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메인 로또 된 줄 알고 설레였는데, 중국의 신종 도메인 사기꾼

라라윈 프로그램 잘쓰기 : 도메인 로또 된 줄 알고 설레였는데, 중국의 도메인 사기꾼 ㅠㅠ

지난 달, 제 도메인을 구입하고 싶다는 이메일이 왔습니다. 중국의 대기업이 라라윈 프로젝트 같은 것을 하는데, 라라윈 관련 도메인을 모두 등록하려고 한다고 합니다. 이것이 가끔 듣던 도메인 로또인가 싶었습니다. 좋은 도메인을 가지고 있다가 비싼 가격에 팔아서 부자가 되었다는... 전설의 도메인 로또가 저에게도....

6월 21일 메일이 왔으나 답장을 하지 않았더니, 이틀 뒤 똑같은 메일이 다시 왔습니다. 급하다며..

6월 23일. 중국 네트워크 서비스 회사인데, 후아바오 (Huabao)라는 회사에서 20일에 lalawin을 인터넷 키워드로 등록하고 싶어하고, 라라윈 도메인을 사려고 한다는 것 입니다. 그런데 제 도메인과 겹치니 해결을 하자는 이야기였습니다. 재차 이메일을 보내고, 정확한 회사명까지 말하길래 진짜인지 확인을 해 보았습니다.

우선 스팸메일이 아닌지 asiaygnetworks.org라는 곳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중국의 도메인 서비스 회사같았습니다. 이어서 후아바오 Huabao Ltd도 찾아보았습니다. 대기업인지 구글에서 바로 나오고 연관어도 많이 나왔습니다.

후아바오 그룹인가 봅니다. 왜 이 곳에서 라라윈 프로젝트를 하고 라라윈 도메인을 사들이려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설레였습니다. 망설여지기도 했습니다. 저에게 라라윈 닷컴 도메인은 소중한데, 수 억을 부른다고 해도 안 된다고 거절을 해야 하나, 10억 정도 이야기하면 고려를 해보아야 하나 고민이 되었습니다. 어쨌거나 라라윈 도메인들을 등록하려고 한다고 했을 뿐, 정확하게 금액이나 조건을 제시한 것이 없으므로, 정확히 무엇을 원하는 것이냐고 답장을 보냈습니다.

뭔가 조율 방법을 제시할 것 같아 설레이며 답장을 기다렸습니다.

급하다고 해서 바로 답장이 올 줄 알았는데, 대륙의 느긋함인지 이틀 뒤에 답장이 왔습니다. 처음 연락을 한 General Manager 짐 공씨 (Jim Gong)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짐씨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6월 25일. 짐씨의 부하로 보이는 사람이 답장을 했습니다. 다시 한 번 회사 소개를 하고, 라라윈 도메인과 키워드를 신청하고 짐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저는 짐 공씨에게 이메일을 보냈는데, 엉뚱한 사람이 답장을 하는 것도 이상하고, 내용도 핀트가 어긋나는 것이 이상했습니다. 게다가 이메일 주소도 회사메일이 아니라, 중국의 다음메일 같은 163.com 이라서 답장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그 쪽도 연락이 없었습니다. 그냥 이렇게 끝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열흘 정도 지나 짐 공 씨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7월 4일. 제 도메인을 사겠다는 것이 아니라, 저더러 lalawin.cn / lalawin.asia 등의 도메인을 사라는 소리였습니다. ㅡㅡ

제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종류의 도메인 사기꾼이었던 것 입니다...... 에잇. 잠시 도메인 로또를 꿈꾸며 설레였는데......... ㅠㅠㅠㅠ

도메인 사기꾼 특징

처음에는 큰 관심도 없었고, 무슨 이야기인지 들어나보자 하는 생각이었기 때문에 꼼꼼히 따져보고 답장을 보낸 것이 아니었습니다. 뒤늦게 도메인 사기꾼인 것을 알고 살펴보니, 무심히 지나쳤던 곳곳에 사기꾼의 흔적이 있었습니다.

1. 이메일 주소가 이상하다.

얼마 전에 구글 스팸 메일에 당할 뻔한 적(▶︎지메일 접속 시도 해킹 알림 메일 조심하세요!)이 있어서, 그 뒤로는 이메일 주소를 꼼꼼히 살펴봅니다. 이번에도 다시 살펴보니, 역시나 이상합니다. 맨 처음 메일과 두번째 메일 내용이 똑같아서 대충 봤었는데, 여기에서 부터 이상했습니다. 처음 보낸 메일은 Jim Gong @cnwebregisty.com 이었고, 두번째 이메일은 asiaygmetworks.com 이었습니다. 네번째 온 이메일은 Jim 입니다. 보통은 회사 메일은 똑같은 포맷으로 계속 보내기 때문에 이름이 바뀌거나 아래에 딸려오는 연락처, 회사 정보 같은 것이 바뀌지 않는데, 이상하죠. 그러나 이것은 중간에 엉뚱한 사람이 회사 메일을 쓰지 않고 163.com (중국의 다음 메일 같은 것)을 써서 의심을 하게 된 것이지, 짐공씨와 계속 이메일을 주고받았다면 좀 더 늦게 알아차렸을 지도 모릅니다.

2. 사이트가 실제 있다. 

cn web registry 와 asian yg networks 모두 링크를 눌러보면 정상적으로 보이는 도메인 등록 사이트가 나와서 깜빡 속게 만듭니다. 이 글을 쓰며 확인해보니, cn web registry 와 asian yg networks 가 똑같은 홈페이지에 왼쪽 로고만 달랐네요.

3. 스팸메일을 또 보낸다.

7월 4일 짐공씨의 마지막 이메일을 받고 다소 찝찝해서 혹시 lalawin.cn 이나 lalawin.asia 같은 도메인들이 정말로 Huabao 라는 회사에 등록된 것은 아닌지 조회를 해보았습니다. 도메인 사기꾼 같기는 하지만 찝찝했죠. 이런 저의 마음을 알았는지 2주 뒤 짐공씨는 또 다른 낚시 메일을 보내 제 마음을 평안하게 해 주었습니다. 쭈욱 라라윈 도메인에 대해 말을 해서 제가 낚였던 것이나, 뜬금없이 남도투데이 namdotoday 도메인을 Hualong Ltd 회사에서 산다며....

이 놈들은 확실한 도메인 사기꾼이었습니다. 아마도 계속 이렇게 보내다가 누군가 걸리면 중국 도메인 구입을 빌미로 사기치는 모양 입니다.

이래서 한동안은 영어 이메일은 전부 스팸 처리를 해버린 적도 있으나, 영어 이메일 중에 진짜로 진지한 제안을 하거나 중요한 이메일도 있었어서 요즘은 막 지나치지 않았더니, 낚일 뻔 했습니다..... 정말 사기꾼들의 교묘한 방법의 진화속도는 놀랍습니다. 사기꾼들의 놀라운 머리로 인류에 생산적인 일에 썼다면 노벨상 받았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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