠도 빠르게 회복되어 가고 계십니다....
이제 다 컸다고 아빠 없이도 잘 살것처럼 굴었어도, 막상 아빠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한 순간부터 너무나 무서웠습니다. 아빠를 찾은 것 만으로도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어도, 막상 정신이 들고 점점 일상으로 돌아올수록 집에서의 아빠의 빈자리도 참 큽니다...
평소에 잘 해야 하는데, 이런 일이 있을 때만 이렇게 쬐금 효심을 되찾으니.... 참 죄송스러울 뿐 입니다....
이 일로 지난 몇 일이 무슨 정신으로 지나갔는 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새해 인사 문자 한 통 못 보내고, 할 일들도 손을 놓고 있었네요. 쬐금만 이해해 주세요.....ㅠㅠ
+ 아빠들이야말로 비상연락망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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