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윈의 연애질에 관한 고찰: 왜 남편은 아내의 말을 못 들은 척 할까
남편이 퇴근하고 와서 쇼파에 자빠지고, 부인은 퉁명스럽게 오늘 있던 일들을 쏟아내면, 남편은 바로 거름종이조차 없이 한귀로 듣고 그 귀로 튕겨내고, 부인은 왜 말을 안 듣냐며 싸우는 장면입니다.
이 상황에 대한 해석이 참 많은데... 제가 엄마 덕분에 이 상황을 겪어보니 남자심정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ㅜㅜ
# 일을 마치고 집에 옵니다.
이미 아빠는 살짝 포기한 엄마가 반갑게 딸을 맞아줍니다.
# 오늘 엄마를 짜증나게 한 어떤 할아버지 흉을 봅니다.
그 어떤 할아버지인지 저와는 아무 상관이 없고, 밖에서 돌아와 쉬고 싶은데 듣고 싶은 이야기는 아닙니다.
피곤한데 관계도 없는 사람에 대한 짜증을 듣는 것이 짜증납니다. 결국 엄마에게 한 마디 합니다.
"엄마, 신경쓰지마. 그 할아버지가 엄마한테 중요한 사람도 아닌데, 괜히 다시 떠올리면서 다시 속상해졌잖아. 그러면 엄마만 짜증스러워지잖아."
눈치빠른 엄마는, 딸이 듣기 싫으니 그만하라는 소리를 최대한 돌려말했다는 것을 눈치채십니다.
그리고 썩 기분 좋지는 않으시겠지만, 사랑하는 딸래미 말이니 들어줍니다.
# 이번에는 뻥쟁이 아줌마때문에 스트레스 받은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 집 아들래미가 엄청 잘 나가고 엄마에게 뭘 해줬다고 자랑하는데 아무래도 뻥같다고 하며 저에게 확인사살을 합니다.
그러나, 그 아줌마의 허풍은 10년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ㅡㅡ;;;
그 아줌마의 아들은 제가 아는 정보에 의하면 상당히 찌질한데, 그 아줌마에게 있어서 만큼 세상 제일의 아들입니다. 아줌마 말에 따르면 지구상에 그보다 잘난 사람은 없습니다.
엄마도 그 사실을 저보다 훨씬 잘 알고 있습니다. 그 아줌마는 1%의 진실을 99%의 허구로 포장하여 말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그런데 왜 엄마는 10년 째 그 아줌마가 한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저에게 확인하는걸까요?
늘 뻥만치는 아줌마나 그 뻥을 다시 저에게 확인하는 엄마나 똑같이 답답해집니다.
또 듣기 싫어집니다.
나갔다 들어와서 피곤한데, 이 10년째 지속되는 레퍼토리는 인내심의 한계를 넘어서는 영역입니다.
"엄마, 그 아줌마 입만 열면 뻥인거 알잖아. 엄마도 잘 알면서 왜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 물어봐? 그 아줌마 말은 그냥 다 뻥이라고 생각해."
엄마는 이제 슬슬 서운해지시는 기색이 비칩니다. 아빠였다면 이 시점에서 서운하다고 내색을 확실히 하셨으련만, 사랑하는 딸래미이기에 또 참으시는 것이 눈에 보입니다.
# 이어서 이모가 기분 나쁘게 한 이야기를 시작하십니다.
이 이야기야 말로 30년짜리입니다. ㅡㅡ;;;;
이모가 뭔가 엄마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단서를 제공했나봅니다. 가만히 들어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닌데, 다른 사람에게는 너그러우시면서 유독 이모에게는 소인배로 대하십니다. ㅜㅜ
가만히 두면, "걔는 원래 어릴때부터 그랬어. 자랄 때도 그랬다구." 하는 정말로 한 번만 더 들으면 천 번이 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결국 피곤한 딸은 또 말을 끊습니다. ㅜㅜ
"이모가 하루 이틀 그래? 그냥 엄마가 이해해줘."
"엄마, 뭐 즐거운 이야기는 없어? 자꾸 기분 상하는 이야기만 하니까 더 피곤해."
이 쯤되면 대화는 아주 어색해집니다. ㅜㅜ
그나마 딸이기에 애가 정말 피곤한가보다 하면서, 엄마는 말씀을 멈추시고 먹을 것을 더 챙겨주시거나 제가 기절모드로 누워서 쉬도록 내버려 두십니다. 하지만 엄마는 하고 싶은 말을 못하고,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 답답하신 눈치는 확실합니다. 엄마를 서운하게 만든 것 같아 마음이 너무나 불편하지만, 이기적인 딸은 엄마보다 휴식이 먼저입니다. ㅜㅜ
딸은 딸이기에 엄마도 더 이상은 말을 안 하시만, 똑같은 행동을 아빠가 하실 때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아빠가 같은 말을 하셨다면, 정말로 서운해지고 외롭다 느끼셔서 "아빠는 왜 엄마가 있던 일을 말하면 싫어할까. 사람이 말을 하면 자꾸 딴짓하고 못 들은척해." 하면서 혼자말을 하십니다.
밖에서 겪은 여러 일을 털어놓고 싶은 엄마의 심정도 이해가 되면서, 막상 다른 일에 지쳐서 집에 와서는 쉬고만 싶은 아빠 심정도 이해가 됩니다.
퇴근하고 돌아오면 하루 종일 지친 몸을 누이고 쉬고 싶은데, 부인은 또 다시 기분 상한 이야기만 쏟아내면, 그나마 남은 기력도 소진되어 버릴 것 같습니다.
이 상황에서는 최고의 방법이 "돌부처"로 변신하는 것 입니다.
말은 주고 받으면 계속 오가지만, 한 쪽이 반응이 없으면 벽과 대화하는 것 같은 기분에 답답해지면서 대화가 단절됩니다. 귀는 뚫려 있기에 사실은 들리면서도 반응을 잘 안하면 이야기는 멈춰집니다.
저도 기력이 있을 때는, 엄마의 이야기에 맞장구를 치며 듣지만, 기력이 없는 날은 그냥 바로 뻗어버립니다. 엄마가 하시는 말이 다 들림에도 사오정모드로 변하여 기절해 있습니다. 그래야 더 이상 말을 안 시키시니까요. ㅜㅜ
안 들려요... ㅡㅡ::
엄마와 딸 사이에서도 참 서글픈 장면이지만, 아내와 남편의 관계에서는 더 서글픈 일인 것 같습니다.
남편은 퇴근 후 아내의 폭풍 고자질에 지치고, 아내는 벽과 대화하는 것 같은 남편에 지치고...
아직은 제가 퇴근 후 남편 입장에 더 가까워서인지, 집에 돌아왔을 때 상관없는 사람들의 기분 좋지 않은 이야기는 안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저 역시 나중에 밖에서 기분나쁜 일이 있으면, 다른 사람에게 남의 이야기를 할 수는 없으니 피곤한 식구들을 붙잡고 상관없는 사람 이야기를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가족이기에 속내를 터 놓게 되고, 가족이기에 듣기 싫을 때는 대 놓고 안 듣게 되고.... 가족이라.. 참 그렇네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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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민수씨 댓글주소 수정/삭제 답글달기
아...웃겨요. 웃으면 안되는데...
어느정도 이해가 가서 그런거 같네요 ㅋ
눈의여왕 댓글주소 수정/삭제 답글달기
아 웃겨요.. ㅋㅋㅋㅋㅋㅋㅋ
저도 라라윈님 입장인지라 웃기면서 너무 공감돼요 ㅎㅎ
그래도 엄마도 스트레스 쌓이실 테니까 되도록이면 들어 드리려고 노력노력..ㅠㅠ
샤방한MJ♥ 댓글주소 수정/삭제 답글달기
ㅋㅋ 재미있는데요 ^^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슬퍼지기도합니다 ㅠ
멀티라이프 댓글주소 수정/삭제 답글달기
우훗.. 조심해야겠군요~
연애전선에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ㅋㅋ;;
에버그린 댓글주소 수정/삭제 답글달기
참,,
의미있는 글 입니다.
잘읽고 갑니다^^
월억 댓글주소 수정/삭제 답글달기
돌부처...
공감가는 글 잘 보고갑니다.
ㅋㅋ
흠...... 댓글주소 수정/삭제 답글달기
흠... 대화라....... 중요하지요... 중요하긴 한데...... 제 어깨가 이상하게 점점 무거워지는 느낌이..... 드는군요... 동시에.... OTL
세민트 댓글주소 수정/삭제 답글달기
제가 같은 남자로써 남자는 좀 귀찮아하는 성향이 짙거든요...
아내분이 뭔가 말을 하면 잔소리같이 들리고 말대꾸하는 것 조차 귀찮으니..
묵묵부답인데...저는 부부사이에 대화는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부부말고도 사람사이에서는 꼭 의사소통이 필요하죠...
뮤게 댓글주소 수정/삭제 답글달기
이래서 여자도 일을 해야함.
밖에서 일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일을 겪으면
매일 집에 와서 남편에게 하는 얘기도 바뀔 테니까 듣는 사람이 덜 지루할텐데.
정말 재미있는 얘기가 있으면 오히려 그 얘기 듣고 피곤한게 없어지거나.
집에서 살림하면 생활 반경이 좁아지고, 매일 만나는 사람만 만나니 매번 겪는일도 똑같고
결국 한얘기 또하고 한얘기 또하고 한얘기 또하고 한얘기 또하고 한얘기 또하고.
긍정적인 얘기보다 부정적인 얘기가 많은 것도 그게 중독성이 더 강하기 때문임.
미담은 한두번 들으면 질리지만 남의 뒷얘기 험담은 자극적이라 몇번을 해도 재밌기 마련.
생활이 단조롭고 무료하니까 점점 자극적인 이야기, 남의 이야기, 안좋은 이야기, 험담,
뒷담화, 연예인 스캔들, 막장 드라마 이런 것만 찾게 되는 것임.
어머니 세대가 가정에 헌신한 것을 폄하하려는 게 아님.
어머니들이 가정에서 자신을 포기하고 헌신한 만큼 자식들은 풍요롭게 살았고,
거기 감사해야 하고, 이해해야 하고, 집안일이 힘들고 가치있는 일인 건 맞지만
지금부터 결혼하고 가정을 갖게 될 여자들은 집에서 살림만 하다보면
나이먹어서 어느 순간 자기도 오늘 본 동네 오지라퍼 할머니처럼 될 수 있다는걸
생각해야 함.
아지캉 댓글주소 수정/삭제 답글달기
ㅋㅋㅋㅋ딴이야기 이지만
회사에서도 회사말구
직장인들의 가정도 좀 챙겼으면.ㅋ
화목을 위한 일주일에 두번 2시간빨리 퇴근하기~
일주일에 두번 두시간 늦게 출근하기~ㅋㅋ
머 화목이랑은 상관없을려나요~?ㅋㅋㅋ
보기다 댓글주소 수정/삭제 답글달기
그래서 혼자 놀기가 중요한가 봅니다.
우리 부모님 세대 특히 어머님은 혼자 놀기에 익숙하지 않으시죠.
고향 내려가면 어머니하고 사근사근 대화를 해야겠군요~
왜그러긴 이유는 간단해. 댓글주소 수정/삭제 답글달기
말같잖으니까.
aa 댓글주소 수정/삭제 답글달기
남 욕하고 흉보는 것 들어주는 것처럼 짜증나는 일이 있을까요?
재미있는 일을 이야기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겁니다..
남자들도 그런 사람 많구요..여자는 원래 말하기 좋아하는 동물이니 더욱더 많을겁니다..
심지어 남편에게 시부모 흉보는 이야기를 하면 남편이 기분이 좋을리 만무하죠..
시부모 편들고 아내 편들고 그런 문제가 아니라...누구의 욕을 하는 대화를 듣기 좋아하는 사람은 없으며 더욱이 그게 자기 부모라면 남편이 좋아할리 전무합니다..
자나깨나 말조심...
ftd montreal 댓글주소 수정/삭제 답글달기
상대방이 벽이 더라도 끊임없이 조잘대는 쪽이 낳다고 생각해여
PinkWink 댓글주소 수정/삭제 답글달기
앗... 저..전... 열심히 듣고 열심히 관심가질 자신 있는데.. ㅎㅎㅎㅎ...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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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한국인들이 비난에는 익숙해도 칭찬에는 인색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인 것 같네요. 누군가를 칭찬하거나 좋게 이야기를 해도 피곤할 때는 듣기 귀챦아지는데 누군가에 대한 비난으로 스트레스를 풀려하니 오죽할까요.
대화법을 고쳐야겠지요. 다른사람에 대한 말보다 자신이 있었던 일, 해서 기뻤던 일, 또 해보고 싶을 일 같은 것으로 화제를 만드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즉 자신의 얘기를 하게 되면 그나마 대화가 되겠지요.
물론, 한국의 노동 강도가 보통이 아님을 감안한다면 되도록이면 말하는 것보단 운동이나 다른 것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 부부가 백년해로 하는 길이겠지요. 서로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모르겐 댓글주소 수정/삭제 답글달기
ㅎㅎ 정말 못듣는 경우도 간혹 있더라구요^^
청결 댓글주소 수정/삭제 답글달기
진짜 우스워 미치는줄 알았습니다.
요전에 아줌마들의 수다에 대한 글을 보고 이어서 보는 중인데 어머님이
딱 우리 엄마같습니다.
집에 들어가면 하루 있은 일 얘기하는데 순서가 라라윈님네와 똑 같아요 (동네사람들, 친척들, 다른 집 자식들)
우리 집에서 다들 못들은척하는데(형, 아버지) 나 혼자 듣구 맞장구쳐주니까
굉장히 좋아하시지요.
헌데 이상한건 난 그런얘기 집에 들어가서 들으면 오히려 피곤이
풀린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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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면서 밥이나 같이 먹고 즐거운 일이나 같이 하다가 다시 각자 떨어져서 일하고...
친구로 지내는게 좋을듯..
여자도 그렇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여자를 볼때 언뜻 보기에는 인간인데
자세히, 보면 볼수록 인간이 아니라는 쪽으로 결론이 나옵니다. ㅜ-ㅜ
유에프오다 외계인이 있다 없다 하는 분들보면 우스운게 주위에 득실득실한게 외계인인데
어디에서 찾고들 있는지...
여자하고 다시 같이 산다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학교 졸업했는데 다시 학교 간다는 것도 그렇잖아요.
혼자 하는게 정신, 육체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결혼은 인생에 무덤이라더니...
여자도 소생은 있어야 하니...
씨 준다는 넘 있으면 씨나 받아서...
편하게 혼자 살면서 애나 키우는게 좋을 듯..
초혼이고, 재혼이고
주위에 사는 분들 보면 웬수가 따로 없고...
적과의 동침은 기본이고...
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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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주변 지인에 저런 사람 있는데 "그래야 더 이상 말을 안시키니까요" 개 공감 진짜...
세상이 불만으로 가득차서 어떻게든 주위에 얘기하고 공감얻고 싶은 그 심리
그것도 한 두번이지 맨날 이러는 거 주위사람 개 피곤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