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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살이 된다는 것..

· 댓글개 · 라라윈

2008년도가 되었으니 한국의 셈으로는 서른 살입니다.
블로그의 이름처럼 '서른'이라는 나이는 유독 생각을 많게 하는  나이 같습니다.
서른 살 ㅡ 우울한, 넘어서야할, 희망적인 서른 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 1 우울한 서른살

서른 살, 유독 우울하고,  넘지 말아야 할 선처럼 여겨지는 나이이기도 합니다.
극단적으로 그런 장면을 보여주었던 <프렌즈>의 에피소드가 떠오릅니다.


시즌 7의 14부 The One Where They All Turn Thirty [서른이 됐을 때] 편이었습니다.
전 프렌즈를 즐겨보는 편은 아닌데, 우연히 본 장면이 레이첼(제니퍼 애니스톤)의 30살 생일파티 장면이었습니다. 친구들이 저렇게 파티 준비를 하고 호루라기를 불며 맞이하는데, 레이첼은 비명을 지르더군요. 파티는 좋은데 나이는 먹지 않고 싶다고..

뒤이어 나온 것은 각 멤버들의 우울한 서른 번째 생일 에피소드였습니다.
로스는 서른살이 되었을때 화려한 스포츠카를 사지만 오히려 그것때문에 초라함을 느낍니다.
모니카는 서른살이 된것이 두려워 술을 많이 마셔 취해버리고 자신의 생일파티를 망칩니다.
조이는 자신이 서른살이 된것이 너무 슬퍼서 울어버립니다. (사진에도 보이시죠.. 저 다 큰 서른살 어른의 애기같은 울상..ㅋㅋ)
피비는 자신이 서른살이 되었을때 우슬라에게 자신이 지금 서른이 아니라 서른한살이란걸 알게되어 잃어버린 일년에 대해 슬퍼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장면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서른 살이 되었을때는 저렇게 우울하게 울부짖으면서 맞이하지는 않으리라.." 하는.


#2 넘어야 할 서른살


나이나 호칭에 무덤덤할 수 있게 저를 강하게 해 준 사람이 있습니다.
제 나이 스물셋 밖에 안되었을 때 과감히 저를 "아줌마" 라 불러준 아이입니다.
전통찻집에서 알바를 할 때였습니다. 그 곳은 고풍스러운 다기와 고(古) 가구, 물품이 많은 곳이었는데 한 꼬마가 저에게 골동품을 가르키며 묻는 것이었습니다.

"아줌마! 이건 뭐할때 쓰는거에요?"

쿵...나보고 아줌마라니!!!!!!!!!!!!!!   못 들은척하고 산뜻히 무시해주었습니다.
아무리 꼬마라지만 눈은 장신구도 아니고.. 어찌 저한테 그것도 스물셋 꽃다운 아가씨에게 '아줌마'가 뭡니까. 흥분한 마음에 '저 집 엄마는 애한테 어떻게 가르쳤길래 애가 말하는 싸가지가 저 모양이냐..' 부터 해서 별의별 생각을 다 했습니다.
저 혼자 이러고 있는 사이, 그 아이는 점차 목청을 높입니다.

"아줌마, 이건 뭐할때 쓰는거에요? 아줌마, 아줌마, 아줌마!!"

점차 화가 최고조에 이르러 가는데, 다른 여자아이가 들어옵니다. 저를 분노의 정점으로 밀어올리고 있던 그 남자아이가 말합니다.

"누나, 이거 신기하지?"

그 순간.. 아차 싶었습니다.
그 어린 꼬마에게 누나는 역시 어린 꼬마였던 것 입니다. 그 아이에게 난 너무 큰 어른이었던 거지요... 괜히 혼자 바르르 하고 화를 낸 것이 왜 그리 창피하던지.. 그 꼬마가 갈때까지 혼자 찔려서 그저 열심히 일하는 척 했습니다.

그 꼬마아이 덕분에 전  '아줌마'라는 단어에 대한 엄청난 거부감이 줄어 들었습니다. 왜 그 사람이 그렇게 부르는지 한번은 생각해 보게 된 것입니다. 여전히 아직은 '아줌마'라  불리는 것이 달가운 것은 아니지만, 예전처럼 말한마디에 광분하지는 않게 되었으니 참 다행입니다.


#3 희망의 서른 살

감사하게도 저에게는 희망이 되는 좋은 롤(Roll) 모델들이 많았습니다.
30대의 나이에 20대 보다 더 당당하고 멋진, 전혀 우중충하지 않은 모습의 언니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그래서  저도 언니들처럼 빨리 서른이 되고, 서른 중반이 되어 더욱 자리잡고 안정되고, 폼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보았던 언니들의 모습처럼 제 모습이 멋지진 못하지만, 그렇게 되고 싶은 목표가 있어 희망은 더 있습니다.
더 저를 즐겁게 하는 것은, 스무살때부터 저를 옥죄던 중압감이 사라진 것 입니다.
20대의 생각에는 서른 살이 될때쯤에는 집도, 차도, 재산도, 경력도, 사랑도, 우정도, 인맥도 모두 많이 이루어져 있어야만 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서른이 된다해서 그  과한 욕심이 모두 이루어 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욕심의 무게에 힘들기만 했습니다.
오히려 딱 하루 이틀 차이이지만, 서른이 되어버렸다 생각하니 이제 그 목표들의 기한이 연장되었습니다. 서른에서 마흔으로..


스물 아홉의 끝자락은 무엇인가를 끝없이 정리하고 마무리해야 할 것 같기만 하여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새로운 시작이라 생각되어 행복합니다.
즐겁고 신나는 30대, 이제 시작해 봅니다!



- 미혼녀에게 '아줌마'보다 더 기분 나쁜 말은?
- 쿨한 척 하려해도 나이에 예민한 서른
- 군대다녀오면 무조건 '아저씨'라고 부르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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