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역 앞의 이질적인 풍경

처음 용산역에 갔을 때, 건물의 화려하고 멋진 모습과 이질적인 주변 풍경에 상당히 놀랐습니다.
처음 가본 것이 2007년 초였는데, 그 때 용산역의 모습에 감동하여 꽤나 많은 사진을 찍어두었습니다.

2007년 3월의 용산역..

처음 용산역이 생겼을 때는 조명과 네온사인, 그래픽이 무척 화려했습니다.
화려한 그래픽에 시선이 팔려 기차 시간이 다가오는 줄도 모르고 앞에 서서 구경하곤 했었습니다. 화려한 그래픽 위로 분수도 흘러내렸습니다.

낮에도 조명이 켜져있지만, 밤처럼 잘 보이진 않습니다.
낮에는 흐르는 물소리와 분수의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4층 높이나 되는 계단에 그래픽이 계속 바뀌는 모습과 화려한 조명에 감동해서 동영상으로 찍어두었던 것 입니다. 역 앞이라 소음이 크네요. 당시에 찍으면서는 계단 구경하느라 주변 소음은 들리지도 않았었어요. 그만큼 장관이라 느꼈습니다.  


2009년 2월의 용산역의 모습입니다.

여전히 멋지고 세련된 외관은 그대로 입니다.
아쉬운 점은 에너지 절약 정책으로 이젠 화려한 조명과 그래픽, 분수는 더 이상 볼 수 없습니다. 
용산역에서 놀랐던 것 또 하나는, 저렇게 멋진 새 건물 바로 앞이 사창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사진 속에 보이는 사람들이 걸어가는 위치(바닥의 좌회전 금지표시가 있는) 양 옆 골목이 사창가입니다. 
   

역 근처에 이런 업종이 발달해왔다는 이야기는 들었어도, 용산역 바로 앞에도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더욱이 신용산역과 아이파크몰까지 들어서고 개발을 한 상태에서도 여전히 용산역 바로 앞에 있을거라곤 생각 못했습니다.

지금도 성업중인가 봅니다. 아침에 찍어서 길이 한가한데, 낮시간만 지나도 야리야리한 옷을 입은 아가씨들이 저 유리창안에 마네킹처럼 서 있습니다.

용산역과 불과 몇 발자국 떨어지지 않은 곳에 이렇듯 이질적인 풍경이 펼쳐지고,  또 다시 버스정류장 쪽으로 몇 발자국 걸으면 바로 용산 참사현장입니다.


용산참사소식을 듣기 전에 건물을 보고는, 고층의 유리까지 다 깨져있는 모습에 의아했습니다.

한동안 커다란 트럭의 스피커에서  귀를 찢을 듯 큰소리로 정부를 규탄하는 내용의 연설과 노래가 나왔습니다. 요즈음은 트럭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앞에는 합동분향소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예전에는 분향소만 있었는데, 넋을 기리기 위한 조형물이 더 생겼습니다.

초반에는 저렇게 불에 탄 버스가 두 대 엇갈려 세워져 있었습니다.
안쪽에서는 집회가 열리고, 앞에는 전의경들이 막아서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버스 안에서 투쟁을 하고 계시는지, 버스의 불탄 유리창을 합판으로 막아두었습니다.


2009년 3월 1일의 풍경..

세상은 사는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는 말... 뭔가 가슴 뭉클하게 만들려고 쓰신 말인 것 같긴한데, 그다지 감동이 있는 말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 분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이지 속 뜻은 전해집니다.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차량들. 도로의 1차선은 모두 전경차량으로 빼곡했습니다. 용산참사로 인해 용산역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경찰과 전경차'가 된 것 같습니다....


이런 일이 있기전 2008년 12월 6일에 초저녁의 달이 너무 예뻐서 찍었던 사진입니다.

당시에도 사진을 찍으며, 참 이질적인 동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 앞에 보이는 화려한 고층 아파트와, 등 뒤의 용산역과 아이파크몰...
그리고 그 사이에는 사창가와 허름하고 오래된 건물들....

언젠가는  이 곳이 모두 앞과 뒤의 화려한 건물들처럼 변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런 예상이 빠르고 억지스럽게 나타난 것 같습니다....
몇 년 뒤면  화려하고 세련된 건물 사이의 이질적인 것들은 모두 사라져,  
오늘의 용산 모습을 담은 사진이 추억의 사진이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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