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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빠들에게 배운 노총각 탈출 방법

· 댓글개 · 라라윈

라라윈 연애질에 관한 고찰 : 작은 아빠들에게 배운 노총각 탈출 방법

사촌동생들이 스무살이 되었습니다. 노총각 4총사였던 삼촌들이 결혼하신지 20여년이 되었단 뜻이기도 합니다. 20여년 전 삼촌들은 서른 여섯이 되도록 노총각으로 꿋꿋하게 버티셨습니다.
지금도 서른 여섯에 솔로로 있으면 노총각 노처녀 소리를 듣는데, 20여년 전이니 작은아빠와 삼촌들에게 쏟아지는 결혼 압박은 어마어마 했습니다. 그러나 노총각 4총사는 끈끈한 전우애라도 나누듯 서른 여섯이 되도록 버티셨습니다. 그러더니 놀랍게도 같은 해에 앞 서거니 뒤 서거니 모두 결혼을 하셨습니다. 심지어 아이들도 비슷하게 나으셔서 사촌동생들 나이가 똑같아요. 대체 어떻게 같은 해에 모두 노총각 탈출을 하셨는지... 그 때는 저도 중3이라 잘 몰랐으나 이제와서 보니 알 것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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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동갑내기 삼촌들이 있습니다. 이제는 작은 아빠가 된 삼촌, 아빠의 사촌동생이라 정확히는 5촌이지만 남도 삼촌이라 하는 시대에 오촌 아저씨라 하면 너무 먼 것 같아 삼촌이라 하다보니 삼촌으로 굳어진 삼촌, 외삼촌이 동갑이에요. 그리고 막내 작은 아빠가 된 삼촌은 한 살 어리셨으나, 그냥 묻어가며 함께 어울리셨습니다. 삼촌 세 분은 명절이면 셋이 어울리며 함께 놀았고, 외삼촌은 학교가 저희 집에서 가까워서 종종 저희 집에 놀러오고 삼촌들과 만나다 보니 서로 알고 지내셨습니다.
서른 여섯이 되도록 삼촌들이 노총각 4총사의 전우애를 나누는 동안 저는 좋았습니다. 

조카라고 달랑 저와 여동생 밖에 없다보니, 삼촌들이 용돈을 많이 주셨어요. 흐흐흐흐흐.
물가에 둔감한 총각 삼촌들이 세배돈을 펑펑 주셨습니다. 특히 선물을 많이 사주셨던 막내 작은 아빠는 집에 오실 때면 종로 유명 제과점에 들러서 제가 좋아하는 빵을 커다란 봉지 가득 사다주셨습니다. 삼촌들이 고스톱이라도 치시면, 세배돈에 더해서 심부름값까지 잔뜩 벌어 주머니는 빵빵해졌지만... 명절에도 동생과 둘이 놀아야 하니 심심했어요.

중간 중간 작은 아빠는 노총각 4총사에서 탈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셨으나 수포로 돌아가고, 다른 삼촌들은 감감무소식이었습니다. 현실의 연애는 하고 계시는지 알 수 없는... 삼촌들과 쇼파에 비스듬히 누워 미스코리아 대회를 함께 보며, 저 정도는 되어야 결혼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하고, TV에 나오는 삼촌 또래의 모든 여자들을 숙모 후보감으로 놓고 삼촌과 비평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삼촌들이 제가 중3때 결혼을 했습니다. 그것도 기다렸다는 듯이 한 해에 노총각 4총사 네 분이 다 결혼을 했어요.


가족의 탄압 따위와는 비교도 안되는 노총각 버프

한 분이 스타트를 끊기가 무섭게, 그동안 그토록 사람이 없다던 삼촌들이 어디선가 여자를 데리고 나타났습니다. 작은 아빠는 중간에 한 두 번 사귀는 분을 데리고 온 적이 있어 충격이 덜 했으나... 다른 삼촌들은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서른 여섯이 되도록 모태솔로인 듯 단 한 번도 여자친구를 선 보인 적 없던 삼촌들이 어디선가 누군가를 데리고 나타났으니까요.
마치 눈치게임이라도 보는 것 같았습니다. 누군가 1!을 외치자, 서로 눈치보며 재빨리 2, 3을 외치며 마지막 술래가 되고 싶지 않은 것처럼, 삼촌들은 숨겨뒀던 숙모 후보감들을 데리고 나타나 결혼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가족들과 주변에서 노총각이라며 갖은 탄압을 할 때는 굴하지 않고 버티던 분들이, 노총각의 전우애가 깨지는 순간 정말 급해지신 것 입니다. 노총각 버프는 위대했습니다. +_+


1. 마지막 사람이 벌칙(?) 당첨


네 분이 죽고 못사는 절친이라 함께 어울리면서 장가를 못 간 것은 아니었더라도, 친척들 중에 동갑내기 네 명이 장가를 안 가고 있으니 꽤 든든(?)하셨었나 봅니다. 명절 때만 보더라도, 삼촌들이 세배를 드릴 때 친척 어른들은 결혼 이야기 좀 하려다가도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ㅇㅇ이 (작은 아빠) 올해는 장가 가야지. 지금 네 나이가 몇이지?"

라며 시작했다가, 죄다 동갑내기 또래에 장가들을 안가고 있는 사람들이 다음 세배 순서를 기다리고 있으니... 말을 시작 하려다가 그냥 뭉뚱그려서, "올해는 다들 장가가거라. 어휴" 로 끝이 나곤 했습니다. 그러나 노총각 4총사의 든든한 동지애가 깨지는 순간, 마지막에 남은 사람에게 엄청난 결혼 압박이 쏟아질 것은 불 보듯 했습니다. 그것이 싫으셨던 것인지... 정신 차릴 틈도 없이 연이어 결혼을 하셨습니다.

마지막까지 남으면 안 된다.
결혼을 해야 한다.

는 강한 의지를 불태우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4명이서 마지막 사람으로 남지 않으려는 듯 결혼을 서두르니 경쟁적이 되어 훨씬 불타올랐습니다.


2. 지상으로 내려온 눈


여느 총각들과 마찬가지로 삼촌들도 눈이 높았습니다. 삼촌 뿐 아니라 가족들도 눈이 높았고요.
원래 제 자식은 다들 제일 잘났다고 보기 때문에, 삼촌들이 결혼 적령기 시절에 데려온 예쁘고 괜찮은 아가씨들은 눈에 안 차 하기도 했습니다. 아가씨가 예쁘고 싹싹하고 다 좋은데 아버지가 안 계셔서 쪼금 걸린다거나, 괜찮은데 인물이 조금 마음에 안 든다거나, 학벌이 약간 아쉽다는 등... 8가지 장점에 2가지 단점이 있어도 통과되질 못했습니다.
아직 삼촌들도 나이가 많지 않으니, 조금 더 찾아보면 더 좋은 여자를 만날 수 있지 않겠느냐 하는 가족들의 기대감도 약간 있고, 주위에서 반응이 이렇다 보니 삼촌들도 쉽게 포기했던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제 삼촌들 나이가 서른 여섯 노총각이 되자 우선 가족들은 포기를 했습니다.
결혼 생각 자체가 없어 보이던 삼촌들이 결혼하겠다고 하는 것 만으로도 식구들은 대 환영이었습니다. 지금도 서른 여섯 (노) 총각이 장가를 간다고 하면 대부분 집에서 적극 환영을 할겁니다. 20여년 전이었으니 집에서는 대 대 대 환영이었습니다. 지금 이 여자가 마음에 안 든다고 거부하면, 영영 장가를 못 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식구들은 벌거벗은 임금님에 나오는 군중처럼... 눈에 무언가 보이지만 못 본 채 했습니다.
저같은 철없는 중3이나 "얼굴이 너무 못 생겼어." "별론데." "대체 왜 저런 여자를 데려온거야?" 등의 말을 거침없이 했을 뿐, 어른들은 모두 쉬쉬하시면 다 괜찮다고 하셨습니다.
과거에는 외모, 학벌, 직업, 가정 환경 등등을 두루 보며, 8가지 장점보다 2가지 단점을 아쉬워하며 마저 채우고 싶어했다면, 이제는 2가지 장점만 있으면 OK였습니다.

삼촌들 스스로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저와 함께 TV를 보며 품평회를 하며 놀아주시던 삼촌들이 현실과 타협하며 한 두 가지 장점을 보고 선택을 하셨습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어린 숙모를 맞이한 삼촌은 그냥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예쁘고 괜찮은(?) 것에 만족을 하신 것 같고, 한 살 차이 밖에 안 나는 서른 다섯 노처녀와 결혼하기로 한 삼촌은 정말 사람의 인품과 자신과 맞는 코드만 보신 것 같았습니다.

그토록 여자가 없다더니....
갑작스레 누군가를 만들어 낸 비법은 그동안 관심 밖에 두던 사람들까지 시야를 넓힌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호의적인 여자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화답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주변에서 적극적으로 호감을 보였으나 그동안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던 여자도 후보군에 올려 결혼을 하실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삼촌들 중에는 사귀는 사람이 있다고 하면 대뜸 결혼 언제하냐며 들볶일 것이 뻔하니... 사귀는 분들을 숨겨두고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결혼 결심을 못하고 있던 차에 다른 노총각들이 서두르는 통에 결혼을 결심하시게 된 것도 있는 듯 합니다.


비슷한 때에 결혼한 노총각 삼촌들.. 그 이후...

저는 중3이었던 조카 입장에서 보았기에... 삼촌들이 허리케인이라도 몰아치듯 한 꺼번에 결혼을 급하게 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비슷한 떄에 노총각 버프에 힘입어 함께 결혼한 것은 꽤 좋은 점이 많았습니다.


1. 커뮤니티 형성

비슷한 때에 결혼해서 (한 해에 하셨으니까요..) 비슷한 시기에 첫 아이와 둘째 아이를 낳으시니... 찰떡궁합 커뮤니티가 되었습니다. 특히나 아이들이 조금 자라서 같이 놀기 시작하니, 서로 사촌이 보고 싶다며 만나자고 해서 가족들이 자주 모이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이 고등학교 가기 까지는 몇 달에 한 번씩 온 가족 여행을 다니기도 했어요. (대신 중3때까지 사랑받던 저는 찬밥 신세로 전락 ㅜㅜ) 작은 엄마와 숙모들은 나이 차이가 있었으나 그냥 비슷한 시기를 보내는 사람들로서의 공감대가 형성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2. 조언자들

가족들끼리 모여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농담처럼 조언도 많이 하셨습니다.
"아유. 그래도 그 집이 제일 편해. 우리 집은 죽을 맛이야." 라면서 위로도 해주기도 하고, "서방님 그러시면 안돼요~ 나중에 큰일 나~ 잘해줘야지~~" 라면서 농담 속에 훈수를 두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조언들이 얼마나 남았을 지는 알 수 없지만, 비슷한 시기에 결혼한 사람들이 비슷한 상황과 비슷한 고민을 하면서 건네는 말들이 다른 사람의 말 보다는 꽤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경쟁적으로 결혼을 서두르셨던 때처럼 불타오르지는 않더라도, 다른 커플이 행복하게 알콩달콩 사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도 그래야 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시는 것 같았습니다. 아이들 키우면서 힘들 때도 조금 더 쉽게(?) 행복하게 키우는 분을 보면서 배워가시는 면도 있었고요.
아무튼 노총각 4총사로 남아있던 삼촌들은 결혼 이후 지금까지 20여년 넘게 참 잘 지내고 계십니다.


급 작은 아빠들의 노총각 탈출기가 와 닿은 것은...
그동안 하도 듣다보니 결혼하라는 말에는 필터링이 생겼는데, 친구들이 결혼하니 정말 급한 마음이 들었어요. 가족의 탄압보다 친구의 결혼은 정말로 충격적이었습니다. 아니... 함께 기혼자의 불행에 기뻐하며 건배를 하던 친구들이 결혼해 버리면, 저는 누구랑 노나요... ㅠ_ㅠ
그리고 이것들이 작년의 전우애는 헌신짝처럼 팽개치고는 한다는 말이 "언니도 올해 결혼해야지." "너도 이제 나이가... 가야지.." 라는 소리나 하고 있습니다. 배신도 모자라 등에 칼 꽂는 소리를... ㅜㅜ

저의 베프의 어머니가 말씀하시길, 30대 중반에 결혼을 못하고 안하고 있는 솔로들의 문제점은 똑같은 것들끼리 놀아서라고 하셨는데 정말 그 말씀이 맞나 봅니다. 노처녀의 설움을 함께 나누며, 결혼한 친구들의 안 좋은 점만 콕콕 찍어 결혼 안 해도 좋다며 전우애를 나누던 친구가 결혼하니 가족들의 압박보다 더 두려워지네요... 왜 노총각 4총사로 꿋꿋이 버티던 작은아빠와 삼촌들이 같은 해에 앞서거니 뒷서거니 결혼을 하셨는지 알 것 같습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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